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껏 경제학, 정신분석학은 별개의 분야로 생각해왔는데,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는  부제의《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는 경제학과 정신분석학을 연관지어 현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는 독특한 구성을 지닌다. 경제관련 도서는 어려운 느낌이 많아 선뜻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 책은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경제를 본다는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정신분석의 전형적인 장면은 소파에 누워 이야기하는 환자다. 정신의학자는 환자의 얘기를 경청하고 기록하고 숙고한다. 우리는 개인이 아닌 사회차원에서 이와 비슷한 일을 하고자 한다. 이 책의 한 부분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제를 소파에 눕혀놓고 그것이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경청한다. 경제는 무슨 말을 할까? 무엇을 희망하고 무엇을 꿈꿀까? 무엇을 두려워할까? 무엇을 어떻게 합리화할까? 무엇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고 어떤 주제를 터부시할까? 자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까?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룰까? 타인의 관계는 어떠한가? 누구를 존경하고 누구를 경멸할까? 세계에서의 자기 역할을 어떻게 인식할까? 자아상과 자존감은 어떤가?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자신을 드러낼까? 무엇을 믿고 있을까? 어떤 신화와 선입견이 경제의 (합리적) 사고에 영향을 미칠까? 현실의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까? 어떤 좌표평면에서 모든 것을 해석할까? 애써 외면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문 10,11p)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는데, 제1부 성장의 탄생_경제의 또 다른 역사 편에서는 릴리스_소망의 분열, 추락_경제증후군의 탄생, 아킬레우스의 분노_공격성의 경쟁을 이야기하고 제2부 번영의 비용_경제가 앓는 정신병 편에서는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사디즘, 나르시시즘, 경영 엘리트 : 악성 나르시시즘/사디즘/도벽, 판의 비명-두려움의 시장 : 공포증, 카산드라의 저주-경제 예언자 : 현실인식장애/미신, 아프로디테의 허리띠-나르시시즘, 암시, 소비환상 : 나르시시즘/현실인식장애, 시장의 희생양-투사, 억제, 영원히 배고픈 에리시크톤-소비, 성장, 세계 잠식 : 중독/도벽, 황금 당나귀-돈의 숭배와 탐욕의 역학 : 사도마조히즘/물신숭배, 폴리크라테스와 헤도마조히즘-즐겨라, 그러나 적당히 : 양극성장애, 도박사와 만물이론-논리중독과 그 결과 : 사도마조히즘/도박중독, 매춘 경제-고속 경제, 매춘, 거래의 끝 : 경제증후군 등에 관해 들려준다.

 

저자는 정신의학을 통해 경제를 조종하는 다섯 가지 정신장애를 이야기한다.

현실인식장애 : 서비스 및 소비재산업의 이윤을 증가시키는 데 일조한 쾌락원칙의 병적 후손이다.

공포증 : 부정적 극단에서 현실을 왜곡하게 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야기한다. 특히 위기 시대에 공포 마케팅이 성행한다.

정서장애/정동장애 : 특히 점점 빨라지는 호황과 불황의 경기순환에서 감지되는 양극정장애(조울증)

충동조절장애 : 투자은행의 태도에서 감지할 수 있는 병적인 도박중독과 자본주의 시스템의 도벽

성격장애 : 인간성, 이타주의 , 건강한 이성보다는 이기주의, 잔인한 경재, 선별에 더 잘 훈련된 경영자들이 시스템의 도구가 되었다. (본문20,21p)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는 경제학과 정신분석학의 논리로 본 우리의 경제시스템을 다루며 경제시스템과 사회의 연관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경제시스템 안에서 경제학자가 정신에 대해 말하는 생각지 못한 신선한 접근은 경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는 폭넓은 시각을 주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심리적 문제점들을 분석하는 두 저자를 통해 성장자본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기에 읽어보길 권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