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흑인 페미니즘과 포스트식민주의 이론, 옮긴이의 말

바바라 스미스 <흑인 페미니즘 비평을 향하여>
가야트리 차크라보티 스피박 <서발턴 연구: 역사성을 해체하며>
벨 훅스 <포스트모던 흑인성>
토니 모리슨 <술라>

대화는 흑인 페미니즘 사유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립하는 쟁점들 간의 부단한 ‘대화’

여성 동성애가 역사적으로 페미니즘 이론에서 다뤄지지 않는다면, 흑인 여성들도 페미니즘 이론으로부터 빠져있다. 중요한 앤쏠로지의 제목, 『모든 여성은 백인이고, 모든 흑인은 남자이지만, 우리 중 몇몇은 용감하다』 (All the Women Are White, All the Blacks AreMen, But Some of Us Are Brave)‘를 보면 흑인 여성의 부재는 흑인 여성 - P329

의 책과 출판이 드물어서가 아니라, 이는 이데올로기와 가시성의 문제다. - P330

라가 전략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모리슨은 정체성이 상실, 분리, 부재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체성이 문제적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모리슨은 흑인 여성 정체성에대해 본질적이면서도 반본질적인 설명을 모두 다 활용하는 경향이있다. 각각이 서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리슨은 이런 두 가지 정체성이 언제 어디서 적절하고 정치적으로 유용한지 생각하도록 촉구한다. 예를 들어 넬과 술라의 첫 만남은 이렇게 묘사된다. "그들 각자는 이전부터 자신이 백인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모든 자유와 승리가 그들에게는 금지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무엇을 만들어 나가려고 시도했다. 그들의 만남은 행운이었다. 왜냐하면 서로가 자랄 수 있는 기반으로 사용되어 주었기 때문이다"(52). - P355

그러나 대화는 흑인 페미니즘 사유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패트리샤 힐 콜린즈(Patricia Hill Collins)는 주장하길,
"흑인 여성의 경우, 새로운 지식은 거의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법이 없고, 공동체의 다른 멤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개진된다.... 대화의 사용은 아프리카의 구전 전통과 미국 흑인 문화 전통에 깊은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대화는 모리슨의 글쓰기를 해석 - P364

하고 이 장을 구성하는데 적절한 모델이 된다. 다른 해석 모델이 유용할 수도 있지만, 나는 모리슨을 그렇게 읽기로 선택했다. 스미스의 말을 빌리면, "먼저 다른 흑인 여성의 소설 안에서 해석의 전례와 통찰을 찾기" (175) 위해서였다. 이것이 바로 술라』에서 모리슨자신이 취하는 전략적 입장이다. - P365

이 책이 소개하는 다양한 페미니즘 각 이론마다 빈번하게 문제시되는 쟁점들이 있는데, 이 쟁점들을 세 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해보려고 한다.
첫째, 개인 vs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다. 앞서 말했듯이, 페미니즘은 여성의 해방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해방이 개인의 차원에서 가능할까? 이 문제가 자주 페미니즘 이론의 쟁점이 되곤 한다. 즉 4000년간 지속된 가부장제라는 고질적 제도 자체를 의문시하고 개혁하지 않은 채, 개인이 독서를 통해 마음을 고쳐먹거나, 개인이 교육에 의해 의식을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까? 보부아르나 프리단의 경우, 개인의 노력으로 해방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 P391

두 번째 쟁점은 본질주의 vs. 반본질주의의 대립이다.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본질주의란 여성이면 누구나 공유하는 본질적인 특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다. 그런데 페미니즘에서 본질주의는 양날의 칼이다. 여성이 공유하는 본질이 있다고 말하면 자칫 생물학적 결정론에 의해 여성을 전통적인 젠더 역할로 묶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겨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본질주의를 거부한다. - P392

세번째 쟁점은 해체된 주체 vs. 정치적 주체의 대립이다. 20세기 후반 포스트모더니즘은 사고의 거대한 전환이었다. 페미니즘 역시 거대한 사고의 전환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주체의 죽음‘이 페미니즘 이론에 도입되면서 페미니즘의 정치학이 도전을 받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 주체는 단일하고 통합된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담론의 각축장으로써 분열되고 해체되어버린 주체다. 이때 죽어버린 주체를 이성적 남성주체로 한정한다면 주체의 죽음은 잠재적으로 여성해방을 이끌어내는 추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주체마저 죽어버린다면 해방을 추동해야 할 정치적 주체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정치학인 페미니즘은 주체의 죽음을 수용하기 힘들다.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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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31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책과 커피(맞지요?) 가 놓인 풍경이 정말 너무 아름답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3-01-31 20:25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 아인슈페너입니다 어려운 책 읽을 땐 달달구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