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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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읽어야 하는 책을 읽게 된다. 작년 겨울에 사둔 책을 네그리타가 만개한 봄에 읽는다. 자전적 에세이 <사나운 애착>을 통해 스스로를 공부벌레, 문학소녀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규정한 해방된 작가 비비언 고닉을 처음 읽었다. 뉴욕 브롱스의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내력이 <사나운 애착>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이 작가의 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가. 책에 매달려 있는 3일 동안, 책으로 전자책으로 그야말로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다. 퇴근길 버스에서 전자책으로 만나는 비비언 고닉의 일화들이 어찌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책이 발표된 건, 1987년으로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이다. 아니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 아닌가. 오십줄에 들어선 작가는 자신보다 훨씬 연세가 드신 어머니가 맨해튼으로 브롱스로 그리고 윌리엄스버그로 계속해서 공간이동을 하며 자신의 과거를 속삭인다.

 

일단 아버지를 46세에 잃은 어머니와는 그야말로 징글징글한 애증의 관계다. 나도 살아 보니,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사람이 보통 원수가 되더라. 자주 안보는 사람과는 원수가 될 일이 없다.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하지만 작가와 어머니 같은 경우는 너무 붙어 있어서, 다른 가족도 아닌 유대인 이민자 가정이니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 가정에는 대부분 회고록에 담을 만한 이야기들이 차고 넘치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를 잃은 어머니가 괴로워하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추모하는 장면을 작가는 냉정하게 드라마퀸의 연기라고 평가한다. 나치 부역자 처벌에 나선 검사 역할을 맡은 어머니는 훗날 시티칼리지에 진학해서 새로운 삶이 영역에 들어선 딸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무시로 뛰어넘는다. 이들 사이에서 말폭탄으로 유혈사태에 가까운 사투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을까. 실제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는 어머니였다.

 

세대 간의 전쟁은 선택이 아닌 디폴트였다. 석사 학위까지 딴 딸의 유식함에 질린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그래, 나는 무식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체험으로 지난 300년 간의 연애소설에 대해 지식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딸과의 토론을 일축해 버린다. 동시에 자신은 그러지 못했지만 해방구 시티칼리지에서 자주적인 생각과 토론하는 법 그리고 새로운 지식인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한 딸의 성공을 아낌 없이 축하해 주기도 한다. 자고로 그런 법이다, 가족이란 관계는. 반세기를 뛰어넘는 애증의 세월에 대한 비비언 고닉이 구사하는 변증이라고 해야할까.

 

24세에 금발의 외국인 화가가 비비언 고닉은 어머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순결고수 경찰을 자처한 어머니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 그전에 해방된 여성이자 자주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거듭난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으니 그는 바로 이웃집 과부 네티 러바인이었다. 남편이 어이 없이 죽고 난 다음, 비유대인 여성이었던 네티는 브롱스의 게토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선택을 했다.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고, 무수한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 그 중에는 교구 신부도 있었다고 했던가.

 

네티는 남성우월주의적 시선이 넘실거리던 1950년대 미국의 가부장적 프레임 속에서 비비언이 매력적인 오브제로 거듭날 수 있는 스킬을 전수해준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해방된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수해 나간다. 아니 그리고 보니 밀레니엄 세대에 태어나 나는 달라 달라를 외치던 어느 걸그룹의 데뷔곡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공부벌레에서 문학소녀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진화를 거듭하던 작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두 인물을 에세이 속으로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 네티 러바인 여사와 어머니가 될 것이다.

 

다시 결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카산드라를 자처했던 어머니의 예언대로 금발의 외국인 화가와는 애시당초 맞지 않는 결혼이었다. 떠들썩한 유대식 가정 결혼식부터 어쩌면 파국은 예정되어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캘리포니아에서 나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기세 좋게 출발한 스테판과의 결혼은 5년 만에 박살이 났다. 이걸 자아의 충돌로 해석해야 할까? 아니면 서로 너무나 다른 두 개의 행성 간에 교집합의 부재로 보아야 할까? 타인을 이해해야 하고, 나를 죽여야 한다는 결혼 생활의 타협을 이십대의 고닉은 어디서고 배우지 못했던 게 아니었는지. 아니면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결혼생활을 너무나 이상화시킨 어머니가 안겨준 PTSD 혹은 트라우마 같은 무언가가 작동한 결과는 아니었는지.

 

그후 고닉은 어린 시절 짝사랑했던 이웃집 소년 데이비 러빈슨 그리고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유부남 좌파 노동운동가 조 더빈이라는 작자들과 더불어 허기와 욕망으로 가득한 관계를 갖기도 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된 데이비는 사회복지사였다 다시 18세기에나 등장할 법한 정통 유대교 랍비로 변신을 거듭한다. 뻔뻔한 유부남 조 더빈에게는 가스라이팅을 당하기도 한다. 남자들은 모두 쓰레기지만, 그래도 한 놈 정도는 필요하다고 세라 이모가 그랬던가, 어머니가 그러셨던가. 일찍이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아니 에르노가 자기는 자신이 경험한 것들만 글로 쓴다고 했는데, 그전에 앞서 몸소 실천한 해방된 여성이 바로 비비언 고닉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은 뉴욕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브롱스 토박이 비비언 고닉은 이혼하고 다시 브롱스로 복귀해서 빌리지 보이스 기자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두루 주유했다. 평생 여행이라고는 고작해봐야 가족들과 뉴욕 인근 동네만 다닌 어머니와는 시각차가 다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 두 모녀는 그야말로 다시는 보지 않을 각오로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동시에 로어이스트사이드와 하우스턴가를 누비며, 커피는 자고로 연하게 끓여야 한다 아니다 진하게 끓여야 한다로 옥신각신한다. 바로 이런 모든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 바로 뉴욕이다.

 

, 어디선가 만난 외로움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그렇지 외로움은 누구에게 의지해서 풀어낸 게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야지. 아니 그런 외로움 해결에 대한 의존적 태도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더군다나 작가처럼 뉴욕이라는 밀레니엄 캐피탈에서 누릴 수 있었던 숱한 문화적 혜택들이 있었다면 더더욱 말이다. 모두가 가고 싶다고 해서 휘트니미술관 전시를 보러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나도 방문했던 MoMA와 저 멀리서 궁륭형 지붕이 보였을 때, 염통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구겐하임 뮤지엄이 보고 싶다고 해서 내일이라도 당장 보러 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비비언 고닉은 직사각형에 자주적인 인간으로 거듭난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사납게(fierce) 투쟁했다. 모두의 삶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와중에 아버지를 상실한 열패감부터 시작해서 죽은 부군을 따라겠다고 무덤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연출하는 어머니, 쓰레기 같은 놈들과의 순수하고 강렬한 성적 욕망, 숱하게 남자들이 꼬이는 이웃의 매력적인 젊은 과부 네티 등과의 다양한 애착들(attachments)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어쩌면 삶이라는 투쟁 속에서 발생한 이런 소소한 애착들이 하나둘 모여 나라는 존재가 이루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애착들을 걷어내고 난 뒤에 남은 건, 과연 무엇일까.

 

[뱀다리] 역시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아닐 수 없다.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을 통해 조지 기싱의 <짝 없는 여자들>과 버나드 맬러머드의 <수선공>(무려 퓰리처 수상작!)이라는 책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후자는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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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3-03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할거리가 너무 많아서 전 리뷰를 못쓰겠어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으니까 글로 적기가 힘드네요
애증의 모녀관계는 많은 상처를 남깁니다^^
독서가 이리 즐겁다니...
독서에 올인하게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도 우리 엄마라는게 아이러니예요^^
레삭매냐님, 즐겁게 읽으시는 모습 눈에 보일듯 했어요~~

레삭매냐 2023-03-03 14:10   좋아요 1 | URL
저도 책 읽으면서 A4 사이즈
노트 네바닥에 메모를 했는데
다 써먹지도 못했네요 ㅠㅠ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요 ~

비비언 고닉의 다른 책들도
만나 보고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3-03-03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녀는 애증의 관계가 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카산드라를 자처했다니 완전 그러네요.
이 책 도착해 있는데 저도 빨리 읽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3-03-03 17:59   좋아요 2 | URL
저자 - 어머니 그리고 네티
의 애증의 트라이앵글이
정말 흥미진진했답니다.

넘모 재밌어서 후딱 읽게
되었네요. 다른 책도 어서~

청아 2023-03-03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초반부 읽다 말았는데 오늘 저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아 진짜 재밌네요^^*

레삭매냐 2023-03-03 21:08   좋아요 2 | URL
저는 지난 12월에 사서 아예
펴 보지도 않고 있다가 이번
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읽을 수가 있었
답니다. 너무 재미지구요.

레알 굿입니다!

자목련 2023-03-04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선은 좋아요!
저도 이제 읽으려고요^^

레삭매냐 2023-03-05 16:07   좋아요 0 | URL
비비언 고닉, 짱입니다 -

전 어제 새로 산 다른 고닉
여사의 책도 읽고 있답니다.

빠이팅, 응원합니다.

바람돌이 2023-03-04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제 배송받았는데 책의 판형이 작고 그리 두껍지 않아서 읽기 어렵지 않겠구나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읽으신 분들은 진짜 할말이 이렇게 많다고 하니 점점 기대가 됩니다. ^^

레삭매냐 2023-03-05 16:26   좋아요 1 | URL
아주 재미져서 술술술~
그렇게 넘어간답니다.

새로 나온 책도 읽어 보려
고 한답니다.

이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
기들, 기대해 봅니다.

얄라알라 2023-03-06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사각형에 자주적인 인간...
아, 정말 레삭매냐님께서 ‘언젠가는 읽게 될 책‘을 유혹하시는 문장이 말입니다 ㅋㅋ고단수이십니다.

네그리타가 만개한 봄!
사진 또 새로 올려주시면 하고 조용히 부탁 아닌 부탁을^^

저는 봄 맞아 애니시다 큰 아이로 데려왔는데 한 달도 안 되어서.....그냥 초록만 남았어요^^:;;

레삭매냐 2023-03-06 12:04   좋아요 1 | URL
저는 또 애니시다는 무언가 하고
검색해 봤지 뭡니까 파닥파닥 ~

노랑노랑하 꽃들이 아주 예뻐
보이더라구요. 역시 식물의 세계
는 무궁무진한가 봅니다.

아시는 분이 시흥 모처에 있다
는 희귀 식물 가게 나들이 포스
팅을 해주셨는데 저도 한 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헷 :>

네그리타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답니다. 어제 사진에 담았어
야 했는데 까비요.

책쟁이-리뷰어에게 최고의 상찬
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자목련 2023-03-10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빠 돌아가시고 슬픔에 잠식된 엄마를 보는 일은 너무 괴로울 것 같습니다. 고닉처럼 어찌 이렇게 잘 풀어내셨을까요. 좋았던 만큼 리뷰 쓰기는 어려운 책이었어요. 고닉이 매력적인 작가라는 건 분명하고요! 멋진 글 잘 일었습니다^^*

레삭매냐 2023-03-11 11: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은 특히나 부모님
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것 같
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슬픔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오피셜한 3월의 첫날이 밝았다.

어제는 삼일절 휴일이라 패스하고... 일은 오늘부터 하니깐.

 

아니 그리고 보니 어제도 오늘 못지않게 빡시게 집안일을 하지 않았던가. 암튼.

어제는 꼬맹이 데불고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다녀왔다.

 

그전에 삼일절에 자기가 사는 집에 일장기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순간 멍해졌다. 아니 다른 날도 아니고 삼일절에. 순간 일본 사람인가? 아무리 일본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지 삼일절에. 나라꼴이 이상해지니, 점점 토왜가 발호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오래 전에 가보고 나는 두 번째, 꼬맹이는 세 번째 방문이라고 하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참 아해들이 많았다. 아주 어린 친구들은 1층에 마련된 우스워 보이는 미끄럼틀 하나만으로도 까르르 숨이 넘어 가더라. 그땐 그랬지. 천장에 매달린 돌고래 움직이는 장면도 멋졌다. 나중에 나올 때 보니 움직임이 멈춰 있었다.

 


1층 입구에 있는 시계 장치는 장대했다.

그전에 방문했던 융합박물관의 시계 장치는 우스워 보일 정도로 말이지. 아해들이 그 앞에서 턱이 빠진 모습으로 지켜보던 모습에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늙은 아빠는 아침 봄맞이 청소와 짧은 거리 운전의 여파로 도착하자마자 이미 방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아빠들이 방전되어 여기저기 마련된 의자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래도 휴대폰은 포기하지 못하고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는 게임하는 대신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물론 꼬맹이가 계속해서 나를 찾아 싸서 오래 읽진 못했지만.

 

지난 화요일날 알라딘전자도서관을 이용해서 동네도서관을 경유해서 전자책으로 읽는 법을 알아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다. 집에 책이 있어서 책으로도 동시에 읽고 있지만, 항상 몸에 책을 달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대단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길 버스 안에서 게임하는 대신에 <사나운 애착>을 사납게 읽어댔다.

 

비비언 고닉은 1937년 뉴욕 브롱스에서 태어난 뉴욕 토박이다. 학위도 모두 뉴욕에 있는 학교에서 받았다. 그녀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문화사와 회고록이라고 한다. 결혼, 딸로서의 모습 그리고 뉴욕 생활을 썼다. 빌리지 보이스의 기자기도 했다. <사나운 애착>1987년에 발표된 자전적 에세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의 뉴욕과 36년 전에 작가가 체험한 쓴 뉴욕이라는 공간의 이야기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뭐랄가 과거는 조금의 로망으로 채색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코로나 이후 살인적 물가 상승으로 식대의 20%에 달하는 팁을 주어야 하고, 스타벅스 테이크아웃을 주문할 적에도 팁을 주어야 하는 작금의 현실에 비비언 고닉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졌다. 밀레니엄 캐피탈 뉴욕에 산다는 건, 어쩌면 하나의 특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살인적 주거비를 포함해서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물론 그만큼 문화적 혜택도 다수 존재하지만 말이다. 휘트니박물관을 마음 내킬 때 아무 때라도 갈 수 있다는 점만 해도 그렇지 않을까.

 

브롱스 유대인 게토를 벗어나 시티칼리지에 입학하면서 비비언 고닉의 새로운 삶이 전개되는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스스로가 공부벌레이고 문학소녀였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작가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드러낸다. 그 시절에 습득한 치열한 토론과 무지막지한 독서는 훗날 작가가 뛰어난 비평가로 활약하는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사나운 집착>의 절반을 읽었다. 지금과 다른 80년대 미국 뉴욕의 현실을 감안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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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3-02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나운 애착은 사납게 읽어야하는거군요. 레삭매냐님이 주신 팁 잘 기억하며 읽을게요. ^^

레삭매냐 2023-03-02 16:28   좋아요 1 | URL
부지런히 읽어서 저는 아마
오늘 중으로 다 읽지 싶습니다.

지금과 간극이 있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레이스 2023-03-02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납게 읽고 있다는게... ㅎㅎ
어떻게 읽는거지 하고 봤습니다.ㅎㅎ

레삭매냐 2023-03-03 09:22   좋아요 1 | URL
사납고 마치 씹어 먹을
듯이 읽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책은 일단 어제 다 읽었습니다.

이제 리뷰의 시간이 왔네요.
 

벌써 3월이 되었다.

오늘은 휴일이라 좀 맑고 창창한 그런 날씨를 기대했건만...

언제나처럼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지난달에는 일단 8권의 책들을 읽었다.

그 중에 네 권은 그래픽노블이었다. 그리고 보니 읽기 시작해서 마무리 짓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리뷰를 쓰지 않은 책들도 있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무언가 하지 못해 아등바등해봐야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무언가 억지로 하지 않으려는 그런 마음,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후회하게 되겠지만. 그것조차 내 삶의 일부분이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렇게 가는 거지 뭘 그래.

 

드디어 세밤만 자면 달궁 모임에 간다.

다 필요 없고, 나의 3월은 오직 달궁 독서모임에 겨냥되어 있다. 부디 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

그리고 보니 오늘은 삼일절이라 어제부터 무슨 문화제를 하니, 집회를 하니 그러면서 분위기가 달아(?) 오르는 것 같던데. 나랑은 1도 상관이 없는 것들이라 시큰둥하다.

 

독서모임 재개로 드디어 코로나가 끝났다는 걸 확인사살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그리고 보니 지난달에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다시 읽었다. 보통 책은 두 번 읽지 않는데 말이지.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싱글맨>은 지금가지 한 서너번은 읽은 것 같다. 보통 독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인데... 다시 한 번 읽어볼까나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는 분주하다. 봄맞이 청소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그런데 왠지 나만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집안일이라는 게 해도해도 끝도 없고 표도 안나고 뭐 그렇다. 인스타에서 배운 대로 과탄산수소랑 끓는 물로 세면대에 때리 부었다. 효과가 있는 지는 아직 모르겠다. 예전에는 아예 배관을 뜯고 그 안에 막힌 머리카락이며 오물들을 제거했었는데 이사온 다음에는 구조가 달라져서 함부로 배관을 뜯지 못한다. 행여나 더 문제가 생길까봐 말이지.

 

내가 주로 애용하는 책방 컴퓨터 책상 위의 먼지로 말끔하게 닦아냈다. 역시 먼지 청소에는 걸레가 최고다. 수건을 찢어 만든 걸레로 일단 먼지를 제거한 다음,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낸다. 여전히 잡동사니들을 내다 버렸지만 너저분한 물건들이 너무 많다. 이제 곧 회사도 이사갈 거라고 하는데, 회사 잡동사니들 버릴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어제부터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을 읽고 있다.

이 책이 참 재밌다. 오래 전에 가봤던 맨해튼이나 브롱스가 왜 이렇게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지. 아마 잠시 방문하는 것만으로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삶의 소용돌이들을 느낄 수 없지 싶다.

 

비비언 고닉은 러시아계 미국 유대인으로 이방인었지만, 두 개의 대학을 다니면서 혹은 저널리스트로 주류 사회에 편입된 시민이다. 과부가 된 어머니와 함께 뉴욕의 거리를 걸으면서 무시로 피어오르는 단상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어제 기세로는 오늘까지 다 읽을 수 있지 싶었지만, 그냥 읽게 되는 대로 읽지 싶다. 전자도서관에서도 빌려놔서 언제 어디서라도 읽을 수 있다는 게 강력한 장점이다. 금방 읽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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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3-01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달궁 모임이 재계되나요? 문학동네는 재계할 마음이 없는 모양인가 봅니다. 암튼 기대 만땅이겠어요.
뭐 변기도 김빠진 콜라 갖고 청소해 보라고 하던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더라구요. 뭐 하수구 에 버리느니 변기에 버린다 치면 되는거지만.
8권중 노블이 두권이면 좀 분발하셔야 하는 거 아니예요? ㅋㅋ

레삭매냐 2023-03-02 09:0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문동은 왠지 그전보다 돈 안되는
일들은 일체 접고 비지니스에
집중하는 것 같아서요. 예전에는
문동 책모임에도 나갔지만, 자사
책만 해서 언제부터인가 발길을
끊었네요.

3월에는 <사나운 애착>을 필두
로 해서 분발하겠습니닷 !!!

바람돌이 2023-03-01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이 재개되고 뭔가 설레이는 3월의 시작이네요. 축하드려요. ^^
저도 항상 3월이 한해의 시작인데 저는 놀다가 이제 복직하는 3월. 마음이 설레야하는데 사실은 하나도 안 설레고 아쉽기만 해서 일부러 하루종일 신난다 신난다 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중입니다. ㅋㅋ 저는 비비언 고닉 이제 주문해놔서 오면 다음주쯤 읽으려구요. ^^

레삭매냐 2023-03-02 09:03   좋아요 1 | URL
3월에는 왠지 마음이 분주하네요.

지난 3년간 닫혔던 삶의 낙인 독
서모임도 부릉~거리고 ㅋㅋ
다음주에는 내키진 않지만 회사
에서 워크샵을 간다고 하니 바람
이나 쐬는 맴으로다가 헷

신나서 신나는 게 아니라, 신나
해서 신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이메지 트레이닝
고고씽 ~~~

고닉의 책, 재미집니다.
오늘도 출근 길에 전자책으로 팍팍
읽어서 절반 돌파 중.

새파랑 2023-03-01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완전 가정적이시군요 ㅋ 이제 3월이니 저도 청소를 해야겠습니다~!!

언제나 한결같고 부지런한 레삭매냐님이십니다~!!

레삭매냐 2023-03-02 09:04   좋아요 1 | URL
제가 특히 가정적이라기 보다는...

그런데 다른 곳은 몰라도 부엌
에는 편집증이 있는가 봅니다.

어제 음식때 제끼느라 팔이
다 아프게 닦았답니다.

고저 감사합니다.

은하수 2023-03-01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모임을 기다리시는군요!
전 그런 모임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너무 궁금해요
항상 혼자만의 독서라 좀 외롭긴 한데..선뜻 용기가 안나요~~
독서도 그냥 쉬엄쉬엄 하세요
리뷰도 적당히.,청소도 적당히.,
안해도 큰일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즐거운 책읽기는 되셨으면 좋겠네요 3월은요^^

레삭매냐 2023-03-02 09:07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한 세 군데 정도
독서모임에 참가했던 것 같
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하
나의 주제를 개지구서리 토
론하는 게 너무 신나더라구요.
물론 고갱이는 책모임 다음의
뒷풀이였죠 ㅋㅋㅋ

가끔은 이것은 뒷풀이를 빙자
한 책모임이 아닐까 싶기도
했답니다.

한 번 책모임에 발을 들이시면
중독되시리라 믿슙니다.

이번에는 나가서 입에 모터달
생각하니 벌써부터 둑은둑은~
합니다.

그러게요 걍 되는 대로 읽고 쓰
고 하려구요. 무언가 하려고 한
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

건수하 2023-03-01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궁 모임이 뭔지 몰라 찾아봤어요 ^^ 오프 독서모임이 재개되는가 봅니다 :)
봄맞이 대청소도 하시고... 저는 버릴 책이나 좀 골라냈네요.

아버지의 해방일지 저는 3월에 읽을 예정이요. 비비언 고닉도 리뷰 쓰려면 얼른 읽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3-03-02 09:08   좋아요 1 | URL
그 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제 유일하다시피한 삶의 낙
을 앗아 가다닛!!!

그래도 이제 다시 시동이 걸
리니 얼매나 좋은지 모르겄
습니다요.

아, 저도 책도 버리고 팔고
그래야 하는데... 집착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네요 ㅠㅠ

고닉 책, 강추하는 바입니다.
너무 재미지거든요.

페넬로페 2023-03-01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속된 독서모임은 코로나 시기에도 쉬지 않았습니다. 1년 정도는 줌으로 하고 나머지는 마스크를 쓰고 만났어요.
독서모임 재개하시니 정말 반가우실 것 같아요.

나의 해방일지, 사나운 애착은 책을 구매해 놓았는데 빨리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매번 책이 밀리고 있지만 저도 이제 강벅 가지지 않고 그냥 흘러보내는 경우가 많이요^^

레삭매냐 2023-03-02 09:12   좋아요 1 | URL
오 너무나 부럽삽니다 -

코로나 시절에도 꺾이지
않았던 독서모임 빠월 ~~~

그래서 중요한 건 꺾이지
않은 마음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벌써부터 다른 동지들 제치고
털 생각에 부르르~ 하고 있답니
다. 이제 두 밤만 더 자면 크하하

독서에 강박은 쥐약이지 싶습니
다. 일단 산 책만 다 읽어도 한
십 년은 가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그러면서도 새 책들이 뭐가 나왔
나 혹은 중고책은 뭐가 나왔나
검색하고 있으니깐요.

자목련 2023-03-02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모임, 그 만남과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레삭매냐 2023-03-02 09:13   좋아요 0 | URL
손과 입에 모터 장착하고 메모를
잘 해서 지면 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저 감사합니다.
 


책 읽기에는 타이밍이 있는 법이다

 

 

아주 오래 전에 김영하 작가가 읽어주는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을 듣고 바로 책을 수배해서 읽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유대계 억척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로맹 가리의 회고록이었다. 자신은 먹지도 못하는 스테이크를 매 끼니 아들을 위해 준비해주는 어머니의 모습, 그 어머니가 피우시던 골루아즈 담배에 대한 기억들... 하지만 나는 번번히 <새벽의 약속> 읽기 도전에 실패했다.

 

낭독 방송을 듣고 나서 한참이 지난 뒤에야 간신히 <새벽의 약속>을 읽을 수가 있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 읽다가 실패했지만, 정작 어느 순간 단박에 읽어냈다.

 

작년 12월 초에 수배해둔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도 마찬가지다.

리뷰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안 오늘까지도 내 책상머리에서 내가 읽어주기만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책을 사고서는 읽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 별의 순간이 오기만을.

그리고 리뷰 대회에 참전하기 위해 책읽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미리보기로 이십 몇 쪽을 읽었다. 그 다음에는 알라딘전자도서관을 이용해서 퇴근 버스에서 30쪽을 돌파했다. 만석 버스에서 전자책을 읽는 재미는 기대이상이었다. 집에 와서 비로소 책을 펴들었고 단박에 112쪽을 읽었다.

 

뉴욕 브롱스에서 살던 시절에 대한 유년 시절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러시아에서 이주한 유대인 가족이라... 어라 이거 로맹 가리네 이야기랑 비슷하잖아.

 

졸지에 과부가 된 네티 러바인 여사와 꼬마 리처드의 이야기를 거쳐, 어릴 때 알았던 시절과 놀랍게 달라진 게이 매디와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51살의 나이에 미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 노예로 살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다 못해 광란의 드라마 쇼를 보여주는 어머니의 모습. 모든 이야기들은 두 모녀가 현재의 맨해튼의 곳곳을 지나는 동안 곳곳에 이야기를 포갠다.

 

여성들 간에 일종의 동지애로 대공황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시절을 겪어낸 저자의 어머니는 작고하신 아버지와 함께 공산당원이었다고 한다. 아 뭐지? 여기서는 또 왜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떠오르는 거지?

 

다 필요 없고, <사나운 애착>은 재밌다.그렇지 않다면 요즘 독서 슬럼프에 빠져 헤매는 내가 이렇게 빠질 리가 없지 말이다. <반란의 멕시코>를 읽다가 좀 질려 버린 모양이다. 과잉 정보들을 수집하다가 스스로 자멸해 버린 느낌이랄까.



며칠 전에 분갈이한 네그리타가 봄향기를 맡고 그야말로 만개했다.


낮에는 이렇게 활짝 핀다고 한다.



낮에는 이렇게 활짝 피었다가 저녁에는 꽃봉오리가 오그라든다.


벌이나 나비가 없으니, 붓으로 수분이라도 해주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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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28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그리타는 이런 꽃이 피는 거군요. 튤립처럼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느낌이 다르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레삭매냐님, 내일부터 3월입니다. 좋은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즐거운 삼일절 휴일 보내시고요.^^

레삭매냐 2023-03-01 10:33   좋아요 1 | URL
저도 네그리타가 튤립하고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차이가 좀 있네요 :>

어느새 3월이네요...
맑은 휴일을 기대했는데
날도 좀 차고, 흐리네요.

즐거운 삼일절 되세요.

바람돌이 2023-02-28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그럼요 타이밍!!! ^^
그런데 사나운 애착이 재밌기까지 하다고요. 아이고 좋아라..... ^^
이거 그러면 경쟁자가 너무 늘어나서 안되는데....ㅠ.ㅠ

네그리타는 튤립 맞나요? 아니 낮에는 튤립으로서의 정체성이 하나도 안보이잖아요. 뭐 그래도 예쁘다는 것은 변함없지만요. ^^

레삭매냐 2023-03-01 10: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그 점이
궁금하더라구요. 이 녀석이
튤립이 맞는 거냐?

튤립으로의 정체성은 모름
지기 왕관 같은 꽃잎, 검
같은 줄기 그리고 황금 같
은 뿌리가 아니겠습니까만.

<사나운 애착> 재미져서
다른 책도 희망도서로 신청
했답니다.

은하수 2023-03-01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타이밍 중요하죠!
하루만에도 읽히는 절정의 독서력을 체험하게 만들죠

비비언 고닉 .. 어쩜 이런 글을 쓸수가 있을까 싶어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거 같아요.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라는게 믿기지 않고 읽으며 계속 혼자 어리둥절... 했어요. 아무튼 계속 너무 좋잖아 너무 재밌잖아 뭐야 뭐야 이랬답니다^^ 모든 플친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레삭매냐 2023-03-01 10:4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
예전에 재미진다는 말을
듣고 중고 책방에 나왔을 적
에 냉큼 달려 가서 사두기만
하고 묵혀 두었는데...

이제 빛을 보네요. 역쉬 독서
는 타이밍이 아니겠습니까
고저.

거리의화가 2023-03-01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나운 애착> 읽을 타이밍이 오셨군요^^ 좋은 기회가 되실 것 같습니다.
네그리타 정말 화사하고 예쁘네요. 봄이 이만치 온 느낌입니다*^^*

레삭매냐 2023-03-01 10:42   좋아요 0 | URL
어제는 봄이었는데
오늘은 다시 겨울이 된
그런 느낌입니다.

오후 출동이라 아침에
분주하게 봄맞이 청소
를 하고 있답니다.

현관청소부터 시작해서
먼지털이에 집중하고 있
답니다. 왠 놈의 먼지가
이리 많은지...

사나운 애착, 좀 아껴
읽고 싶다는 생각이 카하

자목련 2023-03-01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이밍, 정말 중요하죠. 저도 이 기회에 고닉을 읽어보려고 해요.
네그리타 정말 예쁘네요. 좋은 집사를 만나 행복한 네그리타군요.
근데 깨끗한 베란다 타일에 더 눈이 가요. 울 베란다는...

레삭매냐 2023-03-01 10:44   좋아요 0 | URL
예리하시군요 역쉬!

저도 사진을 찍기 위해 타일
위에 어질러져 있는 녀석들
을 살짜쿵 위치이동만 해두
었답니다.

봄에는 고저 미니멀리즘을
구사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
네요. 다 갖다 버리자 !!!
그렇다면 가장 먼저 책부터?

가필드 2023-03-01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그리타 드뎌 만개했네요 엄청 화려하네요
사나운 애착 저도 호기심이 가네요 ^^

레삭매냐 2023-03-02 10:41   좋아요 0 | URL
사나운 애착, 사서 석달
정도 묵혀둔 책이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아까울
정도랍니다.

bookholic 2023-03-02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사진의 타이밍도 아주 좋습니다~~^^

레삭매냐 2023-03-02 10:41   좋아요 1 | URL
그렇죠 그렇죠 !!!

낮에 활짝 핀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실물로는 못보
고 있네요 :>
 
암스테르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4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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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소재와 이슈의 마법사라고 부를 만하다. 이언 매큐언의 부커상 수상작(1998년 수상)으로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암스테르담>다시읽었다. 아마 내가 처음으로 읽은 이언 매큐언의 작품이다. 그전에도 한 번 읽었지만 리뷰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나 보다.

 

소설 <암스테르담>은 죽음으로 시작한다. 소설에 나오지도 않는 망자 몰리 레인의 장례식에 모인 네 명의 남자들의 이야기다. 고인의 남편 조지 레인은 죽은 부인의 애인들이 못마땅하기 짝이 없다. 우중충하고 이미지의 돈 많은 출판업자 조지가 어떻게 해서 자유로운 영혼인 몰리를 아내로 삼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처음부터 작가는 망자에 대한 정보 없이 산 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고인에 대한 이미지를 빌드업하기 시작한다.

 

먼저 클라이브 린리가 있다. 중년 남자로 유산상속을 받아 젊어서부터 고생을 모르고 살았다. 그리고 정부에서 의뢰받은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한 교향곡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크고 작은 성공을 체험했다고 해야 할까. 아티스트답게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산행을 즐긴다. 산행 중에 떠오른 악상이야말로 클라이브의 재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자는 <더 저지>의 편집국장으로 맹활약 중인 버넌 핼리데이다. 나중에 조지가 제공한 사진을 대중에 공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 내각의 외무장관 줄리언 가머니도 빠질 수 없는 몰리의 애인이다.

 

매큐언 선생의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선생은 작품의 길이에 상관없이 5개의 챕터로 소설을 구성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소설 <암스테르담>도 예외는 아니다. 이언 매큐언 선생은 등장인물들이 종사하는 직업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하나씩 밝혀 나간다. 역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클라이브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문기자, 출판업자 그리고 정치인보다(그리고 보니 거의 사회를 이끄는 모든 직업군을 망라한 느낌이다) 지식인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작곡가라는 직업이 갖는 우월감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들에게 일종의 뮤즈로서 영감을 주었던 여신이었던 몰리 레인에 대한 이미지를 재창조해낸다. 누군가에게는 작업의 영감을, 삶의 의미였고 혹은 무한한 쾌락을 주었던 인물이 이제는 한 줌의 재로 남게 되었다는 허망함이 압도적이다. 중세 이래 인간에게 무한반복 중인 메멘토 모리는 매큐언 선생의 소설에서도 변주되고 있었다.

 

소설을 읽는 몰리를 사이에 둔 연적이자, 수십 년 지기였던 클라이브와 버넌의 관계도 흥미로웠다. 어쩌면 소설에 등장하는 조지를 제외한 나머지 남자들은 몰리의 마지막 남자였던 조지가 만든 음모의 희생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흙탕 개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고상한 지위와 직책을 가진 사람들 역시 욕망에 있어서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외무장관 가머니의 에피소드를 살펴보자.

 

크로스드레싱에 캣워크 포즈를 취하며 잘 나가는 보수정치인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겉으로는 강력한 이민규제 법안을 밀어 붙이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우파 정치인의 사생활이 실제와는 너무 다르다는 사실에 유권자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거기에 양념처럼 곁들여서,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해서라면 저명한 정치인의 평판을 하루아침에 날려 버릴 수도 있는 선정적인 가십성 기사를 게재하고, 개인의 사생활 보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언론매체의 본성에 대해서도 작가는 일침을 가한다. 문제는 그런 방식이 오래 전부터 횡행해 왔고, 지금은 그 당시보다 더 심각해졌다는 정도의 차이 정도랄까.

 

등장인물들의 개인사 뿐만 아니라, 이미 그 시절부터 브렉시트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 왔다는 것을 이언 매큐언 소설의 곳곳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미래를 위한 하나의 유럽인가? 아니면 위대한 대영제국의 부활인가에 대한 논쟁은 이미 통합 이전부터 영국의 국가적 이슈였다는 점을 매큐언 소설의 읽으면서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과거냐 미래냐, 청년세대와 노인세대 간의 갈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것이다. 그렇게 축적된 추체험의 발현이 브렉시트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물로 나왔을 뿐이다. 문학을 통해 그런 정치적 가능성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흥미를 돋우는 요망한 상상은 접어 두고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간관계가 언제나 그렇듯, 상호간의 호혜적 관계 유지는 지난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클라이브와 버넌의 관계로 작가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손익분기점의 설명을 시도한다. 아무리 친구라고 하지만 내가 아닌 타자의 이익을 위해 내가 언제까지 손해볼 수 있을까? 결론은 작가가 소설에서 표현했듯이, “우정에 대한 전반적이고 상세한 재정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클라이브와 버넌이 암스테르담에 간 결정적 이유다. 얄궂은 두 개의 초대장이 서로에게 발부되었다고 해야 할까나.

 

소설 <암스테르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두 가지를 꼽고 싶다. 하나는 세상사에 지친 클라이브가 악상을 떠올리기 위해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찾아 산행하는 장면이다. 필생의 역작을 위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필요악이지 않을까. 다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의무조차 외면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다른 하나는, 결정적 순간에 버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로즈 가머니의 여사의 정치적 쇼다. 아무리 사전에 연출된 것이라고 하지만, 로즈 가머니 여사처럼 천연덕스럽게 궁지에 몰린 남편의 위기탈출을 돕는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뭐 이언 매큐언 정도 되는 작가라면 이 정도의 반전 정도는 당연히 준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으로 인간관계의 저변을 파고들어, 이렇게 멋진 소설을 창조해낸 작가의 역량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나의 이언 매큐언을 찾는 여정이 즐거울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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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2-28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짧은데 참 좋았던 기억이에요. 다른 긴 소설보다 이게 특히 좋았는데 절판되어 아쉬웠는데 다시 나왔네요 :)

레삭매냐 2023-02-28 11:40   좋아요 1 | URL
절판되었다가 다시 나온 건
환영하지만, 가격 인상이 된
건 슬픕니다.

번역도 새로 했으면 하는 바
람은 이번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네요.

자목련 2023-02-28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읽고 리뷰까지 썼으나 기억엔 없고요.
말씀처럼 개정판은 환영하지만 가격 인상과 택배비를 생각하면 선뜻 구매가 어렵습니다. ㅠ.ㅠ

레삭매냐 2023-02-28 13:41   좋아요 0 | URL
물가 압력이 이 정도일 줄
미처 몰랐네요.

책도 이제는 당분간은 도서
관 희망도서와 구간을 읽어
야지 싶습니다.

책 사기에 이렇게 신중하게
될 줄이야 ㅠㅠ

blanca 2023-02-28 13:42   좋아요 1 | URL
저는 지금 책 팔려고 쌓아 놓았어요. 중고 팔고 사려고요.

blanca 2023-02-28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안 그래도 이 책 배송 기다리고 있어요. 레삭매냐님 글 읽으니 더욱 더 기대되네요.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3-02-28 14:57   좋아요 0 | URL
아 - 저도 이참에 다시 책팔기
책 정리하기 프로젝트 돌려야
하나 싶네요.

당장 팔 책부터 봐야지 싶습
니다.

이언 매큐언 작가가 한창 때
쓴 작품이니 만큼 마음에 드
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3-02-28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 번역판으로 읽었었는데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서 고생햇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도 이언 매큐언답게 아픈데를 콕 쑤시는 그런 긴장감이 있었다는 기억은 남아있습니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요. ㅠ.ㅠ

레삭매냐 2023-02-28 19:27   좋아요 1 | URL
역자가 같은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개정판으로 낼 때에는 가격이 오
르는 만큼 새로운 역자를 기용해서
번역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읽고 잊어 버리고 또 읽는 게 우리
책쟁이들의 숙명이 아니겠습니까.

moonnight 2023-02-28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책으로 분명히-_- 읽었으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요ㅜㅜ 장례식에 모였다 정도만-_-;;;; 왜 읽는 걸까요-_ㅠ

레삭매냐 2023-02-28 19:29   좋아요 1 | URL
클래식은 다시 읽는다
라는 말을 예전에 이탈로
칼비노 선생이 말했었죠.

책은 한 번 읽는 게 아니라
다시 읽는 게 디폴트가 아
닐까요. 저도 읽고서도 다
잊어 버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