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괴물 - 아빠와 딸의 사춘기 공감 프로젝트
얀 바일러 지음, 함미라 옮김, 틸 하펜브라크 그림 / 라임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 북한때문에 시끌벅적하지만 전혀 걱정할 것 없다. 북한은 우리나라를 절대 쳐들어 올 수 없다. 이유인 즉, 가장 무섭다는 중2병이 존재하기 때문에. 물론 웃자고 하는 얘기겠지만 그만큼 중2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나도 사춘기를 겪었지만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다. 다퉈보기도 하고, 살살 달래보기도 하지만 기분 내키는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게 부모 마음이 아닌가 싶다.

 

한때는 애교가 철철 넘치는 매력덩어리라서 예뻐하지 않으려야 예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아이들이, 부모가 기억하고 기대하는 모습과는 전혀 상관없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딱 두 가지 종류로 변신한다는 것이었다. 냄새나는 괴물(남자아이)이 되거나, 극도로 신경질적인 여전사(여자아이)가 되거나. (본문 10p)

 

아마 사춘기 자녀를 겪은 부모들은 이 책의 제목인 괴물이라는 단어가 사춘기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 분은 없으리라. 정말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신체적으로 호르몬의 변화가 심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렇다고 해서 괴물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적절한 표현은 없을 듯 싶다. 이렇게 책 제목부터 공감하는 이 책은 사춘기를 맞이한 딸내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세밀한'관찰기'이자, 사춘기의 현장을 포착한 생생한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아마 책을 읽는 부모들은 모두 웃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가 바로 '우리 집'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빵~ 터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성장을 위해 벌이는 '호르몬 전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쯤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춘기 괴물과 맞닥트리다 보면, 딸아이의 순탄한 미래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 집에 서식하는 저 무감각한 양서류가 어느 날 갑자기 허물을 벗고, 자신의 천성을 거슬러 사회에 유익한 일을 끝까지 해내는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게 될 거라는 사실이 말이다. (본문 18p)

 

자녀의 사춘기가 오기 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같이 관심을 갖고, 콘서트도 가고, 쇼핑도 같이 가는 등의 여러가지를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사춘기가 오니 그런 상상은 무용지물이었다. 누구나 그랬을 것이고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펼쳐진 그림은 완전히 다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말이다. 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 '사춘기 괴물이 서식하는 괴물'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풍경부터 그런 부모를 대하는 아이의 모습까지 어찌나 우리 집이랑 똑같은지. 정말 이 시기의 아이들은 시간을 죽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듯 하다. 더군다나 딸을 약올리는 아빠의 모습은 나와 같았고, 그런 아빠를 한심해하는 딸아이는 내 아이와 정말 닮아있다. 닮은 것은 또 있었다. 저자가 딸아이에게 페이스북 친구가 삭제되었던 것처럼 나 역시도 한동안 유행하던 싸이월드에서 딸아이에게 일촌끊기를 당해봤다. 딴에는 싸이월드 예쁘게 꾸미라고 도토리를 선물하려다 일촌이 아님을 알고 어찌나 배신감을 느꼈던지.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딸아이가 내 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이 닮아있다. 바닥에 어질러진 과자 봉지와 음료수 병, 그리고 너저분한 빨랫감까지도. 그렇게 사춘기의 지독한 열병이 이제는 조금 수그러져가는가 싶더니 이제는 고3이라는 엄청난 지위를 가져버렸다. 사춘기=수험생은 다른 것이 정말 하나도 없다. 사춘기 자녀를 두면 속상한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사춘기 괴물>>을 읽으며 한참 웃었던 탓인지 속상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다. 우리 집하고 닮은 일상에 대한 공감 때문이리라. 그리고 내 아이만 그것이 아니라는 어떤 안도감도 한 몫 한 듯 싶다. 가끔은 내가 아이를 제대로 못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걱정, 이러다 내 아이에게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온갖 걱정들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오롯이 바라는 건, 닉이 본격적으로 사춘기를 시작하기 전에 카를라가 완전히 마감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난 도저히 배겨 내지 못할 테니까. (본문 143p)

 

저자처럼 우리 집도 이제 작은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고 있다. 큰 아이의 사춘기를 겪었고(물론,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또 이 책을 읽었으니 둘째의 사춘기는 조금은 느긋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자가 당부한 것처럼 아이를 관찰하는 건 잊지 말아야겠지. 사춘기를 몰래 지켜보는 일조차 어렵다는 것을 큰 아이를 통해서, 그리고 저자를 통해 알고 있지만 말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리얼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바탕 웃으면서 그동안 사춘기 자녀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속 시원하게 풀어내보면 어떨까? 꼭 한 번 읽어보시라. 후회하지 않을테니.

 

(이미지출처: '사춘기 괴물'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