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아웃케이스 없음
가스 제닝스 감독, 주이 데샤넬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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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2005

  감독 - 가스 제닝스

  출연 - 마틴 프리먼, 조이 데이셔넬, 샘 록웰, 모스 데프



  더글라스 애덤스의 동명 소설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1978년 이미 BBC라디오 드라마로도 제작되어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드라마를 먼저 보았는데, 드라마는 뭐랄까 좀 그저 그랬다. 그래서 영화도 볼까말까 했었는데, 이럴 수가! 영화는 아주 재미있었다. 물론 드라마를 먼저 봐서 내용을 다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화창한 어느 날, 자기 집이 철거된다는 사실에 분개한 아서 덴트는 철거용 차량을 막고 시위 중이다. 그런데 그의 절친 포드가 나타나 그에게 지구가 사라질 운명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해준다. 지구가 사라진다고? 아서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포드의 말은 사실이 되었고, 거대한 우주선이 나타나 지구를 산산조각 내버린다. 이미 50년 동안 지구에 있는 범 우주 어쩌구 사무실에서 공지를 했었는데, 지구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외계인들의 말이었다.


  인간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바빴을 지도……. 그 철거 사실을 알고 있던 것은 돌고래밖에 없었다. 영화 초반에 돌고래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지구를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어찌어찌하다가 외계인의 우주선에 무임승차하게 된 아서와 덴트. 그러니까 제목에 나와 있는 대로 Hitchhiker가 되어버렸다. 우주선과 별들을 오가면서 그의 서글픈 여행이 시작된다.


  참으로 재미있었다. 영화가 길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런 느낌을 받기도 전에 끝이 나버렸다. 적절한 유머와 풍자, 다양한 외모의 외계인들, 외모만큼 제멋대로인 그들의 사고방식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


  아서의 집과 지구의 비슷한 운명이 묘하게 겹치면서 서글펐다. 우리도 정부에서 도시 계획을 하고 그 지역 주민들이 반대를 하건 말건 길을 낸다. 그래서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싸우고 시위를 하고 그러기도 한다. 물론 정부에서 보상을 한다고 하지만 음…….


  게다가 지구 생성의 비밀을 쥐고 있는 존재의 정체는 진짜 압권이었다. 아, 그런 거였어. 어쩐지 정이 안가더라니.


  알고 보니 이 소설을 쓴 더글라스 애덤스는 닥터 후의 대본을 담당하기도 했단다. 그러니까 지금 방영되는 닥터 후가 아니라 초창기 닥터 후. 그 말은 즉, 그가 내가 제일 귀여워하는 달렉이나 그닥인 사이보그 맨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아, 이 사람의 상상력은 진짜 대단하다!


  영화로 다시 넘어와서, 로보트가 참으로 귀여웠다. 얼굴부터 울상으로 보이는, 감성적이 지적이며 도도하기까지 한, 몇 년 전에 유행했던 홀맨을 연상시키는, 뭔가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민을 다 짊어지고 있는 것 같은 외모에 툭툭 튀어나오는 냉소적인 말투까지. 주인 잘못 만나서 너도 고생이구나라면서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었다. 나한테 오면 잘 해줄 텐데, 누나한테 오지 않을래? 어서와, 지구 여자는 처음이지?


  영화를 다 보고 생각한 것은 돌고래를 주시하자! 쥐는 역시 나쁘다. 아! 그리고 아서 덴트로 나온 배우는 낯이 익어서 찾아보니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와트슨으로 나온 사람이다. 물론 지금보다는 훨씬 젊은 모습이었다. 호빗에서도 나온다는데, 그건 아직 안 봐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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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2disc)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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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weeney Todd :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감독 - 팀 버튼

  주연 -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알란 릭맨, 사챠 바론 코헨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역사서나 동화가 그러하듯이, 가진 것은 없지만 착한 남자 곁에는 눈이 돌아갈 만큼 아름다운 부인이 있다. 그리고 그런 마을에는 꼭 돈 많고 권력 있는 여자를 밝히는 놈이 하나 있다. 그 놈은 착한 남자의 부인을 차지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한다. 남자에게 하기 어려운 일을 시키거나, 감옥에 처넣는다. 동화에서는 그러면 착한 마법사가 나타나거나 그 부인이 마법을 부릴 줄 알아서, 나쁜 놈을 죽이고 부부가 행복하게 사는 걸로 끝을 맺는다. 동화는 그러했다. 역사는 조금 다르지만.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엔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과연 행복할까?’하는 의문을 주면서 끝이 난다. 기존의 동화에 살인마 이발사 괴담 그리고 암굴왕의 스토리를 약간씩 베낀 것 같은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이고 누군가에게는 새드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어쩌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이다. 그래서 다양한 사랑이 나온다. 보답 받지 못한 사랑, 집착에 가까운 사랑, 그리고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불길 같은 사랑.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조니 뎁의 복수극이나 그 딸의 사랑이 아니었다. 바로 헬레나 본햄 카터의 보답 받지 못한 사랑이다.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거라는 말도 있지만, 글쎄 그건 여기서 다룰 건 아니니까 패스.


  그녀는 이발사를 사랑했다.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텅 비어있던 그의 집을 관리하고, 그가 돌아와 복수를 할 때 아낌없이 도와주었다. 심지어 그가 죽인 사람들의 사체를 처리한 것도 그녀였다! 언젠가 그가 복수를 끝내면 자신을 봐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뭐였을까?


  물론 그녀가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숨기긴 했다. 그래서 그런 대접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나름 생각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지만 진한 다크서클이 드리워진 그녀의 창백하다 못해 기괴한 얼굴을 보자니,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만 든다.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 독한 마음을 먹고 도와줬건만…….


  근데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솜씨가 좋아도 그런 무시무시한 마스크를 자랑하는 주인이 있는 이발소나 식당은 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도 좀 음산한 인테리어에 전반적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니 말이다. 옛날에는 저런 스타일이 인기였나? 요즘은 음, 테마 가게라고 광고를 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안 갈 것 같다.


  영화의 결론은 ‘딴 여자를 마음에 둔 남자는 건드리지 말자. 아무리 잘해줘도 고마운 줄 모른다.’ 정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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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터비아
디제이 카루소 감독, 샤이아 라보프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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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isturbia, 2007

  감독 - D.J. 카루소

  출연 - 샤이아 라보프, 사라 로머, 캐리 앤 모스, 데이빗 모스



  "모든 살인자는 누군가의 이웃이다."


  영화 카피가 상당히 의미심장하면서 섬뜩한 영화이다. 다만 딱 거기에서 끝이라는 게 아쉬운 점이다.


  젊은이들이 주연으로 나오는 스릴러 영화였는데, 문득 히치콕의 영화 '이창'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영화를 21세기 감각에 맞춰서 만든 영화라고 한다. 히치콕의 이창을 보았다면, 이미 영화를 반은 본 것이다.


  현대적인 배경으로 각색했기에, 몇 가지 부분에서 원작과 달랐다. 우선은 주인공 남자가 다리를 다친 것이 아니라, 사고를 쳐서 집안에 갇힌 것이다. 그리고 여자 친구는 원래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라, 새로 이사 온 소녀를 꼬신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원작의 혼자 사는 독신남이 아니라 엄마와 같이 사는 등등. 아, 약간의 농담과 볼거리가 있었다. 원작은 그냥 계속해서 한 장소에서만 사건이 진행되는데, 여기는 여기저기 많이 나왔다.


  그리고 제일 달랐던 것은, 최첨단 기기로 무장한 주인공의 등장이었다. 아, 요즘은 남의 집을 엿보거나 몰래 들어갈 때 그냥 하는 게 아니구나. 여러 가지 기기들을 몸에 붙이고 가야하는 거구나. 저러는 거 범죄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마구 들 정도였다.


  주연을 맡은 남자는 몇 번 다른 영화에서도 봤는데, 그닥 내 취향은 아니었다. ‘트랜스포머’에서 너무 찌질하게 나와서 그 인상이 남아있던 걸까? 그리고 여자 친구로 나오는 여자는 예뻤고 한국인 베프로 나오는 남자는 웃겼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뒷맛은 개운하지가 않았다.


  ‘사건을 해결한 피핑 탐에게 면죄부를!’ 내지는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 또는 ‘결과가 수단과 동기를 정당화한다.’ 라는 주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찌되었건 남의 집을 엿보는 것은 사생활 침해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두 명의 범죄자가 있는데, 한명은 중형을 받을 죄를 저질렀고, 다른 한명은 경범죄정도를 범했다. 그런데 경범죄를 저지른 애가 중형 받을 애를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면, 그 죄는 면제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말이다. 범죄에 가볍고 무거운 게 있을까? 피해를 당하는 사람에게는, 아! 여기서 경범죄의 피해대상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자니까 별 문제가 없는 건가?


  결국 이 영화의 교훈은 ‘스토킹이나 엿보기를 할 때는 꼭 범죄자 이웃을 하나씩은 알아둬라. 이왕이면 그 사람 집을 엿봐라. 그러면 처벌받지 않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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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일반판 (2disc) - 할인행사
김미정 감독, 박진희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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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김미정

  출연 - 박진희, 윤세아, 서영희, 임정은



  영화를 보면서, 수요와 공급이 시장 경제의 기본이라고 아주 오래전에 사회 시간에 배운 것이 기억이 났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것이고,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있다는. 그래서 가격도 결정되고 물가가 어쩌고 하던……. 수요만 많고 공급이 많으면 뭐라더라, 암시장이 형성되거나 가격이 오르고. 하여간 그런 말들이 왜 갑자기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것일까?


  궁에는 여자가 많다. 그 중에 왕의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개 궁녀라고 불린다. 오직 한 남자만을 위한 여자들이다.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안 된다. 혹여 그런 일이 생기면 아무도 모르게 꼭꼭 눌러 숨겨야 한다. 그리고 설사 그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존재도 몰라줘도 평생 그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좀 웃기는 일이긴 했다. 그 많은 여자들이 한 남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이건 뭐 그야말로 왕의 입장에서 보면 지상낙원일까? 손만 까딱하면 여자들이 줄을 서니……. 아니다, 어쩌면 제 명에 못 사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풀어보면 메이드에 둘러싸인 주인님이니, 음. 남자들의 로망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런 이상한 환경 때문에 왕을 둘러싼 여자들의 암투와 질투, 모략, 음해 등등이 판을 친다. 급기야 살인까지!


  영화에서는 왕을 둘러싼 여자들을 세 부류로 보여준다. 왕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은 왕비나 빈 같은 여자들, 그 여자들과 공존하면서 권력을 맛보고 그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는 대비나 궁녀 같은 여자들, 그리고 '왕 따위 신경 안 써주겠어!' 라고 생각하며 그냥 살아가는 여자들.


  결국 권력의 맛을 본 여자들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었다. 왕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었지만, 미래가 불안한 여자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맛 본 권력을 오래 잡을 수 있을까? 그들의 결론은 단 한가지였다. 모두가 공유하는 '남편' 보다는 자기만의 '아들'이라는 존재. 그들은 그것에 집착하고 질투했다.


  문득 '올가미'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남편에게서 자기만족을 얻지 못한 여자가 결국 아들에게 모든 것을 의지한다는, 그래서 아들을 빼앗아간 며느리에게 적대감을 마음껏 표출하는 그런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관계가 나온다. 대비가 그런 인물이다. 말 안 듣는 희빈보다 말 듣는 왕비에게 자신의 힘을 더 실어주는 그런 캐릭터로 등장한다. 왕비를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오랫동안 휘두르고 싶었던 것이다.


  궁녀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궁에서는 자신이 모시는 분의 지위가 곧 자신의 궁 내 입지가 된다. 그러니 빈이나 비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해서 일을 꾸미고 그들을 통해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에서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간다.' 담배 피는 남자가 한 말로 기억된다. 세계를 움직이는 은밀한 세력들이 하는 일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이 영화에서 보면 궁녀들도 그렇다. 무작정 모시는 분이 왕의 승은을 입거나 아기씨를 생산하기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일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영상은 무척이나 깔끔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는 색조로 이어졌다. 밝은 햇살 아래였지만, 어쩌면 그리도 음침하게 느껴지던지.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중요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영화 큰 줄기와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궁녀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자세할 정도로 시시콜콜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해결 부분에서는 감독이나 작가들이 자기들은 다 안다고 힌트를 대충 주고 넘겼다. 그래서 화면은 예쁘고 다소 충격적인 내용은 있지만, 사건의 구성은 정확히 짚이지 않았다. 귀신의 짓인지 아니면 희빈의 내적 변화를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 또는 귀신이 아니라면 공범은 누구인지 등등


  전개는 좋았는데, 사건을 해결하는 뒷심이 약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참으로 아쉬웠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데, 이 영화는 보기는 참 좋았는데 뒷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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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김지환 감독, 양금석 외 출연 / 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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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김지환

  출연 - 박신혜, 양금석, 재희, 박명신



  포스터를 보자. 소녀의 초상화 앞에 선 소복 입은 여자 귀신.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저 소복은 물에 젖어 있다. 그럼 저 초상화의 소녀와 연관된 귀신이겠구나.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데, 귀신이 되어서도 나타날 정도의 한이라, 도대체 뭘까?


  음, 이건 공포 영화이긴 하지만 뭐랄까 가족의 편애와 시기, 질투,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감정 등이 엮어낸 가족 비극사라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쌍둥이 자매지만, 판이하게 다른 성격 탓에 누구는 사랑받고 누구는 그렇지 못했던 두 소녀의 애증이 빚어낸 한과 살인극이었다.


  쌍둥이 소연과 효진은 얼굴만 똑같을 뿐 다른 것은 다르다. 언니인 소연은 이른바 팥쥐 캐릭터이고 동생 효진은 콩쥐 캐릭터. 어느 날, 둘이 물에 빠지는데 동생은 죽고 언니인 소연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거의 십여 년 동안 소연은 식물인간 상태로 지낸다. 그러다가 그녀가 눈을 뜨는 날,    마을에서는 한 남자가 죽는다. 어린 시절 친구였고, 효진의 죽음에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에 관련된 어린 시절 동무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소연에게는 죽은 효진의 귀신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미움만 받던 팥쥐,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콩쥐. 설화에서 온갖 역경을 딛고 사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은 콩쥐였다. 뜬금없이 왜 콩쥐팥쥐 얘기일까 하겠지만, 영화에서 팥쥐를 얘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사또와 결혼한 콩쥐는 행복했을까? 팥쥐와 새어머니를 죽게 만들고 혼자 행복하게 살았을까?


  영화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거의 모든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성격 좋고 예쁘며 온갖 역경을 딛고 행복을 쟁취하는데, 과연 행복했을까? 자신이 행복을 차지하기 위해 누군가가 불행해지거나 목숨을 잃었는데, 그 착한 심성으로 다 잊고 살 수 있을까?


  결말까지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역시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이었다. 왕따 시키고 놀았던 주제에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기가 남에게 피해 입은 것은 절대로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리어 더 원망하고 더 난리치는 것이다. 적반하장이라고 하던가?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못된 심보는 죽어도 못 고친다니까.


  검은 깨 이야기는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영화에서는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상상한 게 더 무서웠다. 쳇. 그냥 보면서 웃기기만 했다. 귀신이 일본 영화 '링'의 사다코를 연상시키는 것도 애석하다. 하지만 같은 동양권이니 머리 풀어헤치고 흐느적거리는 것이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공포라기보다는 한 소녀의 자아 찾기라는 성장 영화라는 것이 더 어울릴 법했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은 언제나 공포를 수반하니까.


  그나저나 옜날 어릴 적에 봤던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제일 무서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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