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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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끝없는 여행이다. 기나긴, 그야말로 영원한 여행. 그 여행길에서 사람들은 더 온유해지고 더 많이 사랑하고 타인에게 더 친근해진다. 이제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세상과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걸 가슴속에 품게 될 것이다. (본문 172p)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 <<종이약국>>은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속살을 차오르게 하는 치유의 소설이자 우아한 사랑 이야기이다. 사실 책 제목만으로는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흔히 몸이 아플 때 약국을 찾는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나면 감기도, 아팠던 상처도, 욱씬거렸던 통증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종이약국'이란 약국의 이름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종이약국에서는 어떤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고 곧 끝없는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가슴속에 품게 되었다.

 

"책은 의사인 동시에 약이기도 해요.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죠. 손님이 안고 있는 고통에 맞는 적절한 소설을 소개하는 것, 바로 내가 책을 파는 방식입니다." (본문 39p)

 

몽타냐르 길 27번지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오기로 했다. 그녀의 이름은 카트린으로, 예술가인 남편의 에이전시에서 홍보 일을 맡고 있던 그녀는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왔다가 현관문 열쇠가 자물쇠에 맞지 않은데다 계단에 덩그러니 있는 트렁크 위에 이혼서류가 올려 있는 상황과 맞딱드리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모든 살림과 새 여자를 데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종적을 감춰버렸는데, 몽타냐르 길 27번지에 사는 사람들은 그녀를 돕기로 했고, 집주인은 페르뒤 씨에게는 그녀에게 식탁을 선물해달라고 말한다. 그로인해 강물에 떠 있는 파리의 명물인 서점 '종이약국'을 운영하는 페르뒤 씨는 한쪽 벽면으로 완전히 가려놓은 책장 뒤 너머 21년 전부터 열지 않은 방을 열어야만 했고 그동안 열린 맨홀을 피해가듯 ○○에 대한 생각을 능란하게 피해 다녔던 페르뒤 씨는 과거의 장면과 마주해야만 했다.

 

식탁을 맞은편 집으로 끌고 간 페르뒤 씨는 절대 누구에게도 우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것 같은 카트린의 울음 소리를 듣게 되고 그녀에게 의지와 식탁 그리고 꽃병을 건네며 마음껏 울 수 있는 책을 가져다 준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이튿날 책을 가져다 줬을 때 카트린은 식탁에서 발견했다는 편지를 건네지만 페르뒤 씨는 편지를 한사코 받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곧 후회하게 되고 편지를 돌려달라고 하지만 카트린은 저녁에 식사하러 와서 편지를 읽으라며 요리를 부탁한다. 그렇게 저녁 카트린의 집에 가게 된 페르뒤 씨는 카트린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두 사람은 지난 20년 동안 스스로 삶을 망가뜨린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에 외면하고 싶었던 기억의 망령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랜만에 느끼게 되는 감정에 주춤하게 된다. 이제 페르뒤 씨는 21년 전 무엇이 쓰여 있을지 두려워 읽지 못했던 편지를 읽어보려 한다. 그 편지에는 마농 자신이 병에 걸렸기에 사랑해서 떠날 수 밖에 없었음을, 그로인해 자신을 증오해주길 바랬지만 죽는 게 너무 무서우니 꼭 와달라는 편지였다. 페르뒤 씨는 마농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배신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으며, 마농은 그가 오기를 헛되이 기다렸음에 참담해한다.

 

지난 21년 동안 정확하게 카탈로그에 맞춰 살아왔던 페르뒤 씨는 그 오랜 세월 동안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를 깨닫게 되고 수상 서점과 땅을 연결한 통로 끝 바닥에 고장시킨 나사를 풀었고 종이약국을 20년 전부터 강변에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 부두에서 분리시켜 망설임 없이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 페르뒤 씨는 마농이 죽기 전에 떠났어야 할 여행을 시작하려 하는 것이다. 그때, 7주 전 몽타냐르 길 27번지 4층으로 이사온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문학가로 칭송받은 애송이 작가인 조당이 그의 배에 올라타게 된다. 이렇게 페르뒤 씨는 조당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종이약국에 태우게 되고 그들의 사랑의 여러 단상들과 만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페르뒤 씨는 상처를 치유해나가게 되고 늦었지만 마농과 재회하게 된다.

 

 

"당신이 좋아하는 책은 어떤 맛이 나죠? 어떤 책이 당신을 그 모든 악에서 구해주죠?"

어떤 책이 나를 구해줄까?

"책들이 많은 걸 할 수 있지만 모든 걸 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일들은 직접 살아봐야 해요. 책으로 읽지 말고. 나는 내 책을…… 직접 체험해야 합니다." (본문 373,374p)

 

앞서 이야기한 바 있듯이 이 소설은 치유의 소설이라 해도 좋고, 우아한 로맨스 소설이라 해도 좋다. 그리고 중요한 '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이 소설에는 조지 오웰의 <1984>,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로베르토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등의 책들이 등장하고 책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많은 것들-치유, 소통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종이약국을 운영하는 페르뒤 씨는 손님이 원한다고 해서 책을 팔지는 않는다. 손님에게 필요한, 손님에게 치유가 될 수 있는 책을 권한다. 그로인해 손님과 다투는 일도 생겨나지만 그렇다고해서 페르뒤 씨가 아무 책이나 판매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종이약국'이라는 서점 이름이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페르뒤 씨는 정작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책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21년 전 자신을 떠난 마농으로 인한 상처 안에서 머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처참한 상처를 안고 겨우 살아가는 페르뒤 씨야말로 치유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이 그는 상처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람들을 통해 처방을 받고 치유해나게 된다. 페르뒤 씨가 책을 통해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듯이 책은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며 삶을 이야기하고 꿈꾸게 한다. 이렇게 우리는 책을 통해 용기와 지혜를 얻는 것이고 위로를 받고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정작 책이 많은 걸 알려주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일들은 내가 직접 체험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내면의 뭔가가 앞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페르뒤 씨처럼 말이다.

 

(이미지출처: '종이약국'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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