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서재에서 MBTI(성격유형검사)에 대한 글을 보고 나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MBTI 검사를 했다. 그 결과 나는 INFJ-T(옹호자 형)으로 나왔다. 이 유형은 인구의 1프로도 안 된다고 해서 내가 검사를 잘못 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특이한 유형의 사람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유형은 자선 활동을 하는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니 나와 매우 달라서 검사를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런데 또 검사를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2.
읽을 책이 많은 데다 급히 읽어야 하는 책도 있어서 바로 완독하기 어려운 책이 있다. 그런 책이 배달된 날에는 살짝 펴서 구경만 한다. 그 뒤엔 그 책을 아끼는 마음으로 건드리지 않는다. 책에 구김이 생기는 게 싫고 새 책으로 보존하고 싶어서다. 내게 그런 책이 몇 권 있다. 이에 대해 어느 서재에 댓글을 쓴 적이 있는데 답글을 쓰신 서재 님이 본인도 그렇다며 공감해 주어서 반가웠다. 내가 경험한 것은 누군가도 경험한다.
너무 아낀 나머지 펼쳐 보지 못하고 있는 책 중 하나가 바로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라는 책이다.
「이 책은 시각이 아닌 후각으로 지형을 파악하는 새, 광자 하나의 통과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털을 가진 귀뚜라미, 인간의 손끝보다 섬세한 돌기를 가진 악어 등 우리의 직관에서 벗어나는 수많은 동물을 소개한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글에 ‘동물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를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3.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시 한 편을 필사해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밴드에 가입했었다. 하다 보면 건너뛰는 날도 있다. 그래도 오늘이 15일차가 된다니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 든다. 벌써 3월이다.
4.
시 두 편을 골랐다. 해석이 필요 없는 시이다.
어떤 경우
이문재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허공
유안진
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밖에 없는 나무들은
믿는 구석이 오직 허공뿐인 나무들은
어느 한쪽으로 가만히 기운 나무들은
끝내 기운 쪽으로
쿵, 쓰러지고야 마는 나무들은
기억한다, 일생
기대 살던 당신의 그 든든한 어깨를
당신이 떠날까봐
조바심으로 오그라들던 그 뭉툭한 발가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