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가 된 후로는 특히 무리하게 일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남의 돈을 벌어줄 때만해도 갑자기 떨어지는 오더나 내 나름대로 볼때에는 상당히 불합리적인 급작스러운 일처리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내가 직접 모든 것을 챙기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그렇게 하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정이 잡히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갑자기 나오는 일이라고 해도 이미 어느 정도 일정에 잡아놓고 있던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는데, 지난 주말처럼 화요일까지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케이스의 주요문서를 기다리면서 월화수목금금금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덕분에 월요일인 어제부터 이리저리 방방 뛰면서 화요일까지 내처 일처리를 하고 나니까, due date이 잡힌 큼직한 케이스 하나를 빼고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내일과 모레까지는 거의 모든 일정을 한 케이스에 잡아놓고 일을 하면 되는데, 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목요일까지 달려온 느낌이다.
매번 혼자서는 조금 힘들고, 남을 쓰자니 거시기한 딱 림보상태에 대한 불평을 해본다. 그렇다고 아무나 쓰고 싶지는 않고, 특히 저임금으로 적정한 레벨과 업무능력의 보조직원을 쓰거나 인턴을 데려다가 부려먹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저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 추진중인 일이 잘 되면 그래도 내후년에는 쓸만한 인재가 사무실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 녀석을 변호사로 만들어내고 회사의 능력치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사실 내가 잘하는 업무들 중 몇 가지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분야들이 있는데, 케이스가 수임될 수 있는 기초작업을 거의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적도 좋고 특히 어렵거나 희소분야의 케이스를 잘 진행해본 경험이 있어 이와 비슷한 분야 또한 자신있게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여기까지가 최선인 듯. 연말에 조금 시간이 나면 얼마전에 이런 목적으로 열어놓은 네이버 블로그를 작업해서 회사의 두 번째 홈페이지처럼 사용할 생각이다.
이번 주부터 다시 뛰어보고 있다. 근육운동을 조심스럽게 재개했는데, 여기에 모자라는 운동량, 나아가서는 나에게 꼭 필요한 심폐지구력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오늘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천상 8시 반이나 9시에 밤운동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이때에도 빼놓지 않고 기계에서라도 뛸 생각이다. 어제와 오늘은 근처 community center에서 track을 돌았는데, 바닥이 탄력있는 재료로 만들어진 덕분에 무릎에 무리가 덜 오는 점이 맘에 든다. 뛰는 사람도 많이 있어 더욱 분위기가 좋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를 오전에 다 읽었다. 다른 책들과 함께 페이퍼에 정리할 생각이다. 김훈. 참 괜찮은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상남자라는 말이 허접하게 마구 아무한테 쓰이는데, 김훈이야말로 상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라면, 그리고 보수라면 이 정도의 상식과 의식수준은 되어야 어른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된다. 그 대상이 누구든 상관이 없지만, 주체는 나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용감하게 살고 싶다. 열심히, 하지만 여유롭게.
어깨와 삼두근의 부상이 좋아지는 대로 사무실 앞에 새로 생긴 BJJ도장에 가서 2주간 try-out을 할 것이다. 합기도는 꽝이었고, 검도는 아직도 발바닥의 부상이 완치되지 않고 있어 불가능한데, BJJ는 1993년 첫 UFC를 본 이래 가장 궁금한 무술이다. 합기도의 유능제강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유도나 레슬링도 결국에는 힘과 사이즈의 차이가 기술을 압도한다고 하는데, BJJ는 유능제강을 가장 잘 현실화하고 구체화한 현대무술이 아닌가 싶다. 현대 스포츠과학을 선도하는 종합격투기에서 타격기 하면 무에타이/킥복싱, 그래플링하면 레슬링/BJJ라고 하는데, 우연은 아니다.
지난 주말에 읽은 책까지해서 금년에도 독서권수는 200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고, 특히 영어책을 많이 읽지 않은 점은 언제나 반성꺼리가 된다. 11월에는 다른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마의 산'에 세 번째로 다시 도전해볼 생각을 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금년도 다 지나가는 듯. 세월이란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