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낮엔 뭔가를 배우고
저녁엔 영화를 한 편 보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

종종 훌쩍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계획을 세워서 먼 곳을 다녀오기도 하고
그러다가 추워지면 하와이에 머물고 싶다

그렇게 살다가
언젠가는 하와이에서 늙어가고 싶다
편리하기로는 오아후가 가장 적당하겠지만
진짜 넉넉하고 아름다운 건 빅 아일랜드라서
아직 마음을 정하진 못했지만
그리고 워낙 사는 비용이 비싼 곳이라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모은 책과 영상미디어를 다 들고
섬으로 가서 남은 생을 평화롭게 보내고 싶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고민과 걱정이 좀처럼 놓아지지 않으니
심장과 간담이 단단해야 버틸 수 있는 삶을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는데
이 무거운 벌이의 곤하고 난함은 혼자만의 몫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쩌고 하는 소리가 멀리 들리는 건 그런 탓이다 나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테니

일에
치이고 이런 저런 걱정거리에 치인 밤
맥이 풀려 누워 있으니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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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라는 말이 잠깐 많이 회자될 때가 있었다. 사람은 놀아야 한다고 그게 본성이라고. 나이가 들어보니 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술을 마시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잠깐일 뿐 몇 번 하고 나면 재미가 없다. 게다가 습관이랄까 삶의 어떤 밸런스 같은 것이 생겨서 - 적정한 수준의 익숙한 스트레스까지도 - 변화가 생기면 어쩔 줄 모르고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간 일-취미-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하면 좋겠지만 깨진 밸런스가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렇게 황금같은 한 주간의 시간을 대체로 낭비하면서 보냈다. 비가 많이 오면 추워지는 것이 이곳의 겨울인데 마침 주말부터 계속 비가 오는 날씨가 이어진 탓에 마음의 밸런스도 몸과 함께 무너졌던 것이다. 


이걸 바로잡는 시도는 언제나 운동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갑자기 추워진 새벽엔 도저히 나가지를 못하여 결국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처럼 아직도 cardio는 하지 못하고 그저 weight lifting후 gym을 빠져나왔다. 내심 집에서 일하는 날이니 해가 지기 전에 동네를 걷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해와 구름이 섞여 있는 바깥의 풍경에서 또다시 추위를 느끼고 있으니 게으름을 피우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별한 것이 없으면 1-2월, 잘하면 3월도 그리 바쁘지 않게 지나가는 것이 보통인 듯 상당히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요즘이다. 일이야 늘 할 것이 있겠지만 다소 게을러지는 것은 따라서 어쩔 수가 없는 면이 있다. 


오후에 졸면서 책을 읽다가 맘을 잡고 나가서 2마일을 걷고 방금 들어왔다. 위의 내용에서 바뀐 부분이다. 


쓰다가 만 것이 2/9무렵이고 오늘은 2/12.


전날 수퍼볼에서 응원하던 우리의 SF 49ers가 위태위태한 경기를 하면서 살짝 우세를 점하다가 OT까지 가서 진 탓에 힘이 빠진 월요일.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서 운동하고 트래픽을 피해 일찍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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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3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4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트럼프가 열어제낀 이 무법무례무도한 시대는 언제 끝날 것인가. 이제는 사람의 생명을 두고도 정치싸움을 하는 의사들까지 나왔으니 더 할 말이 없다. Dr. Cho때도 그랬거니와 난 당장 죽는 한이 있어도 부산대병원의 치료는 받지 않을 생각이다. 진짜 그런 일이 생기면 곤란할 것이니 부산에는 가급적 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것이다. 아무렇게나 말하고 되는 대로 마구 행동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트럼프의 방식인데 그나마 법원을 통한 제재로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인테 타락한 대법관과 극우근본주의자들이 대세인 대법원에서 그걸 허용할지 의문이다. 그 향방에 따라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이 갈 것이니 이번 건이 세계민주주의에 있어 거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시끄럽고 복잡해지고 나이는 먹어가고 일은 하기 싫고 걱정거리는 늘어가는 것이 요즘의 삶이라서 그런지 다시금 시골에서의 삶이나 RV를 타고 돌아다니는 노매드의 삶을 꿈꾸게 된다. 기실 시골살이에 적합한 몸도 아니고 필요한 적정수준의 기술이나 노가다력도 없고 RV를 타고 돌아다니며 살기엔 짐이 너무 많은 몸이라서 그다지 현실적이진 못한 망상에 가깝지만 요즘은 다 던져버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날이 많다. 나만의 아카이브 같은 공간이 잘 꾸며놓았다면 사실 어디서 사는지는 크게 중요할 것 같지 않다만.


지난 해의 부진이 이어지는 책읽기 또한 당장 개선될 소지가 없다. 매일 활자를 눈에 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일을 마치고 돌아가 늦은 시간에 책을 붙잡고 있으면 금방 잠이 오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2024년이 시작되고서는 고작 세 권을 완독한 것이 전부다. 어려운 책도 아닌데 서너권을 잡고 읽다 말기를 반복하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 맛이 없다. 역시 조금 강제적이라도 하루에 한 권을 읽는 등의 방법을 가끔씩 써먹을 필요가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또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오면 단 열흘이라도 해볼 생각이다. 최소한 자기도 모르게 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고질병이 오른쪽 어깨의 부상이 재발하여 어제부터 매우 불편하게 지내고 있다. 근육이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imbalance에서 오는 부상이라서 딱히 방법도 없고 그저 조심하며 운동하다가 아프면 좀 쉬는 것이 고작이다. 덕분에 어제에 이어 다른 방법으로 하체의 운동을 수행했고 내일 하루는 쉴 생각이다. 그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다시 그나마 어깨를 덜 사용하는 편인 등과 이두를 재개하고 하체로 이어서 최대한 chest/shoulder workout패턴을 나중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해왔으니.


비가 오는 날씨라서 퇴근 전에는 구글맵으로 실시간 도로상황을 확인한다. 사고라도 났거나 차가 많아서 15분이면 갈 곳을 30-40분에 걸려 느리고 위험하게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작년 한해는 워낙 바쁜 탓도 있고 해서 늘 일곱 시가 넘어서야 회사를 나오곤 했다. 금년에도 계속 그렇게 회사가 잘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퇴근은 조금 더 일찍하고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2021-2022년 열심했던 퇴근 후 걷기를 다시 하려고 한다. 하루에 5마일 정도는 쉽게 걸었던 것이 2023년에는 무척 줄어들었고 그만큼 운동량도 줄어 몸이 많이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 


지금부터 빠르면 7년, 늦어도 10년 정도만 더 일하고 남은 생은 여행과 수행 그리고 독서를 하고 뭔가 배우면서 살다가면 좋겠다. 대충 일을 멈춘 지점에서 약 10년 정도를 버텨야 사회보장연금, 노인보험, 그리고 열심히 부어나가고 있는 은퇴연금까지 해서 찐 연금생활자가 될 것이니 쉬운 일은 아닐게다. 그래도 지금 나에겐 그런 삶을 꿈꾸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그렇게 하루가 다시 저물고 집에 갈 시간. 자고 일어나면 다시 반복. 누구의 삶인들 이러하지 않겠냐만 연초 내 모습이 조금은 더 서글프게 느껴지는 탓에 나만 그런 것 같다.















지금 붙잡고 있는 책 세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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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듣던 이야기.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는 첫 번째 순간은 동년배 지인들의 부모님의 부고를 들었을 때라는 말. 다행스럽게도 아직 가까운 친구들 부모님의 부고를 듣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금년엔 누군가의 남편이 나보다 어린 나이에 급성 암으로 반 년간 투병하다가 돌아가셨고 이번 추수감사절연휴의 일요일 갑작스럽게 나보다 12살 정도 많은 사촌형이 급성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일을 하는 와중이라서, 그리고 하필이면 꼭 끝내야 하는 일도 있고 해서 장례식에 맞춰 Boston을 다녀오게 되었다. 늘 한번 보자, 같이 놀러가자 하면서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온 가족이 함께 가는 이번 길이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한 여행이 되었으니 참으로 할 말이 없다. 일찍 성공해서 한번 이혼을 하면서 많은 재산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재기해서 50이 되면서 은퇴하여 케러비안으로 플로리다로 이리 저리 다니면서 인생을 즐기던 그는 본격적인 은퇴를 위해 Tampa Bay에 큰 집을 구해서 가족들과 친척들, 친구들을 초대해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들었는데...이런 저런 setback 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자랑스러워하면서 근황을 전하던 것이 금년 5월이었고 고작 지난 주 목요일의 추수감사절에 맞춰 문자로 인사를 나눴으니 너무도 갑작스러운 비보에 술에 만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새벽에 잠이 깬 후 다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늘까지 일을 밀어붙여서 이번 주에 할 것들은 거의 다 끝냈고 내일 잘 마무리를 하는 것으로 이번 주의 업무는 끝날 것이다. 아직 살아계신 그의 노모 (내 고모)도, 그의 두 번째 아내도 참으로 안 됐다는 생각만 든다. 


장례는 그의 유쾌한 지난 십 년을 추억하면서 파티처럼 꾸며질 것이라고 들었다. 부의금은 따로 없고 형편에 맞춰 그가 지원하던 재단에 기부를 하는 것으로 갈음될 것이라고 한다. 항상 대비가 철저했으니까 이런 상황에 맞춰 미리 그의 네 자녀들과 부인, 동생, 노모에게 알맞게 모든 것을 배분했기를 바란다. 


이제 곧 60을 앞두고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렸으니 그의 사람됨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인생이 무엇인지, 신의 뜻은 어디에 있는지, 왜 좋은 사람들은 빨리 가는지, 나쁜 놈들은 멀쩡하게 사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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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간만에 서점에 나온 주말이다. 어젠 아는 동생이랑 근처의 아자카야에서 신나게 마시고 아침에 조금 늦게 운동으로 알콜을 뺀 후 일이 있어 근처에 나온 김에 잠깐 이렇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다. 밤새 비가 많이 온 탓에 바람이 불면 춥고 해가 난 곳은 볕이 꽤 뜨겁다. 대충 입므면 춥고 가벼운 윈드브레이커를 입으니 더운 그야말로 옷 입기 아주 안 좋은 날씨의 전형이다. 덕분에 따뜻한 커피 대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눈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건지 노안이 오는 건지 이젠 패드나 13인치 스크린의 노트북으로는 제대로 뭘 하기 어렵다. 작년에 다초점으로 안경을 바꾼 후 더 나빠진 느낌이다. 비싼 렌즈를 굳이 사용하게 만든 안경점이라서 뭔가 실수가 나온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그 안경을 쓴 이후 눈이 더 안 좋아진 느낌이다.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나빠진 탓인가? 사실 눈건강을 생각하면 간을 잘 보호해주어야 하니 술을 줄이고 운동을 늘리는 것이 맞겠다. 가끔 즐겁게 많이 마시되 자주는 마시지 않은 방향으로 조금씩 노력을 하고는 있으니까 좀 나아지겠지?


읽으려고 가져온 책은 두 권인데 두 권은 커녕 한 권을 제대로 볼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이렇게 두 권을 조금씩 건드려 보려고 한다. 주말의 이런 여유는 참 좋다. 요즘은 예전처럼 자주 즐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들리면 책도 몇 권 사고 커피도 사마시는 것으로 서점영업을 돕고(?) 있다. 여기마저 망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도서관도 좋지만 맘에 드는 곳은 좀 멀고 시간도 들쭉날쭉하여 역시 서점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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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0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1 0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3-11-20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주말을 이용해 세종미술관에 가서 전시된 제 작품을 보고 다른 작가들의 그림도 보았습니다. 토욜일은 지인과 같이 보았고, 일욜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갔어요. 전에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전시관을 많이 찾았지만 그 속에 내 작품이 걸린걸 보러 다니는 건 좀 색다른 느낌이에요. 대단한 작가들과 동일선상에서 내 그림이 보여진다는 거...괜찮은 경험 같아요..^^

이야기 독일사...이 제목을 달고 나온 책들이 꽤 있는 듯한데...작가들은 좀 다른 듯합니다. 엔날에 읽었는데, 이 책은 저자가 다른듯...예전에 읽었던 저자의 기억이 없으요...--;;

transient-guest 2023-11-21 05:04   좋아요 0 | URL
미술관 전시는 그냥도 좋은데 자신의 작품을 보는 기분은 또 남다를 것 같습니다. 축하드려요. 매우 impressive하십니다. ㅎㅎ

제가 읽은 이야기 독일사는 청아출판사의 ‘이야기‘시리즈로 2006년판이고 2020년에 다시 나온 것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