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장모님께서 돌아가셨다. (향년 88세)
요양병원에 계신지 거의 7년이 되셨는데, 지난 주말부터 급격하게 안 좋으시더니
돌아가실 거 같다는 연락을 받고 장모님이 계신 대전으로 내려가려는 중에
임종 소식을 들었다.
2012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임종 전 수년 동안 의사표시 능력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로
지내셨으나, 장모님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의식은 멀쩡하셨다.
어쩌면 그래서 더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지도 모르겠다.
장례를 치르고, 삼우제까지 지내고 어제 저녁부터 책을 다시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룬 책들을 제법 사 모았고, 읽어와서 그 길 근처에
얼씬도 못했지만 나름대로 코스라든지 비교적 유명한 지명(생장, 론세스바예스, 부르고스,
용서의 언덕, 레온,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등등)을 줄줄 외울 정도는
되었는데도 추가로 더 영입을 했다.
당분간은 생장부터 시작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걸을 시간을 만들기는 어려워 간접 체험이라도 목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박재희 저)을 펼치고 맨 앞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는데,
내가 알고 있기로 Camino de Santiago인데 camono로 표기되어 있어서 시작부터 왠 오타?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신뢰도가 좀 떨어지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술술 읽히고 어느새 책의 절반에 다다랐다.
거기서 저자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콱하고 눈에 밟히는
문장을 만났다.
" 어느날 인지 검사를 하던 선생이 여기(요양원)가 어딘지 아느냐고 묻자 엄마는
느리지만 또박또박 말씀하셨다. "알지요, 쓸데없는 사람 갖다 버리는 곳이요""
아버지도 장모님도 수년의 시간을 요양(병)원에서 보내셨다.
아버지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고, 종종 가출을 하셔서 파출소에서 연락오는 상황이
되자 나를 포함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모시자고 했지만 어머니는 극력
반대를 하셨다. 그러나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시고 온 식구가 패닉에 빠지는
상황을 겪자 더 이상은 반대를 하지 않으시고 집 근처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요양원으로 모셔서 결국 그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셨다.
장모님도 별반 다르지 않으셨고..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종종 들었다.
친할머니께서 10년 정도를 치매를 앓으시면서 큰집, 우리집, 작은집의 어르신들이
친할머니를 챙기는 것을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았다.
그 당시에는 요양원에 모시는 것을 지금보다는 많이 금기시 하는 분위기 였고,
그래서 돌아가면서 간병을 하기로 했는데 그게 만만치 않아 보였다.
요양원은 2000년대 이후부터 일반화 되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나 장모님의 병환을 24시간 상시적으로 관리해 줄수 있는데에만
모든 촛점을 맞추다보니 그 분들이 느꼈을 외로움, 고통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예고편만 보고 본편을 아직 보지는 못했으나, 꼭 보고 싶은 영화중 하나인
<스틸 앨리스>.. 치매 발병 초기에 느끼는 고통을 가감없이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아버지와 장모님께서 우리에게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코로 유동식을 흡입해야 하는 고통에 대하여 전혀 인식하지 못했음이 뒤늦게
후회된다. 지금와서 어찌할수는 없겠지만 그러한 상황을 맞이하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닥칠
미래일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