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묻다
그레고리 스톡 지음, 신현림 옮김 / 이미지박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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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랑은 어찌하여 늘 웃음과 눈물, 행복과 아픔을 함께 동반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입맞춤을 하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담은 표지의 사진처럼, 늘 사랑이 저렇게 예쁘게만 표현되면 얼마나 좋을까?
약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갈등하는 사람의 묘한 심리가 사랑을 슬프고 아프게 만드는 것은 아닐런지...

결혼 전에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사랑이 서로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고 그리고 결혼을 하고 살아가는 동안 사랑은 여러가지의 모습으로 변해왔던 것 같다. 지금은 아주 편안하고 깊이있게 사랑이 안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주인공들의 지독한(?) 사랑을 보면서 편안한 사랑 속에 열정이라는 양념을 가미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사랑’ 그놈은 참 알 수 없는 놈이다.

사랑의 기쁨, 열정, 질투, 신뢰, 결혼, 불륜, 그리고 섹스....
진실하고 위험하고 매혹적인 모든 것을 질문하라


사랑은 참 여러가지 감정을 동반하는 듯 하다.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의 정체를 깨닫게 되기를 기대해 보았다.
그러나, 책을 읽은 후에도 사랑에 대한 나의 감정을 깨닫지는 못한 것은, 내가 이 질문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거나 혹은 답이 없는 질문들로 인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나의 미약함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내가,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으며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미흡하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랑’에 답을 찾거나, 사람의 감정에 결론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우스운 기대였을지도 모른다.

부부는 관계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누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대화에 쑥쓰러움을 갖는 나는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회피하곤 했다.(결혼 생활 12년인데도 아직도....) 사랑은 ’마음’만으로 완성되기에는 좀 모자란 부분이 있다. 섹스 역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부부간에도 쉽게 하지 못하는 질문들을 통해서 진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아닐까 싶다. (이런 이야기도 쉽게 써내려가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아줌마가 다 되었나보다.....)

상당히 두꺼운 책이지만, 내용은 참 간결한다.
왼편에는 저자 그레고리 스톡의 영어 질문이, 오른쪽에는 옮긴이의 한글 번역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답이 없는 질문들은 내 생각을 곱씹게 한다.
간결하다 하여, 쉽게 페이지를 넘기기에는 생각할 것들이 많다. 물음에 곰곰 생각하는 동안,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내가 이런 사랑을 꿈꾸는구나...새로운 내 모습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게 사랑에 대해서 배워가고 있다. 이 나이에...^^

다시는 이런 사랑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에 빠져본 일은 몇 번 정도 있나요? 영원히 그 사람과 함께할 거라 느낀 적은 몇 번인가요? (본문 137p)

최근 사랑을 나누는 일이 너무나 즐거워 크게 소리 내어 웃은 적이 있나요? 가장 좋았던 섹스는 즐겁게 사랑을 나눌 때였나요, 진지하게 사랑을 나눌 때였나요? (본문 375p)

슬픈 사랑이 멋지다는 생각은 영화를 통해서만 하길 바란다. 사랑은 아름답고 황홀해야한다. 멋진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사랑의 슬픔에 울지 않도록, 사랑의 아픔에 쓰라리지 않도록...어떤 사랑이든 열정적으로 이루어내길 바란다.
 

 


(사진출처: ’사랑, 묻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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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동화집 나 어릴 적에 - 박완서 선생님의 옛날이 그리워지는 행복한 이야기 처음어린이 8
박완서 지음, 김재홍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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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적에 집 근처 산에 올라가면 개울이 흘렀고, 돌을 살며시 들면 가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산에는 산딸기가 가득이였고, 동네 골목마다 고무줄 놀이와 숨박꼭질을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학교에 입학 할때는 가슴에는 손수건과 함께 이름표를 달고, ㄱㄴㄷ...1,2,3...을 배웠고, 60명이 넘는 아이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나 어릴적에는 공부에 대한 압박감보다는 신나고 재미있게 노는 일에 더 열중했었다.
망태 할아버지를 보면 무서워서 도망다녔고, 오락실에 가면 안된다는 엄마와 선생님의 말에 오락실 근처도 가면 안되는 줄 알고, 빙~~ 돌아 집과 학교를 다녔다.
나 어릴적에도 박완서 선생님처럼 세상이 온통 남루하고 부족한 것 천지였지만 나름대로 행복했었다.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유년기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시대에 일본말을 배우던 시절로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는 오랜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먹을 것과 입을 것 등이 풍요로운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절과 지금의 모습이 다르다고 해도, 어린시절의 추억은 공통되는 것이 있는 듯 하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 엄마한테 혼나 울던 기억, 친구와 싸우던 일, 엄마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 바르게 자라길 바라던 어른들의 잔소리와 꾸지람 등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들이다.
이런 일들은 나중에 자라서 어린시절을 행복하였다고 기억하게 할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공부가 우선시되고, 숨박꼭질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하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어린시절을 추억할 때 이 기억들 역시 행복했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넓은 뒤란에서 아이들과 술래잡기, 소꿉장난을 하던 ’나’ (저자)는 여덞 살 되던 해 엄마를 따라서 형편없이 궁색하던 서울의 초가집으로 올라왔다. 안집에 드나들지 마라, 안집 애하고 싸우지 마라, 안집 애가 주전부리하는 건 바라보지도 마라, 안집 애의 장난감을 만지지 마라.의 설교들으며 서울에서의 첫날 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 엄마에게 그런 설교를 많이 들었다. 주인집 눈밖에 나서 좋을 건 하나 없었을테니 말이다)

감옥소 앞마당의 미끄럼이 재미있고, 전중이(징역살이하는 사람)을 보면 부정 탈까봐 두려워하며 발로 세 번 땅을 구르고 세 번 침을 뱉었고, 잘잘못을 가려주는 대신 성질 고약한 계집애 한탄을 하던 엄마, 문안에 있는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주소지를 옮겼던 교육열 높은 엄마 덕에 가정방문때마다 친척집을 제 집인 양 했던 일들, 예쁘고 깨끗한 옷을 입던 진짜 서울 아이의 ’꼬붕’ 역을 했던 기억 등이 행복하듯 적혀있다.
그림책 한 권 못 보고 자랐지만, 뛰어난 이야기꾼이셨던 엄마 덕분에 꿈 많고 정서적으로 풍요로웠던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그 시절을 따뜻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책을 읽는내내, 나의 어린시절을 많이 추억하게 되었다. 내가 자라는 동안 어린시절의 기억은 많은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다. 사는 모습과 추억은 다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현재 하루하루의 행복한 기억은 분명 자라는 동안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 시절의 모습을 엿보는 듯한 삽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림 하나하나마다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내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행복해하듯, 박완서 선생님이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행복하다고 으스대고 싶은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지금의 모습이 후에 행복했다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라는 동안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기억되기를...그리고 그럴 수 있도록 나 역시 좋은 울타리가 되어보겠다고 또 다짐해본다.




 







 

(사진출처: ’박완서 선생님의 나 어릴적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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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공주 처음어린이 7
김경옥 지음, 한수진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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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보면 남자여자 구분없이 예쁜 연예인들이 나오고, 아이들은 그들의 외모와 의상 등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연기력,가창력 등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다. 연예인들이 사용한 제품과 입고 있는 의상, 그리고 예쁜 얼굴과 몸매에만 오로지 집중한다. 예쁜 옷을 입고싶고, 연예인만큼 날씬하고 싶고, 신발과 가방에 관심을 두고 있다. 마치 연예인의 겉모습이 기준점이 된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예쁜 외모’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아이들은 물론이요, 사회도 외모로 판단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처음어린이]시리즈는 전래동요, 동시, 동화 등 다양한 장르로 독자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을 읽는동안 아이들의 마음이 한뼘씩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거울 공주>>는 창작동화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김수선화를 통해서 알게 된다. 반짝이로 장식된 표지와 예쁜 짓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재미있는 동화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 하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높이 치켜들고 예쁜 표정을 지어대는 선화는 자신의 예쁜 눈을 마음에 들어하는 ’거울 공주’이다. 거울을 하도 자주 봐서 선생님이 붙여 준 별명으로 ’선화’로 불리우는 ’김수선화’는 늘 거울을 보며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다.
선화는 공부를 잘하고 착하며 인사도 잘하는 몽당연필이라는 별명을 지닌 다영이가 짜리몽땅해서 싫다.
대신 눈에 확 띄는 예쁜 미미를 따라다니며, 미미가 입으라는 옷을 입고, 미미가 하라는 하면서 미미의 곁에 있기를 원한다.
같은 반 한별이는 유명한 아역 탤런트로 선화가 좋아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한별이 역시 선화처럼 거울 보기를 즐기며, 거만하여 어울리는 친구조차 없다. 

꿈 속에서 나르시스가 물에 빠져 죽는 걸을 목격하게 된 선화는 물웅덩이 옆에 어여쁜 수선화 두 송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게 되었고, 작고 깜찍한 요정을 통해서 수선화 두 송이가 자아도취에 빠진 얼간이와 겉모습에만 속는 바보로 새롭게 태어나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메두사와 닮은 미미의 속마음을 알게 된 선화는 겉모습보다는 고운 마음씨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너 혹시 수선화의 꽃말이 뭔지 알아?"
"’자기 사랑’이야. 자존심을 말하기도 해."
"수선화의 꽃말이 ’자기 사랑’인 것처럼 선화 너도 수선화 꽃을 닮았어. 거울을 볼 때 자신을 무척 사랑하는 아이처럼 보였거든. 그런 아이가 자존심없이 남이 시키는 일만 따라 하는 걸 볼 땐 좀 실망스럽기도 했어."
(본문 102~103p)

거울을 보면서 납작한 코에 항상 불평을 하던 미미는 이젠 미워 보이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가짜 모습이 아닌, 마음을 볼 줄 아는 눈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보이는 거울이 있었으면 좋겠다. 겉모습이 비추어지는 거울이 아닌, 마음이 비추어지는 거울이 있다면 ’외모지상주의’가 아닌, ’착한마음지상주의’가 생겨날텐데...외모는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로 모든 걸 평가하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조차 제대로 인식 되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거울 공주>> 선화를 통해서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씨’라는 것을 알아가길 바란다. 그 마음씨가 내 얼굴을 빛나게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딸은 이제 겨우 열한 살이니까 앞으로 점점 더 예뻐질 거야. 속마음을 갈고 닦으면 얼굴은 저절로 예뻐지는 거란다."
"꽃보다 더 예쁜 게 바로 사람 마음씨인 거야. 마음이 예쁘면 얼굴에서 빛이 나고 향기가 나는 거란다."
  (본문 114p)






(사진출처: ’거울 공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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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제발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
엘리자베트 죌러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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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의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의 표지는 우리 사회의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에 간혹 올라오는 집단 폭행에 대한 동영상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과 동시에 내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집단 따돌림’’왕따’’집단 폭행’ 등은 이제 수위를 넘어서 범죄행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그들에게는 지금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 책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쵤러는 피해자만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도움을 청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 ’도와줘요, 엄마’를 마음속으로 밖에 외치지 못했던 니코의 심정을 통해서 자신들의 문제에만 빠져있어 정작 그들의 도움의 손길을 보지 못한 어른들을 꼬집고 있다. 
읽는 내내 무섭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니코의 일기는, 결코 허상이 아닌 우리 현실의 일부분이라는 점이라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마음을 졸이게 했다. 

나는 늘 두려웠어요. 두려움은 아침부터 내 목을 졸라요. 두려워하는 사람은 비웃음을 사지요. 
하루하루가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두렵게 해요...엄청나게...
  

니코가 엄마에게 남긴 유언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법정에 선 엄마, 그리고 피고인 케빈 레크슐테와 마티아스 말만 그리고 라파엘 쉰델을 통해서 니코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니코의 형 톰 그라스도르프가 컴퓨터에서 찾아낸 니코의 일기가 낭독 되어갔다.
지치고 침울하고 그리고 두렵게 만드는 일기였다.

"도와줘! 도와줘!" 꿈속에서도 비명을 지르는 니코는 정작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수 없었다. 엄마와 아빠의 별거가 엄마를 나약하게 했고, 설상가상 엄마의 해고는 엄마 스스로에게도 너무 벅찼다. 더욱이 엄마에게 말해봤자, 엄마는 누군가를 찾아가 모든 걸 고자질해서 문제를 더 악화시키게 할테니 말이다. 그것은 니코를 더 힘들게 할 뿐이였다.

끊임없이 맞아야했고, 상위권의 성적도 이제 바닥을 쳤으며, 오줌으로 뒤범벅이 된 변기에 머리를 처박혀야 했고, 그들의 협박에 물건도 훔쳐야했다. 이사를 하고 싶었고, 전학도 가고 싶었지만 현실은 니코의 바램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늘 다정했던 아빠는 베를린으로 떠난 뒤 통화하기도 힘들었고, 니코는 자신이 기댈 곳이 아무곳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니코의 달라진 모습을 왜 니코의 엄마는 좀더 자세히 알려고 들지 않았을까? 니코의 멍자국을 보면서도 넘어졌다는 니코의 말을 듣고 말았을까? 안타까운 부분이였다. 니코의 엄마는 아이들과 살아가야 할 하루하루가 벅찼고, 사랑했던 남편과의 별거와 직장에서의 해고로 힘들었다. 그것이 니코의 변해가는 과정을 느낄 수 없던 것이다. 그것이 변명이 될까? 니코는 좀더 달라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속상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가슴이 아프다. 현실에 쫓아 바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어른들의 핑계가 아이들의 상처를 돌봐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손을 내밀고 있는데도...

니코의 일기는 점점 변해가고 포악해져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피해자가 가지는 고통을 우리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하여 또다른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노력일지도 모른다. 그 생생함이 우리에게 스스로를 꾸짖게 하고 있다.
자살 충동을 느끼고, 그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니코는 가해자가 된다. 

아동학대는 또다른 폭행을 낳는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아이들은 공격성을 갖게 되고, 그것이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다른 이에게 보여지게 된다. 라파엘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라파엘도 처음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도움을 들어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고, 그것이 라파엘에게 폭행으로 보여졌던 것이다. 그 역시도 피해자였다.

<도와줘, 제발>은 학교 폭력에 대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폭행이 폭행으로 이어진 라파엘을 통해서 폭행의 희생자가 폭행의 주범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손을 내밀 곳이 없는 아이들의 현실과 폭력이 행해지는 교실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묵인이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섭다. 그러나 모두 읽어봐야 할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랑과 이해가 필요한 청소년들. 한 번도, 단 한번도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세상을 증오하는 청소녀들. 그런 청소년들에게는 어쩌면 이 세상에 조흔 사람들도 많다는 말을 해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말을 듣고 박장대소할지도 모르니까.
그런 청소녀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너무 늦기 전에 누군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
(본문 182p)

어른들의 무심함이 만들어 놓은 세상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폭력이 만들어 놓은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어른들은 그들에게 손가락질한다. 그들을 보듬어줘야 할 시기에도....
니코는 인생 계획을 세워줄 헤르만과 가족들을 통해서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형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마음을 열지 못했던 니코는 상처로 울고 있는 형을 보면서 깨달아간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해야한다는 것과 가족이 있다는 것을...

가끔 뉴스를 통해서 극단적으로 치닫는 아이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쩌면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그것을 깨닫치 못하고 있는 것일 뿐...그들 역시 소중한 존재이다. 그것을 알려 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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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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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보급은 우리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빠른 뉴스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잇점을 가져왔다. 그러나, 사이버 스토킹, 악성댓글, 공개 비난 등 무시무시한 공포도 함께 몰고 왔다. 소위 ’집단 따돌림’이라 불리는 왕따는 이제 인터넷과 휴대폰 문자를 통해서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고, 이는 자살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살인행위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상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 
나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보복 심리와 나보다 못한 사람을 더 깍아내림으로써 나를 높이려는 심리를 소유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심리들은 잘 조절함으로써 대인관계가 원만히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지만, 사춘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것이 ’사이버 스토킹’ 혹은 ’집단 따돌림’을 극대화 시키는 요소로 작용되는 것은 아닐런지 잠시 생각해 본다.

너무 예뻐서, 뚱뚱해서, 가난해서, 공부를 잘해서, 공부를 못해서 등 말도 안되는 다양한 이유를 문제삼아, 한 사람을 집중 공략하고 이제는 인터넷과 문자 등으로 자신의 헛된 쾌감을 통해 한 사람을 짓밟는 이런 사태는 하루빨리 근절되어야 한다. 그것이 아직 미성숙한 사춘기의 아이들이라 해도 강한 법적인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그것이 피의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내내 마음이 심란했다. 피의자에게는 그저 ’장난’으로 시작한 일일지 모르나, 당하는 피해자에게는 결코 장난이 될 수 없는 사이버 스토킹. 겨우 열네 살인 스베트라나 올가 아이트마토바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단지 두려워하는 것 밖에는...

책은 스베트라나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기차 안에서 태어난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은 소아 청소년 정신과이며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병동이라고 설명한다. 창살이 없다면 누군가 기어 올라올까봐 무서운 그녀는 창밖에 있는 창살 덕분에 마음이 놓인다.

이런 병원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일찌감치 여기로 오는 건데........그 누구도 내게 못된 장난을 칠 수 없는 이 곳으로. (본문 15p)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베트라나는 장학금을 받고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가게 된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소녀, 아울렛 매장에서 옷을 사 입고,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살며, 통학을 하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그녀는 전학 간 순간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처음엔 빈정대는 것으로 시작한 따돌림은 나중엔 휴대폰 문자로, 그리고 인터넷 카페를 통한 집단 매도로까지 이어진다.

그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혼한 부모들은 자신들을 이 기숙 학교에 버렸다는 자괴감으로 힘들어하고 있었고, 같은 처지에 놓은 그들은 서로 똘똘뭉쳐져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스베트라나처럼 매도당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들의 놀이에 빠질 수 없었던 것이다. 가정의 불화가 그들에게 피해의식을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들의 장난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다른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잘 살펴봐. 우린 모두 깨진 가정에서 왔어. 나도 마찬가지야,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기숙 학교에 버려지는 거야. 알겠어? " (본문 118p)

스베트라나를 상대로한 그들의 사이버 스토킹은 그녀를 겉잡을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들과 함께이고 싶어서 살아남기 위해 옷과 화장품 등을 훔치기 시작했다. 스베트라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들 속에 속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을 갖는 것과 두려움 속에서 무수히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 밖에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얼마나 어이없게 보일지......아마 정신 나간 아이라고 생각할 테지.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기 힘든 얘기니까. 그런데 그게 바로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었다. 내가 얼마나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살았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본문 225p)

아들이 기차 창문 밖으로 던진 가방을 찾으러 기찻길에 간 아슬란이 철로에 누워 있는 스베트라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녀는 가족이 함께 코트다쥐르에 있는 꿈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집단 따돌임으로 인해서 목숨을 끊는 아이들에 대한 뉴스, 연예인이 악성 댓글로 상처받고 자살한 뉴스 등이 인터넷(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을 통해 접한다. 못된 장난에서 시작되었으나 죽음까지 몰고간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이 원한 장난의 결말이 죽음이 아니였을지라도 그들은 살인자가 된 것이다. 못된 장난이 불러 온 결과다.

스베트라나가 사이버 스토킹을 당하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가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격양되어가는 그녀의 감정 묘사에 따라 나 역시도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화를 내고 있었다. 그녀의 아픔이 내게 전달되어진 듯 나 역시도 슬프고 안타까워했다.
엄마에게 혹은 선생님에게 자신의 슬픔을 내보였다면 그녀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우리 주위에 스베트라나가 있을지도 모른다. 좀더 관심있게 둘러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곁에는 자신의 편이 되어줄 누군가의 손길을 절실히 원하고 있기 때문에....

못된 장난은 결코 장난이라 칭할 수 없다. 그것은 살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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