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rus 님이 제 책 <피은경의 톡톡 칼럼>에 대한 리뷰를 올리셨습니다. 보고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그렇게 되면 해드림 출판사가 ‘엉터리 출판사’라는 오명을 갖게 되므로 제가 제 의견을 피력하는 게 좋겠다고 여겨 이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출판사의 실수라고 하기보다 책의 글쓴이인 저의 실수라고 하는 게 옳을 것 같아서입니다.
cyrus 님이 제기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서머싯 몸의 작품을 제 책 101쪽에선 <인간의 굴레에서 1>로 썼고, 137쪽의 다른 글에서는 <인간의 굴레>로 쓴 것에 대하여 :
표기의 불일치. 이건 저의 실수네요. 제가 읽은 건 민음사 출판사의 <인간의 굴레에서 1>이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쓴 것입니다. 그런데 동서문화사 출판사는 <인간의 굴레>라는 제목을 씁니다. 이걸 확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간의 굴레>라고도 사용하니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여 고민하다가 안 고쳤어요. 책 제목을 <인간의 굴레에서>라고도 하고 <인간의 굴레>라고도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다만 제가 책 속에 또 <인간의 굴레에서 1>이라고 쓴 게 있는 줄 몰랐어요. 알았다면 둘을 통일해서 썼겠지요. 통일했으면 좋았겠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2. 같은 작품에 대해 제 책의 141쪽에서는 <레 미제라블>로 쓰고, 174쪽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쓴 것에 대하여 :
비참한 사람들이라고 주로 해석하는 <레 미제라블>은 장발장이 나오는 소설이고, <가난한 사람들>에는 장발장이 나오지 않습니다. 각각 다른 작품이란 뜻입니다. 이건 cyrus 님의 실수 같습니다. 이 둘을 cyrus 님은 동일한 작품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레 미제라블을 가난한 사람들로 해석하여 그렇게 착각할 수 있겠네요.
<가난한 사람들>은 단편 소설로 그 내용은 제 책 174쪽에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 검색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3. 제 책 123쪽에서 ‘소매돋이’로 표기한 것에 대하여 :
(연암 박지원의 소설 <예덕선생전>에 매력적인 인물 둘이 나온다. [중략]「저 넓디넓은 소매돋이를 입는다면 몸에 만만치 않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면 다시금 길가에 똥을 지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 아니오.」)
여기서 ‘소매’라고 하지 않고 ‘소매돋이’라고 표기한 것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책엔 소매돋이로 나와 있어서 옛날에 그렇게 표기했나 보다 하고 그대로 사용했어요. 지은이의 원문을 손상하지 않으려고요. 집에서 그 책을 찾으려 하니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 점, 아쉽습니다. ‘소매’라는 낱말에 제 맘대로 ‘돋이’라고 붙여 쓸 리는 없고 분명히 제가 본 책의 표기대로 옮겨 적은 것 같습니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뜻을 몰라 읽기 어려운 분은 없을 걸로 압니다.
12월 18일에 추가) https://blog.aladin.co.kr/717964183/12221639
4. 백조가 물밑에서 발을 움직이는 게 맞는가에 대하여 :
(160쪽) 백조의 우아한 모습만 보느라고 물밑에선 열심히 발을 움직이고 있음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지 않도록 하자.
cyrus 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셨습니다.
“백조의 다리는 길기 때문에 물갈퀴를 빨리 움직이면서 헤엄치지 않는다. 반면에 오리의 다리는 짧아서 헤엄칠 때 물갈퀴를 빨리 움직인다.”
제 결론은 백조도 물밑에선 우아하지 않게 발을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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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을 출간한 해드림 출판사에 대하여 간단히 적겠습니다.
제 책에 대한 리뷰들을 보니까 출판사 탓을 하는 글이 많았어요. 책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함에 대한 지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것은 제 잘못입니다. 출판사에 속도를 늦추는 일이 미안해서 그냥 통과, 통과 했답니다. 책에 대해 제가 안목이 깊지 않은 점도 있었겠지요.
저는 딱 두 가지만 출판사에 부탁했었습니다. 책 종이가 두껍고 고급스러울 것. 그리고 눈 피로를 덜기 위해 글자가 진하게 나오게 할 것.
이 두 가지를 수용해서 제 책이 나왔기에 저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종이가 두꺼워서 좋았고 글자가 진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제 책의 장점에 주목하신 분은 없고 단점에만 주목하신 것 같아 저로선 아쉬웠답니다. 아마도 내용을 지적하고 싶은데 저에게 미안해서 디자인 탓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제 책을 출간한 해드림 출판사는 매달 5~6권을 출간하는 괜찮은, 신뢰할 만한 출판사입니다. 게다가 출판 비용이 꽤 저렴했어요.
지금 알라딘 메인에서 검색해 보니 해드림 출판사에서 출간한 국내도서가 475권이 나옵니다. 꾸준히 출간해 오고 있습니다. 또 수상 경력도 많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를 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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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드림출판사, 2014년--2020년 세종도서(문학나눔) 및 우수콘텐츠 선정 도서
전체 보기
https://blog.naver.com/hd-books/22210805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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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 책의 오점 제기에 대해 저의 소감을 말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제 책이 대단한 책도 아닌데 cyrus 님이 꼼꼼한 독서를 해 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같은 곳에서 블로거로 활동하는 이웃이다 보니 이런 영광스런 일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열거한 것들이 치명적이라고 할 만큼 큰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을 내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지금에라도 바로잡아 주신 분 덕분에 제가 수정해야 할 것들을 알게 돼서 다행이라 여깁니다. 혹시 훗날 제가 이 책의 개정판을 내거나 전자책을 출간하게 되면 꼭 수정하겠습니다. 그러나 실수가 하나도 없는 책을 낼 자신은 없습니다. 책을 내는 일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완벽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 책을 꼼꼼하게 읽으시고 게다가 리뷰까지 써 주신 cyrus 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