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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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도, 표지도 내 취향을 저격한 책이다. <반짝반짝 변주곡><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등으로 내게는 조금은 익숙한 작가의 책이라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사실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는 조금은 난해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었기에 <<초콜릿 우체국>>이 달콤한 느낌을 주는 첫인상에도 불구하고 초콜릿의 씁쓸한 맛을 주는 건 아닐까,라는 내심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는데 다행이 초콜릿의 달콤함이 더욱 진하게 배어져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초콜릿의 쌉싸르한 맛을 주는 이야기도 있어 몇 번 꼽씹게 되는 내용도 있었지만 곱씹다보면 달콤함이 입안에 맴돈다.

 

 

 

<<초콜릿 우체국>>은 1990~2000년대 사이, 잡지 <페이퍼>에 한 편씩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황경신 작가의 이야기노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색깔로 나뉜 38개의 이야기는 때로는 환상적인 이야기로,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때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몽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스케이트를 타고 싶은 코끼리]는 이 책이 어떤 느낌의 책일까, 라는 기대감에 펼친 후 처음 만나게 된 이야기여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굉장히 인상적이 작품이었다. 이제는 얼음이 다 녹은 봄에 스케이트가 타고 싶다는 무거운 코끼리를 위해 동물 친구들이 모여 모임을 갖고 함께 나누는 토론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해봤자 소용없는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이야기 대신 하나씩 해결책을 찾아나가면서 결국 코끼리 혼자 간직하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언가를 하기전에 부정적인 면을 먼저 보게 되는 나를 겨냥한 이야기 같아서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코끼리만의 꿈이 아니라 모두의 꿈이 되었다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뭉클하다.

 

"코끼리야, 기억해. 이 세상에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면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 우린 지금 막 그중 한 가지를 해낸 거야." (본문 18p)

 

[곰스크로 가는 기차]역시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독일 작가가 쓴 [곰스크로 가는 기차]라는 단편소설을 인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겪게 되는 갈등, 고민 등을 명쾌히 풀어낸 느낌을 준다. 인생에는 어차피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게 되지만 그건 그것대로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동전 하나]편도 인상적이다. 동전을 줍게 된 한 남자가 겪게 되는 이야기로 불행과 행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행과 행운은 반드시 번갈아가면서 온다는, 그러니까 불행을 피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여름 고양이]에서는 봄, 여름, 가을을 다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인상적인 내용들이 참 많이 수록되었다.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쌉싸름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때로는 흐뭇하게 그려진 감각적인 이야기들로 사계절을 맛보게 되었다.

 

초콜릿, 고마워. 아주 먼 곳에서 온 듯한 향기가 났어. (본문 325p)

 

<<초콜릿 우체국>>은 정말 초콜릿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각기 다른 느낌을 가진 내용들은 초콜릿이 주는 달콤함과 쌉싸름한 느낌을 느끼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는 감각적인 이야기들이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요즘은 초콜릿도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다. 달콤함의 정도도, 쌉싸름한 정도도 다 각기 다르다. 이 책의 38편의 이야기는 모두 초콜릿 맛이지만 그 맛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읽을 때마다 다른 맛을 지닌다. 그래서 자꾸만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 앞서 언급한 표제작 [초콜릿 우체국]의 마지막 문구는 마치 이 책을 향한 독자의 마음을 대신 기록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은 그렇게 초콜릿 맛과 향을 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 '초콜릿 우체국'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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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교과서 니체 -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7
이진우.백승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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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의 <인생교과서>는 위대한 현자 19人의 삶과 철학을 대한민국 각 계의 대표 학자들이 풀어낸 총 19권의 시리즈이다. 재단법인 플라톤 아케데미는 위대한 현자들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등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물어보고, 그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인문학계에서 해당 인물을 연구해온 대표 학자들을 초청해서 그 현자들의 생각을 대신 추론하여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삶의 근본적인 고민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들을 통해 인류의 현자 19명이 평생 목숨을 걸고 사유했던 인생의 질문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이 시리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멘토 19명의 치열한 사유와 통찰은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자아내고, 시대를 넘어 현답의 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삶에 대한 궁극의 질문과 답 <인생교과서> 07번째 이야기는 위대한 건강을 갖춘 인간들의 위대한 미래, 철학적 의사이자 계몽가이자 교육자였던 니체에게 묻는 <<인생교과서 니체>>이다. 이 책은 한국 니체학회 회장 등을 엮임한 이진우,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 연구교수 백승영 학자를 통해 삶에 대한 23가지의 삶에 대한 질문과 답을 들을 수 있다. 같은 질문에 대한 두 학자의 다른 해석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겠다.

 

<<인생교과서 니체>>의 23가지 질문과 답은 총 4부로 나뉘어 소개하고 있는데 1부 삶과 죽음에서는 / 어떤 삶을 살 것인가? / 행복이란 무엇인가? /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 우리는 어떻게 허무를 극복할 수 있는가? / 죽음이란 무엇인가? / 어떻게 살아야 건강하게 사는가? / 에 대해 살펴볼 수 있으며, 2부 나와 우리에서는 / 나는 누구인가? / 이웃이란 누구인가? / 효과적인 의사전달은 어떻게 가능한가? / 네트워킹 시대에 왜 고독이 필요한가? / 우리는 왜 권력을 추구하는가? / 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3부 생각과 행동에서는 / 일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 욕망이란 무엇인가? / 기억과 망각의 건강한 관계는 무엇인가? / 다원주의적 가치가 필요한 이유는 ? / 우리는 거짓 없이 살 수 있는가? / 어떻게 해야 웃으면서 살 수 있는가? / 죄와 용서의 관계는 무엇인가? / 에 대해 다루며, 4부 현실과 초월에서는 / 신이란 무엇인가? / 도덕적 삶이란 무엇인가? / 정의란 무엇인가? / 어떻게 해야 자유롭게 살 수 있는가? / 무엇으로 살아야 하나, 이성인가 의지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이 책은 이렇게 23개의 질문을 통해 니체의 정신을 살펴보고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인생의 참된 좌표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니체에 의하면 인간의 삶은 하나의 과정이고 몰락이다. 몰락하지 않는 삶은 상승할 수도 없다. 불행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현대인들의 병이라 할 수 있는 행복강박증은 삶의 어두운 면을 보지 않고 단지 밝은 면만을 추구한다. (본문 40p)

 

니체는 인생에는 진정한 삶을 오늘에서 내일로, 그리고 내일에서 죽음 이후의 내세로 연기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진실하게 사는 '삶을 위한 삶'과 '본능에 대적하는 삶 '삶을 거스르는 삶'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이에 니체는 본능을 긍정하지 않고서는 결코 진정한 인생을 살 수 없기에 본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의 모습이 결정되어진다고 말한다. 본능을 인정하고 가꾸지 않으면 결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은 욕망과의 끊임없는 투쟁이다. 그러나 아무런 목적 없이 투쟁한다면, 우리 인생은 천박한 쾌락주의나 금욕주의로 전락할 것이다. 데카당스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 욕망과의 투쟁은 바로 삶의 목적을 위한 투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왜 사는가? 우리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이상'을 위한 투쟁이 되어야 한다. 만약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우리가 평생 동안 매달려온 그 이상이 설령 한갓 허상에 불과할지라도 의미 있는 허상일 것임에 틀림없다. (본문 26p)

 

니체에 의하면 우리 삶의 목적은 '자기극복'이며, 권력에의 의지는 삶의 전제조건이다. 니체가 우리에게 진정 바라는 것은 노동을 놀이로 삼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삶에는 이성뿐만 아니라 비이성적 충동도 필요하고, 진리뿐만 아니라 허구적 환상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극적 인식을 담담히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삶을 웃으면서 긍정할 수 있을테니.

 

더 나은 삶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삶을 긍정하자. 내일이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웃자.

오늘 잘 웃는 자가 최후에도 웃는다. (본문 265p)

 

 

다양한 질문과 답을 통해 니체의 정신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삶, 나, 생각과 행동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삶에 답은 없다. 하지만 인류의 위대한 스승은 존재하기에 그들에게 답을 구함으로써 내 인생의 좌표를 세워볼 수는 있지 않겠는가. <인생교과서>시리즈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힘이 되어줄 것이다.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 삶을 꿈꾸며 당당히 운명의 주인이 될 것을 당부한 위대한 철학자, 니체에게 묻는 삶에 대한 질문과 답 23가지 <<인생교과서 니체>>를 통해 자신만의 이상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이미지출처: '인생교과서 니체'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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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 - 초등학생을 위한 초등학생을 위한 100명의 위인들
장현주 지음, 강준구 그림 / 소담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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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로 시작되는 노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노랫말에 담긴 우리 역사 속 이야기들을 담아낸 <초등학생을 위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책에 이어 이번에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책이 소담주니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위인들이라 부르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끝임없는 연습과 노력이지요. 천재 에디슨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어떤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0명의 위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해야 하는지에 대한 길을 찾게 될 거에요.

 

 

 

1만 시간의 법칙을 보여주는 세계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다섯가지의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다섯 가지 큰 주제 안에 작은 주제를 두어 공통점을 지닌 위인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작은 주제 속 위인 뒤에 관련 있는 위인을 소개한 꼬리를 무는 PLUS 인물이 수록되었다는 점이에요. 세 번째는 공통점을 지닌 위인들을 함께 그린 재미있는 삽화, 네 번째는 위인들과 관련한 재미있는 정보를 담고 있으며, 마지막 다섯 번째는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는 한자어 풀이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은>>은 자신이 관찰하고 생각한 모든 것을 글과 그림으로 수 천장이 넘는 종이와 노트에 일일이 기록해 놓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시작으로 청약을 잃게 된다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맞서 싸워 이긴 베토벤, 과학자를 꿈꾸는 세상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위인인 아인슈타인, 신문은 재미없고 딱딱하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렸을 뿐 아니라 정치인이나 기업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고발하는 등 미국 언론의 새로운 길을 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퓰리처, 과학이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준 아리스토텔레스, 여자라는 이유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던 제르맹,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사랑과 믿음 속에서 마음껏 배울 수 있는 세상을 꿈꿨던 페스탈로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봉사 정신을 보여준 나이팅게일,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던 섀클턴, 좌절하지 않는 요기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를 보여준 처칠, 어린이 강제 노동을 금지시키는 일에 앞장 선 이크발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각 위인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도 좋았지만 공통점을 지닌 위인들을 함께 소개하는 구성은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는 거 같네요.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하고 싶은 분야에서 이들은 운명에 맞서고, 가난에 굴복하지 않으며 부단히 노력한 끝에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은 이들을 통해서 타고난 천재성이나 재능보다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함을 알게 될 것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190여 페이지에 100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각 위인에 대한 소개는 짧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자신의 마음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렇듯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좋아하고 하고 싶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을 선물줄 것입니다.

 

(이미지출처: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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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괴물 - 아빠와 딸의 사춘기 공감 프로젝트
얀 바일러 지음, 함미라 옮김, 틸 하펜브라크 그림 / 라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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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북한때문에 시끌벅적하지만 전혀 걱정할 것 없다. 북한은 우리나라를 절대 쳐들어 올 수 없다. 이유인 즉, 가장 무섭다는 중2병이 존재하기 때문에. 물론 웃자고 하는 얘기겠지만 그만큼 중2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나도 사춘기를 겪었지만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다. 다퉈보기도 하고, 살살 달래보기도 하지만 기분 내키는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게 부모 마음이 아닌가 싶다.

 

한때는 애교가 철철 넘치는 매력덩어리라서 예뻐하지 않으려야 예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아이들이, 부모가 기억하고 기대하는 모습과는 전혀 상관없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딱 두 가지 종류로 변신한다는 것이었다. 냄새나는 괴물(남자아이)이 되거나, 극도로 신경질적인 여전사(여자아이)가 되거나. (본문 10p)

 

아마 사춘기 자녀를 겪은 부모들은 이 책의 제목인 괴물이라는 단어가 사춘기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 분은 없으리라. 정말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신체적으로 호르몬의 변화가 심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렇다고 해서 괴물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적절한 표현은 없을 듯 싶다. 이렇게 책 제목부터 공감하는 이 책은 사춘기를 맞이한 딸내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세밀한'관찰기'이자, 사춘기의 현장을 포착한 생생한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아마 책을 읽는 부모들은 모두 웃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가 바로 '우리 집'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빵~ 터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성장을 위해 벌이는 '호르몬 전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쯤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춘기 괴물과 맞닥트리다 보면, 딸아이의 순탄한 미래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 집에 서식하는 저 무감각한 양서류가 어느 날 갑자기 허물을 벗고, 자신의 천성을 거슬러 사회에 유익한 일을 끝까지 해내는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게 될 거라는 사실이 말이다. (본문 18p)

 

자녀의 사춘기가 오기 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같이 관심을 갖고, 콘서트도 가고, 쇼핑도 같이 가는 등의 여러가지를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사춘기가 오니 그런 상상은 무용지물이었다. 누구나 그랬을 것이고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펼쳐진 그림은 완전히 다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말이다. 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 '사춘기 괴물이 서식하는 괴물'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풍경부터 그런 부모를 대하는 아이의 모습까지 어찌나 우리 집이랑 똑같은지. 정말 이 시기의 아이들은 시간을 죽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듯 하다. 더군다나 딸을 약올리는 아빠의 모습은 나와 같았고, 그런 아빠를 한심해하는 딸아이는 내 아이와 정말 닮아있다. 닮은 것은 또 있었다. 저자가 딸아이에게 페이스북 친구가 삭제되었던 것처럼 나 역시도 한동안 유행하던 싸이월드에서 딸아이에게 일촌끊기를 당해봤다. 딴에는 싸이월드 예쁘게 꾸미라고 도토리를 선물하려다 일촌이 아님을 알고 어찌나 배신감을 느꼈던지.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딸아이가 내 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이 닮아있다. 바닥에 어질러진 과자 봉지와 음료수 병, 그리고 너저분한 빨랫감까지도. 그렇게 사춘기의 지독한 열병이 이제는 조금 수그러져가는가 싶더니 이제는 고3이라는 엄청난 지위를 가져버렸다. 사춘기=수험생은 다른 것이 정말 하나도 없다. 사춘기 자녀를 두면 속상한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사춘기 괴물>>을 읽으며 한참 웃었던 탓인지 속상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다. 우리 집하고 닮은 일상에 대한 공감 때문이리라. 그리고 내 아이만 그것이 아니라는 어떤 안도감도 한 몫 한 듯 싶다. 가끔은 내가 아이를 제대로 못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걱정, 이러다 내 아이에게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온갖 걱정들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오롯이 바라는 건, 닉이 본격적으로 사춘기를 시작하기 전에 카를라가 완전히 마감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난 도저히 배겨 내지 못할 테니까. (본문 143p)

 

저자처럼 우리 집도 이제 작은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고 있다. 큰 아이의 사춘기를 겪었고(물론,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또 이 책을 읽었으니 둘째의 사춘기는 조금은 느긋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자가 당부한 것처럼 아이를 관찰하는 건 잊지 말아야겠지. 사춘기를 몰래 지켜보는 일조차 어렵다는 것을 큰 아이를 통해서, 그리고 저자를 통해 알고 있지만 말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리얼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바탕 웃으면서 그동안 사춘기 자녀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속 시원하게 풀어내보면 어떨까? 꼭 한 번 읽어보시라. 후회하지 않을테니.

 

(이미지출처: '사춘기 괴물'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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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와 라라의 초콜릿 데이 -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루루와 라라 시리즈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정문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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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주니어 <루루와 라라>시리즈는 최고의 파티시에가 되고 싶은 두 소녀가 숲 속에 작은 과자 가게를 열고 숲의 동물들과 요정들에게 다양한 과자를 만들어 주는 이야기랍니다. 저는 <루루와 라라의 화려한 쿠키>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동화책을 접하게 되었어요. 이 시리즈는 두 가지의 즐거움을 담아내고 있답니다. 하나는 이야기 자체가 지닌 재미, 그리고 또 하나는 레시피가 담겨져 있어 루루와 라라가 만든 과자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지요. 이번에 루루와 라라는 초콜릿 만들기에 도전을 했어요. 매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많은 상점마다 각양각색의 초콜릿이 판매되기도 하지만, 아마 한 번쯤은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을 거에요. 마음을 전하는 날이니만큼 직접 만든 초콜릿만큼 값진 것은 없겠지요? 다음번에는 이 동화책에서 소개하는 레시피로 더 멋진 초콜릿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이 맘 때가 되면 사람들의 마을에서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깁니다. 자신의 마음을 초콜릿에 담아 선물하는 '초콜릿 데이'가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루루와 라라의 가게를 찾아온 흰토끼 자매는 숲에도 초콜릿 데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언니인 밀리는 어린 시절 네 잎 클로버를 함께 먹었던 잿빛 토끼 티피에게 내일 1년에 한 번 있는 토끼들의 소풍날에 용기를 내서 티피에게 초콜릿을 주고 싶었거든요. 밀리의 이야기를 들은 루루와 라라는 올해부터 숲에도 초콜릿 데이를 만들기로 했고, 밀리의 초콜릿은 특별히 멋지게 만들어 주기로 약속하지요.

 

 

점심시간이 지나자마자 여자 동물들이 들뜬 표정으로 가게에 몰려왔고 그 중에는 티피에게 초콜릿을 주려는 토끼들도 찾아왔어요. 밀리에게 라이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루루와 라라는 들쥐인 니키의 도움을 얻어 티피가 받고 싶은 초콜릿은 가게에서 파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이라는 사실을 알고 밀리를 도와주지요. 그렇게 정성스레 밀리는 초콜릿을 만들지만 동생 알리가 아파서 소풍을 못가게 된답니다.

 

 

 

초등 여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정말 아기자기한 이야기네요. 예쁜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으니 꼭 읽어보길 바래요. 이렇게 밀리의 예쁜 사랑 이야기 속에 다양한 초콜릿을 만드는 법과 포장하는 법까지 자세히 나와있답니다. 어려운 과정이 아니기에 책을 읽는 아이들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에요. 책을 읽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우리 아이들처럼 초콜릿을 만들고 싶다며 엄마를 졸라댈 것이 분명합니다. 엄마인 제가 읽어도 초콜릿이 마구마구 만들고 싶어지니까요. 이미 발렌타인데이는 지났지만 특별한 날, 좋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수제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은 의미있을 거 같아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읽고 초콜릿도 만들어보고! 색다른 구성의 <<루루와 라라의 초콜릿 데이>>가 아이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으리라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거 같네요. 귀엽고 예쁜 삽화와 멋진 구성의 <루루와 라라> 시리즈, 앞으로도 정말 기대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미지출처: '루루와 라라의 초콜릿 데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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