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친정에 가기 위해 이십 분쯤 걸었는데 날씨가 참 좋다고 느끼며 감탄했다. 옷을 든든히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모자까지 썼으니 추울 리가 없겠지만 날씨 자체가 포근한 것 같았다. 공기의 감촉이 좋았다. 차가운 겨울이 아니라 상쾌한 겨울이었다. 겨울도 멋진 계절이구나, 생각했다.
2. 그 겨울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게 아쉽다. 어머니는 입춘이 지났다며 봄맞이 준비로 거실에 두터운 커튼을 떼고 얇은 커튼을 달아 놓으셨다. 난 겨울이 가는 게 아쉬워서 봄맞이 준비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서두르고 싶지 않다. 이 계절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버리기 전에 이 겨울을 맘껏 즐기리라.
3. 본문이 오백 쪽이 넘는, 서머싯 몸의 <면도날>이란 소설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기에 리뷰를 써서 정리해 두고 싶었다. 그런데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잘 쓸 자신이 없어서 시작을 못하는가 보다. 이 책엔 기억해 두고 싶은 구절이 많아서 밑줄을 많이 그었다. 그중 ‘그냥 빈둥거리고 싶습니다.’라는 구절이 지금 기억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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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 사람들은 흔히 작가가 되기도 한다네.”
나는 싱긋 웃었다.
“저는 그런 재능이 없습니다.”
“그럼 뭘 하고 싶은가?”
그는 매력적인 미소를 환하게 지어 보였다.
“그냥 빈둥거리고 싶습니다.”(59~60쪽)
- 서머싯 몸, <면도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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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언제부터인지 ‘빈둥거리는 날’을 갖기를 바라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서 빈둥거리기만 하면 되는 날을.
그런데 그런 날을 갖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일 년 중에서 빈둥거리는 날이 얼마나 될까?
5. 이번 겨울 방학은 좀 고단했다. 애들은 방학이 있지만 난 방학 없이 일했기 때문이다. 방학이라서 애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바빠지는 건 주부다. 애들 학교가 개학하는 날부터 주부는 방학인 셈이다. 방학 동안 한 가지 좋은 점이 있긴 했다. 애들 때문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점.
6.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고 났더니 눈이 피로했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넘게 신문을 들여다본 것이다. 글씨가 작아서 불만이다. 큰 글씨의 신문을 구독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신문이 생기면 좋겠다. 컴퓨터로 신문을 보기도 하는데 전자파가 있는 화면보단 종이가 낫다고 생각. 난 책도 전자책보단 종이책이 훨씬 좋다. 종이를 만지지 못한다면 책의 매력은 반감된다고 생각.
7. 2014년 한 해 동안 다른 서재에 내가 쓴 댓글의 수는 350개라고 한다. 2014년 한 해 동안 내 서재에 달린 댓글의 수는 335개라고 한다. 내 서재에 달린 댓글보다 내가 15개를 더 쓴 것이네. (내가 세어 본 게 아니라 ‘알라딘’에서 기록해 준다.)
이것은 내가 댓글을 쓰러 많이 다녀서 그런 것이라기보다 아마도 다른 님의 서재에 새 글이 두 편 올라와 있을 경우에 댓글을 두 개 쓰고 올 때가 있어서인 것 같다. (내가 다른 알라디너들에 비해 글을 적게 올리는 편이다.)
어쨌든 내가 받았던 댓글 수와 내가 주었던 댓글 수가 비슷해서 다행이다. 만약 댓글을 많이 받고 적게 주었다면 미안할 뻔했다.
8. 내일이면 나는 대구에 가 있겠다. 2박 3일 일정으로 시댁에 간다.
그런데 왜 ‘시집’이 아니고 ‘시댁’이라고 말해야 되나요?
시집을 높여 이르는 말이 시댁인데, 왜 친정을 높여 이르는 말은 없나요?
내가 어느 글에서 남녀평등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일부러 ‘시댁’이라고 쓸 것을 ‘시집’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어색하였다. 읽는 사람도 어색했을 듯.
친정을 높여 이르는 말이 하나 나오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9. 오늘 아침에 친구들한테서 카톡 문자가 왔는데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도 사실은 팔이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맏며느리로 일하러 시댁에 가자니 부담스럽긴 하다. 그런데...
며느리 여러분! 명절 때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단 생각은 안 해 봤나요?
우리 친정어머니를 보니깐 그렇다. 차례상도 차려야 하지만 친척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손님상도 차려야 해서 명절이 싫다고 하신다. 우리 시어머니도 비슷하지 않으실까?
시댁에 갈 때 가방 안에 책을 한 권 넣어 가고 싶어서 어떤 책을 갖고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무겁지 않은 책이 좋겠지.
언제 책을 읽느냐 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이다. 책이 수면제의 역할을 해 주니까.
또 읽지 않더라도 읽을 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어서 좋다.
10. 쓰다 보니 벌써 10번일세.
여러분에게 인사.
"명절을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상투적인 인사로 끝냄을 이해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