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더 나은 세상>
‘사람들은 왜 사치품에 현혹되는가’(368~371쪽)에서 발췌함.
비단 가난한 나라의 공직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평범한 시계보다 200배나 더 비싼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행위다. 베블렌이 살았던 시대에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앤드류카네기는 도덕적인 평가에서 대단히 직설적인 인물이었다. “부자는 절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다”는 그의 말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우리는 카네기의 이 말을 3만 달러짜리 시계나 1만 2,000달러짜리 가방 같은 고가의 사치품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치품이 핵심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런 것이다.
나는 지독하게 무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내가 무지하지 않다면 수많은 아이들이 마실 물과 모기장이 없어서 설사병과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으며 또한 시계나 가방에 쏟아붓는 돈으로 그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기적이지 않다면 그저 과시를 위해 들고 다니는 사치품에 돈을 쓰기보다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370~371쪽)
우리는 누구나 허영심이 있다. 나는 모든 사치품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당한 가격의 시계를 찬 사람을 비웃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는 더 많은 사람이 극단적인 사치 경쟁에 뛰어들도록 등을 떠미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압박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과시적인 소비가 아니라 합리적인 취향과 숭고한 사명을 가진 사람들을 존경해야 할 것이다.(371쪽)
⇨ 위의 밑줄 친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압박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은 사치품을 사는 이들을 비웃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기를 나도 바란다. 또한 사치품을 살 정도로 부자들이라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여 삶의 보람을 느껴 보길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는 명품 시계나 명품 가방을 사들이는 사람들 중 일부는 마음이 허하고 사는 낙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도 사들여서 기쁨을 누리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그들도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치품을 사는 것만이 유일한 즐거움이라면 어쩔 것인가. 그러므로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아니라면 그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누가 누구를 함부로 심판할 수 있겠는가.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들.
사치품이 절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