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바바리안시즌1(모두 6)은 독일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독일학자들이 고증하였고 언어도 독일어랍니다. 기원후 9년 게르마니아 토이토부르크 숲(Teutorburger Wald)에서 벌어진 게르만족 연합과 로마군 사이의 전투를 다루고 있답니다. 그 무렵 지도 하나 스캔해서 올립니다. 선물입니다. 우리나라 그 때의 <국토지리>(그땐 선택과목)에서 동고서저,  동쪽은 산이 높고 서쪽은 낮아 물이 동에서 서로 흐른다물 흐름은 위에서 아래로형광펜 표시한 거기 혹은 그곳이 그렇습니다.  게르마니아의 하부와 상부도 그렇게.








"오늘날 세계에는 다양한 경영 패러다임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대륙마다 다르고 국가마다 다르다매우 거친 방식으로 분류한다면 인사조직 측면에서 크게 두 종류의 패러다임이 있다하나는 영어권을 중심으로 하는 앵글로색슨 모형이다이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영방식으로 피라미드 구조로 조직을 설계한다다른 하나는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하는 게르만 모형이다이는 분권화된 경영방식으로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로 조직을 설계한다." (<<성취 예측 모델>>, 248-249)










지방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방자치 단체장 등 지역 일꾼들 뽑는 선거입니다. 앞서 새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대통령. 말 그대로 중앙집권적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자치는 지방정부의 재정과 행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방정부의 재량권 강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나도 거칠게 말하자면, 하나는 앵글로색슨 모형에서, 다른 하나는 게르만 모형에서 장점을 취하지만, 대립적이라 상호 보완하지 않으면 갈등은 일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 

재정자립도 낮은 상당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방정부 내 조직이 중앙집권식(앵글로색슨 모형)으로 설계되고, 작동된다면, 분권화, 명분 채우면서 장점 살리기, 주장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게다가 '관내(管內)'라는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힘이 작동하는 것까지, 분권화된 지방정부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그런 생각 합니다. 좋다는 것 다 가져왔다고 좋아지는 것 아닐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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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래, 구례!’라는 글을 올리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살피는데 오류가 있다. 구례(求禮)를 아홉 가지 예를 구하는 곳으로 풀이한 것. 두 군데의 문맥을 수정했다. 구례에서 찾고자 하는 아홉 가지 예(九禮)가 있다는 그것은 무엇일까, 정도로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그래? 그렇다면 구례(求禮)에서 구례(九禮)를 찾아볼까호기심이 꼼지락거렸다. 검색어는 구례 아홉 가지 예. 인의예지신에다 그럴듯한 네 가지만 덧붙여도 되는데, 호사가(好事家)들이 지나칠 리가 없다 생각하면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 [그림과 가 있는 아침] 코너다.

 



=네이밍을 하는 이라면 필독서인 크라튈로스의 부제는 이름에 관하여'’. 플라톤 전집3(고르기아스/프로타고라스/이온/크라튈로스/소피스트/정치가)에 수록되어 있다.


스무 살 적엔 구례에 살고 싶었지요. 아홉 가지 예를 갖춘 마을, 이름만으로 이상향이라 생각했습니다. 섬진강 마을을 따라 산수유 매화 벚꽃 차례로 피고 살구꽃 복숭아꽃 자두꽃 한참입니다. 강물 위에 분홍색 살구꽃과 연두색 자두꽃 은은히 잠긴 모습 환상이지요. 강물은 흘러도 마을 떠나기 싫은 꽃은 물살 위에 그대로 머뭅니다. 시인이 구례에 이사 왔으니 밤새 술 마실 만합니다. 시도 사랑도 삶도 녹록지 않을 땐 술만 한 친구가 있겠는지요. 술 덜 깬 아침 가연이가 아찌 정말 시인이세요? 묻는군요. 구례에 왔으니 아홉 가지 예를 갖춘 인간의 시를 꼭 쓰라는 격려의 말입니다.”(곽재구 시인 시평, 서울신문, 2021. 04. 02.)

 

이원규 시인의 <뒷집 소녀 때문에>에 대한 시평이다. 시인이 다른 시인의 시에 감상을 덧붙이는 마당이니 그러려니 할까, 구례(求禮)를 구례(九禮)로 해석하면서 어떤 설명도 없다. 더구나 시평을 쓴 시인의 이름이 재구(在九)이지 않은가. 포구기행에서 이 시인의 아홉()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다산초당이 있는 강진 도암만의 옛 이름이 구강포 혹은 구십포인데, ‘(이곳) 사람들은 강진읍까지 들어오는 긴 바닷길을 도암만이라는 이름 대신 구강포 앞바다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는 것(130). 시인은 구십포는 강진 남쪽 6리인데 월출산에서 남으로 흘러온 물이 강진현 서쪽의 물과 합하여 구십포가 된다동국여지승람까지 인용한다

시인은 오래전에 <귤동리 1>이란 시에서 이 도암만을 장검(長劍) 같다고 했다.


아흐레 강진강 지나/ 장검 같은 도암만 걸어갈 때

겨울 바람은 차고/ 옷깃을 세운 마음은 더욱 춥다



곽재구의 포구기행구시포 편(천천히, 파도를 밟으며, 아주 천천히……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에서도 아홉()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구시포의 옛이름은 새나리불똥‘ '새 바닷가의 불같이 일어날 마을'로 풀이한다. 일제강점기에 이 포구 이름이 구시포(九市浦)’로 바뀐다. '아홉 개의 도시, 혹은 아홉 개의 저자(市場)를 먹여 살릴 마을이란다. 새로운 시작인 극수(極數) ()가 지명에 포함된 사례가 무수히 많다. 그러니 구례의 구()가 이례적일 수밖에,

굳이, 구례를 아홉 가지와 연결시키면, 구구례(求九禮)쯤이 된다. 그런데 옛 구례도 아니고 좀 그렇다. 이제 약간의 기지를 발휘할 때다. 전라선 남원역에서 순천역 사이 굵직한 역 가운데 하나가 구례구역인데, 뜻밖에도 이 역은 행정구역상 구례에 있지 않고 순천시(황전면 선변리)에 위치한다. 역을 빠져나와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구례교) 하나만 건너면 바로 구례다. 옛날에는 지리산을 등반하려는 산악인들이 어김없이 구례구역에서 내려, 은어회 한 접시나 민물참게 매운탕을 먹고 산으로 향하곤 했다. 어쨌든 구례(求禮) 입구(入口)에 있다고 하여, 구례구(求禮口) 역이니, 구구례라는 어색한 이름 대신, 구례구(九禮求)쯤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떠할지. 그래, 구례구(九禮求) 구례(求禮)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달빛을 깨물다(시작시인선293, 천년의시작, 2019-06-17)에 수록된 이원규의 시 <뒷집 소녀 때문에> 전문은 아래와 같디. 가연이 '덕분에'  좋은 시 한 편 썼지만 여기서는 '때문에'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뒷집 소녀 때문에


                                        이원규



 기필코 좋은 시를 써야겠다

 섬진강 변 녹차밭 대밭 옆으로 이사 온 뒤

 집들이 꽃놀이 밤새 너구리처럼 술만 퍼마시다

 뒷집 소녀 때문에 시를 써야겠다

 

 평균 연령 71세의 강마을에

 쫑알쫑알 아이 목소리가 들려

 필름 끊긴 창문을 열고 헛기침을 하니

 강아지 얼씨구와 놀던 아홉 살 소녀

 먹포도 두 눈을 반짝이며 인사를 한다

 

 아찌, 정말 시인이세요?

 두 눈이 빨개, 밤새 시 쓰다 나왔어요?

 슬그머니 눈곱을 닦으며

 마침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일생 단 한 편의 좋은 시를 써야겠다

 오로지 뒷집 귀농자의 딸 가연이 때문에



 =왼쪽은 구례구역(求禮口驛)  전경,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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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5-1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올리고 보니, 부지를 내주고 이름까지 내준 순천시의 아쉬움이 입석 문구에 남아 있지 싶다. 순천시 황전면 구례구역이라니. 영역표시가 확실하다. ˝아홉 가지를 예를 찾는(九禮求) 구례구역(求禮口驛)입니다.˝로 바꾸면 어떠할까? 예를 찾는 데 순천이면 어떻고 구례면 또 어떠하겠는가!
 
영란
공선옥 지음 / 뿔(웅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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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해마다 봄이 오면 참고서 따위를 모아 폐지했다. 책장 정리도 했다, 아이들이  아직 학생일 때. 떡 본 김에 지내는 제사,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책들 함께 정리하는 책들의 장례식,  소멸의 의식이었다. 올해는 늦은 봄 주말에야 짬을 내어 책을 정리했다. 그렇게  공선옥의 장편소설 영란』을 만났다. 친구의 선물이었다.  소장할 책인데, 절판이라, 택배로 보낸다. 읽어보아라, 아니 꼭 읽고 만나자 했다. 목포 원도심 여행 가이드는 기꺼이 맡을 것이니, ‘꼭 읽고 오렴’, 조건이었다.

50 : 50. 당일은 출장, 다음 날 하루는 휴가, 그렇게 12일 여행 겸 출장이었고, 친구가 속한 업체 방문이었으므로 친구는 월차를 내고일을 마치자마자 곧장 목포로 달렸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땅거미가 내려, 다도해의 일몰 풍경은 포기해야 했다. 항구에 있는 H모텔에 방 두 개를 잡았다. 하나는 우리 부부 다른 하나는 친구와 그곳 후배가 묵을 예정이었다. 이곳 사장님은 고향이 신안(군)의 어느 섬이래, 손님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늘 두세 개의 방을 남겨 둔다고 해. 폭풍우로 배가 끊겨 발이 묶인 고향 사람들을 위한 배려란다.

멋지네, 지금도 그럴까?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예약된 횟집을 찾았다. 민어회 등을 ‘6시 내 고향처럼 차리는 곳, 너무 잘 알려져 목포기행의 필수 코스가 된 민어의 거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당연히 그 집인가 보다 했는데, 친구가 안내한 곳은 널리 알려진 ○○횟집 바로 옆집이었다. 4인상에 15만원이었던가, 맞춤한 가격에 부딤 없이 민어회 풀코스를 위해 네 사람이 모였다는 듯이. ‘어느 집도 안면 있는 건 아니고, 이곳 지인들 따라 몇 차례 오간 곳'이라고 했다. 다만 옆집 상호가 익숙하다는 생각을 했을 뿐.


“‘이름이 뭐여?’ 나는 이름을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왠지 모르게 쑥스러웠다. 내가 머뭇거리자, 할머니가 말했다. ‘누가 물으면 인자부터 영란이라고 해불제 뭘.’”(61)

목포 선창의 허름한 영란여관. 여관과 식당을 겸하고 있는 할머니가 무심코 붙여준 이름 영란’, 서울내기인 는 낯선 곳에서 그렇게 영란으로 살아간다. 친구는 내가 당연히 숙제를 해온 것으로 알았겠으나, 출장 준비하랴, 그래도 여행이니 이것저것 챙기랴, 일상 업무까지 사실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주인공 두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있는 덕수궁 대한문 부근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와, 작품 속 시간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이후 작품 속 공간(배경)이 목포라는 데까지도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목포를 다녀와 나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영란은 우리집 책장 어딘가에 꽂혀 한두 해를 살았던 모양이다,


여행 이튿날, 친구 후배는 출근하고 우리 일행 셋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목포해상케이블카였다. 북항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유달산 중턱 정거장에 잠시 정차했다가 고하도 승강장(종)까지를 왕복하는 코스다. 가는 길 케이블카 안에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보았다.  고하도 해변 길과 산길을 걷는 것까지 일정을 소화한 우리는 돌아오는 케이블카에 탔다. 그런데 갑자기 유달산 정차장에서 내리자는 것이다. 북항에 주차한 차는 한 사람만 택시로 이동하여 가져오면 된다는 것. 그렇게 산 중턱에서 목포 원도심까지 도보로 이동하였다.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조금 내려오니 유달산 둘레길을 만나고, 더 내려가니 목포 원도심에서 대반동(목포해양대학교가 있는)을 오가는 고갯길 정상이다. 케이블카를 오가면서 살핀 풍경 속으로 문득 들어와 버렸다는 느낌 그 자체만으로 신기한 일인데, 친구는 정상에 있는 자그마한 수퍼에 들러 음료든 아이스크림이든 하나씩 먹고 내려가자는 것(손님이 뜸해 그곳에 아이스크림은 없었다). 7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사장님과 친구는 아는 사이인지이런저런 안부를 나누었다.


유달산(해달 228m)의 생명력 넘치는 풍경, 항구도시 사람들의 정겹고 따스한 온기와 부대끼며 는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영란으로 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영란으로 거듭난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몇 년째, 물놀이 사고(익사)로 보낸 어린 아들, 곧이어 차량 전복사고로 곁을 떠난 남편까지, 혼자 남은 나, 곁을 떠난 가족들의 빈 자리를 항구의 사람들이 채우기 시작한다. 목포의 영란여관’(에서)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수옥, ‘를 보며 가슴을 두근대는 완규, 그의 여덟 살배기 조카 수한, 치매 걸린 어머니와 사는 슈퍼 안주인 조인자 등등. 그리고 지고지순한 청각장애인인 모란, 그 딸을 묵묵히 돌보는 모란의 아버지 황진생이 있다.  친구는 설명하지는 않았다.  최근에 읽으면서 대반동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하나뿐인 구멍가게 가, 황진생과 그 딸 모란이 사는 집(모델)이었음을  깨닫는다.


내가 맞춤 가이드라고 했잖아! (사실은 소설을 다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어) 가게 주인은 나하고 사돈네 팔촌쯤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작가가 거기(원도심) 상당히 머물렀던 것 같아. 그래서.”

친구도 원도심에 일정 기간 살았는데, 소설 영란속 공간(배경)의 디테일은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고갯마루 가게를 나와 옛 목포제일여고를 왼쪽에 끼고 내려오는 길, 목포의 사업가가 생전에 살았다는 저택(일부는 성옥기념미술관으로 개방, 저택은 <장군의 아들> 촬영), 등산로 초입의 목포근대역사관1(드라마 <호텔 델루나> 촬영지), 노적봉까지 둘러보고 전날 들렀던 민어횟집 부근, 목포 원도심을 찾으면 으레 걷는 코스까지. 12일 일정은 끝났다.

목포근대역사관1(옛 목포 일본영사관) 앞 대로변에는 돌기둥이 서 있고 <國道 1·2號線 起點 紀念碑 >(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라는 상당히 복잡한 한자가 새겨져 있다. 목포에서 신의주까지(국도 1호선), 목포에서 부산까지(국도 2호선), 우리나라 1·,2번 국도가 시작되는 곳이면서 끝나는 기점이 거기 있었다. 친구가 그 기념탑을 배경으로 우리 부부더러 사진 한 컷을 촬영하자고 한 뜻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영란에게 항구 목포는 삶의 끝이면서 새로운 시작이었다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미안하고 감사해, 친구가 마련한 문학기행의 마침표를 이제야 찍는다.


너무 늦지 않게 민어회 먹으러 가자던 약속 아직 못 지켰네.”

, 그렇지 뭐. 그나저나 코로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

K-드라마도 아닌데 K-드라마인 줄 안다. 최근에 OTT드라마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파친코>의 일부 배경(부산 영도)이 목포 원도심이란다. 목포근대역사관(1) 건물을 왼쪽에 끼고 노적봉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이 문득 스치는데, 검색해보니 그렇더라고. 다음 목포기행은 좀 더 풍성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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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5-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란』종이책은 절판 상태이네요. 전자책은 살아 있고.. 링크가 종이책으로 걸려서 적습니다.

2022-05-13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톤전집 3 - 고르기아스 / 프로타고라스 / 이온 / 크라튈로스 / 소피스트 / 정치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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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하나 링크했더니 답이 왔다. ‘짧고 재미있게써주시라. 지인의 주문, 내겐 무섭다, '맑고 향기롭게'보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그리 하고 싶습니다. 누군 하고 싶지 않아 그러는 줄 아십니까대답하고 싶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든든한  지리산을 뒷배로 섬섬옥수 섬진강도 흐르는 전남 구례, 구례(求禮), 예를 구하다(청하다)

화엄사 앞 식당에서 산채비빔밥 먹고 오는 길, 군계(郡界)에 있는 입간판(옥외광고). “그래, 구례!”(안녕히 가십시오)


지명 유래야 찾아보면 금세 알겠지, 그 예가 무엇인지도 곧그래도 그냥 좋았다. 한 방 먹었구나, 충격이었다


태도다. 예를 구하는 방법1은 경청(敬聽).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 그런 가르침. ‘해주는것 아니라 하는

들어주는것 아니고 듣는. 당신과 만나 대화로 소통하는 가장 기본

이것 하나 있으면 누구나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될 수 있다.


그래를 대치하는 다른 용법을 찾는다. 하나는 맞아요다른 하나는 좋아요

맞아요는 문제가 많다옳고 그름 또는 틀림, 삶에 정답이 어디 있다고 맞아요라니

좋아요도 '그래', 무엇이 좋다는 거야좋음의 주체가 나여, 그대여뭣이 좋은지 설명이 필요하다

그냥 좋아요는 위험하다(좀 그렇다).

 

, 그렇지, .”

그렇군요.”

무소식이 희소식 아..

“..그러게요.”


플라톤의 대화편 크라튈로스의 부제는 이름에 관하여'그런가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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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눈썹을 두고 왔어 

찾으러 갈까

 

박연준의 시 <침대> 부분. 도발적인 시상 포착이 뛰어난 시인, 시인다운 시다. "심장이 몸 밖으로 나와 저 혼자 툭, / 떨어질 때가 있다" 시집 베누스 푸디카에서 발견한 이 시의 첫 부분도 쎄다. 한때 자연방목 꽃사슴 목장을 자주 오갔다. 가파른 산을 낀 22만 평 넘는 목장에는 수백 마리 꽃사슴이 자라고 있다(고 했다). 가까이 그리고 먼발치에서도 그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100% 자연방목은 아니라, 동한기 등 야생 먹이가 귀할 때는 사료를 제공한다. 의존성이 생겨 급이할 때가 있다. 사슴들은 그런 관리자에게는 경계를 늦춘다. 하지만 낯선 이들에겐 곁은 물론 한두 끼 굶을지언정 급이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업무상 사진이 필요했다. 지붕이 뚫린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고 최대한 서행하면서 촬영을 시도했다. 그렇게 100미터쯤 전방 들판에 노니는 사슴들을 만났다. 찰칵!, 순간 셔터음을 들은 것처럼, 사슴들은 숲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스포츠 모드라야 했어) 이어진 컷들은 피사체가 흔들려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200여미터를 달리던 사슴들, 말 그대로 '사슴처럼' 달리던 사슴들이 산기슭에서 문득 멈춰 선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다. 차알~, 그렇게 필요한 사진 한 장을 세이브했다. "선생님, 미안해요. 미리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운전석 생산자가 들려준 얘기다. "녀석들은 무섭게 달리다가 잠시 멈춰요. 그리고 뒤를 돌아봐요. 바로 그 순간 녀석들은 총을 맞아요." 사냥꾼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이란다. 노련한 사냥꾼은 바로 그 순간을 느긋하게 기다린다, 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노루나 고라니들을 곧잘, 그렇게 만났다. 하지만 사슴(꽃사슴)은 교과서()에서 먼저 만났다. 분명하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은 왜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돌아보는 것일까? 그렇게 하게 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둘 중 하나이거나 둘 모두라고 생각했다.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달콤한 먹을거리(풀들), '내가 왜 달려야(에너지 낭비) 하지, 위험은 사라졌나 확인하려고. 하지만 '무엇'은 설명이 가능하지만 ''는 왜 그런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해석에 필자처럼 사슴을 국어 교과서에 먼저 만난 분들의 아쉬움 없지 않으리라.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 그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바라본다'가 더, '무척 높은 족속에게'는 걸맞다. 사슴들은 늘 그렇게 바라보아야만 한다. 사물이나 추억에 대한 그리움. Homesickness 또는 Nostalgia', 향수(鄕愁) 때문이었을까? 면벽 선승처럼 씨름하는 화두쯤은 아니지만 사는 동안 문득 내겐 화두 한두 개 쯤으로 있다. 3~4월 다 자란 꽃사슴의 뿔은 떨어지는데, 녹각(鹿角)이다. 노천명은 '향기로운 관()'으로 읽었다. 새로 자라난 뿔은 6~7월이면 가장 크고 화려하게 자라고, 이후부터 녹각이다. 이즈음 5월에서 6월 사이 말랑말랑한 뿔을 채취하는데, 새로 자란 사슴의 연한 뿔, 이것이 녹용(鹿茸)이다. () 위에 자란 풀(), 죽순(竹筍과 생리와 채취 시기에서 다를 바가 없다.

 

여기까지, 어린이들도 접근 가능, 이제부터는 잔혹한 동화다. 이즈음 먹을거리를 찾아 꽃사슴들은 속속 급이(급식) 장소에 도착한다. 먹을거리도 차츰 달콤하였다. 이번엔 그냥 돌아갈 수 없다. 수금할 시간. 마취총에 사슴들은 쓰러지고, 두꺼운 천막 위로 옮겨진다. 모든 생명에게 삶은 전쟁, 야전(野戰) 침대다. 생산자는 전기톱으로 사슴의 연한 뿔을 자른다. 피가 흐른다. 지혈을 한다. 해주는‘. 동안 깨어나지 못한다. 후숙이 덜 된 바나나를 만지는 촉감, 최고급 녹용은 그렇게 생산된다. 인위이지만 내겐 카이로스. 다가가 촬영한다. 오얏꽃(자두나무의 )들의 낙화, 꽃비 내려 꽃사슴이 되었구나. 만져본다. 오얏꽃은 조선 왕실의 문양. 그들의 벛꽃이 아니다. 오얏꽃과 벚꽃, 꽃들의 한일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작품 자체, 작품 '' 자체만 보자 그랬다. 뉴크리시티즘(신비평)이다. 첫째, 작품 외적 요소는 배제하고 작품 자체만 볼 것. 둘째, (사람) 작가의 삶을 작품에 결부하는 것도 금물, 기타 등등.

김지하 시인이 어제 작고했다. 명복을 빈다. 젊은 날, 이후로도 오랫동안 우상이었던 선배 시인의 다른 견해(모습)에 입은 상처는 여전하다. 애증이다. 애증이니까 사람이었다. <사슴>의 노천명만 보자는데, 노천명의 <사슴>이 보인다. <타는 목마름으로>의 김지하만 보고 싶다. 안 된다. 나만 그러한가?

 

102. 샘물가의 사슴과 사자(이솝 우화, 천병희 원전 번역)

사슴이 목이 말라 샘물가에 갔다. 사슴은 물을 마신 뒤 물에 비친 제 그림자를 보았다. 사슴은 크고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제 뿔이 자랑스러웠지만, 가늘고 약한 제 다리들을 보고는 몹시 속이 상했다. 사슴이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사자가 나타나 사슴을 쫓기 시작했다. 사슴은 도망치기 시작해 사자를 크게 앞질렀다. 사슴의 힘은 다리에 있고, 사자의 힘은 심장에 있기 때문이다. 빈 들판에서는 사슴이 사자를 앞질러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무가 우거진 곳에 이르러 뿔이 나뭇가지에 엉기자 사슴은 더 이상 뛰지 못하고 잡혔다. 숨이 끊어지려는 순간 사슴이 중얼거렸다. “불쌍한 내 신세야! 내가 불신했던 다리는 나를 구해주었는데, 내가 믿었던 뿔이 나를 죽이는구나!

 

사슴은 초식동물. 살기 위해 뜯어야 한다

그런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 목은 그렇게 길어졌다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다리가 길어졌다

다리가 길어지는 동안, 멀어지는 지상의 풀들을 먹기 위해 모가지가 길어졌다

이상은 생태에서 추출한 꽃사슴들, 그들의 해부학적인 슬픔이다

우리가 혹은 내가 삶의 시간 어디쯤, 꿈속에 두고 온 것은 무엇일까

그런 줄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그 무엇, 그것은 일종의 ○○은 아닐까?

김지하는 노쳔명은 그리고 나는?


꿈속에 눈썹을 두고 왔어

찾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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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5-0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당리에서의 나의 죽음은
출렁이는 가래에 묻어올까, 묻어오는
소금기 바람 속을
돌 속에 흐느적거리고 부두에서
노동자가 한 사람 죽어 있다
--김지하 <용당리에서> 앞부분

프레이야 2022-05-11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지하 시인 별세 소식 들으며 역시 끝이 좋아야, 끝까지 좋아야 한다는 교훈을 떠올렸어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박연준 시집 담아갈게요 표지가 이쁩니다.

Meta4 2022-05-13 22:3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아직도 살아서 인생의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사람을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아직 경기가 진행 중인데 어떤 선수를 우승했다고 선언하며 영관을 씌워주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하고 효력도 없지요.˝ 인용 때문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살피는 중인데, <솔론 전>의 한 대목이 생각나 입력해봅니다. 자기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행 중이던 솔론이 있다면서, 크로이소스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솔론이 그에게 한 말이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