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일반판 (2disc) - 할인행사
김미정 감독, 박진희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감독 - 김미정

  출연 - 박진희, 윤세아, 서영희, 임정은



  영화를 보면서, 수요와 공급이 시장 경제의 기본이라고 아주 오래전에 사회 시간에 배운 것이 기억이 났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것이고,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있다는. 그래서 가격도 결정되고 물가가 어쩌고 하던……. 수요만 많고 공급이 많으면 뭐라더라, 암시장이 형성되거나 가격이 오르고. 하여간 그런 말들이 왜 갑자기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것일까?


  궁에는 여자가 많다. 그 중에 왕의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개 궁녀라고 불린다. 오직 한 남자만을 위한 여자들이다.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안 된다. 혹여 그런 일이 생기면 아무도 모르게 꼭꼭 눌러 숨겨야 한다. 그리고 설사 그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존재도 몰라줘도 평생 그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좀 웃기는 일이긴 했다. 그 많은 여자들이 한 남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이건 뭐 그야말로 왕의 입장에서 보면 지상낙원일까? 손만 까딱하면 여자들이 줄을 서니……. 아니다, 어쩌면 제 명에 못 사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풀어보면 메이드에 둘러싸인 주인님이니, 음. 남자들의 로망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런 이상한 환경 때문에 왕을 둘러싼 여자들의 암투와 질투, 모략, 음해 등등이 판을 친다. 급기야 살인까지!


  영화에서는 왕을 둘러싼 여자들을 세 부류로 보여준다. 왕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은 왕비나 빈 같은 여자들, 그 여자들과 공존하면서 권력을 맛보고 그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는 대비나 궁녀 같은 여자들, 그리고 '왕 따위 신경 안 써주겠어!' 라고 생각하며 그냥 살아가는 여자들.


  결국 권력의 맛을 본 여자들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었다. 왕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었지만, 미래가 불안한 여자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맛 본 권력을 오래 잡을 수 있을까? 그들의 결론은 단 한가지였다. 모두가 공유하는 '남편' 보다는 자기만의 '아들'이라는 존재. 그들은 그것에 집착하고 질투했다.


  문득 '올가미'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남편에게서 자기만족을 얻지 못한 여자가 결국 아들에게 모든 것을 의지한다는, 그래서 아들을 빼앗아간 며느리에게 적대감을 마음껏 표출하는 그런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관계가 나온다. 대비가 그런 인물이다. 말 안 듣는 희빈보다 말 듣는 왕비에게 자신의 힘을 더 실어주는 그런 캐릭터로 등장한다. 왕비를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오랫동안 휘두르고 싶었던 것이다.


  궁녀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궁에서는 자신이 모시는 분의 지위가 곧 자신의 궁 내 입지가 된다. 그러니 빈이나 비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해서 일을 꾸미고 그들을 통해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에서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간다.' 담배 피는 남자가 한 말로 기억된다. 세계를 움직이는 은밀한 세력들이 하는 일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이 영화에서 보면 궁녀들도 그렇다. 무작정 모시는 분이 왕의 승은을 입거나 아기씨를 생산하기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일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영상은 무척이나 깔끔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는 색조로 이어졌다. 밝은 햇살 아래였지만, 어쩌면 그리도 음침하게 느껴지던지.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중요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영화 큰 줄기와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궁녀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자세할 정도로 시시콜콜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해결 부분에서는 감독이나 작가들이 자기들은 다 안다고 힌트를 대충 주고 넘겼다. 그래서 화면은 예쁘고 다소 충격적인 내용은 있지만, 사건의 구성은 정확히 짚이지 않았다. 귀신의 짓인지 아니면 희빈의 내적 변화를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 또는 귀신이 아니라면 공범은 누구인지 등등


  전개는 좋았는데, 사건을 해결하는 뒷심이 약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참으로 아쉬웠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데, 이 영화는 보기는 참 좋았는데 뒷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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