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가다 눈에 띈, 화분 속에서 핀 장미.



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 일반이나 '딸 바보', '아들 바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사랑이 각별한 부모가 있다.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자녀에 대해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식을 품에 안고 어떤 일이든 다 해 주려는 '캥거루 맘'과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학업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챙겨 주고 관여하는 '헬리콥터 맘'이란 말까지 있다. 그러나 부모의 과잉보호는 의존적인 아이를 만드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쉽다.



아들이 결혼한 경우엔 어머니가 아들의 결혼 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하면, 고부간의 갈등이 심해져 가정불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고부 갈등으로 생긴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있고, 고부갈등 때문에 이혼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고부간 나쁘고 잘되는 집 없다'는 속담이 있다. 아들을 끔찍이 사랑한 나머지 며느리 또는 예비 며느리에게 시기나 질투를 느끼는 어머니라면 이 속담을 기억해 두는 게 좋겠다.



서머싯 몸의 단편소설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강한 애착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한 마을에 얼굴이 사나워 보이는 사십 대의 여자가 이사를 온다. 그녀가 살인죄로 감옥에 있다가 출소했다는 추문이 퍼진다. 그녀에게는 일요일마다 찾아오는 스무 살의 아들이 있다. 아들이 오면 그녀는 애틋한 몸짓으로 아들을 귀여워했다. 그녀는 맹렬한 열정으로 아들을 사랑했다. 아들이 젊은 여자를 쳐다보면 참을 수가 없었고, 아들이 젊은 여자에게 구애하는 상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그런 그녀가 아들이 로살리아라는 예쁜 아가씨와 춤을 추는 것을 보자 분을 이기지 못해 신음을 토했다. 춤을 춘 이후 그녀의 아들은 로살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마침내 그녀는 로살리아의 앞을 막고 자기 아들과 무슨 짓을 했냐고 캐물었다. 로살리아가 길을 비키라고 해도 놓아주지 않았다. 로살리아는 그이가 결혼하자고 했다고, 그이는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이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살인자의 아들을 거부하지 않고 결혼해 주는 걸 자랑으로 알 것이지 말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살리아의 말을 듣고 그녀는 분노의 괴성을 내지르며 로살리아를 덮쳐서는 어깨를 붙잡아 내리눌렀다. 로살리아는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 그녀는 가슴 속에서 단도를 꺼내 로살리아의 목에 칼을 꽂았다. 경찰관들이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으나 그녀의 눈은 승리감으로 반짝거렸다. 로살리아는 숨졌다.



소설 속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광적 집착이 독을 품게 하여 한 여자를 죽이고 만다. 어머니로서 아들의 행복을 빌어 주어야 마땅한데,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죽임으로써 오히려 아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본인은 감옥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 소설이 1874년에 출생한 영국 작가의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부모의 애정 결핍도 자녀의 마음을 병들게 해서 문제지만, 부모의 강한 애착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충분히 있다. 자녀에 대한 애착이 강해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에게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무심타법(無心打法)이란 것이 있다. 야구를 할 때 타자가 자신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타격에 임하는 자세를 이르는 말이다. 마음을 비움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부모도 자녀에 대해 마음을 비움으로써 부모 자식 간 긍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부모가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계속 간섭하고 구속하면 자식들은 반발심이 생겨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분노의 감정을 조절해야 하듯, 지나친 사랑도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화를 부르는 것을 막으려면 부모는 자식에 대해 애착하기보다 무심해져야 한다. 이것이 자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사랑의 지혜라 할 수 있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525010004953






(서머싯 몸의 단편집)

















 

추신)

제 서재에 방문자 수가 

오늘 1991분, 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일이 있던데 오류인가요?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십시오. 

궁금한 건 못 참는 1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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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5-25 2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적정한 거리가 있다고 해요. 둘 다 편안하게 느끼는 정도의 사이만큼의 거리겠지요.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안전거리를 넘어오면 서로 불편할 수 있을거예요.
그 거리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 건 하고 싶은데, 가끔씩 어렵다고 느낍니다.
장미가 예쁘게 피었네요.
페크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25 22:13   좋아요 2 | URL
맞아요. 가까운 사이라도 적정한 거리가 필요해요. 저 역시 그 적정한 거리를 잘 모를 때가 많아요.
애들이 그러는데 제가 자식에게 좀 무심한 편이라고 해요. 아마도 제가 신경 쓸 딴 일이 많아서인 듯.
서니데이 님도 좋은 날들 보내세요.^^

서곡 2023-05-25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심타법!!! 기억해야겠습니다 장미화분 저리 뻗어나가네요 신기합니다 미니장미화분만 본적있는데요

페크pek0501 2023-05-26 09:02   좋아요 1 | URL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무심타법을 우연히 보게 돼서 써 먹었죠. 사전 없이는 글을 못 써요.ㅋㅋ
저 장미 화분을 보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두었어요. 재밌지 않습니까?

새파랑 2023-05-25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의 글을 읽다보면 좀 섬뜩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완전 임팩트 있는 ㅋ
과도한 집착은 항상 안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크pek0501 2023-05-26 09:04   좋아요 1 | URL
서머싯 몸의 광팬이에요. 제 서재에서 많이 언급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에요.
넘치는 것이 부족함과 같다는 말도 있잖아요. 과유불급~!!

페넬로페 2023-05-26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유달리 장미가 눈에 많이 들어와요.
꽃도 유행을 타던데 장미를 많이 심는가 봅니다.
아들에 대한 집착은 만국공통인 것 같습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3-05-26 09:05   좋아요 2 | URL
5월은 장미의 계절.
만국공통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댄스는 맨홀 2023-05-26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분속에서 핀 장미 멋지네요. 어떤 사랑이든지, 정도를 넘어서면 무서워지네요. 저도 어제 방문자가 4,400명을 찍었는데 에러인지 궁금하네요.

페크pek0501 2023-05-26 14:1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중용의 자세를 견지하는 게 바람직하겠지요.
어제 4,400명이나 왔군요.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엔 시스템 오작동은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새 글을 올리지 않은 날도 수백 명이 들어올 때가 있더라고요.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서니데이 2023-05-26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내일 토요일은 부처님오신날인데, 올해부터 대체휴일이 되어서 5월 마지막 연휴가 될 거예요.
연휴 잘 보내시고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5-26 22:05   좋아요 1 | URL
오늘은 일찍 친정에 들러 반찬 갖다 드리고 발레 하고 왔더니 고단했는지 낮잠이 스르르... 30분가량 잔 듯해요.
서니데이 님도 주말 즐겁게 잘 보내세요. 저녁 때부터 덥지 않아 좋습니다.^^

희선 2023-05-27 0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 사람도 아들한테 집착하기도 하는군요 어느 나라 어머니나 비슷하다니... 다 그런 건 아니겠지요 부모 자식이어도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한국 사람은 그걸 못하는 것 같은데 다른 나라 사람도 그렇군요

페크 님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27 19:37   좋아요 1 | URL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세계적인 현상 같아 흥미롭습니다.
오늘 비가 와서 시원했는데 외출해서는 좀 불편했답니다. 내일은 전국에 비가 온다는군요.
희선 님도 편안한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3-06-09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위에 초고를 먼저 읽고 이 칼럼을 읽으니, 이래서 페크님께서 글을 잘 쓰는 분이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다 버리고 차분하게 새로 쓰셨네요.
만약 저였다면, 이미 써놓은 것이 아까워서 그러지 못 했을 것 같아요.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면 더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구요.
아마 제 부모님께서도 지금까지 수천번 서운함을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딸들이 다 자라서 이제 더는 아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저도 엄청 서운하더라구요.

다 각자의 삶이고 각자의 몫이라고 애써 마음을 고쳐 봅니다.

페크pek0501 2023-06-11 12:57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정말 잘 쓰는 사람이면 한 번에 딱 썼겠죠.ㅋㅋ
저도 쓴 글 중 버릴 때 아까운 글은 저축을 해 놓지요. 언젠가 써 먹게 될지 모르니까요.
감은빛 님도 저축 폴더를 만드세요. 나중에 생각나면 꺼낼 쓸 수 있게 말이죠.

저도 아이들이 어릴 적 사진을 보면 그 시절로 돌아가 그 어린 아이들과 놓고 싶단 생각을 해요.
지금은 저보다 더 키가 커 버리고 오히려 저에게 잔소리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려서 내 손길을 필요로 했던
그 시절이 그립답니다. 아이들은 너무 빨리 커 버려요. 좋은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