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상의 소개를 받지 않아도 나는 그의 친구이자 동지다. -마크 트웨인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고양이에 매혹된 남자들과 그들의 고양이를 그린 최고의 아트북인 북폴리오《그 남자의 고양이》가 바로 그것이다. 표지 속 양복입은 신사는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잘생기고 멋진 남자 주인공들이 고양이가 아닌 리트리버와 같은 큰 개와 함께 달리는 멋진 장면을 등장시키곤 한다. 아웃도어와 같은 CF를 보더라도 남자들이 개와 함께 차를 타고 달리고, 산을 오르며 멋진 남성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고양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표지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새로운 느낌을 준다.

 

 

 

수 세기 동안 미술가, 작가,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진보적인 남성들은 자신의 서재와 스튜디오를 고양이들과 공유해왔다. 요즘 남성들 중에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자랑스럽게 '커밍아웃'하고 고양이를 벗 삼는 사람도 많다. (중략) 인간은 어덴의 숲에 떨어진 고양이 수염을 처음 발견한 이후 고양이와 신비스러운 관계를 맺어왔다. (중략) 이집트의 고양이 여신인 바스테트는 질병과 악령을 막아주는 존재였다. 고양이가 죽으면 이집트 사람들은 애도의 뜻으로 눈썹을 밀곤 했다. 정말이지 고양이에 미친 문화였다. 고고학자들은 19세기 말에 바스테트 신전을 출토하던 중 30만 구가 넘는 고양이 미라를 발견했다. (본문 1p)

 

 

 

《그 남자의 고양이》에는 수 세기 동안 고양이들과 공유해온 미술가, 작가,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진보적인 30명의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선하고 어진 왕이라는 뜻으로 '허웰 다'라고 불리며 집에서 기르를 고양이를 보호하는 법을 만들었던 10세기 웨일스의 왕 허웰 아프 카델, 유언장에 자신의 모스크 근처에 카이로의 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원을 만들라는 내용을 남긴 13세기 맘루크 왕조의 술탄 바이바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인간의 헛된 경향을 비판하고, 고양이의 관점으로 보는 세상은 어떨까 생각함으로써 현대적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던 철학가 겸 수필가 미셸 드 몽테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업적 중에 최초의 고양이 문을 발명했다는 미스터리를 가진 뉴턴, 이사할 때 예민한 고양이 포스가 언짢아하지 않도록 건축가에게 새집을 원래 살던 집과 똑같이 설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시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에드워드 리어, 코네티컷의 농장에서 무려 19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던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니클라 테슬라가 전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신의 반려 고양이 마칵 때문이었다고 한다.

 

 

 

나는 독서를 사랑했다. 음악 듣는 것을 사랑했다.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했다.

이 세 가지. 그래서 나는 외동아들이었지만,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본문 86p)

 

 

 

환각적 시각을 고양이를 그려낸 빅토리아 시대의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웨인, 고양이들 옆에서 저녁 식사하기를 좋아했던 정치인윈스턴 처칠의 고양이 사랑은 시가를 피우고, 스카치위스키를 마시고, 신랄한 위트를 구사하는 거친 사람이라는 그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준다. 검은 페르시아 고양이 타키를 비서라 불렀던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 해외여행을 갈 때 고양이 두 마리가 묵을 방 하나를 따로 예약하고 고양이 돌볼 사람을 고용한 적도 있다는 아티스트 로메어 비어든, 그간 함께 살아온 여러 고양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은 자전적 중편소설 『안에 있는 고양이』를 쓴 작가 윌리엄 S.버로스 등 고양이에 얽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캣맨들의 고양이 사랑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그 남자의 고양이》에 시대 순으로 소개된 30명의 캣맨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짧은 글이지만 그들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며, 일러스트에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따스함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은 탓인지, 요즘 길을 가다 마주치는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이 간다. 수줍은 듯, 때로는 도도하게 바라보는 길고양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자신들의 삶에 크고작게 영향을 미친 캣맨들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은 개개인의 역사에 영향을 주고 있기에 충분히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좋아할 만한 책이기에 읽어보길 권해본다.

 

(이미지출처: '그 남자의 고양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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