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이 이 서재에 150번째로 올리는 글이다. 100번째로 올린 글이 지난 해 9월이었으니 거의 13개월 만에 150번째가 된 것이다.
나는 시간에 쫓기면서도 왜 블로거 활동을 중단하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내게 있어 블로거 활동은 연애이고, 도박이고, 실속이 없는 짓인 줄 알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즐거운 취미 활동이기 때문이다.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알랭 드 보통)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은 즐거움이다.”(pek0501)
1. 블로거 활동은 연애다 : 블로거 활동(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타 블로그의 글을 읽고 댓글을 쓰는 것을 포함한 활동을 말함)을 하면서 연애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만나지 못하면 연인이 궁금한 것과 같이 블로그도 그렇다. 며칠 동안 블로그에 들어오지 못하면 궁금하다. 연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듯, 블로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연인과 연애하면 다른 모든 것들이 시시해지듯, 블로그와 연애하면 다른 모든 것들이 시시해진다. 연인과 작별하면 마음고생을 해야 하듯, 아마 블로그와 작별하게 된다면 마음고생을 하게 될 것 같다.
블로거 활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의 즐거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창의성으로 인한 즐거움이다. 글을 쓸 때마다 내가 기획하고 내가 구성하고 내가 마무리 작업까지 해야 하는 창의적인 글쓰기는 재미있다. 또 하나는 평가로 인한 즐거움이다. 매번 글을 올릴 때마다 추천의 수와 댓글의 내용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글쓰기는 재미있다. (최근 즐겨찾기의 수가 5명이 늘었는데 그중 4명은 비공개한 블로거였다. 이것도 평가로 본다.) 원래 가장 재밌는 놀이가 창의성이 있으면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놀이가 아닐까. 연애를 할 때 상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옷차림에서부터 언행에 이르기까지 창의적으로 연출하는 재미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연애를 하겠는가. 블로거 활동도 마찬가지다.
2. 블로거 활동은 도박이다 : 블로거 활동은 중독성이 있다는 점에서 도박과 같다. 화투를 치는 도박꾼은 돈을 따면 그 재미로 또 화투를 칠 것이며, 돈을 잃으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또 화투를 칠 것이다. 블로거도 글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 재미로 또 글을 쓸 것이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또 글을 쓸 것이다. 결국 도박꾼도 블로거도 똑같이 그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블로거들은 돈을 매번 잃으면서도 화투를 치는 도박꾼과 같다. 그러므로 아무리 불미스런 일로 이곳을 떠난 블로거라도 우리는 그에게 위로의 말 대신 축하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른다.
“당신의 중독이 치료된 것을 축하합니다.”라고.
“시간을 빼앗기고 몸이 축나는 블로거 활동을 끝낸 것을 축하합니다.”라고.
“블로거 활동을 했던 시간에 지금은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겠지요.”라고.
3. 블로거 활동은 실속이 없는 짓이다 : 블로거 활동(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블로거들의 활동)은 금전상 아무런 이득이 없는, 실속이 없는 짓이다. 그 시간에 만약 돈을 버는 일을 한다면 훨씬 실속이 있는 일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블로거 활동을 한다. 디스크라는 병이 생겨도, 안구건조증이 생겨도 그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일이니까.
누군가에게 허점으로 인해 마음이 끌리는 일이 많다. 평소에 철두철미한 사람이 우산 챙기는 걸 깜박 잊었던 일을 말하는 것을 보면 갑자기 그가 좋아진다. 구멍난 양말을 신어서 창피해 하는 사람을 보면 그를 위해 따뜻한 웃음을 지어주고 싶다.
만점의 시험지, 일류 대학, 최고로 유능한 사회인…, 이런 것들만을 지향하는 이 사회가 삭막하게 여겨질 때마다 나는 허점이 있는 사람이 좋아진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실속이 없는 블로거들이 나는 좋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작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략)
4. 블로거 활동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 블로거 활동을 하게 되면 댓글을 통해 여러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이웃들과의 만남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소외감과 고독을 상당히 덜어 준다. 그래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것이 블로거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저의 개인적인 느낌을 쓴 것입니다. 좋은 이웃들을 알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추신.
내 일기장에 적혀 있는 것.
실속을 따지지 말 것. 그냥 블로거 활동 그 자체를 즐길 것. 인생, 별거 아니다. 죽을 때쯤, 그땐 참 즐거웠노라, 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아주 잘 산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