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
김지환 감독, 양금석 외 출연 / 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감독 - 김지환

  출연 - 박신혜, 양금석, 재희, 박명신



  포스터를 보자. 소녀의 초상화 앞에 선 소복 입은 여자 귀신.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저 소복은 물에 젖어 있다. 그럼 저 초상화의 소녀와 연관된 귀신이겠구나.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데, 귀신이 되어서도 나타날 정도의 한이라, 도대체 뭘까?


  음, 이건 공포 영화이긴 하지만 뭐랄까 가족의 편애와 시기, 질투,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감정 등이 엮어낸 가족 비극사라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쌍둥이 자매지만, 판이하게 다른 성격 탓에 누구는 사랑받고 누구는 그렇지 못했던 두 소녀의 애증이 빚어낸 한과 살인극이었다.


  쌍둥이 소연과 효진은 얼굴만 똑같을 뿐 다른 것은 다르다. 언니인 소연은 이른바 팥쥐 캐릭터이고 동생 효진은 콩쥐 캐릭터. 어느 날, 둘이 물에 빠지는데 동생은 죽고 언니인 소연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거의 십여 년 동안 소연은 식물인간 상태로 지낸다. 그러다가 그녀가 눈을 뜨는 날,    마을에서는 한 남자가 죽는다. 어린 시절 친구였고, 효진의 죽음에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에 관련된 어린 시절 동무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소연에게는 죽은 효진의 귀신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미움만 받던 팥쥐,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콩쥐. 설화에서 온갖 역경을 딛고 사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은 콩쥐였다. 뜬금없이 왜 콩쥐팥쥐 얘기일까 하겠지만, 영화에서 팥쥐를 얘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사또와 결혼한 콩쥐는 행복했을까? 팥쥐와 새어머니를 죽게 만들고 혼자 행복하게 살았을까?


  영화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거의 모든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성격 좋고 예쁘며 온갖 역경을 딛고 행복을 쟁취하는데, 과연 행복했을까? 자신이 행복을 차지하기 위해 누군가가 불행해지거나 목숨을 잃었는데, 그 착한 심성으로 다 잊고 살 수 있을까?


  결말까지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역시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이었다. 왕따 시키고 놀았던 주제에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기가 남에게 피해 입은 것은 절대로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리어 더 원망하고 더 난리치는 것이다. 적반하장이라고 하던가?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못된 심보는 죽어도 못 고친다니까.


  검은 깨 이야기는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영화에서는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상상한 게 더 무서웠다. 쳇. 그냥 보면서 웃기기만 했다. 귀신이 일본 영화 '링'의 사다코를 연상시키는 것도 애석하다. 하지만 같은 동양권이니 머리 풀어헤치고 흐느적거리는 것이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공포라기보다는 한 소녀의 자아 찾기라는 성장 영화라는 것이 더 어울릴 법했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은 언제나 공포를 수반하니까.


  그나저나 옜날 어릴 적에 봤던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제일 무서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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