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의 지휘관, 파일럿 라임 틴틴 스쿨 4
한고희 지음, 정우열 그림 / 라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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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틴틴 스쿨>시리즈 4번째 이야기는 '파일럿'과 '비행'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구름 위의 지휘관, 파일럿>>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1985년 '빨간 마후라'를 수여받은 후 13년간 공군 파일럿으로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고, 현재는 1만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그에 걸맞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파일럿으로 스스로를 '구름 위의 귀요미'라 부르는 엉뚱함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30년이 넘는 경험을 갖고 있는 현직 파일럿이기에 청소년들이 갖고 있을 파일럿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 줄 수 있을 듯 싶네요.

 

 

 

이 책은 chapter 1 파일럿은 일을 할까? chapter 2 비행기에서는 어떤 하루를 보낼까? chapter 3 비행 중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로 나누어 파일럿에 관한 모든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들에게 이야기하듯 설명하고 있어 좀처럼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아요. 그야말로 말랑말랑한 이야기랍니다. 파일럿이지만 저자는 고소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좀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자신처럼 겁 많고,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싶어서 어린시절의 흑역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은 파일럿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지만 이처럼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통해 멘토 역할도 함께 해주고 있지요.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져 보인다고 해서 그 안의 사람들이 편안하고 풍요롭게만 지내리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야. 자신의 꿈을 지키고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거란다. (본문 21p)

 

 

 

 

실전처럼 진행되는 비행 훈련, 파일럿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비사, 운항 관리사, 관제사 이야기, 파일럿을 꿈꾸는 여고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파일럿이 되는 방법, 파일럿이라는 직업의 장점, 민항기 파일럿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 닭장이라 부르는 조정실 이야기, 장기간 비행하는 경우에 파일럿이 계속 조종간을 잡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개발된 자동 항법 장치, 민간 항공기 중에서 가장 큰 비행기인 배에서 유래된 A380 이야기, 비행기의 창문이 작은 이유, 착륙하고자 하는 공항의 조건과 기상 상태에 따른 적절한 착륙 방법, 파일럿이 가장 싫어하는 순간 '마의 11분, 비행기의 천적 화산재,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신기 브로켄 현상 등 직업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파일럿이라는 직업인에 대한 자긍심을 보여줌으로써 멘토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파일럿 직업에 대한 내용이 생생하게 전달되어지고 있어 파일럿 직업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리라 생각이 되네요. 물론 파일럿 직업이 아닐지라도 비행기에 대한 관심을 가진 청소년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며, 비행기 안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후에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을 때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파일럿이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어 청소년들은 새로운 꿈을 꾸는 기회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축가가 꿈이었던 저자가 우연히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한 선배들의 입시 설명회에 참여했다가 파일럿이 되기로 결심한 것처럼 말이죠. 이 책은 청소년들이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기회인 동시에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도 될 듯 싶네요. 30년 넘게 구름 위를 누벼 온 파일럿이 전하는 '파일럿'과 '비행'에 대한 이처럼 속 시원한 대답이 또 있을까요? 꿈을 꾸는 청소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랍니다.

 

(이미지출처: '구름 위의 지휘관, 파일럿' 표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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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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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끝없는 여행이다. 기나긴, 그야말로 영원한 여행. 그 여행길에서 사람들은 더 온유해지고 더 많이 사랑하고 타인에게 더 친근해진다. 이제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세상과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걸 가슴속에 품게 될 것이다. (본문 172p)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 <<종이약국>>은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속살을 차오르게 하는 치유의 소설이자 우아한 사랑 이야기이다. 사실 책 제목만으로는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흔히 몸이 아플 때 약국을 찾는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나면 감기도, 아팠던 상처도, 욱씬거렸던 통증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종이약국'이란 약국의 이름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종이약국에서는 어떤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고 곧 끝없는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가슴속에 품게 되었다.

 

"책은 의사인 동시에 약이기도 해요.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죠. 손님이 안고 있는 고통에 맞는 적절한 소설을 소개하는 것, 바로 내가 책을 파는 방식입니다." (본문 39p)

 

몽타냐르 길 27번지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오기로 했다. 그녀의 이름은 카트린으로, 예술가인 남편의 에이전시에서 홍보 일을 맡고 있던 그녀는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왔다가 현관문 열쇠가 자물쇠에 맞지 않은데다 계단에 덩그러니 있는 트렁크 위에 이혼서류가 올려 있는 상황과 맞딱드리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모든 살림과 새 여자를 데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종적을 감춰버렸는데, 몽타냐르 길 27번지에 사는 사람들은 그녀를 돕기로 했고, 집주인은 페르뒤 씨에게는 그녀에게 식탁을 선물해달라고 말한다. 그로인해 강물에 떠 있는 파리의 명물인 서점 '종이약국'을 운영하는 페르뒤 씨는 한쪽 벽면으로 완전히 가려놓은 책장 뒤 너머 21년 전부터 열지 않은 방을 열어야만 했고 그동안 열린 맨홀을 피해가듯 ○○에 대한 생각을 능란하게 피해 다녔던 페르뒤 씨는 과거의 장면과 마주해야만 했다.

 

식탁을 맞은편 집으로 끌고 간 페르뒤 씨는 절대 누구에게도 우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것 같은 카트린의 울음 소리를 듣게 되고 그녀에게 의지와 식탁 그리고 꽃병을 건네며 마음껏 울 수 있는 책을 가져다 준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이튿날 책을 가져다 줬을 때 카트린은 식탁에서 발견했다는 편지를 건네지만 페르뒤 씨는 편지를 한사코 받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곧 후회하게 되고 편지를 돌려달라고 하지만 카트린은 저녁에 식사하러 와서 편지를 읽으라며 요리를 부탁한다. 그렇게 저녁 카트린의 집에 가게 된 페르뒤 씨는 카트린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두 사람은 지난 20년 동안 스스로 삶을 망가뜨린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에 외면하고 싶었던 기억의 망령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랜만에 느끼게 되는 감정에 주춤하게 된다. 이제 페르뒤 씨는 21년 전 무엇이 쓰여 있을지 두려워 읽지 못했던 편지를 읽어보려 한다. 그 편지에는 마농 자신이 병에 걸렸기에 사랑해서 떠날 수 밖에 없었음을, 그로인해 자신을 증오해주길 바랬지만 죽는 게 너무 무서우니 꼭 와달라는 편지였다. 페르뒤 씨는 마농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배신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으며, 마농은 그가 오기를 헛되이 기다렸음에 참담해한다.

 

지난 21년 동안 정확하게 카탈로그에 맞춰 살아왔던 페르뒤 씨는 그 오랜 세월 동안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를 깨닫게 되고 수상 서점과 땅을 연결한 통로 끝 바닥에 고장시킨 나사를 풀었고 종이약국을 20년 전부터 강변에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 부두에서 분리시켜 망설임 없이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 페르뒤 씨는 마농이 죽기 전에 떠났어야 할 여행을 시작하려 하는 것이다. 그때, 7주 전 몽타냐르 길 27번지 4층으로 이사온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문학가로 칭송받은 애송이 작가인 조당이 그의 배에 올라타게 된다. 이렇게 페르뒤 씨는 조당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종이약국에 태우게 되고 그들의 사랑의 여러 단상들과 만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페르뒤 씨는 상처를 치유해나가게 되고 늦었지만 마농과 재회하게 된다.

 

 

"당신이 좋아하는 책은 어떤 맛이 나죠? 어떤 책이 당신을 그 모든 악에서 구해주죠?"

어떤 책이 나를 구해줄까?

"책들이 많은 걸 할 수 있지만 모든 걸 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일들은 직접 살아봐야 해요. 책으로 읽지 말고. 나는 내 책을…… 직접 체험해야 합니다." (본문 373,374p)

 

앞서 이야기한 바 있듯이 이 소설은 치유의 소설이라 해도 좋고, 우아한 로맨스 소설이라 해도 좋다. 그리고 중요한 '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이 소설에는 조지 오웰의 <1984>,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로베르토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등의 책들이 등장하고 책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많은 것들-치유, 소통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종이약국을 운영하는 페르뒤 씨는 손님이 원한다고 해서 책을 팔지는 않는다. 손님에게 필요한, 손님에게 치유가 될 수 있는 책을 권한다. 그로인해 손님과 다투는 일도 생겨나지만 그렇다고해서 페르뒤 씨가 아무 책이나 판매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종이약국'이라는 서점 이름이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페르뒤 씨는 정작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책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21년 전 자신을 떠난 마농으로 인한 상처 안에서 머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처참한 상처를 안고 겨우 살아가는 페르뒤 씨야말로 치유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이 그는 상처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람들을 통해 처방을 받고 치유해나게 된다. 페르뒤 씨가 책을 통해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듯이 책은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며 삶을 이야기하고 꿈꾸게 한다. 이렇게 우리는 책을 통해 용기와 지혜를 얻는 것이고 위로를 받고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정작 책이 많은 걸 알려주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일들은 내가 직접 체험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내면의 뭔가가 앞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페르뒤 씨처럼 말이다.

 

(이미지출처: '종이약국'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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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일주로 유머를 배웠다 - 전세계를 누비며 웃기는 두 남자의 19가지 유머실험
피터 맥그로우.조엘 워너 지음, 임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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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초등 아들녀석 때문에 일요일 저녁이면 우리 가족은 텔레비전 앞에 모인다. 방청객이 웃는 상황, 아들이 웃는 상황 그리고 남편과 내가 웃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아들이 배꼽 빠지게 웃는 장면이 왜 웃긴지 나는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남편은 그것을 나이차로 인해 서로 웃음 코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개그와 미국의 개그가 다르듯이 말이다. 반면 아이와 어른이 함께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나이차이는 있지만 통하는 코드가 있다는 뜻일 게다. 이쯤되면 궁금하지 않은가? 나이와 나라가 다르지만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세계일주로 유머를 배웠다>>는 사람을 웃기는 비밀 코드를 찾아 5대륙 15만 킬로미터를 여행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 궁금증에 대한 그들의 CSI급 해답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의 저자 피터 맥그로는 이 프로젝트의 두뇌로 콜로라도대학교 볼더 캠퍼스에서 마케팅과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모험심 강한 교수이자 유머연구소(Humor Reserch Lab)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혼란 속에서 질서를, 광기 가운데 이치를 찾는 데 사로잡힌 사람으로 이 기이한 연구에 시동을 건 장본인이다. 그리고 조엘 워너는 기자로 일하면서 경찰과 정부의 부패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안달인 동료들과 달리 현실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웅이나 맥주를 운반하는 로봇을 더 흥미로워했으며 코미디보다 비극을 즐기는 이 업계를 늘 불편해하는 기자였다. 이들의 계획은 이렇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과학과 코미디라는 두 분야의 융합을 통해 이제까지 사람들이 당연시했던 기발한 농담들을 연구실로 가져와 낱낱이 분석하고 최첨단 연구 기법으로 광대한 유머의 세계를 파헤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콜로라도, LA, 뉴욕, 탄자니아, 일본, 스칸디나비아, 팔레스타인, 아마존, 몬트리올을 여행하면서 코미디언의 유년 시절은 꼭 불행해야 하는가? 미국의 잡지《뉴요커》의 만화 캡션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는 비결을 무엇인가? 재미있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과 남성,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중 누가 더 재미있을까? 정량적으로 평가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농담은 무엇일까? 웃음은 정말 최고의 명약일까? 농담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농담이 혁명을 가져올 수 잇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질문, 프랑스 사람들은 정말 제리 루이스(Jerry Lewis)를 사랑하는가? 등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로 한다.

 

덴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술집인 스콰이어에서 매주 열리는 오픈 마이크 코미디 나이트 무대에 올라선 피트는 무대가 끝나고 관객 모두가 정신 못 차리게 웃기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고민했고, 예측 불가능한 코미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갈 길은 멀고, HuRL의 도움만으로는 그 세계를 다 알 수 없으며, 광대한 코미디 세계가 있기에 무엇이 진정한 재미를 유발하는지 알고 싶다면 연구실 밖으로 나가 모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LA에서 피트가 깨달은 것은 코미디언들도 과학을 이용하고 있으며, 모두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자기 공연을 녹화해서 매일 밤 틀어보고 관객의 반응을 연구하고 반복적으로 경험헤서 교훈을 얻으며 계속 연습하는 것이다. 코미디와 과학은 조금은 엉망이고 또 조금은 위험한 것이었다. 뉴욕에서 이들은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반드시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니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역설적이게도 재미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탄자니아에서 이들은 웃음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사회적 무기라는 점이었다. 웃음은 낯선 사람들을 동포로, 무리를 공동체로, 친구를 연인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것이 문제 없이 잘 해결될 거라는 신호(본문 189p)를 주는 것이다.

 

일본에서 이들은 세계적 화합과 재미의 핵심은 평화와 사랑 그리고 성기 농담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스칸디나이바에서는 유머에 탄성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코미디는 무한한 공격성을 숨기도 있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건강한 동료애와 순수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무한한 기회(본문 287p)를 지니고 있었다. 팔레스타인에서의 유머는 필요할 때 또는 문제가 생겼을 때 무기나 도구, 약이나 몽둥이가 아니라 더 단순하고 기본적이며 무엇보다 가장 회복력이 강한 것이었다. 아마존에서 알게 된 것은 웃음은 최고의 명약은 아니지만 여전히 웃음이 최고의 명약은 아닐지라도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웃음으로 문제에 대처하고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생각에서 벗어나며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여정을 통해 삶에 웃을 거리가 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웃을 수 있어요. 살면 살수록 인생은 심각한 문제투성이죠. 대출, 직장, 은퇴자금, 매일 밤 뉴스에서 들리는 끔찍한 소식들…… 이런 심각한 문제로 가득한 세상에 살면서 장난기 넘치는 태도로 그런 문제를 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중략)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들과 사물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것이죠. 재미있는 장소와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친구가 아니라 웃게 만드는 친구에 집중하는 거예요. 나와 같은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인생의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을 파트너로 고르고요. 어쩌면 너무 진부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무엇보다 인생은 기쁘게 즐기라고, 그리고 때로는 비웃음 당하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다시 말해 인생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농담이라는 뜻이다. 물론 그 구성 방식이 늘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늘 정신 차리고 잘 지켜보라. 조만간 펀치라인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 (본문 405,406p)

 

그 나라의 문화, 실정에 따라 유머는 다르게 타나난다. 하지만 이들의 여정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유머의 본질이었고 삶의 가치였다. 인디아나 존스의 슬림 넘치는 탐험, 돈키호테처럼 저돌적인 시험이 담긴 그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웃음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들이 낸 결론처럼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것, 그리고 인생은 기쁘게 즐기라는 것을 기억하며 사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 라는 말처럼 오늘도 많이 웃는 하루 되시라.

 

(이미지출처: '나는 세계일주로 유머를 배웠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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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않는 연습 - 불안.분노.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가르침
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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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기준에 맞추느라 힘든 당신에게 전하는 106가지 신경 쓰지 않는 연습!

비교하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애쓰지 마라!

 

 

 

가끔은 어떤 문제에 집착해서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있다. 걱정과 고민, 분노로 머리가 뒤죽박죽이고 잊어버리려 애쓰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되새기고 또 되새겨지면서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싶어 누군가에게 이야기해보지만, 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 누군가에게는 내 문제가 아주 사소하게 치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면 내가 정말 너무도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과 남의 일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이에게 서운한 감정이 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헌데 곰곰 생각해보면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것들에 마음을 두고 잠 못 이루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쓸데없는 소모에 집착하는 것일까?

 

어떤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는 쪽이 더 나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신경을 쓰지 않는 쪽이 더 나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신경을 쓰는 쪽이 더 나은 때는 자신을 높이고 타인을 편안하게 하는 경우 즉, 현재보다 향상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신경을 쓰는 쪽이 나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내가 잠 못 이루며 신경쓰는 문제들은 나 자신의 비참한 상황이나 화를 내는 상황들 뿐이었다. 결국 나는 더 나은 일보다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더 낫거나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할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신경 쓰지 않는 연습>>은 다양한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저자 자신을 포함한 그가 만나온 사람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모아, 어떻게 하면 신경을 쓰고 살 수 있는지 불교의 철학을 토대로 설명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잘못 선택하여 마음에 각인되어버린 피사체를 다른 각도에서 포착해보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좋을지 제시(본문 10p)하고 있다. 이에 저자의 말처럼 나는 이 책을 발판으로 '쓸데없이 신경을 쓰기'보다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되어 평온한 일상을 맞이하고자 한다.

 

이 책은 [1부 둔감해지기]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경지를 목표로 삼으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여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성사시키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며, 모두가 그렇게 말하든,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든 들어야 할 말은 듣는 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긴장을 해소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은 은은한 빛이 스며드는 방에서 차분한 마음으로 지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다양한 대상에서 의미를 발견하려고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힘든 상황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지만 「정행」을 보면 "당신이 직면해 있는 상황에 정해진 의미는 없다. 이쑤시개, 큰물, 다리, 무성한 나뭇잎, 곧은길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당신 자신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음을 닦기 위해 무엇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그것은 여러분의 자유다. (본문 67p)

 

[2부 그것은 당신의 지나친 생각]에서는 인생에 승패는 없으며, '칭찬받고 싶다'는 욕망은 적당해야 평온한 인생을 살 수 있고, 현재의 행복을 인정하며, "비교해서 기뻐하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비교해서 슬프하면 자신을 잃는다"라는 명언에 귀 기울일 것이며,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 짓지 말고, 이론을 벗어나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가 아니다) 그것을 즐기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신념만 확실하다면 굳이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오해가 풀림을 기억해보라 말한다.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다면 무명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대로도 괜찮다. (본문 88p)

 

[3부 우울할 때는 이렇게 생각한다]에서는 나름대로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자신감이 갖추어져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4부 비교하지 않는다, 책망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는다]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보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함을 강조하고 [5부 인생을 단순하게 바꾸는 힌트]에서는 수단을 손에 넣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리면 그 수단에 농락당하기에 쓸데없는 것을 버리면 인생이 점차 나아짐을 이야기하고, [6부 지금과 여기를 소중히 여긴다]에서는 주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용기를 갖추라고 강조한다.

 

 모두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실 이는 정해져 있지 않다. 타로도, 별자리 운세도, 수본존도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 등신대의 현실적 자신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열쇠라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있는 그래도의 자신을 냉정하게 이해하자. (본문 309p)

 

불교의 철학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지만 종교적 색채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집착과 관계 등에 관한 삶의 이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뭐, 그런 사고방식도 있지"하고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한 발 물러나기, '왜?'라는 문답을 마음껏 즐겨보자는 초조함에 대처하는 법, 올해 모난 성격을 고쳐보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세운 뒤 읽게 된 나를 바꾸겠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 등에서는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읽다보면 마음 속에 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은 책이었다. 참 모나게도 살아왔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내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르침 하나하나를 새겨두려한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이라 생각보다 빨리 읽어내려 갔지만 곁에 두고 자주자주 들여다 볼 생각이다. 인간의 불필요한 심리, 즉 불안, 분노, 우울에서 벗어나 평온한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면, 이 책 <<신경 쓰지 않는 연습>>을 추천해본다. 전쟁같은 일상 속에서 곤두선 신경이 차분히 가라앉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내가 가진 행복을 인정하게 되는 법도 더불어 배우게 될테니 이보다 더 스스로에게 필요한 책이 또 있을까?

 

(이미지출처: '신경 쓰지 않는 연습'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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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어린 왕자>가 개봉되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몇 번이고 읽었던 <<어린 왕자>>였는데, 영화 개봉 소식을 접하자 왠지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 내가 이제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받아 본 표지 속 어린 왕자는 내가 알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인데, 나만 훌쩍 자라 진지해진 어른이 된 기분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고전을 어른이 되서 다시 읽었을 때 느끼는 감동과 깊이는 사뭇 달랐다. 아마 <<어린 왕자>>는 그 감동과 깊이가 더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이 아닌 모자만 보이는 많은 진지한 사람들과 숱한 관계를 맺으며 분별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관계로.

 

 

 

 어른들도 가끔 아이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말을 통해서이다. 숫자를 신뢰하는 어른이 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어릴 적의 언어를 잃고 말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만의 방식으로 말을 했던 것인데, 우리는 어른의 시각으로 혼자 상처받고 들볶이면서, 심하게는 내가 왜 이 아이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지? 하는 '어른'의 비겁함에 부끄러워질 때도 있는 것이다.

 <어린 왕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이것이다. 아이와 어른의 시각차, 그것은 시공간의 차이에 있는 게 아니라고. 우리의 '어린 왕자'는 지구라는 별에 내려와 몸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본문 5p)

 

표지를 펼치니 옮긴이의 말 중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많이 느꼈던 것은 바로 내가 어릴 적의 마음, 언어를 잃어버려 아이의 마음, 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때로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다툼이 되기도 한다. <어린 왕자>의 키워드가 바로 '아이와 어른의 시각차'라는 글귀에 보니 이 책이야말로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언어를 되찾음으로써 나와 아이의 시각차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어릴 적의 언어를 찾아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어린 왕자>>의 내용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더랬다. 헌데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생소함을 느꼈다. 아마 어른의 시각으로 처음 접하는 <<어린 왕자>>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을 그렸던 화자인 나는 화가를 포기하고 어른이 되어 비행기를 조종하게 되었고 사하라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를 당한 후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양 한 마리를 그려 달라고 하고 나는 신비로움에 압도되어 양을 그려주기 시작하지만 어린 왕자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끝내 나는 서둘러 엔진 수리를 시작해야 해서 되는 대로 그림을 그려 툭 던졌는데 오히려 어린 왕자는 마음에 들어했다. 그 그림은 바로 상자였다. 어린 왕자는 굉장히 흡족스러워했는데, 어른인 내 관점에서 봤을 때, 그것은 아이의 요구가 귀찮아진 어른이 취하게 되는 아주 흔한 태도였다. 무엇일까? 마치 그것은 그러한 어른들을 비꼬는 듯 하기도 했지만, 숫자와 같이 보이는 것에만 주목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보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했다. 이 밖에도 어른들의 모순적인 모습은 어린왕자가 소행성 B612를 떠나 6개의 별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어린 왕자는 첫 번째 별에서 권력의 위엄을 갖춘 왕을 만난다. 왕은 전제 군주였고 불복종을 용인하지 못했지만 선한 사람이었기에 이성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왕을 잘 보면 이는 아이들 앞에서 권위를 내세우며 명령하길 좋아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말과 행동을 바꾸는 어른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 어린왕자는 왕이 있는 별을 떠나면서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라는 말을 하는데 이 또한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느끼는 말 중 하나가 아닌가. 두 번째 별에서 만난 자부심이 강한 남자, 세 번째 별에서 만나는 술꾼, 네 번째 별에서 만난 사업가, 다섯 번째 별에서 만나는 가로등지기 그리고 여섯 번째 별에서 만나는 지리학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모순적 모습의 어른들이다. 이렇게 책을 통해 본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다. 그러니 서로 시각차가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이 어른들이 얼마나 모순적으로 보일 것인가. 헌데 그 중 어린 왕자는 가로등지기는 터무니없게 여겨지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그가 자신보다는 다른 것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어른인 내게는 그 역시 분별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가 '나'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는 어린 왕자의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따지고보면 어른이란, 타인을 밟고 일어서 우뚝 서고, 누군가를 지배하고 통치하면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정말 터무니없는 존재가 아닌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양이, 장미꽃을 먹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주가 달라지는 것이다.

 하늘을 보라. 자신에게 물어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안 먹었을까?' 당신들은 모든 것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게 될 것이다… … .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어른은 결코 없을 것이다! (본문 137p)

 

"눈으로는 보지 못해요. 마음으로 찾아야만 해요." (본문 122p)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요… … ." (본문 129p)

 

어른들에게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우주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떤 것이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고 찾으려 했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는 숫자로만 그 중요성을 결정하는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우리는 현명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있잖아요… 내 꽃 말예요… 나는 책임이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너무 약해요! 너무 순진해요! 온 세상에 맞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 네 개를 가진 게 전부예요… … . " (본문 135p)

 

가시 네 개로 큰 동물들에게 맞서야 하는 가녀린 꽃과 같은 내 아이에게 나는 그 가시 네 개를 타박하고 오해하면서 참 많이도 어른인 척 했던가보다. 어른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엄마와 자녀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여우와 어린 왕자가 길들이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처음 옮긴이의 말에서 이 소설의 키워드는 '아이와 어른의 시각차'라고 했던 말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개봉으로 인해 새삼 어린 시절 읽었던 <<어린 왕자>>가 읽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 시작된 책 읽기였는데, 마치 넓은 우주를 품에 안은 듯 하다. 그동안 만난 어린 왕자는 진짜 '어린 왕자'가 아니었다. 어른이 되어 만난 오늘 비로소 나는 진짜 '어린 왕자'를 만난 것이다.

 

(이미지출처: '새움'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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