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 확장판 (2disc)
피터 잭슨 감독, 리브 타일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Lord of the Rings - The Two Towers, 2002

  감독 - 피터 잭슨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비고 모르텐슨, 숀 애스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중에 참으로 멋지다고, 영화가 더 낫다고 생각한 작품이 몇 개 있다. 그 중에 한 개가 바로 이 ‘반지 시리즈’이다. 또한 1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별로 없다고 하지만, 그걸 깨트린 작품 중의 하나도 바로 이 ‘반지 시리즈’이다. 하아, 진짜 이 시리즈는 명작 중의 명작이라 할 수 있다.


  1편은 도입부라 인물과 배경 설명 위주여서 조금 지루했지만, 2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긴박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했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장르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장면이 없는 작품을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영화를 별로 안 봐서 그렇지, 나름 평화주의자이다. (여기에 밑줄 긋고, 형광색으로 칠해야 한다. 별표도 붙이면 금상첨화)


  1편의 반지 원정대가 뿔뿔히 흩어진다. 프로도와 샘은 둘이서만 모르도르로 가서 반지를 파괴하기로 한다. 그런데 뜻밖의 불청객이 따라붙는다. 반지의 전주인인 골룸이다. 그는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빼앗을 속셈으로, 말 잘 듣는 척하면서 동행한다. 한편 나머지 일행들은 오크들에게 잡혀간 피핀과 메리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 와중에 사우론과 사루만의 세력은 점점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막아야 하는 로한 왕국은 사루만과 결탁한 사악한 마법사가 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 이래서는 오크들에게 성이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1편에서 발록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간달프가 하얗게 세탁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나자, 상황은 반전된다. 로한의 세오덴 왕이 회춘을 한 것이다. 세상에나, 그 추레하고 산송장처럼 흐리멍덩하던 왕이 순식간에 말끔하고 30년은 더 젊어지다니!


  세탁을 깨끗이 해서 옷을 하얗게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1편에서는 간달프가 사루만에게 완전 꼴사납게 졌었다. 속된 말로 개발렸다! 그런데 옷 색이 바뀐 것만으로 사루만을 이기다니! 그가 어떤 세탁 세제를 썼는지 궁금하다.


  이어서 엘프의 군대가 도착하고, 인간들도 재정비를 하면서 오크와 인간계의 흥망을 건 대 전투가 벌어진다.


  이번 편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최고는 역시 ‘반지 시리즈’의 아이돌인 골룸일 것이다. 골룸과 스미골을 넘나드는 다양한 연기 변화는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쩌면 눈이 그리도 크고 맑을 수가 있는지. 눈 작은 나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에 계속해서 속아 넘어가는 프로도는 보면서 한숨만 나왔고, 그걸 막으려는 샘은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도 반지의 힘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프로도가 기특하긴 했다. 예전에 보았을 때는 ‘프로도=찌질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다른 인간들을 금방 금방 잘 넘어가는데,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이젠 찌질하다고 안 놀릴게 프로도. 그래도 평생 샘에게 감사해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에게 받은 도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깊으니까.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또 근사한 것은 나무 정령이라고 해야 하나? 엔트 족이었다. 크고 아름다우……지는 않았고, 크고 웅장하고 노련미가 넘쳤으며 간혹 재치가 있었다. 상상해보라. 엄청 까마득히 높은 나무가 걸어 다니고 말도 하고 커다란 가지로 후려치는 모습을! 문득 그들이 걸어 다니면 상쾌한 나뭇잎 냄새가 날까 아니면 썩은 흙냄새가 날까 궁금해졌다. 뿌리까지 밖으로 나오니까, 흙냄새가 날 것도 같지만, 피핀과 메리가 좋아하는 걸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둘의 취향이 나와 다를 테니까.


  어쨌든 앤트들이 대표하는 자연의 복수는 위대하고 무서웠다. 사루만의 탑을 공격할 때도 그렇고, 숲으로 도망친 오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이는 것도 그렇고. 갑자기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해프닝 The Happening, 2008’이 생각났다. 저 숲의 나무들이 설마 지구로 와서 그 나무들이 된 건가?


  뭐니 뭐니 해도 이번 편에서의 제일 압권은 후반부에 나오는 헬름 협곡의 전투 장면일 것이다. 일만 오크 부대에 맞서 싸우는 인간과 엘프의 연합군. 수적으로 비교하자면 연합군이 훨씬 열세이다. 커다란 성벽을 사이에 두고 양쪽이 대치하다가, 벽이 무너지고 뒤섞여 싸우는 광경은 엄청났다. 보면서 ‘흐음, 저 성벽이 월 마리아?’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최전방을 막아주고 있는 성벽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앤트들이 사루만을 공격할 때 댐을 터트려 엄청난 물이 쏟아지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불붙은 앤트가 물에 머리를 처박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웃어버렸다. 사소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하지만 놓칠 수 없는 깨알 같은 개그 컷이다.


  프로도와 샘이 소중한 것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다. 옛날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끝까지 지켜야할 소중한 것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말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히는 것이겠지. 그 이야기 속의 선이나 지금 세상에서의 선이나 많이 다르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때문에 난 다음주에 볼 3편을 기대하고 있을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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