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를 지키는 밤 마음이 자라는 나무 17
하네스 크루그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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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동물이지만 버젓이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동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문제는 그저 신기함에 구매한 멸종 위기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교활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은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하지만, 인간의 안전이 아주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경우는 가차없이 목숨을 빼앗습니다. 물론 멸종 위기 보호와 인간의 안전 문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은 동물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여기 아주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떠돌이 늑대를 지키려는 소년의 외롭고도 용감한 동물권 투쟁기를 담은 푸른숲주니어 《늑대를 지키는 밤》이 그것이지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동물의 생존권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게 될 듯 합니다.

 

 

《늑대를 지키는 밤》은 주인공 빅터와 늑대가 화자가  됩니다. 늘 우리는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일을 처리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늑대의 입장을 들어보게 되지요. 이러한 구성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있는지 깨닫게 될 듯 합니다. 폭풍우가 밀려오는 저녁, 늙은 너무밤나무의 뿌리가 송두리째 공중으로 솟구치면서 철조망이 바닥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우리 안에 있던 겁에 질린 늑대는 용기를 내어 일어났고 철조망 건너편 젖은 풀밭으로 뛰어내렸지요. 늑대는 광활함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바야흐로 늑대는 자유의 몸이 된 것이지요.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엄마와 빅터는 이 년 전쯤 이곳 중앙역길 임대 주택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빅터는 언제인가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즐겁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수족관 속 물고기처럼,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졌지요. 빅터는 차라리 혼자 있을 때가 마음이 더 편했어요. 그렇기에 빅터는 이미 오래전에 운행이 정지되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실컷 놀 수 있는 오래된 화물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빅터는 폭풍우가 거세게 지나간 뒤이기에 화물역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 오늘도 화물역을 찾았다가 늑대와 마주쳤습니다. 늑대를 본 빅터는 온몸에 짜르르하게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지요. 하지만 늑대는 나타날 때 그랬던 것처럼 불쑥 사라버렸지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몇 주간 느꼈던 삶의 열망이 떠돌이를 다시 찾아왔다. 자유를 향한 그리움이 가슴속에서 말할 수 없이 커졌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밤, 나무 한 그루가 우리 위로 쓰러지자 늑대의 가장 큰 소망이 실현되었다. 그런데 다시 이렇게 쇠창살에 에워싸이고 말았다. 인간에게서 벗어날 길은 영영 없을 것만 같았다. 새 우리는 예전 것보다 넓기는 했지만 늑대를 가두는 우리인 건 마찬가지였다. (본문 44p)

 

늑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빅터는 얼마 후 화물역에서 아파보이는 늑대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학교가 끝나고 서둘러 빠져나가는 빅터를 쫓아온 친구들 때문에 늑대는 경찰과 수의사 손에 의해 사라지고 말지요. 나무 한 그루로 인해 가장 큰 소망이 실현되었던 늑대는 다시 쇠창살에 에워싸이게 된 것이지요. 늑대에게 떠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빅터는 늑대를 찾아나섰고  떠돌이가 야생 공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일 찾아갑니다. 사육사 콘드라 아저씨의 딸 클라라의 도움으로 임시 직원이 되어 일을 하게 되면서 빅터는 매일 떠돌이와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야생 공원에 있을 수 없는 떠돌이는 갈 곳이 없습니다. 야생 늑대라면 동물원에 보낼 수 없고, 도시에서 잡힐 걸 봐서는 사람 손을 탄 늑대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야생으로 돌아가기도 어렵기 때문이죠. 빅터는 이 넓디넓은 세상에 고작 늑대 한 마리가 머물 장소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던 중 빅터는 떠돌이가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방문했던 동물 보호소에서 늑대를 찾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지요. 그리고 그 사람이 떠돌이의 주인이었으며 그가 늑대를 학대했던 사실을 알게 됩니다. 또한 보호 동물인 늑대를 어떻게 구입하게 되었는지의 경위로 알게 되지요. 이제 빅터는 떠돌이를 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어린 빅터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기만 하네요. 결국 떠돌이는 안락사의 위기에 놓기에 됩니다.

 

"떠돌이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어. 사람들이 죄를 저지른 거지. 너희도 알다시피 늑대는 멸종 위기 동물이야.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떠들어 댈때는 언제고, 간편하게 예외 조항을 끼워 넣고서 지금은 죽이겠다고 난리지? 젊고 건강한 늑대가 왜 죽어야 해? 정작 죄를 저지른 사람은 벌글만 내면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풀려나는데? 이건 옳지 않아. 난 너희가 떠돌이를 안락사시키는 걸 반대하는 일에 함께해 주면 좋겠어. 뭘 해야 할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어. 편지를 쓰거나 시위를 하거나, 뭐 그런 것들을 할 수 있겠지." (본문 123p)

 

《늑대를 지키는 밤》에서는 빅터와 떠돌이 늑대가 서로 교감해가는 과정이 정말 따뜻하게 담겨져 있어요. 이 따뜻함 속에서 우리는 동물의 생존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간의 욕망, 이기심으로 인해 동물들의 생명은 너무도 쉽게 사라지고 있네요. 우리는 짧지만 강렬함을 주는 이 책을 통해서 동물의 생존권을 위한 노력은 보호하자는 법과 말이 아닌 진심을 담은 관심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큰 줄기 속에서 빅터가 성장해가는 과정도 참 감동적으로 그려진 책이었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봅니다.

 

(이미지출처: '늑대를 지키는 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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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센스 4 - 남들과는 '아주 조금' 다른 그와 그녀의 로맨스!
겨울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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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력 소녀>로 호평을 받은 작가 겨울이 쓴 《모럴센스》는 코미코에서 연재 중으로 SM 성향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랍니다. 작년 여름무렵 처음 1,2권을 접하고 오랜만에 3권을 읽어보게 되었네요. 처음 이런 성향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이 책이 제게 어떻게 다가올지 스스로에게도 의문이 들었는데 무거운 소재를 거부감없이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어 그저 다양한 사랑의 방식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여전히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다름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은 나와 다른 이에 대한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데 도움이 되어주었던 듯 해요.

 

 

연재 중인 총 21화를 묶어낸 1권에서는 남자 주인공 지후와 여자 주인공 지우가 돔(지배자)과 섭(피지배자)가 되는 과정을 담아내었고, 2권에서는 지후와 같은 성향을 지닌 모임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요. 1권에서는 각기 등장했던 등장인물들이 2권에서는 그 관계가 엮이게 되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지후는 주인님으로써 섬겼던 지우에 대해 조금씩 여자로서의 감정을 느끼는 듯한 예언과 함께 아쉽게 2권이 마무리 됩니다. 이어 3권에서는 3개월간의 기한을 가졌었던 돔과 섭의 관계에 대해 지우가 앞으로도 계속 주인이 되어 주겠다고 하지요. 대신 지우는 자신이 고백했던 사실에 대해 잊어달라고 하는데, 지후는 그것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게 됩니다. 3권은 1,2권과 달리 SM성향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돔과 섭의 관계가 단순히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인 줄 알았는데 컬렉션이니 하드한 플레이니, 결박이니 하는 좀더 디테일한 내용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섭인 지후는 주인님인 지우를 여자로써 좋아하게 된 것에 대한 혼란을 느끼는데 그러던 중 지우의 맞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예상할 수 있었듯이 지후는 지우의 맞선을 몰래 따라갔네요. 하지만 그곳에서 지우의 엄마를 우연히 만나 합석까지 하게 되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물론 지우의 맞선은 지후와 어머님으로 인해 다행스럽게도 잘 마무리가 되었네요. 지우에 대한 마음에 혼란을 느낀 지후는 결국 지우에게 좋아한다는 사실을 고백하게 되고, 이들은 연인이자 DS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지우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지후의 고민과 행동들이 재미있게 수록되었네요. 그러던 중 지후는 지우를 상대로 돔이 되어보고자 합니다. 지우는 조건을 통해 지후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4권에서는 이렇듯 지후와 지우가 연인으로서 발전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어요. 그리고 지후가 카페를 통해서만 알았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겉으로 들어나면서 다양한 재미도 보여주고 있네요. 문제는 3권에서부터 자꾸 거슬렸던 마케팅부의 이한이 지우에게 마음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 인물이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는군요.

 

 

 

 

3권에서는 1,2권과 달리 DS관계가 단순히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인 줄 알았던 관계에서 컬렉션이니 하드한 플레이니, 결박이니 하는 좀더 디테일한 내용들이 나와 조금은 당혹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지우가 지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이 너무도 예쁘게 다가왔었지요. 그런 탓인지 4권은 'SM성향을 가진 로맨스'라는 것에 한정을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여타의 로맨스와 다름없이 보게 된 듯 해요. 그저 서로에게 마음을 조금씩 빼앗기는 과정들이 예쁜 내용이었답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 전부였던 거 같아요.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금은 서툴지만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네요. 지후와 지우처럼 말이죠.《모럴센스》는 현재 CJ영화사 투자 배급이 확정디어 영화화가 진행 중이라고 하네요. 영화에서는 어떻게 이 둘의 예쁨이 표현될지 정말 너무 궁금해집니다.

 

 

 

(이미지출처: '모럴센스 3,4'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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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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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하루를 보내고 맞이하는 밤은 혼자만의 시간이며, 혼자만의 공간이 되어주는 듯 합니다. 실컷 울수도 있고, 음악에 맞춰 실컷 몸을 흔들어 댄다해도 상관없지요. 나를 위로해주는 시원한 맥주 한잔도, 뜨끈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도 밤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힘들었던 하루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지지요. 그런 탓인지《실컷 울어도 되는 밤》이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공감되어 얼른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밤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표지색이 검은색이겠거니 했는데, 모든 삽화가 화이트와 블랙으로 그려져 있네요. 밤과 어울리는 심플한 삽화 그리고 몽환적이 느낌의 삽화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네요.

 

 

 

작가 헨 킴은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듯 올린 그림만으로 화제가 되어 현재 60만이 넘는 팔로워를 모았으며 시각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애플TV의 loupe art 코너에 선정된 일러스트레이터이며 뉴욕, 샌프란시스코, 스페인에 있는 이미지 에이전트의 소속 작가로 삼성 갤럭시, 아모레 퍼시픽, 카카오톡 등 국내 기업 프로모션은 물론 유니세프, we work, 다니엘 웰링턴, TED 등 해외 단체에서도 러브콜 받고 있는, 현재 가장 핫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합니다. 이 책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은 그의 첫 아트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그가 지금껏 그린 그림 중 가장 인기를 얻었던 150여점을 선발하였고 스스로에 대한 위로인 '밤이 되길 기다렸어', 관계와 사랑에 대한 ' 너와나', 꿈으로의 매혹적인 여행을 담은 'good night', 일상에 여유를 주는 위트 있는 상상 ' sunday mood' 이렇게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몽환적으로, 때로는 기묘하게 다가오는 그림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헨 킴의 삽화에는 얼굴이 표현되지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표정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재미있는 상상이 되는 듯 해요. 무엇보다 이 그림과 짧은 멘트가 주는 가장 큰 힘은 위로인 듯 합니다. 일상에서 받은 상처를 다독이고, 외로움을 달래주지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실컷 울어도 좋을 책입니다. 한 줄의 짧은 멘트에서도, 상상력이 담긴 하나의 그림에서도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네요. 가장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선정하는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 프로젝트에 개인 전시를 진행 중(7/29~10/1)이라고 하니 왠지 한 번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또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집니다. 꽃이나 선인장, 자물쇠, 테이프, 물감, 가위, 칼 등의 사물 등으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작가 헨 킴, 그가 주는 기묘한 그림에 푹 빠져들게 되네요.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은 지치고 힘든 일상, 책 한 권으로 큰 위로를 받아볼 수 있기에 꼭 읽어보기를 권해봅니다.

(이미지출처: '실컷 울어도 되는 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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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매 할배 - 아름다운 순간, 노을빛 청춘을 담다
김인자 지음 / 가치창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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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술, 장, 김치 등과 같은 음식도 그러하고, 나무와 숲과 같은 자연 그리고 인간관계도 그러하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지는 것은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40세를 넘긴 지금도 무엇을 하기엔 많이 늦은 시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커지곤 하니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많겠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러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가끔 경험에 따른 노련함, 숙련됨, 경륜,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때가 있으니까요. TV 예능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배우 이순재님을 볼 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리 불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멋있게 나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긴 노년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시기가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테죠. 그 아름다운 순간을 그림책 작가 김인자의 포토 에세이 《꽃보다 할매 할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혜롭고 유쾌하게 노년을 보내는 법을 감상하면서 내 부모를 생각하게 되고, 내 노년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꽃보다 아름다운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PART 1. 이야기 한 자락에 사랑을 담다, PART 2. 어느 할머니의 애틋한 가족 사랑 이야기, PART 3. 우리 노년을 예찬합시다로 나누어 소개되고 있습니다. 60세 할아버지와 85세인 엄마, 천문대에 가 보고 싶은 손자와 하늘과 가까이 있는 천문대에 가고 싶지 않은 할머니, 72세 언니와 70세 동생의 애틋함,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어 174Km거리를 운전하고 온 63세 뮤 할아버지, 70세 스텔라 할머니와 동갑내가 할어비지의 디즈니랜드 데이트, 걸어 다닐 때도 할아버지랑 손깍지 꼭 끼고 할아버지 쪽만 바라보는 수잔 할머니, 어버이날 95세 되는 엄마에게 직접 화분에 심어서 선물하려는 72세 티아라 할머니, 평소에는 아프다고 누워만 있었는데 손주가 온다고 하니까 힘이 불끈불끈 샘솟는 65세 지나할머니, 손주가 집에 오는 주말만 매일매일 기다리지만 손주가 자신을 무서워하는 걸 속상해하는 할아버지, 한 번도 드레스를 입어 보지 못했지만 딸에게는 예쁜 드레스를 사 주고 싶은 63세 마가리타 할머니, 당뇨 때문에 시력을 거의 잃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한 땀 한 땀 손자의 머플러는 짜는 80세 로라 할머니, 언니와 함께여서 동생과 함께여서 물이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함께 난생 처음 바다에 온 83세 91세 할머니, 도서관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는 83세 노라 할머니, 어려운 곳에 아기들모자와 신발을 만들어 선물로 보내는 80세 뜨개질 대장 린다할머니, 교통 도우미 할머니 등 빛나는 노년의 시간이 담겨져 있습니다.

 

 

멋진 경험이 펼쳐질 무대가 노년에 마련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모든 족쇄에서 벗어나 새롭게 나설 기회를 맞이한 지금이야말로 내 삶을 평정할 기회이자 짜릿한 인생의 정점이 아닐까요? 그런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평온합니다. (표지 中)

 

 

 

다리도 아프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가장 지혜롭고 원숙함이 돋보이는 시기는 노년이 아닌가 합니다. 포용할 줄 알며 사랑할 줄 아는, 그리고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기에 삶을 더욱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육체적으로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삶을 초라하게 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누구나 찾아오는 노년의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98세에 운전면허를 딴 할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바다에 간 할머니,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는 할머니, 안 보이는 눈으로 손자를 위해 머플러를 짜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삶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지금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세이 속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주름, 웃음이 오늘처럼 아름답게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이들의 노년을 응원합니다. 앞으로 더 아름다워질 내 훗날의 삶도 함께.

 

 

 

(이미지출처: '꽃보다 할매 할배'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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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자 치유 - 우리 안의 나쁜 유전자, 광신주의를 이기는 상상력의 힘
아모스 오즈 지음, 노만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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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느낌을 주는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광신자 치유》는 두 개의 에세이를 엮은 것으로 2002년 독일에서 강연한 내용을 편집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아모스 오즈는 이스라엘 소설가, 평화운동가이며 노벨문학상 후보에 단골로 오르는 명망 있는 작가이자 괴테 문학상, 카프카상, 하인리히 하이네상, 이스라엘 문학상, 프랑스 페미나상, 전미 유대인 도서상,안데르센상, 박경리 문학상 등 다양한 이력을 소유한 히브리 문학의 거장이다. 아랍 국가들과 평화 공존을 주장하는 저자는 이스라엘 극우단체로부터 '배반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작품과 삶 속에서 줄곧 "전쟁의 반대는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오즈는 우리에게 광신주의의 본질과 진화를 직시하게 한다. 그가 만병통치약을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해 "이것은 종교전쟁도 아니고, 문화전쟁도 아니며, 서로 다른 두 전통의 불화도 아닙니다. 그저 이 집은 누구의 소유물인가 하는 부동산 쟁의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 분쟁의 본질을 논박의 여지 없이 납득시킨다. 또한 그는 이 분쟁이 해결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것에 자신의 비전과 정치적·윤리적 진실성을 거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본문 7,8p)

 

평화운동가인 오즈의 《광신자 치유》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오즈는 이 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본질을 시작으로 세계의 모든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정의와 정의의 충돌], [광신자를 어떻게 치유할까]로 나누어 진다. [정의와 정의의 충돌]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발단이 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들이 팔레스타인이라고 부르는 땅을 원하고, 이스라엘 유대인들 역시 같은 이유로 '완전히 똑같은 땅'을 원하고 있다. 여기는 상호이해와 '고통스러운 타협'이 필요하지만 젊은 이상주의자들 사이에서 타협은 기회주의, 무성의, 비열하고 수상쩍은 것, 고결함이 없다는 표시로 여기며 타협을 싫어한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똑같은 영토에 대한 애착에 대한 해법은 '두 국가 해법'이어야 하지만 타협의 반대인 광신주의가 걸림돌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광신자를 어떻게 치유할까] 편에서 광신주의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 해결책을 유머감각, 타자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중동과 그 어떤 곳에서든 폭력, 분노, 복수, 원리주의, 광신주의, 인종주의가 퍼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메시지는 좀 유별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유머감각, 타자를 상상할 수 있는 힘, 우리 모두가 지닌 반도로서의 특질을 인정하는 능력은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광진자 유전자와 맞서는 데 적어도 조금이나마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일고 저는 믿습니다. (본문 84,85p)

 

광신주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만의 주장이 옳다는 생각으로 저자는 문학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비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로 시작되었지만 광신주의에 대한 해결방안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해결책이기에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다. 우리는 가족, 연인, 회사에서의 모든 관계에서 타인의 신념이나 습관을 고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에 저자는 말한다. "모든 일상에서 서로를 상상하라"고.

 

그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어떤 상황에 처한 인간이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치명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조명하는 데 활용하는 아이러니한 유머는 한층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나딘 고디머 (본문 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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