4장 달갑지 않은 섹스: ‘동의’라는 함정

<캣 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밀그램 실험 <권위에 대한 복종>
HBO 시리즈 <걸스>
<추락> J. M. 쿳시

성적 행위에 따르는단 하나의 명백한 윤리적 의무가 있다면, 그건 상대가 그 행위를 원하거나 진심으로 동참하고자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할 의무다. 실제로 모호한 면이 남아 있다면, 극도의 신중을 기하는 것이 낫다. 신속하게 그 행위를 멈추고 단념하면 된다. - P93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성적으로) 거절당한 남성의 상심을 그토록 중요하고 신성한 것으로 여기는가? 왜 우리는 여성들이 남성들의 다친 자존심을 보호하거나 소중히 다뤄줄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이 질문은 바로 앞의 질문과 관련이 있다.) - P94

요약하자면 이렇다. 여성은 남성의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져줄 때 보상을 받는다. 남성의 마음을 보듬지 않으면 여성은 처벌받게 되어 있다. - P95

다시 ‘무례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화두로 돌아오자. 여성은 그토록 사소해 보이는 사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해 왜 그토록 극단적인 선택(근본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것일까?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실제로 사람들은 종종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문화적 각본이 짜여 있는 사회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 행동을 의무적으로 강요받거나 누군가 권위 있는 인물에게서 제안받을때 특히 그렇다. - P99

한 남성 피험자가 반복적으로 부른 노래의 내용은 의미13심장하다. "이 일은 계속되어야 해. 계속되어야 해." 이 구절은밀그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저서 《권위에 대한 복종Obedienceto Authority》에서 밀그램은 피험자들이 설계자의 지시에 순응해야 한다는 허구이지만 강력한 도덕적 의무감을 갖고 주어진 일을 수행했다고 상세히 밝힌다. 사람들이 그 순간에 도덕적 양심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실험 설계자의 모습을 하고있는 현장에 존재하는 권위자의 명령에 순응해야 한다는 허구이지만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되는 의무감을 주입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권위자는 예일대학교 과학자라는 신상을 가진 하얀 가운을 입은 남성의 형상을하고 있다. 피험자들은 이 남성과 초면이었고, 그는 피험자들의 장래에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인물도 아니었다. - P101

이런 실험들은 특히 권위를 가진 인물이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때(그러니까 권위자의 영향력에서 놓여나기 위해 무례할 만큼 저항해야 할 때) 사회적으로 짜인 각본이 힘을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한 상황은 완벽하리만큼 평범한 사람들이 양심의 힘을 강력하게 피력하면서도 무고한 피해자를 고문할 수 있도록 만든다. 밀그램 실험이 보여주는 것은 단지 개인이 그런 환경에서 타인들에게 어떤 행동을 할 수있는지가 아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설계된 환경에서 결의나 양심을 저버리고 무엇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 P102

와인스틴의 강력한 페르소나(맥락상 그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상기할 뿐 그가 어떤 권리를 갖는지와는 별개인 문제)는 분명 자신의 공격적인 접근 대상을 충분히 취약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 남성은 자신의 접근을 거부하는 여성 수하에게 두려움(이런 두려움은 대체로 정당하다)은 물론이고 그릇된 의무감을심어준다. 상대 여성은 그가 자신의 인격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수도 있다. 섹스를 거부하는일뿐 아니라 남성 권력자에게 계속해서 거부의사를 밝히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여성은 그 남성과 원치 않는 성관계, 쾌락을 위해서라도 절대 하고 싶지 않은성관계를 갖게 된다. 여성이 이런 일에 끝내 동의하게 되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기피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 P104

데이비드는 어떻게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차를 부정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가 결국에는 인정한 차이(신장 차이)는 정말이지 사람을 미치게 할 만큼 이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상황에서 드러나는 불평등성은 가부장제 문화의 산물로, 권위를 지닌 남성 인물에게 저항하고 도전하는 여성들에게는 협박과 처벌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여성혐오가 여성들에게 내면화된 수치와 죄책감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는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여성들은 자신을 가해하거나 학대한남성들을 감싸지 않는 것에 대해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낀다.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해를 입히거나 남성들을 실망시키길 원치 않는다. 여성들은 좋은 여성이 되길 원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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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23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햇살과함께 님,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3-03-23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도서관 대출 책들 반납기한이 다가와 내일부터 도서관 책 좀 읽어야 해서,,
이번 주에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여러 미묘함을 알게 하는 책입니다.
섹스에서의 ‘동의‘라는 미묘함,, 쉽지 않네요..
다락방님도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