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아이즈
엘버트 반 스트리엔 감독, 샬롯 아놀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원제 - Zwart Water, Two Eyes Staring, 2010

  감독 - 엘버트 반 스트리엔

  출연 - 이사벨 스토컬, 샬롯 아놀디, 헤드윅 미니스, 바리 아츠마



  네덜란드 영화이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공포물이라는 이유로 골랐는데, 낯선 발음이 들려서 당황했다. 외국 영화는 다 영어를 쓸 거라는 편견을 버리게 해준 작품이다. 하긴 서양 사람들이 일본 AV라고 생각하고 틀었는데 한국말이나 태국말이 나와 놀라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겠지.


  영화는 한 소녀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오프닝이 참으로 몽환적이고 신비로우며 아름다웠다. 양쪽으로 대칭이 된 똑같은 무늬들이 서서히 일그러지는 모양들이 색색으로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영화를 다 보고 다시 오프닝을 보면, 왜 저런 모양이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외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대저택으로 이사 온 리사. 언제나 바쁜 아빠와 엄마덕분에 그녀는 혼자 집에 있곤 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비밀 친구를 사귄다. 그 친구는 리사에게 이 집에 숨겨진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그녀는 엄마의 쌍둥이 동생이며, 엄마가 어릴 적에 자신을 질투해 죽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수를 하고 싶다고 리사를 꼬드긴다.


  영화는 화면이 예뻤다. 고풍스런 대저택의 웅장함과 아기자기한 장식물들의 대비, 탁 트이고 넓은 정원과 울창한 숲. 전반적으로 푸르스름한 화면이 차가우면서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영화가 좀 길었다. 달리 말하면 중간에 지루한 부분이 더러 있었다는 말이다.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긴장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하긴 112분 동안 잔뜩 긴장한 채로 영화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해도 영화가 초반에 너무 지루했다. 언제나 바쁜 부모님, 낯선 환경. 그 안에서 소녀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감 그리고 소외감을 표현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너무 자세하게 그리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래서 그녀가 비밀 친구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는 당위성까지 보여주려고 했겠지만, 하아……. 그리고 리사가 비밀 친구와 너무도 평화롭게 노는 장면에서도 하아……. 호러 스릴러 영화라면서 너무 평화롭게 노는 거 아니니, 얘들아? 특히 귀신이라는 너! 숨바꼭질을 그 정도밖에 못하겠어? 실망이다, 얘.


  가장 가깝고 친해야 할 가족이 서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급기야 불신하고 의심하며 분열된다는 설정은 좋았다. 한 사람의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나고 거기에 제 3자의 왜곡과 오해가 곁들어진다는 것도 괜찮았다. 사람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힌트를 던져주면서,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보는 이도 같이 추측하고 같이 오해하게 하는 전개도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막판 반전도 다른 영화에서 흔히 나오던 것이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 모든 좋은 전개와 설정을 두고, 어쩌면 이렇게 지루한 호러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 것이다.


  처음부터 호러라고 생각하지 않고, 가족의 비극을 다룬 드라마라고 보면 좋았을까? 자식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부모, 소외감에 관심을 끌고 싶었던 아이 그리고 대화가 없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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