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간으로 본 현대인들의 생각
신간은 나로 하여금 책을 사고 싶게 만든다는 점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도, 현대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내 흥미를 끈다. 그래서 토요일 신문에 실리는 ‘신간 안내’ 지면을 꼼꼼히 챙겨 보는 편이다.
M. 스캇 펙,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잘 사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죽는 것도 중요한 만큼 죽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3000명이 넘는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고통스러워하는 암 환자에게 연명 치료만이 최선일까? 안락사를 선택하는 게 옳을까? 삶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알게 한다.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열심히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우리의 기존 생각을 뒤흔들어 놓을 책 같다.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그 결과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인가. 남에 비해 열심히 살지 않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삶이 아닐까. 행복의 기준에 대해 새삼 골똘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모리오카 고지, <죽도록 일하는 사회>도 함께 읽으면 좋을 듯.
2. 재능만큼 중요한 건 노력
한때 관심 있어서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짧은 생애 동안 다작을 남겼다는 사실에 놀랐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재능 이외에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노력파라는 것이다. 어쩌면 노력이 재능보다 우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이 재능을 키우기도 한다는 생각도.
3. 못할 게 없는 인간의 위대함
지난 2월에 치러진 ‘2018년 평창 올림픽 경기’ 중에서 아이스댄스와 스노보드를 감동적으로 봤다. 얼마나 노력을 하면 저렇게 높은 경지에 이른 기술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감탄했고 인간의 위대함을 느꼈다. 평범한 나 같은 사람도 매일 노력한다면 ‘공중에서 외줄타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발레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
4. 쓸데없는 짓
최근 몇 달 동안 많은 시간을 쓸데없는 짓으로 보냈다. 나의 생일 선물로 14케이로 된 팔찌와 목걸이와 반지를 사기로 하고 인터넷 쇼핑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즐거움이 끝이 나질 않았다. 주얼리를 여러 개 샀지만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겨서 고민에 빠졌고 그 해결책으로 14케이에서 은으로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14케이는 비쌌고 은은 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렴한 가격의 은반지 쇼핑이 시작되었다. 이것도 즐거웠다. 내가 주얼리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이번에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놀라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고.
그러나 뭐든 끝이 있는 법. 주얼리 쇼핑에 미쳤던 그 터널에서 이제 완전히 빠져나왔다. 이제 주얼리 구매에 흥미가 없다. 다행이라고 생각.
5. 그리고 깨달은 것 하나
그리고 깨달은 것 하나가 있다. 나의 무의식이 자꾸 쇼핑 쪽으로 나를 몰고 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30년간 당뇨병을 앓았던 친정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고 며칠 뒤 퇴원했고 다시 비상이 걸리는 등 나를 긴장시키는 일들이 여러 번 벌어졌다. 그 긴장과 걱정으로부터 나를 격리시키기 위해서, 친정어머니에게 덜 집중하기 위해서 나의 무의식은 나로 하여금 주얼리 쇼핑을 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6. 쓸데없는 짓의 행복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남이 보면 쓸데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짓의 행복을 누리는 자는 정말 행복한 게 아닐까. 예를 들면 (내가 해 본 것 중에서) 주얼리 쇼핑, 화초 가꾸기, 글쓰기 따위를 했을 때 남이 모르는 자신만이 느끼는 즐거움이 있을 터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 하나. 내 경험에 따르면 해 볼 만큼 해 보고 나면 시시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 하나,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는 게 있으니 그건 바로 책 쇼핑이다. 책은 언제나 사고 싶은 게 있기 마련이다. 이 즐거움은 언제까지나 놓치고 싶지 않다.
언제나 책이 내 삶과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