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그리 획기적이지 않게 끝났다. 더 큰 희망을 주지도 않았고, 아주 행복한 결말도 아니었다. 그래서 난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든다. 그렇고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하루아침에 무슨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루 종일 술을 마셔야만 하는 알코올중독자는 술을 끊기 힘들고, 몸의 이상반응은 당연하다. 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성격의 사람은 그 성격을 평생 가지고 다닌다. 사춘기 딸을 둔 이혼남을 사귀면 앞날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런 창희, 미정, 기정, 구자경에게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 이제 꽃길만 있다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조금의 해방과 마음 가는대로의 완벽한 추앙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숨통이 트인다. 남이 아닌 나를 해방시키려는 노력만으로 그들은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 마지막 회에 염창희는 자신의 고향친구인 현아의 애인의 임종을 혼자서 지켜준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있는데도 차마 죽어가는 사람을 혼자 두지 못하고 그곳에 머문다.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바보라고 손가락질을 당해도 그런 일을 못 본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나의 딸아이와 남편도 그런 부류에 속한사람일 것이다. 달랑 세 식구인 우리 가족 중 두 사람이 저런 성향의 사람이라면 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나 혼자만이라도 식구들을 위해 그런 상황에 등을 돌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난 어떤 사람일까? 나 역시도 혼자서 죽어가는 사람을 두고 나오지 못하는 사람인가? 나는, 나는?
이 드라마는 결정적일 때, 사람들이 ‘착함’을 선택한다.
그것이 추앙이고 나의 해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