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그리 획기적이지 않게 끝났다. 더 큰 희망을 주지도 않았고, 아주 행복한 결말도 아니었다. 그래서 난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든다. 그렇고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하루아침에 무슨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루 종일 술을 마셔야만 하는 알코올중독자는 술을 끊기 힘들고, 몸의 이상반응은 당연하다. 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성격의 사람은 그 성격을 평생 가지고 다닌다. 사춘기 딸을 둔 이혼남을 사귀면 앞날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런 창희, 미정, 기정, 구자경에게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 이제 꽃길만 있다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조금의 해방과 마음 가는대로의 완벽한 추앙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숨통이 트인다. 남이 아닌 나를 해방시키려는 노력만으로 그들은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 마지막 회에 염창희는 자신의 고향친구인 현아의 애인의 임종을 혼자서 지켜준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있는데도 차마 죽어가는 사람을 혼자 두지 못하고 그곳에 머문다.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바보라고 손가락질을 당해도 그런 일을 못 본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나의 딸아이와 남편도 그런 부류에 속한사람일 것이다. 달랑 세 식구인 우리 가족 중 두 사람이 저런 성향의 사람이라면 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나 혼자만이라도 식구들을 위해 그런 상황에 등을 돌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난 어떤 사람일까? 나 역시도 혼자서 죽어가는 사람을 두고 나오지 못하는 사람인가? 나는, 나는?

 

이 드라마는 결정적일 때, 사람들이 착함을 선택한다

그것이 추앙이고 나의 해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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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5-31 21: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13회부터 뭔가 좀 억지스럽다고 느껴서 막방 보기가 겁이 났었는데 어제 결국 봤거든요. 어? 이렇게 ? 이게 끝?
이러고 좀 당황했는데(시즌2 검색하고요ㅎㅎ) 페넬로페님의 글을 읽으니 나름 일관성있고
개연성있는 결말이었구나 싶네요.
그걸 읽어내신 페넬로페님 추앙합니다~♡^^♡

페넬로페 2022-06-01 01:06   좋아요 3 | URL
저도 아쉬운 점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도 제가 박해영 작가님의 팬이라 열린 결말을 좋게 받아 들였습니다.
어떤 분은 이 드라마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어느 부분에서 그런걸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포인트가 분명 있었어요.
저도 항상 미미님 추앙하고 있는 것 아시죠!

Meta4 2022-05-31 21: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3회차에 그만 했어야 했다고 봐요.

페넬로페 2022-06-01 01:07   좋아요 3 | URL
네, 좀 더 좋고 이해되는 결말이었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새파랑 2022-05-31 21: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약갸 평이 갈리는군요. 저는 저런 일상적인 결말이 좋더라구요. 저도 꼭 봐야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6-01 01:10   좋아요 3 | URL
호불호가 있었는데 이 드라마가 또 매니어층도 많아요. 우리 사는 모습을 담담히 그려주고 있어 저는 좋았어요^^

mini74 2022-05-31 2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보진 못했는데 페넬로페님 글 미미님 글 읽으니 보고싶어지네요. 결정적일때 착함을 선택하는건 추앙받을 일 맞는거 같아요 그러긴 정말 쉽지 않죠 ㅠㅠ

페넬로페 2022-06-01 01:12   좋아요 4 | URL
네, 정말 착하기 쉽지 않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용기도 있고 순간적인 결정도 잘 하는 사람들일 거예요. 이 드라마에서 추앙이란 단어를 새삼스레 알게 되어 좋았어요^^

햇살과함께 2022-06-01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 볼까 생각중이에요^^ 나의 아저씨 작가라니 보고싶어지더리고요 페넬로페님 글 보니 더 보고싶네요~

페넬로페 2022-06-01 09:40   좋아요 3 | URL
나의 아저씨가 10이라면 이 드라마는 8 정도 였는데 인물이나 에피소드들이 새로웠어요. 지나치게 담담하기도 했지만 행간의 의미를 또 생각하게 했어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제가 있는 것 같았어요^^

책읽는나무 2022-06-01 07: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며칠 전부터 넋 놓고 보기 시작했어요.
너무 우리네 모습 같기도 하고, 저 정도로 식구들이 담담하고, 무덤덤하고, 재미없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정말 우리네 모습인 건가? 생각하면서도 맞다, 맞어! 배우들의 대사에 맞장구 치며 보고 있는데...˝나를 추앙해요˝ 헐~~
그 유명한 추앙이란 말이 이 드라마에서 나온 거였더군요???^^
북플님들 한 번씩 추앙, 추앙 하시던데 뭔가? 했거든요.ㅋㅋㅋ
결국 착함을 선택했다는 그 말씀!
조금 위로가 됩니다.^^
오지랖을 떨어 왜 그랬을까? 자고 나도 후회가 되던데...사람들은 악한 행동을 줄곧 해온 사람이 아닐지라면 결국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결국 등 돌리긴 힘들 것이란 생각에, 페넬로페님도 착함을 분명 선택하실 것이라고 봅니다^^
배우들의 대사가 넘 좋더군요.
김지원도 넘 예쁘고~^^
쭉쭉 봐야겠어요.

페넬로페 2022-06-01 09:52   좋아요 4 | URL
한번씩 식당에 가면 옆테이블에서 밥을 먹는 부부나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말 한마디 없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곤 해요. 담담하면서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의 엄마와 아버지도 그렇게 사신 것 같아요.
그게 우리들의 모습이겠죠.
세 끼 밥을 먹으며, 또 그 밥을 먹기 위해 쳇바퀴 돌 듯 살아가고~~
저는 미정과 창희의 대사가 좋았어요.
저도 이 드라마보고 나의 해방일지를 한 번 써보고 싶어요. 추앙이라는 단어를 새로 발견했는데 그럴때마다 작가들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레이스 2022-06-01 09: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게는 그 추앙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고 오글거리고 뭔가 따로 노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단어는 없을까 했어요^^
일반적으로 잘 안쓰는 단어여서 그럴까요?
암튼 구씨의 정체가 어렴풋이 드러날때부터 흥미가 떨어져서 현실감이 ...^^;;
그렇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존경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기 전과 후의 인생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에 동의합니다!

페넬로페 2022-06-01 10:30   좋아요 4 | URL
추앙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구씨의 정체도 쇼킹했어요. 우리가 모르는 세계도 너무 많아요 ㅠㅠ

바람돌이 2022-06-01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드라마는 요 나의 해방일지파와 우리들의 블루스파로 나뉘는 듯해요. 같은 날에 하니 더 취향이 가는 쪽으로 먼저 보고 바로 이어서 넷플을 보는..... 얼마전에 친구들과 얘기하는데 진짜 반으로 갈리더라구요. 해방일지와 블루스.... 음... 저는 블루스파입니다. ^^

scott 2022-06-01 16:09   좋아요 3 | URL
저도 우블파!🖐^^
제주 풍경 보는 재미^^

페넬로페 2022-06-01 18:05   좋아요 3 | URL
본방사수하려면 두시간 넘게 tv에 앉아 있어야해서 일단 해방일지를 선택했어요. 저는 노희경작가도 추앙하니 블루스는 담에 몰아보기로 봐야겠어요^^

scott 2022-06-01 16: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해방일지 보는 시간은
페넬로페님 해방의 시간!ㅎㅎ

막방 시청률이 육퍼센트만 나왔는데

화제성은 👆^^

페넬로페 2022-06-01 18:08   좋아요 4 | URL
해방일지는 호불호가 나뉘는 작품이라 생각보다 시청률이 높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제 주변의 지인들은 다 보는것 같았어요 ㅎㅎ
저한테 해방이란 어떤 건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레삭매냐 2022-06-01 1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나는... 크하 -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인가
보네요.

손해 보는 삶에 대해 생각
하게 해주는 글이었습니다.

페넬로페 2022-06-01 22:19   좋아요 3 | URL
작가의 전작에 비해 시청률이 많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고 담담히 흘러가는 내용들과 인물들이 좋았어요~~
손해 보고만 사는 삶은 싫은데 그래도 인간미를 잃지 않으려 노력중인 평범한 중생입니다^^

희선 2022-06-02 0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사람 이야기여서 괜찮을 듯하네요 사람이 사는 게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요 그저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살면 좋을 듯합니다 그것도 쉽지 않겠지만...


희선

페넬로페 2022-06-02 09:39   좋아요 2 | URL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원하는 것에 쉽게 자신을 내주지 못하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요. 힘들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 살아가기를 바랄뿐입니다.
어려움이 끊이지 않을것도 같지만 우리네 인생이 다 그런거니
자기 나름대로 사는게 맞는것 같아요^^

독서괭 2022-06-03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해방일지 끝났군요. 저 10회 정도까지 본 상태예요. 전 이 드라마 참 좋더라구요. 구씨 정체 땜에 좀 맘에 안 들지만 ㅠ 남매들 이야기가 좋아요. 제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니, MBTI 첫번째가 E인 친구들은 초반부에 지루했고 5,6화 정도에 구씨와 로맨스 진행되니 볼만했다고 하고, I인 친구들(저 포함)은 첨부터 좋았다고 하던데, I의 취향을 저격하는 드라마인 건지..^^ / 결말이 꽃길로 끝나면 드라마 완성도가 떨어졌을 것 같아요. 일관성 있게 간 것 같아 다행입니다!

페넬로페 2022-06-03 15:18   좋아요 1 | URL
제가 I라 처음부터 이 드라마가 좋았나봐요. 구씨의 정체가 정말 쇼킹했죠! 그 사업이 그렇게 돈을 많이 가져다 주는건지도 여성들이 애용하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남매들이 다 진솔해서 좋았는데 저는 창희에게 많이 공감했어요^^

서니데이 2022-06-06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어제보다 오늘은 조금 시원한 바람도 불고, 눅눅한 느낌도 적지만, 햇볕은 뜨거운 오후입니다.
조금 전부터 살짝 날씨가 흐려지는 걸 보니, 저녁에 비가 또 올지도 모르겠어요.
휴일이 시작될 때는 좋았는데, 마지막날 되니까 아쉽네요.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6-06 23:44   좋아요 0 | URL
오늘 가볍게 입고 공원에 갔는데 불어오는 칼바람에 식겁했어요.
결국 좀 뛰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커피도 마시고요~~
날이 청명해서 넘 좋았어요^^
낼부터 다시 일상이 시작되네요.
서니데이님,
편안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