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역시 의원내각제는 한국의 사정에 맞지 않는 정치제도로 결론이 난다. 국민들은 안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슬렁슬렁 이권다툼만 하면서 적당히 굴러가면 그만일 수도 있는 제도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일본을 보면 답이 나오는 것이다. 런 의미에서 당원들과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원했던 후보를 일개 의원들이 내부의 짬짜미로 탈락시키고 엉뚱한 사람을 의장으로 뽑은 이번의 사태는 아주 큰 교훈으로 남게 될 것이다. 


꼴에 법조인이라고 한때 법조인출신들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판검사출신들이 주류로 활동하는 한국의 법조계라서 딱히 이들의 다수가 국회나 정부요직으로 진출한다고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지도 꽤 됐다. 


세상이 혼란한 것이 세기말의 휴거사태보다 더한 것 같다. 2차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에서 2000년대의 다극화시대를 넘어 이젠 세상이 일종의 군웅할거시대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누린 평화의 댓가로 우린 엄청난 빈부격차와 status quo가 강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본다. 절대로 법이나 도덕으로는 개선이 될 수가 없는 이슈라고 보는데 Great War로 인해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보통의 사람들의 시대를 열었고 2차대전으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강고한 어떤 시스템, 그리고 그 밑에서 부와 힘을 축적하고 있는 계층이 무너지려면 결국 엄청난 수준의 전쟁이나 대파국수준의 재앙밖에 없다고 점점 더 믿게 된다. 게다가 오랜 억압과 slow genocide끝이라고는 하지만 대량으로 이스라엘인들을 살해한 하마스의 테러와 이를 기회로 삼아 국내의 정치적인 이슈를 전쟁으로 갈아엎은 네탄야후가 주도한 팔레스타인사람들의 대학살을 보면서 humanity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요즘이라서 더욱 그렇다. A.I.는 결국 전쟁을 위해 쓰이게 될 것만 같다. 우린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종이니까.


지금과는 다른 시절 최고의 자리에 오른 디바의 이야기. 아주 알아듣기 쉽게 요점을 적절하게 잘 짚어서 그녀의 일생을 서술한 책이다. 풍월당주 박종호선생은 클래식의 다양한 장르를 평생 추구해온 매니악급 마니아가 아닌가 싶다. 클래식과 재즈를 즐겨온 것이 12-15년 정도가 되지만 그 지식도 일천하고 귀는 아마도 영구적으로 열리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좋은 입문서들과 함께 그의 책을 길라잡이로 보곤 한다. 이분처럼 한 걸음 멀찍이 떨어져서 그렇게 낭만을 좇아다니면서 한 세상을 사는 것도 이런 시대를 이겨내는 방법일게다. 오페라는 너무 난해하고 아직 제대로는 커녕 시작도 못해봤지만 관심이 있어서 가끔씩 어디선가 들어본 음반이 눈에 띄면 일단 사놓고 본다. 음악에서 사람으로, 사람에 관심을 갖고 음악으로 어떤 길이든 좋다. 가곡은 좋아하는데 일전에 어떤 가수의 책을 읽고 그의 음반을 듣기도 했으니까. 마리아 칼라스가 필요했던 건 오나시스의 사랑이었으나 오나시스에게 필요했던 건 장식품 역할이나 할 디바가 필요했으니 오나시스가 만지고 다룬건 다 부서지다 못해 나중에는 자기자신도 부서져버린 것이 참 그렇다. 이 대가수가 노년의 원숙함에 이르기 전에 커리어가 멈춘 건 아트에 있어 큰 손실이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드라마틱한 것이 마리아 칼라스의 삶이다. DVD든 비디오테잎이든 예전부터 모인 것을 다 갖고 있는데 작년엔가 짐을 정리하다가 보니 아마도 어머니가 사놓고 보셨을 유명가수들의 공연실황녹화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에 마리아 칼라스가 있었다. 귀하게 모셔두었다가 혼자 즐길 생각이다. 















지난 주말 일요일 모처럼 푹 쉬면서 하루종일 책을 볼 기회가 있어 내리 읽었다. 일찍 운동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밝은 낮의 빛에 기대어 읽다가 오후로 넘어오면서 TV에 YouTube으로 비내리는 종로의 모습을, 산속 어딘가의 비오는 오두막을, 카페를, 서점을 그렇게 빗소리를 BGM으로 틀어놓고 어두워질때까지 책을 봤다. 평일에는 저녁에 퇴근하면 하루의 힘이 다 빠져서 책은 커녕 TV도 안 보는 일상이라서 이렇게 가끔 주말에 한나절 책을 보면 꽤 힐링이 된다. 소설도 좋고 역사나 문학도 좋겠지만 특히 책읽기란 행위에 힘을 실어 주는 책을 보면 아주 좋다. 


1. 김화영이란 불문학자이자 불어번역가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선생이 번역한 책은 다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는데 이미 절판된 책도 꽤 많아서 실망.

2. '하류인생'이란 특이한 책의 저자. 예전에 본 책이다. 도서관을 비롯해서 공공사업엔 효율이나 이익을 따질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들을 돈의 논리로만 대하는 정치와 행정의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아실 공공사업은 그 사업의 존재와 수행 그 자체가 효율이고 이익인데 말이다.

3. 금정연이 인천에 연고가 있고 1981년생이란 사실이 충격. 훨씬 더 젊은이의 글이라고 예전에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니 그가 처음 책을 냈을 무렵엔 팔팔한 젊은이였던 것이 맞았고 지금은 그도 나이를 먹은 것이다. 


이걸 왜 샀고 읽었을까 지금도 알지 못한다. 논문처럼 빡빡하여 기실 내용이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주제의 흥미도 덜했기 때문에. 







어쨌든 수요일까지 살아냈다.  


어려운 시대에도 책은 읽어야 하고 지식과 지혜의 불꽃은, 아니 불씨는 계속 지켜져야 한다. 언제 어느때 세상이 개판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 책만큼은, 그리고 조금 욕심을 내면 영화까지 무조건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모은 것들에 관심을 가져주는 뒷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처절한 전투와 반복되는 봉쇄, 폭격속에서도 책을 읽고 지켜가던 젊은이들의 이야기에서 용기를 얻는다. 슬프게도 이 책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은 죽었거나 생사를 알지 못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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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23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책 읽고 싶네요.
80년대 생들이 나이 드는 거 보면 우리만 나이드는 거 아니구나 그런 생각 들 때가 있어요. 하긴 밀레니엄 베이비들이 20대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ㅎㅎ

transient-guest 2024-05-24 01:29   좋아요 1 | URL
90년대생이 30대가 됐으니 말 다했죠 뭐. ㅎㅎ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은 처절하게 낭만적이라서 지금 생각하면 더욱 슬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