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되면 고혈압일 가능성이 있다는데 내 혈압은 정상이다. 건강 검진을 하면 건강한 사람으로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건강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허리 디스크와 테니스엘보 같은 병은 건강 검진에서 제외되기에 건강한 것으로 결과가 나올 뿐이다. 허리에 통증이 생겨 요 며칠 동안 병원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온 신세다.
팔다리가 가늘어서 여름옷을 입으면 마른 몸이 드러나는 게 싫었다. 그런데 이제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몸이 좀 마르면 어떤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갑자기 병을 얻어 환가가 된 지인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60대 중반의 여성인데 갑자기 길에서 쓰러졌다고 한다. 병원에 실려 갔고 반신불수가 되었으며 화장실을 갈 수 없어서 기저귀를 차고 누워 있다고 한다. 건강해 보였던 사람이 그렇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모른다. 앞으로 재활 치료를 할 것이지만 금방 낫는 병이 아니란다. 지인 소식뿐만 아니라 티브이 뉴스에서는 사고로 인해 생긴 부상자와 사망자에 대한 소식을 거의 매일 보도한다. 방심하고 있으면 친정어머니는 당뇨병에 의한 고혈당증으로 병원 입원을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해서 나를 놀라게 한다. 이럴 때 병원에 입원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해서 나는 초긴장 상태가 되고 만다.
불행은 예고 없이 느닷없고 어처구니없게 찾아온다. 누구든지 내일이나 오늘 당장 불행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공포가 느껴진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하루야.”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신선한 공기라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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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은 내가 이때껏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장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헤이, 요!”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면서 포옹을 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인다.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하루야.”
- 레지나 브렛,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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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큰 불행을 겪은 사람이었다. 11살 때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아버지는 여섯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알코올중독자였다. 16살 때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하루야.”라고 밝게 인사를 하다니.
요즘 기승을 떨치는 무더위로 힘든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뜨거운 태양이 물러난 밤에 샤워를 하고 나면 서늘함이 느껴지는 시간이 있다. 이럴 때 나도 말하리라. “아!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시간이야.”라고.
잠깐이라도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시간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길고 지루한 여름을 보내기가 한결 수월할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