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X일
책을 읽으며 살면서 독서의 효과를 생각하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한 가지 효과는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주제 파악’을 하게 된 게 독서의 효과이다. 나보다 문장력이 좋고 생각 깊은 이들의 책을 보면 기가 죽어 주제 파악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내가 푼수 짓을 했다고 생각하며 후회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알고 보면 ‘자기 성찰’이 아닌가. 내가 비록 푼수 짓을 할 때가 있더라도 푼수 짓을 해놓고 그게 푼수 짓인 줄 모르는 것보다 그래도 푼수 짓임을 아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자기 성찰이라는 걸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것도 독서의 효과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헷갈린다. 주제 파악을 하는 것이 행복일까, 불행일까? 푼수 짓을 했다는 걸 아는 게 행복일까, 불행일까?
차라리 내가 주제 파악을 할 줄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 차라리 내가 푼수 짓을 하고 나서 그게 푼수 짓인지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
의심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