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시간의 심리학
마이클 브레우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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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혹은 이루기 위해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다행이 우리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비법을 꾸준히 배워왔고 실천해왔다. 하지만 그 결심과 계획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WHN 시간의 심리학》의 저자 마이클 브레우스는 '무엇을'과 '어떻게'는 반드시 필요한 질문이지만 삶의 질을 빠르고 극적으로 개선하며 그 효과 또한 오래 지속되게 하려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또 하나의 질문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언제'이다.

 

'언제'는 궁긍적인 생활의 비결이다

이것은 성공의 토대임과 동시에 당신을 보다 빠르게, 보다 똑똑하게, 보다 낫게, 또 보다 강하게 만드는 열쇠다. '언제'라는 타이밍을 알게 되면 당신은 '무엇을'과 '어떻게'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무엇을'과 '어떻게'에 관한 것을 전혀 바꾸지 않은 채 '언제'만 아주 조금 조정해도 당신은 보다 더 건강해지고 보다 더 행복해지며 또 보다 더 생산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효과 또한 즉각 나타난다.

'언제'는 이처럼 단순하고 또 강력하다. (본문 11p)

 

이 책의 저자 브레우스 박사는 미국수면의학회의 회원으로 세계적인 수면 전문가이자 임상심리의사이다. 현대 사회는 사람들이 수면이 부족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수면과 관련된 문제가 점점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브레우스 박사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특별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브레우스 박사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내면의 시계가 일러주는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면 보다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며 재미있어지고 생산성도 높아짐을 이 책에서 입증하고 있다. '시간 유형'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흥미로운 최신 연구들에서 생물학과 호르몬을 바탕으로 접근하여 인간의 모든 활동에는 그것을 수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이에 우리는 《WHN 시간의 심리학》에서 브레우스 박사가 제시하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생체리듬을 찾을 수 있는 획기적인 실천 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1부 내 몸 안에 시계가 있다, 2부 시간 유형별 최적의 타이밍 찾기, 3부 시간 리듬의 변화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자신의 시간 유형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잠을 깊게 자지 않는 돌고래 유형, 새벽부터 사냥을 나가는 사자 유형, 낮에 활동하고 밤에 쉬는 곰 유형, 해가 지면 생기를 찾는 늑대 유형으로 나뉜다. 독자는 33페이지 수록된 설문을 통해 자신의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유형별로 인간 관계, 운도, 건강, 수면, 음식, 일, 창의력, 돈, 즐거움의 타이밍을 알아보며, 3부에서는 계절과 시간 리듬, 나이와 시간 리듬을 알아볼 수 있다. 지금껏 나는 나 스스로 야행성이라 여겼고, 설문조사 전까지는 늑대 유형이라 자체 판단을 했는데, 설문조사를 통해 내가 곰유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잘못된 시간표대로 살아온 탓에 늘 피곤하고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었나, 라는 생각에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게 된다.

 

저자는 각 유형별 시간표에 대해 상세하게 수록하고 있다. 이 시간표들은 최적화된 것이며, 생물학적인 것으로 식사시간, 수면시간, 휴식시간, 커피 마시는 시간 등 일, 돈, 생각, 관계, 건강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알려준다. 쉬운 설명과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지침들이어서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라면 충분히 따라할 수 있을 듯 싶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생활을 통째로 바꿀 필요도 없다. 그저 간단하게 몇 가지만 조정하면 되기 때문에 실천하는데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는 듯 하다. 모든 사람은 뇌 안에 표준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고, 또 뇌 이외의 신체 부분에도 보다 작은 생체시계가 수십 개 존재한다고 한다. 모든 이들의 생체시계가 동일한 시간을 가르키며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다른 시간 유형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생체시계로 활동하는 것은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이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유형을 알고 그에 맞게 생활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비법을 배울 수 있다. 이제는 '무엇을'과 '어떻게' 외에도 '언제'에 주목해보자.

 

"브레우스 박사는 '시간 유형'이라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과학 분야를 알기 쉽고 흥미진진하게 서명해준다.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든, 보다 효율적으로 잠을 자고 싶은 사람에게든, 혹은 보다 만족스럽고 풍성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에게든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_마크 하이만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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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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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상의 소개를 받지 않아도 나는 그의 친구이자 동지다. -마크 트웨인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고양이에 매혹된 남자들과 그들의 고양이를 그린 최고의 아트북인 북폴리오《그 남자의 고양이》가 바로 그것이다. 표지 속 양복입은 신사는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잘생기고 멋진 남자 주인공들이 고양이가 아닌 리트리버와 같은 큰 개와 함께 달리는 멋진 장면을 등장시키곤 한다. 아웃도어와 같은 CF를 보더라도 남자들이 개와 함께 차를 타고 달리고, 산을 오르며 멋진 남성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고양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표지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새로운 느낌을 준다.

 

 

 

수 세기 동안 미술가, 작가,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진보적인 남성들은 자신의 서재와 스튜디오를 고양이들과 공유해왔다. 요즘 남성들 중에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자랑스럽게 '커밍아웃'하고 고양이를 벗 삼는 사람도 많다. (중략) 인간은 어덴의 숲에 떨어진 고양이 수염을 처음 발견한 이후 고양이와 신비스러운 관계를 맺어왔다. (중략) 이집트의 고양이 여신인 바스테트는 질병과 악령을 막아주는 존재였다. 고양이가 죽으면 이집트 사람들은 애도의 뜻으로 눈썹을 밀곤 했다. 정말이지 고양이에 미친 문화였다. 고고학자들은 19세기 말에 바스테트 신전을 출토하던 중 30만 구가 넘는 고양이 미라를 발견했다. (본문 1p)

 

 

 

《그 남자의 고양이》에는 수 세기 동안 고양이들과 공유해온 미술가, 작가,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진보적인 30명의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선하고 어진 왕이라는 뜻으로 '허웰 다'라고 불리며 집에서 기르를 고양이를 보호하는 법을 만들었던 10세기 웨일스의 왕 허웰 아프 카델, 유언장에 자신의 모스크 근처에 카이로의 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원을 만들라는 내용을 남긴 13세기 맘루크 왕조의 술탄 바이바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인간의 헛된 경향을 비판하고, 고양이의 관점으로 보는 세상은 어떨까 생각함으로써 현대적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던 철학가 겸 수필가 미셸 드 몽테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업적 중에 최초의 고양이 문을 발명했다는 미스터리를 가진 뉴턴, 이사할 때 예민한 고양이 포스가 언짢아하지 않도록 건축가에게 새집을 원래 살던 집과 똑같이 설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시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에드워드 리어, 코네티컷의 농장에서 무려 19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던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니클라 테슬라가 전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신의 반려 고양이 마칵 때문이었다고 한다.

 

 

 

나는 독서를 사랑했다. 음악 듣는 것을 사랑했다.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했다.

이 세 가지. 그래서 나는 외동아들이었지만,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본문 86p)

 

 

 

환각적 시각을 고양이를 그려낸 빅토리아 시대의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웨인, 고양이들 옆에서 저녁 식사하기를 좋아했던 정치인윈스턴 처칠의 고양이 사랑은 시가를 피우고, 스카치위스키를 마시고, 신랄한 위트를 구사하는 거친 사람이라는 그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준다. 검은 페르시아 고양이 타키를 비서라 불렀던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 해외여행을 갈 때 고양이 두 마리가 묵을 방 하나를 따로 예약하고 고양이 돌볼 사람을 고용한 적도 있다는 아티스트 로메어 비어든, 그간 함께 살아온 여러 고양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은 자전적 중편소설 『안에 있는 고양이』를 쓴 작가 윌리엄 S.버로스 등 고양이에 얽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캣맨들의 고양이 사랑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그 남자의 고양이》에 시대 순으로 소개된 30명의 캣맨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짧은 글이지만 그들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며, 일러스트에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따스함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은 탓인지, 요즘 길을 가다 마주치는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이 간다. 수줍은 듯, 때로는 도도하게 바라보는 길고양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자신들의 삶에 크고작게 영향을 미친 캣맨들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은 개개인의 역사에 영향을 주고 있기에 충분히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좋아할 만한 책이기에 읽어보길 권해본다.

 

(이미지출처: '그 남자의 고양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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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학교
이향안 글, 윤진현 그림 / 현암주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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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동화책 한 권 읽기도 버거워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었던 책 현암주니어 <마법에 걸린 집>이 이어 《마법에 걸린 학교》가 출간되었습니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운 구성 때문에 이번에도 읽어보게 되었네요. 버스를 타면 중고등학생의 무시무시한 욕설 때문에 놀란 적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할 정도로 적응이 되었지만, 초등학생 아이들의 작고 예쁜 입에서 나오는 욕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잘잘못을 떠나 보고 들은대로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못을 지적하고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할 거 같아요. 미로 찾기, 수수께끼, 숨은그림찾기 등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 수록되어 있어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마법에 걸린 학교》는 무심코 내뱉는 나쁜 말이나 욕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웅웅초등학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은 검은 코트 차림에 다크서클이 시커먼 얼굴로 학교 곳곳을 어슬렁거리며 가늘고 긴 눈을 번뜩이며 "고운 말을 써야 한다웅! 그래야 착한 아이다웅."이라고 말합니다. 교장 선생님과 마주친 순간, 아이들은 잔뜩 긴장해서는 "예"하고 대답을 하고 그날은 종일 고운 말만 사용하지요. 마치 고운 말 마법에 걸린 것처럼 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교장 선생님 별명은 '공포의 고운 말 마법사!' 입니다. 헌데 늘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천하무족 욕폭풍!' 은기만은 예외입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은기는 조금도 겁에 질리지 않았지요. 교장 선생님은 다시 은기를 노려보며 욕을 하면 상상도 못한,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은기는 콧방귀를 꼈고 입술을 삐죽삐죽 투덜거리며 욕을 했지요.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커먼 그림자가 교실을 와락 뒤덮었고 아이들은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펑!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곧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지요. 은기의 욕설 때문에 학교에 마법에 걸려 버렸고, 친구들도 모두 마법의 성에 갇혀 버린거라구요. 이제 마법이 풀리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교문 밖을 나갈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은기의 얼굴은 두 볼이 개구리처럼 부풀어 올랐고, 욕을 할 때마다두 볼의 욕주먹니도 불룩불룩 더 커졌지요. 은기는 더 흉한 꼴이 되기 전에 마법을 풀기로 결심했어요. 음악실에서는 초성퀴즈로 악기들의 마법을 풀어주었고, 미로를 완성하여 과학실에 있던 해골 괴물의 춤을 멈춰주었고, 시약병들에게 걸린 마법도 풀어주었습니다. 수수께끼를 풀어 마법에 걸린 선생님을 도와주었고, 생태학습장에 걸린 마법도 풀었어요. 뒤이어 운동장, 도서관의 마법을 푼 은기는 마법성에서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문제들과 코믹한 삽화가 곁들여진 《마법에 걸린 학교》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어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운 구성은 아이들을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인 마법, 괴물, 모험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마법에 걸린 학교와 친구들을 구하는 은기의 모험 속에서 나쁜 말, 욕설에 대해 각자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유익할 수는 없을 거 같네요. 나쁜 말이나 욕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화가 되어 돌아온다는 걸 은기를 통해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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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마법에 걸린 학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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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 마음이 자라는 나무 11
타라 설리번 지음, 이보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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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주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 11번째 이야기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노동력 착취에 대해 담아낸《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입니다. 양탄자와 커피 등의 생산에 어린이들의 노동력 착취에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어린이 노동력 착취에 대한 내용을 읽어왔기에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갖곤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어린이 노동력 착취에 대해 알리려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관심이 있었고, 그로 인해 달라졌으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헌데 몇 달전 영국의 몇몇 의류 기업들이 상당 기간 동안 난민 어린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일이 있었습니다. 많이 달라졌으리라 믿었으나 여전히 어린이 노동력 착취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아동 노동력 착취가 사라지기까지 소비자인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이 목소리를 내야하고, 끊임없이 말해야 할 듯 합니다. 소비자 없이는 판매 회사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달콤하고 씁쓸한 초콜릿, 남녀노소가 즐겨먹는 간식이지요. 하지만 이 달콤하고 씁쓸한 초콜릿에도 아동 노동력 착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카카오 열매를 따고 껍데기를 까는 일에 동원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책의 화자는 열여섯 살의 아마두입니다. 배고픔이 일상이었던 말리에서 아마두는 어린 동생 세이두와 함께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카카노 농장에 노예 신세가 되고 맙니다. 묽은 수프가 식사의 전부인 곳에서 아마두는 세이두를 돌보기 위해 대신 매질을 당하며 노심초사합니다. 돈을 벌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채 2년이 지났습니다.

 

나는 중요한 것만 센다.

내리치고, 비틀고, 던지고, 확인. 다시 내리치고, 비틀고, 던지고, 확인. 이제 겨우 25개째 열매다. (본문 7p)

나는 얼마나 많은 카카오나무를 그냥 지나쳤는지 세지 않는다. 어차피 중요하지 않은 건 세지 않기 때문이다. 설익은 카카오 열매도 세지 않는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두들겨 맞은 횟수도 세지 않는다.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난 후 얼마나 많은 날이 흘렀는지도 세지 않는다. (본문 8,9p)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아이가 전부인 농장에 열서너살 쯤 보이는 여자 아이가 잡혀왔습니다. 여자 아이의 이름은 하디자로 세이두와 아마두를 속여 두 차례 도망을 시도합니다. 때문에 아마두는 농장 주인에게 매질을 당하고 열매를 따는 대신 껍질을 까는 일을 하게 되지요. 지금껏 아마두가 세이두 몫의 열매를 먼저 챙겨온 탓에 세이두는 매질을 피할 수 있었기에 열매를 따러 가지 못하는 일은 아마두에게는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날 세이두는 자신의 몫을 당차게 해냈지만 다음 날 사고로 팔을 크게 다치게 됩니다. 세이두의 병세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고, 세이두를 도와주겠다는 농장 주인의 말을 믿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마두는 세이두의 팔이 잘려나간 것을 보게 됩니다.

 

아마두는 하디자와 함께 세이두를 데리고 도망칠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마두와 세이두를 위해 하디자가 잡히는 일이 생기고, 아마두는 하디자를 구하기 위해 농장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다른 친구들도 구해줘야 한다는 세이두의 말에 아마두는 농장을 불을 내고 하디자와 함께 도망을 칩니다. 농장에 왔다가 돌아가는 트럭에 몰래 올라탄 세 아이는 농장에서 멀리 도망칠 수 있었지요. 좋은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잡힐지도 모를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요. 서로를 의지하며 도망친 끝에 하디자의 엄마를 만날 수 있었지만 아마두는 또다른 현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생전 처음 먹어본 코코아의 맛은 배고픔에 농장 주인 몰래 먹었던 끈적끈적하면서도 바삭바삭했던 카카오 씨앗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죠. 하디자가 농장에 잡혀오게 된 이유와 어린이 노동 착취에 대한 실체에 대해서 말이죠. 기자인 하디자의 엄마는 카카오 농장의 실채를 고발하려다 딸이 잡혀가게 되자 사건조사를 그만두려 하지만, 세 아이는 어디선가 고통받고 있을 또 다른 아이들을 위해 인터뷰를 자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마두는 여전히 중요한 것들을 세고 있지만 이제는 자루에 열매가 몇 개나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달콤함에 가끔 즐겨먹었던 초콜릿에 엄청만 비밀이, 아픔이, 슬픔이 그리고 고통이 숨겨져 있었네요. 읽는내내 마음이 너무도 무거워졌습니다. 어른들의 욕심에 아이들이 희망을 버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세 아이들을 통해 우리는 카카오 농장에서 하역장으로 그리고 초콜릿 소비자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 소비자에 우리가 있었던 것이지요. 저자는 말합니다. 초콜릿 회사가 소비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에 초콜릿 산업 실태에 관해 마음이 쓰인다면 소비자로서 해 볼 만한 일들이 있다고 말이죠. 소비자가 목소리를 낸다면 아이들은 자루에 열매가 몇 개가 들어있는지 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려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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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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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경제학, 정신분석학은 별개의 분야로 생각해왔는데,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는  부제의《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는 경제학과 정신분석학을 연관지어 현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는 독특한 구성을 지닌다. 경제관련 도서는 어려운 느낌이 많아 선뜻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 책은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경제를 본다는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정신분석의 전형적인 장면은 소파에 누워 이야기하는 환자다. 정신의학자는 환자의 얘기를 경청하고 기록하고 숙고한다. 우리는 개인이 아닌 사회차원에서 이와 비슷한 일을 하고자 한다. 이 책의 한 부분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제를 소파에 눕혀놓고 그것이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경청한다. 경제는 무슨 말을 할까? 무엇을 희망하고 무엇을 꿈꿀까? 무엇을 두려워할까? 무엇을 어떻게 합리화할까? 무엇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고 어떤 주제를 터부시할까? 자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까?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룰까? 타인의 관계는 어떠한가? 누구를 존경하고 누구를 경멸할까? 세계에서의 자기 역할을 어떻게 인식할까? 자아상과 자존감은 어떤가?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자신을 드러낼까? 무엇을 믿고 있을까? 어떤 신화와 선입견이 경제의 (합리적) 사고에 영향을 미칠까? 현실의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까? 어떤 좌표평면에서 모든 것을 해석할까? 애써 외면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문 10,11p)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는데, 제1부 성장의 탄생_경제의 또 다른 역사 편에서는 릴리스_소망의 분열, 추락_경제증후군의 탄생, 아킬레우스의 분노_공격성의 경쟁을 이야기하고 제2부 번영의 비용_경제가 앓는 정신병 편에서는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사디즘, 나르시시즘, 경영 엘리트 : 악성 나르시시즘/사디즘/도벽, 판의 비명-두려움의 시장 : 공포증, 카산드라의 저주-경제 예언자 : 현실인식장애/미신, 아프로디테의 허리띠-나르시시즘, 암시, 소비환상 : 나르시시즘/현실인식장애, 시장의 희생양-투사, 억제, 영원히 배고픈 에리시크톤-소비, 성장, 세계 잠식 : 중독/도벽, 황금 당나귀-돈의 숭배와 탐욕의 역학 : 사도마조히즘/물신숭배, 폴리크라테스와 헤도마조히즘-즐겨라, 그러나 적당히 : 양극성장애, 도박사와 만물이론-논리중독과 그 결과 : 사도마조히즘/도박중독, 매춘 경제-고속 경제, 매춘, 거래의 끝 : 경제증후군 등에 관해 들려준다.

 

저자는 정신의학을 통해 경제를 조종하는 다섯 가지 정신장애를 이야기한다.

현실인식장애 : 서비스 및 소비재산업의 이윤을 증가시키는 데 일조한 쾌락원칙의 병적 후손이다.

공포증 : 부정적 극단에서 현실을 왜곡하게 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야기한다. 특히 위기 시대에 공포 마케팅이 성행한다.

정서장애/정동장애 : 특히 점점 빨라지는 호황과 불황의 경기순환에서 감지되는 양극정장애(조울증)

충동조절장애 : 투자은행의 태도에서 감지할 수 있는 병적인 도박중독과 자본주의 시스템의 도벽

성격장애 : 인간성, 이타주의 , 건강한 이성보다는 이기주의, 잔인한 경재, 선별에 더 잘 훈련된 경영자들이 시스템의 도구가 되었다. (본문20,21p)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는 경제학과 정신분석학의 논리로 본 우리의 경제시스템을 다루며 경제시스템과 사회의 연관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경제시스템 안에서 경제학자가 정신에 대해 말하는 생각지 못한 신선한 접근은 경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는 폭넓은 시각을 주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심리적 문제점들을 분석하는 두 저자를 통해 성장자본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기에 읽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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