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번역 일리아스 / 오뒷세이아 세트 - 전2권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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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내가 오랜만에 내 서재 문을 두드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전 번역가 천병희 선생께서 별세하셨다는 부고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로마 고전 번역에 평생 바친 천병희 교수 별세_플라톤 전집 등 주요 원전 40여 종 우리말로 옮겨(한겨레 고명섭 논설위원) 

그리스·로마 고전 번역에 평생 바친 천병희 교수 별세 : 학술 : 문화 : 뉴스 : 한겨레 (hani.co.kr)

향년 84세. 『일리아스』-『오딧세이아』 세트에서부터 플라톤의 대화편 전편 완역까지, 선생은 대한민국 독자들이 서양 고전들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일평생 원전 번역의 신세계를 펼치셨다.[2019년 플라톤전집 7권을 완역했으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정치학』·『니코마코스 윤리학』 등이 고인의 손을 거쳐 완역됐다,] 

『일리아스』부터 읽느냐, 『오딧세이아』부터 읽느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처럼 선택은 독자들 몫이지만, 이 두 권의 책이 서양 고전 읽기의 출발점이라는 데에 이의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양(인문학)교육을 대학 전체의 커리큘럼에 적용한 시카고대학의 일명 ‘그레이트 북스’ 시리즈(시카고대학 선정)의 서양 고전 읽기의 1번이 『일리아스』이고 2번이  『오딧세이아』이다. 이처럼 두 권의 책은 (서양) 고전 읽기, 인문학 공부에서 ABC에 해당한다. 

고대에서 근현대에 이르는 시카고대학 그레이트 북스 리스트에 상당 부분(앞부분)을 천병희 선생 덕분에 원전번역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독자들에게는 내일모레로 다가온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같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단국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당시에 20여 권, 정년 퇴임하고 명예교수로 주석하면서 집중적으로 번역하신 고전들이 40여 권, 부고 기사에 따르면, 그리고 돌이켜보면 선생의 꾸준한 번역 작업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숨 갚은 여정이었던 것 같다. 

천병희의 원전번역이 우리 출판계는 물론이고 우리 현대사에 어떤 의미인지, 내게 천병희 선생이 평생 가꾸신 고전의 숲의 길을 안내한 친구가, 했던 말로 추모의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에 그런 대목이 나와. 지주였던 최참판댁 땅이 얼마나 많았는지, 소설의 공간인 평사리 근동의 주민들은 그 집 땅을 밟지 않고서는 어디를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는……. 이처럼 우리나라 독자들은 천병희 선생이 원전번역한 서양 고전들을 읽지 않고서는 서양 고전에 접근할 수가 없다는…….” 

나는 천병희 선생의 번역서 읽기의 칠부 능선에 겨우 올랐지만, 책을 펼칠 때마다 친구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만석지기 최참판댁의 드넓은 땅들 못잖은 면적의 (서양) 고전의 숲을 평생 일구신 분이 천병희 선생이다. “정년퇴직 이후 20년 동안 하루에 6시간씩 꼬박 고전 번역에 몰두해 하루 60여 행의 적은 소출로도 40여 종의 고전을 번역”(숲 출판사 보도자료)하신 분. 

대학 교수나 강사들, 학자들의 연구 실적으로 번역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한’ 문화, 원전 번역은 기간산업, 말하자면 산업화 시대를 이끈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것이라고 번역의 중요성을 목청껏 외침에도 대통령 공약집에나 실리고 묻히는 ‘특이한’ 나라, “번역청을 설립하시라!”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향년 84세로 생을 마감하신 고전번역가 천병희 선생을 추모하는 내 나름의 글을 쓰면서, 선생이 일생을 통해 남기신 유언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추정한다. 

“2022년 12월 21일 22시 49분에 작고하신 천병희 선생님의 명복을 소원합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022년 12월 24일,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진행될 예정이다.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서양) 고전의 숲을 맘껏 걸었습니다. 그리고 걷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서양) 고전의 숲을 맘껏 걸었습니다. 걷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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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2-22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천병희선생님께서 별세하셨군요 ㅠㅠ
고전이라는 단어에 우뚝 서 계신 분이신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Meta4 2022-12-23 02:05   좋아요 1 | URL
결혼식장에는 안 가도 장례식장에는 꼭 가는데.. 사랑은 하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많이 아프네요. 감사

scott 2022-12-23 0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알았습니다

그리스어 희랍어 원전 번역에 한 획을 그으셨던 분
앞으로 이런 분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Meta4 2022-12-23 02:11   좋아요 0 | URL
감사, 앞으로 이런 분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timeroad 2022-12-25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고 기사를 읽었는데, 오늘에야 모처럼 알라딘에 글 하나를 올릴 시간을 내었네요. 감사~

Meta4 2022-12-27 18:25   좋아요 0 | URL
어제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홧팅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__<천 개의 바람이 되어> 가사  앞부분. 

<천 개의 바람이 되어 になって A Thousand Winds)는 작시 미상일본 작곡가 아라이 만이 작곡한 J-POP에 속한 곡이다2003년 11월 6일 일본에서 싱글 앨범 "<천의 바람이 되어>로 발매되었다국내에는  2009년 2월 16일, 팝페라테너 임형주가 한국어로 번안 및 개사하여 자신의 미니앨범(My Hero)의 마지막 7번 트랙으로 수록하여 한국에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이 곡은 추모곡의 대명사가 되었고, 그런 자리에서 사용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대표공식 혹은 대표추모곡.. 이란 식이다.  작시 '미상'이라고 하였지만, 스토리가 있다.  1932년 미국 볼티모어의 주부 메리 프라이가 지은 시 <내 무덤에 서서 울지 마오.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그 출처)"가 출처라는 것프라이는 모친을 잃고 상심해 있던 이웃을 위로하려고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로하는 내용의 이 시를 썼다원래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전승되던 작자 미상의 시를 그 기원으로 본다.


먼저 세상을 떠난 고인들을 기리는 추모곡으로, 미국과 일본한국에서 모두 인기를 얻은 곡. 그런데 왜 천 개의 바람일까?  천일이라는 물리적 시간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본다. 영혼을 보내는 '49재'도 있지만, 예를 중시한 유교사회(조선)에서는 부모상을 현직이 어디였건 3년이라는 애도기간을 허락하였고, '경력단절' 없이 유족은 그 기간의 애도 휴가를 보장받았다. 그래서 '3년상'이라고 한다. 말이 3년상이지, 그 날들의 수를 합산하면 1,000일이 좀 넘는다.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더라고,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두고, 유지를 받들기 위해 자성하는 시간을 좀 가지시라, 그런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듯하다. 

부모의 묘소(산소)를 지키는 시묘살이 3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금은 정확히 의무 복무 연한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전쟁 이후 상당기간 군에 입대한 장병들의 의무복무 연한은 하루도 빠지지 않는 3년이었다.  그래서 '3년이라는 시간'이 나왔다. 충과 효가 다르지 않다는 개념이 이 물리적 시간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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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이슈가 있다한국 사회에서 자기계발과 자기관리 열풍이 도무지 식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이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이 성공의 비법이라는 논리는 참으로 어리석다, (2)그들의 남다른 성공은 타고난 역량을 아주 잘 발휘한 덕분이긴 하다하지만 그가 그렇게 성공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와 시스템이 뒷받침해준 덕분이기도 하다누구든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장소는 우연이라는 것이다똑같은 비법(?)을 실행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들만큼 성취하지 못한다아쉽지만 그런 성공은 소수의 사람에게나 가능하다. "


성취 예측 모형』(최동석 지음) 82면이다. 우리 사회의 실상을 간파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다. 독서(강연) 시장을 분석하는 동안, 자주 거론되는 메시지다. 우리 출판시장에서 자기계발, 자기관리 관련 서적군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하는 법' 투성이인데,  알만한 인간들 중의 위인들이 그 예시로 등장한다는 점이 어쩌면 한계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굵직한 메시지(자기 철학)은 사실상 없다, 는 것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이다.  성취 예측 모형』도 예외는 아니다. 개개의 역량 발견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비범한' 삶을 살아가는 '위인'급들이 예시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물론 이 부분은 필자도 언급하고 있다. 어떤 대단한 조직의 CEO에게 '사회 지도층'에게나 필요한 메시지를 담은 것 같지만,   성취 예측 모형』에서의 역량 탐사는 나를 만나는 방법, 나를 찾는 길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어 제시하는 사람 또한 '스티브 잡스'다.  최동석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에 '그가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인도로 향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단 스티브 잡스(이미 작고했고) 쯤을 소환해야 독자들이 귀기울인다는 '계산'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이다. 그래도 한 차례 살피자.  잡스는 인도에서 여러 유명한 선사들을 만나러 돌아다녔다그러던 중 돌연 더 이상 구루를 찾지 않기로 결심하고 미국으로 돌아온다왜 그랬을까그 이유는 스스로 선불교의 진리를 깨우쳤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인도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지력을 사용하지 않지요그 대신 그들은 직관력을 사용합니다그리고 그들의 직관력은 세계 어느 곳의 사람들보다 훨씬 수준이 높습니다. (중략인도에서 돌아온 이후 선불교는 제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중략저는 선불교의 진리를 깨우쳤습니다스승을 만나고자 세계를 돌아다니려 하지 말라당신의 스승은 지금 당신 곁에 있으니."


위의 책 122면 인용을 재인용했다.  무지개를 찾아 떠나는 여행, 파랑새는 늘 멀리 있다는 설정(프레임)에서 벗어난 사례가 '새로움'이다.  오래전 얘기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최동석이 일침을 가하는 비판의 '전설'에 속하는 책이었구나 싶다.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내가 왜 그 무엇을 찾고 있는지, 그것이 '달'이었는데.. 정작 그것이 달이심을 몰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있는 것,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문제제기하는 그 자체가 나의 놀라운 변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고, 듣고 또 들으면서 자족하는 것, 그 프레임에 빠져 있다. 그런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나의 독서의 전환점은 문득, 왔다. 서양을 좀 알자. 갑질을 일삼고 있는, 그들의 뿌리를 좀 알자.  멀리가 말랑말랑할 때는 좋은 번역이 없어서, 라고 핑계를 댈 수 있을 것이고, 당면한 문제가 뒤섞여 있어 여유가 없었다.  책을 읽을, 공부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하는데, 어느 쪽으로든 '무모했다.' 그 결핍이 서양을 알고자 하는 독서로 분출된 것은 아닌지.  성취 예측 모형』에서 바람직한 모델로 제기하는 게르만모형이 뭔지,  조심스럽게 『게르마니아』를 읽었지만, 딱히 몇 마디로 정리는 못하고 있다. 


'가리키는' 손가락은 그저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다. '가리키는'이 '가르치는'은 아니다. 그 가르침을 오롯이 받아들일 준비도 없다.  "사회구조와 시스템",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 선거인데.. 그러므로 "~하는 법'이나 찾고 또 찾으면서 '학구적인' 삶, 노력하고 있어 하고 하는 것, 그것이 행복일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엮인 책 , 『그리스 로마 에세이』에는 거의 모든 서양인들의 '자기계발'과 '자기관리'가 실려 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10 위인선)에는 예시 가능한 고대의 위인들이 선별되어 있다. 이다희 님(이윤기 선생님 따님)이 번역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편 번역도 있다.


'여시아문(如是我聞)'처럼, 나는 이렇게 읽었다, 나는 이렇게 들었다,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그런, 북리뷰 안에 찾고자 하는 뭔가가 있을 수 있다.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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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6-08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카고대학은 인문교양 기반의 종합대.. 그런데 거리를 지켰나, 동양의 고전리스트를 만들지는 않았어요. 그레이트북스라는 것. 그 선을 넘은 사람이 스티브 잡스인 것 같다. 그들도 모르고 안 하고 했지만 거기 있는, 그런 모습이 이쁘더라고요. 그런 생각에서 쓴 글임. 나는 내가 가진 것도 사랑하지 못하는데..
 

김혜자 그리고 고두심, 이병헌 그리고 이정은까지, 매주 2회분 업그레이드되는 <우리들의 블루스>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16부작이겠지 했는데 지난 주말에도 2회분이 방송되어 또 보고 있다. 대체 몇회까지 가는가  살피니 20부작이란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언제까지 가도 언제 끝나도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드라마인 것 같다.  책으로 치면 단편집 혹은 중편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이문구의 소설   우리 동네』와 같은 설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한 달쯤 살아보고 싶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배경인 점이 있고, 특별하게 1인 혹은 몇몇 주인공에 집중한 서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혜자 그리고 고두심 하면 생각 나는 드라마 <전원일기>의 연장 혹은 그  드라마가 가진 롱런의 조건을 갖추었다, 20부작이란다, 그런데 더 가도 상관없이 나름의 시청율을 유지할 것 같다. 


한 집안 살림의 디테일을 거의 다  알고 있는 농촌(어촌) 공동체가 배경이다. 전지적 관찰 시점이 통용이 된다. 때문에  이 집 또는 저 집의 이야기가 다 드라마의 소스다. 익명의 도시라면 안 되는 이야기가 이야기가 된다.  그러므로 누구나 주인공이다.  그렇게 단편소설집, 중편소설집 연작처럼 주인공이 된다, 될 수 있다.  

이 드라마가 '제주의 삶'을 제대로 짚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인색한 톤으로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은 것만으로도 '좋음'이다. 그리고 생각나는 소설집이 있다.  『갈보콩』이다.   『갈보콩』에 등장하는 편편의 주인공의  성들이야 김씨도 있고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동네> 연장선에 있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좀 쎄다.  



영화를 보면 엔딩크레딧 이후, 익숙한데 하면서 촬영지 내지는 협조해주신 데에 대한 기록이 올라간다. "저 사람 뭐야"  그냥 한 회일 뿐인데 꼼꼼히 살피는 직원 때문이 보내는 시선이 어둠 속에서도 느껴져 늘 갈등이지만, 그 촬영지와 배경만은 아니지만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었구나, 하는 것까지 살피고 극장을 나온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우리 드라마 역사의 이정표 하나가 될 것 같다. 16+20회, 그 이상도 될 것 같은데.. 21세기의 <전원일기>로 지속가능ㅎ란 요소를 갖추었는데...    지켜보겠지만, 나름대로 가진 설정을 낭비하지 않기를, 극 속에 문득 다큐의 주인공 최불암 샘이 서귀포 어디쯤을 방문해서 '먹방'을 하는 설정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거긴 없고, 여긴 있는, 거긴 없는 것 당연하고 여긴 있는 것  당연해야 하는 그 설정 속에 <전원일기>가 있었다.  변화되는 농촌 삶과 동떨어지면서  그 생명은 끝이 났다.  무서운 곳은 농촌이 농촌다워야 하는 대로의 복무지을 이행할 필요가 없어진 현실이 더 슬프다, 제주는 우리니라 대표 '섬'이다. 그야말로 지방자치다. 그것 잃으면 안 된다.  그런 생각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대한 나의 편견은 '제주도 여행'이구나, 였다.  그런데 이쁘게 감사하게 보고 있다.  지지는 100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리고 이미 얘기했지만 또 하나 여기에는 주인공이 없고(없어야 하고) , 딱히 내세울 사람이 없다. 없어야 한다. 그것이 설정이고 그것이 힘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받은 오해는 화려한 캐스팅이다. 아니기도 하고 그런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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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6-06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병헌은 연기를 참 못하는 것 같다. 보고 또 보아도

stella.K 2022-06-06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런가요? 전 이병헌이 내내 연기를 잘 하나? 했다가
이 드라마에서 나름 잘 하네. 그랬어요.
무뚝뚝하고 가방끈 짧은 역이 잘 맞네 했거든요.ㅋ
초반엔 이게 뭐지? 좀 지루한데 했는데 뒷심이 있어
역시 노희경! 했습니다. 그런 드라마가 이번 주말이면 끝나네요.
노희경 드라마도 앞으로 얼마를 더 볼 수 있을까 싶네요.
드라마 시장도 워낙 빨리 바뀌어서…

Meta4 2022-06-08 00: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끝까지 잘 보겠습니다.
 

"여러분, 다시, 출마 할까요?"  대통령의 마지막 퇴근길을 유투브(실시간)로 배웅했다. 5월 중순 초입이었다. 다음 날 취임식 참석하고 서울역을 떠나며(배웅), 양산통도사역(울산)에 도착하여(마중) 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대통령의 모습도 지켰다, 우리 정치사에서 흔한 풍경은 아니었기에. 그런 대통령 말씀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덕분에'다. 국민 여러분 덕분에..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때문에'와 '덕분에'가 흔재되어 있지 않다(모든 연설문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자리에 ''때문에'를 쓰는 정치인들 무지 많다.  알만한 방송인들도, 구분 못하는지, 안 하는지, 그런 발언을 무심코 한다.  '덕분에'는 감사의 언어다. '때문에' 감사하다는 것도 불가하지는 않으나, 어색하다. 그리고 모든 '때문에'의 자리에 '덕분에'를 쓸 수는 없다(이와 관련된, 국어 의미론  논문이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랑하기 때문에'처럼 '사랑'과 '때문에'가 만나는 지점은 '덕분에 '보다는 '때문에'가 더 세련된 느낌이다. 웃게 하고 울게도 하는 사랑, 사랑이란 늘 그렇다. 당신이라고 '때문에' 힘든 일 없었을까, '문재인의 위로'로 치고'문재인을 위로'로 읽는다.  

 


299. 아버지와 딸들

어떤 사람에게 딸이 둘 있었는데, 한 명은 원예사에게, 다른 한 명은 도공에게 시집보냈다얼마 뒤 그는 원예사의 아내가 된 딸을 찾아가 어떻게 지내며 하는 일은 어떠냐고 물었다그녀가 말하기를모든 것이 그녀 뜻대로 되어가고 있지만 신들에게 한 가지 간청할 일이 있다고 했다그것은 다름 아니라 채소가 목마르지 않도록 날씨가 궂어 비가 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 뒤 곧 그는 도공의 아내가 된 딸을 찾아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다그녀가 말하기를다른 것은 부족한 것이 없지만 한 가지 소원이 있는데그것은 다름 아니라 도자기가 마르도록 날씨가 계속 청명하고 해가 비치는 것이라고 했다그는 그 딸에게 말했다. “너는 좋은 날씨를 바라고 네 언니는 궂은 날씨를 바라니 나는 너희 둘 중 누구와 기도해야 하니?”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일에 손대면 둘 다 놓친다.'  부동산? 서울의 집값? 이솝 대변인의 공식 메시지다. '옛날에'로 시작되는 우리 이야기에도  우산 장수 아들과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걱정하고 있다.  짚신 장수 아들이 소금 장수로 등장하기도 한다. 제목을 정하라면 <어머니와 아들들>쯤 되겠다.  비 오는 날에는 짚신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 해가 뜨는 날에는 우산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머니. 아흔이 훌쩍 넘은 어머니가 일흔에 이른 아들에게 차조심하라 걱정하시는 마음, 그것이 어머니 마음이니 걱정하는 어머니가 어머니답다. 걱정하는 마음은 곧 기다리는 마음이다.  

 

늦은 밤 편의점 가는 길에, 인동초 네 그루 하늘로 오르는 화분에 물을 주었다(사진은 4월 어느 날이다, 지금은 밤이라). 돌아오는 길, 이슬비가 내린다. 봄가뭄이 심하다. 주기적으로 물을 주지 않으면 잎이 시들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혀가 탄다. 꼭 햇볕이 쨍쨍할 때 발견하니 속상한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질 무렵이라야 하는데, 때가 안 맞는 것. 어쨌든 모처럼 제 시간에 물을 주고 돌아오는 데 비가 오시다니.. 나로서는 감사다.  하느님과 동업하는 농부들을 위해서도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솝 우화의 아버지는 지금 어떤 생각이실까? 

오늘은 비가 오네,  큰아들 우산이 좀 팔리겠어,  녀석 재미 좀 보겠는걸. 오늘은 덥구나, 소금은 영업 시간 있어 매출 좀 올리겠는걸. 그래도 아픈 손가락이 먼저라, 걱정 앞서지만 '덕분에'로 받아들이면 세상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치명상을 입은 소상공인들에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단다. 코로나19 '때문에 ' 피해를 본 업체가 대다수이지만 코로나19 '덕분에' 매출이 오른 업종도 있다. 선별 지급이 어떻고 퍼주기는 안 된다, 등등 이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겠지만,  애매한 업종, 애매한 상태라면 지급하는 쪽이었으면.. 다만, '덕분에' 바쁘게 뛰어야 했던 택배 노동자 등 그들에게,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 있다.  


056. 숯장수와 세탁소 주인

어떤 집에서 장사를 하던 숯장수가 이웃에 세탁소 주인이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숯장수는 그에게 가서 자기와 함께 살자면서그렇게 되면 그들은 더 친해지고 한집에 사는 만큼 생활비도 더 적게 들 것이라고 했다세탁소 주인이 대답했다. “그것은 나로서는 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오내가 하얗게 만들어놓은 것들을 당신이 검댕으로 까맣게 만들 테니 말이오.”(출처: 위와 같음)


'서로 다른 건 그것이 무엇이든 맞지 않다'는 메시지다. '무엇이든'이 아프다. 하는 일이 서로 달라 '때문에' 두 사람은부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다면 잘 살았을 것 같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 아니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조심조심, 존중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너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다름 인정하지 않을 때, 조화로울 것처럼 보이는 부부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난다. 숯장사의 고정 거래처, 그 고객들이 세탁소의 고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매출이 더 늘 수도 있다. 숯을 취급하는 사람은 숯장사만이 아니다. 숯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좋은 관계는 시작된다.  

첫째의 파라솔 아래서 둘째가 소금을 팔 수도 있지 않나. 


때문명사나 대명사어미 ‘-’, ‘-’, ‘-’, ‘-’ 뒤에 쓰여앞에 오는 말이 뒤에 오는 일의 까닭이나 원인임을 나타내는 말.


덕분(德分)주로 ‘~’, ‘~()’, ‘~이다의 꼴로 쓰여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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