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제발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
엘리자베트 죌러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상처투성이의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의 표지는 우리 사회의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에 간혹 올라오는 집단 폭행에 대한 동영상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과 동시에 내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집단 따돌림’’왕따’’집단 폭행’ 등은 이제 수위를 넘어서 범죄행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그들에게는 지금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 책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쵤러는 피해자만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도움을 청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 ’도와줘요, 엄마’를 마음속으로 밖에 외치지 못했던 니코의 심정을 통해서 자신들의 문제에만 빠져있어 정작 그들의 도움의 손길을 보지 못한 어른들을 꼬집고 있다. 
읽는 내내 무섭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니코의 일기는, 결코 허상이 아닌 우리 현실의 일부분이라는 점이라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마음을 졸이게 했다. 

나는 늘 두려웠어요. 두려움은 아침부터 내 목을 졸라요. 두려워하는 사람은 비웃음을 사지요. 
하루하루가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두렵게 해요...엄청나게...
  

니코가 엄마에게 남긴 유언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법정에 선 엄마, 그리고 피고인 케빈 레크슐테와 마티아스 말만 그리고 라파엘 쉰델을 통해서 니코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니코의 형 톰 그라스도르프가 컴퓨터에서 찾아낸 니코의 일기가 낭독 되어갔다.
지치고 침울하고 그리고 두렵게 만드는 일기였다.

"도와줘! 도와줘!" 꿈속에서도 비명을 지르는 니코는 정작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수 없었다. 엄마와 아빠의 별거가 엄마를 나약하게 했고, 설상가상 엄마의 해고는 엄마 스스로에게도 너무 벅찼다. 더욱이 엄마에게 말해봤자, 엄마는 누군가를 찾아가 모든 걸 고자질해서 문제를 더 악화시키게 할테니 말이다. 그것은 니코를 더 힘들게 할 뿐이였다.

끊임없이 맞아야했고, 상위권의 성적도 이제 바닥을 쳤으며, 오줌으로 뒤범벅이 된 변기에 머리를 처박혀야 했고, 그들의 협박에 물건도 훔쳐야했다. 이사를 하고 싶었고, 전학도 가고 싶었지만 현실은 니코의 바램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늘 다정했던 아빠는 베를린으로 떠난 뒤 통화하기도 힘들었고, 니코는 자신이 기댈 곳이 아무곳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니코의 달라진 모습을 왜 니코의 엄마는 좀더 자세히 알려고 들지 않았을까? 니코의 멍자국을 보면서도 넘어졌다는 니코의 말을 듣고 말았을까? 안타까운 부분이였다. 니코의 엄마는 아이들과 살아가야 할 하루하루가 벅찼고, 사랑했던 남편과의 별거와 직장에서의 해고로 힘들었다. 그것이 니코의 변해가는 과정을 느낄 수 없던 것이다. 그것이 변명이 될까? 니코는 좀더 달라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속상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가슴이 아프다. 현실에 쫓아 바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어른들의 핑계가 아이들의 상처를 돌봐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손을 내밀고 있는데도...

니코의 일기는 점점 변해가고 포악해져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피해자가 가지는 고통을 우리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하여 또다른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노력일지도 모른다. 그 생생함이 우리에게 스스로를 꾸짖게 하고 있다.
자살 충동을 느끼고, 그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니코는 가해자가 된다. 

아동학대는 또다른 폭행을 낳는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아이들은 공격성을 갖게 되고, 그것이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다른 이에게 보여지게 된다. 라파엘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라파엘도 처음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도움을 들어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고, 그것이 라파엘에게 폭행으로 보여졌던 것이다. 그 역시도 피해자였다.

<도와줘, 제발>은 학교 폭력에 대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폭행이 폭행으로 이어진 라파엘을 통해서 폭행의 희생자가 폭행의 주범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손을 내밀 곳이 없는 아이들의 현실과 폭력이 행해지는 교실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묵인이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섭다. 그러나 모두 읽어봐야 할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랑과 이해가 필요한 청소년들. 한 번도, 단 한번도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세상을 증오하는 청소녀들. 그런 청소년들에게는 어쩌면 이 세상에 조흔 사람들도 많다는 말을 해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말을 듣고 박장대소할지도 모르니까.
그런 청소녀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너무 늦기 전에 누군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
(본문 182p)

어른들의 무심함이 만들어 놓은 세상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폭력이 만들어 놓은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어른들은 그들에게 손가락질한다. 그들을 보듬어줘야 할 시기에도....
니코는 인생 계획을 세워줄 헤르만과 가족들을 통해서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형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마음을 열지 못했던 니코는 상처로 울고 있는 형을 보면서 깨달아간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해야한다는 것과 가족이 있다는 것을...

가끔 뉴스를 통해서 극단적으로 치닫는 아이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쩌면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그것을 깨닫치 못하고 있는 것일 뿐...그들 역시 소중한 존재이다. 그것을 알려 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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