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동화집 나 어릴 적에 - 박완서 선생님의 옛날이 그리워지는 행복한 이야기 처음어린이 8
박완서 지음, 김재홍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 어릴적에 집 근처 산에 올라가면 개울이 흘렀고, 돌을 살며시 들면 가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산에는 산딸기가 가득이였고, 동네 골목마다 고무줄 놀이와 숨박꼭질을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학교에 입학 할때는 가슴에는 손수건과 함께 이름표를 달고, ㄱㄴㄷ...1,2,3...을 배웠고, 60명이 넘는 아이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나 어릴적에는 공부에 대한 압박감보다는 신나고 재미있게 노는 일에 더 열중했었다.
망태 할아버지를 보면 무서워서 도망다녔고, 오락실에 가면 안된다는 엄마와 선생님의 말에 오락실 근처도 가면 안되는 줄 알고, 빙~~ 돌아 집과 학교를 다녔다.
나 어릴적에도 박완서 선생님처럼 세상이 온통 남루하고 부족한 것 천지였지만 나름대로 행복했었다.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유년기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시대에 일본말을 배우던 시절로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는 오랜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먹을 것과 입을 것 등이 풍요로운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절과 지금의 모습이 다르다고 해도, 어린시절의 추억은 공통되는 것이 있는 듯 하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 엄마한테 혼나 울던 기억, 친구와 싸우던 일, 엄마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 바르게 자라길 바라던 어른들의 잔소리와 꾸지람 등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들이다.
이런 일들은 나중에 자라서 어린시절을 행복하였다고 기억하게 할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공부가 우선시되고, 숨박꼭질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하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어린시절을 추억할 때 이 기억들 역시 행복했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넓은 뒤란에서 아이들과 술래잡기, 소꿉장난을 하던 ’나’ (저자)는 여덞 살 되던 해 엄마를 따라서 형편없이 궁색하던 서울의 초가집으로 올라왔다. 안집에 드나들지 마라, 안집 애하고 싸우지 마라, 안집 애가 주전부리하는 건 바라보지도 마라, 안집 애의 장난감을 만지지 마라.의 설교들으며 서울에서의 첫날 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 엄마에게 그런 설교를 많이 들었다. 주인집 눈밖에 나서 좋을 건 하나 없었을테니 말이다)

감옥소 앞마당의 미끄럼이 재미있고, 전중이(징역살이하는 사람)을 보면 부정 탈까봐 두려워하며 발로 세 번 땅을 구르고 세 번 침을 뱉었고, 잘잘못을 가려주는 대신 성질 고약한 계집애 한탄을 하던 엄마, 문안에 있는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주소지를 옮겼던 교육열 높은 엄마 덕에 가정방문때마다 친척집을 제 집인 양 했던 일들, 예쁘고 깨끗한 옷을 입던 진짜 서울 아이의 ’꼬붕’ 역을 했던 기억 등이 행복하듯 적혀있다.
그림책 한 권 못 보고 자랐지만, 뛰어난 이야기꾼이셨던 엄마 덕분에 꿈 많고 정서적으로 풍요로웠던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그 시절을 따뜻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책을 읽는내내, 나의 어린시절을 많이 추억하게 되었다. 내가 자라는 동안 어린시절의 기억은 많은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다. 사는 모습과 추억은 다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현재 하루하루의 행복한 기억은 분명 자라는 동안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 시절의 모습을 엿보는 듯한 삽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림 하나하나마다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내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행복해하듯, 박완서 선생님이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행복하다고 으스대고 싶은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지금의 모습이 후에 행복했다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라는 동안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기억되기를...그리고 그럴 수 있도록 나 역시 좋은 울타리가 되어보겠다고 또 다짐해본다.




 







 

(사진출처: ’박완서 선생님의 나 어릴적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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