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기나긴 여행(세계 일주여행 정도나 되지 싶다)을 마치고 다시 나의 누추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누추하지만 포근하고 가난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떠나있는 동안 제법 많은 일이 있었다.
작년에 노총각으로 30대 중반을 치닫던 막내 동생이 결혼을 했고,
결혼식 당일에 수년간 치매를 앓아오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15개월 동안 제주로 낙향아닌 낙향을 하고, 다시 서울로 불려 올라왔다.
짱구는 이제 중딩을 넘어 고딩이 되었으며, 도토리는 초딩을 넘어 중딩으로 치닫는다..
함께 동고동락하던 80여명의 동료들은 별로 희망스럽지 않은 희망퇴직을 했고...
발랄한 여고생의 이미지만 가득했던 처조카는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렸으나
잘 이겨내고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결혼 후 8년동안 애기가 없어 노심초사했던 둘째 동생은 이쁜 딸을 가져
딸바보 아빠의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나도 알지 못하던 사이에 내가 알라딘 서재에 남긴 몇줄의 글에 책의 저자께서
글을 남겨주신 황송함도 있었고..근데 좀 많이 지나 답글을 남기기도 민망스럽게 되었다.
회사에 독서클럽이 결성되어 신규 회원으로 참여했고,
근 20여년 손에서 놓았던 일본어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집에도 새식구가 생겼다. 짱구와 도토리의 고집을 못이기고
강아지 한마리가 영입되었다. 요크셔 테리어 내 팔뚝만한 녀석이다..
이름은 삼식이..삼월에 들어온 식객이란 의미와 하루에 세끼는 먹여주마하는
두가지 의미를 담아 지었다...요새는 그녀석이 나와 젤로 친분이 두텁다...
주거지 이동으로 주된 독서공간이었던 지하철 탑승시간이 짧아져 날이 갈수록
독서량은 줄고, 아이패드와 갤럭시 덕에 더 책을 손에 잡기가 쉽지 않아졌다..
게다가 노안이 와서 이제는 책을 보려면 안경을 바꿔 끼어야 한다..
집안을 채우고 있는 책들에 대한 나의 접근 기록은 이 서재밖에 없는데
이 서재마저 한동안 텅비어 있고 독서후의 망각속도도 빨라져
다시 서재를 활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이 생각과 결심이 며칠 갈란가는 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