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왜 그리도 책을 많이 사들이는지, 혹은 꾸준히 읽고 있는지에 대한 우문아닌 우문을 접할 때가 있다. 나 스스로도 궁금해지곤 하는 문제인데, 사실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그냥 좋아서, 재미있어서, 간혹 무엇을 배우거나 깨닫기 위해서, 자극을 위해서 등등 수많은 단편적인 답이 떠오르는데, 정작 한 가지를 콕 찍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굳이 한 가지만 꼽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
요즘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우경화가 일종의 유행인 듯 싶다. 2차대전 이후 지난 70년간 열심한 진보운동과 올바른 교육을 위해 싸워온 끝에 여기까지 겨우 왔건만, 다가올 4반세기는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유럽에서, 일본에서 등등 점점 더 경제적인 양극화에 대한 답을 우경화, 그리고 여기서 필연적으로 파생될 소수세력의 타자화, 박해, 그리고 전쟁을 통해 찾으려는 일단의 큰 세력 내지는 움직임을 느낀다. 이런 국제적인 흐름의 배경에는 무엇인가 있다는 것이 내 믿음인데, 깊이 들어가려면 sanity와 insanity의 경계에서 많은 자료를 보고, 듣고, 분석해야 한다. 입구에서 헤매이게 되면 필경에는 음모론자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의 깊이를 추구할 준비가 되지도 않았거니와, 그런 자료를 접할 기회도 없는 나로써는 그냥 이 정도가 딱이지 싶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오늘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멍청한 노인네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적어도 내가 노인이 되었을때 이리 저리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이,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선동되어 낯부끄러운 짓을 하지는 않고 싶다. 고엽제 전우회도, 어버이연합도, 서북노년청년단이라는 것도 대다수의 구성원은 딱 그 수준이라고 본다. 지도부에 있는 것들이야 정부에서 다양한 경로로 흘러나오는 개평이라도 뜯어먹고 있겠지만, 대다수의 선량한 그러나 우매한 노인들은 머릿수를 채우고 식권을 받아갈 뿐이다. 나는 그런 추한 몰골로 살아남느니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는 편이 낫겠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을 좀먹는 기생충같은 것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공부가 모자라거나 독서가 부족해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책을 읽고, 올바른 정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언제나 죽는 그날까지 날이 시퍼렇게 날을 세운 한 자루의 검처럼 꽂꽂하게, 정신줄을 꽉 잡고 살아가련다. 그런 삶의 시작은 책읽기에 있음이다. 그렇게 책을 읽을 또 하나의 이유를 찾아냈다.
주말에 읽은 몇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가 쓸데없이 말이 많아졌다. 읽은 책의 향기가 옅어지기 전에 얼른 쓰도록 하자. 오늘이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