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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그의 마음에 들었던 한 소녀가 방금 전에 그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며, 그가 그 고백을 그다지도 서툴고 무뚝뚝하게 <거절>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는 생전 처음 인간의 선의라는 것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경험으로 깨우치게 되었다. 상식 있는 진실한 인간도 자신의 선의에 반하여 가까운 사람에게 까닭 없이 가혹한 고통을 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베라가 보이지 않게 되자, 그는 굉장히 소중하고 친밀한 무언가를 잃었으며 그것은 앞으로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의 한 부분이 베라와 함께 미끄러져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토록 헛되이 괴로워했던 시간들도 이제는 다시 되풀이될 수 없을 것이다.((108~109쪽)
-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 중 ‘베로치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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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단편 소설 ‘베로치카’을 읽고 ‘연애’에 대해 생각한 것을 정리해 봤다.

 

 

‘베로치카’라는 소설에서 여자의 사랑 고백을 들은 남자는 평소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으면서도 사랑 고백을 반기지 않는다. 그 남자는 그녀와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 이유가 늘 자신이 수동적으로 살았기 때문인지, 영혼이 무기력하기 때문인지, 아름다움을 깊이 지각하지 못할 만큼 무능력하기 때문인지 자신도 잘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원래 인간이란 자기 마음조차 잘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존재다.)

 

 

내가 보기엔 그 남자가 그녀와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어떤 하나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절실함’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열정’이고 ‘뜨거움’이다. 연애를 하려면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맹렬한 기세가 필요하다. '잊고 있다가 당신을 만나면 좋아요.'라고 상대에 대해 생각할 정도가 아니라 '당신이 그리워서 괴로워요. 꼭 만나야겠어요.'라고 상대에 대해 생각할 정도의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이런 맹렬한 기세가 있어야 연애를 할 수 있는 것.

 

 

만약 그립지가 않고 만나지 않아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그러나 만나면 좋은 그런 상대라면, 연애는 시작되기 어렵고 연애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언젠가는 깨지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연애란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연애란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연애란 상대에게 이행해야 할 의무가 많은 무엇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 첫눈이 온 날, 첫눈이 왔다고 상대가 불러내면 반갑게 나가야 된다. 귀찮아서 안 나간다고 하면 안 된다. 두 사람 관계에 금이 간다.
- 상대가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면 무조건 병문안을 가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먼 병원일지라도 병문안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두 사람 관계에 금이 간다.
- 상대와 만나기로 약속한 휴일엔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고 싶어도 그 약속을 깨면 안 된다. 두 사람 관계에 금이 간다.

 

 

두 사람 관계에 금이 가면 그때부터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한쪽에선 사과를 하고 한쪽에선 화를 내고, 이런 일이 반복되다가 서로에게 싫증이 나고, 그러다가 냉전의 시간이 오고, 그러다가 어느 한쪽에선 연인에게 시달리는 상태에 이르고. 그다음엔 증오와 이별.

 

 

늘 상대가 좋고 늘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는 게 인간인지라, 때로는 화를 참을 수 없고 자존심이 상하는 걸 참을 수 없는 게 인간인지라, 싫증이 나는 게 인간인지라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되는 것이고 수많은 연인들이 오래 사귀고도 헤어지는 것. 


 
그러니 귀찮음을 감수할 자신이 있을 만큼 뜨거운 마음을 가질 때에만 연애를 할 일이다. 괜히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심심풀이로 연애를 시작해서 상대에게 상처만 남기는 일이 되지 않도록 할 일이다. 이 소설의 남자처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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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찾기등록: 296명

 

오늘 보니 알라디너 네 명만 추가되면 '즐겨찾기등록'이 3백 명이 되겠다.

 
백 명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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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3-20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따르면 현재 제 연애상대는 귀찮음-,.-.....

페크(pek0501) 2017-03-20 18:54   좋아요 0 | URL
제가 귀찮음, 게으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요즘...
부지런 떨기가 싫습니다.
느림의 미학을 즐기기로...

댓글 고맙습니다. 꾸우벅...

stella.K 2017-03-20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축하해요. 즐찾!

정말 연애하려면 열정도 있어야 하고, 부지런해야하고,
돈도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의기투합이 잘 되야할 것 같습니다.ㅋ

페크(pek0501) 2017-03-20 18:59   좋아요 1 | URL
그렇죠.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1년 동안 연애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해 보세요. 피곤해서 어디 살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면 연애란 게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많은 고단한 일인지 알 수 있지요. 사랑에 빠진 당사자들은 즐기겠지만요.

아마도 스텔라 님은 즐찾이 천 명에 가깝지 않을까 예측해 봅니다.
저도 천 명이 되는 날이 올지 몰라요. 앞일은 알 수 없는 것이므로... ㅋ
그런 날이 오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7-03-20 19:17   좋아요 0 | URL
ㅎㅎ저 즐찾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500도 안 되는 걸요?
천이 되면 저도 언니께 젤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7-03-21 11:1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착각했나 보군요. 누군가 분명히 7백명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분이 스텔라 님인 줄 알고, 그러면 지금쯤은 천 명 되겠다, 그랬네요. 후후~~ 이젠 제 기억력을 믿을 수 없는 상태에 있어요.ㅋ

예, 천 명이 되면 알려 주세요. 좋은 하루 되시길...


서니데이 2017-03-20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북플이 시작된 이후로 즐겨찾기 또는 이웃 서재가 많이 추가된 것 같아요.
축하드립니다.^^
pek0501님,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7-03-21 11:18   좋아요 1 | URL
예, 고맙습니다.
북플의 출현으로 많은 게 달라진 것 같아요.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세실 2017-03-20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 대 여자 관계도 비슷하네요.
주말에 친구가 커피숍 가자고 했는데 집에서 게으름 피우느라 거절했어요. 괜히 미안하네요. 우리 관계 멀어질까요?
전엔 300, 400 이러면 이벤트 했는데. ㅎㅎㅎ

페크(pek0501) 2017-03-21 11:23   좋아요 0 | URL
설마, 그런 일로 멀어지겠습니까? 다음에 기회 있을 때 세실 님이 먼저 만나자고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여자 친구들끼리도 그런 게 있긴 해요.
근데 저도 집에서 푹 퍼져 있는데 누군가 불러내면 싫더라고요. 나이 들수록 더할 것 같아요. 집이 좋아요. 나이 들수록 자꾸 나가야 한다던데...

이벤트... 무슨 일을 벌이는 걸 제가 싫어하는지라... ㅋ
세실 님도 즐찾이 꽤 많은 숫자를 기록하실 듯...

좋은 하루 됩시다. 고맙습니다.

성에 2017-03-2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젊은 닐의 연애, 사랑 등은

그 본질의 쓴맛만 길게 남아,

연애의 대상은 결국 자기 자신일 뿐 아닐까요?

스스로 도취하는 나르시즈.

패크님 잘 지내시지요? 봄맞이 준비는 돼셨나요?

페크(pek0501) 2017-03-24 20: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연애란 게 원래 상대에게 보여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즐기는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에겐 연애가 고역이죠. 상대는 구속하려 들 테니까요.

봄맞이 준비란... 저의 경우 겨울 옷을 세탁소에 맡겨 세탁해 놓는 일인데 아직 저녁엔 추워서 4월이나 되어야 해야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봄이 기다려지는 건 빨리 푸른 나무들이 보고싶기 때문이에요.
연둣빛 나뭇잎을 사진에 담는 날을 기다립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