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와 공작새]-21세기 감성으로 재탄생한 불후의 고전 로맨스 [오만과 편견]

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자존심과 오해,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사랑

세기를 넘어 반복되는 시련 앞에 굴하지 않는 로맨스 어게인!

제인 오스틴의《오만과 편견》은 오만한 남자와 편견을 가진 여자의 파란만장한 러브스토리로 최고의 연애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이지만, 18세기 영국 사회의 계급이나 연애,결혼관 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꼬집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사실 《오만과 편견》은 현 시대에서는 좀 식상한 주제일지도 모른다. 처음 만남에서부터 삐걱거리는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오해를 통해 헤어지게 되고, 다시 사랑을 재확인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과정은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토리다. 하지만 18세기 경제적인 능력을 가질 수 없었으며, 결혼을 통해서 신분 상승을 꿈꾸고, 안락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그 시대의 여성들에게 집안의 조건이 아닌 진실한 사랑으로 결혼을 택하는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시의 이야기는 그 당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다. 200년이 지난 지금, 현 사회와는 많이 다른 시대적 상황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연애관이나 결혼관, 인간이 가지는 어리석은 오만이나 편견을 흥미로운 러브스토리 속에 내재시켜 둠으로써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 탓인지 이 소설을 토대로 한 소설들이 흔치않게 등장하는 편이다.

《계약결혼》《말괄량이 상속녀》《영원보다 긴 사랑》등 할리퀸 로맨스계 대모라 불리는 저자 주드 데브루는 《오만과 편견》의 모든 캐릭터와 사건을 2010년대로 불러와 현대적 사랑으로 다듬고 꾸며 로맨틱하고 유쾌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꿈결 같은 스토리의《파이와 공작새》를 그려냈다. 이 소설에서 엘리자베스에 해당하는 인물은 요리사 케이시로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작은 마을 서머힐에서 머물고 있는 전도유망한 요리사다. 다시의 역은 이 소설에서 테이트다. 그는 할리퀸 로맨스의 전형적인 인물로 지역 연극에 참여하기 위해 서미힐에 잠시 들른 영화배우이다.

그들의 첫 만남은 영화배우인 테이트의 입장에서는 오해할만한 상황이었다. 테이트는 자신의 샤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케이시를 파파라치로 오해한다. 반면 케이시는 자신의 집에서 샤워하는 테이트의 멋진 모습을 바라봤다가 테이트에게 파파라치로 오해를 받게 되고, 후에 그가 영화배우임을 알게 된다. 이 사건으로 두 사람은 엘리자베스와 다시처럼 편견과 자존심으로 팽팽한 감정싸움을 이어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연극을 총괄하는 키트는 테이트의 상대 배우로 당차고 솔직한 케이시를 생각하니 그 다음은 어떻게 진행될지 가히 짐작이 갈 것이다. 사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지극히 간단하고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예상도 너무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런 이야기에 끌리는 것은 이 자존심과 편견이라는 것이 연인이 사이에서는 꼭 발생하는 갈등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달달함이 로맨스 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이 밖에도 스토리 곳곳에서 《오만과 편견》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리라. 각기 다른 두 주인공을 만나볼 수 있는 또다른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꽃샘 추위는 있지만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로맨스 소설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 아닐까 싶다. 자존심, 편견을 극복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유쾌하면서도 로맨틱하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오만과 편견》을 좋아한다면,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도마뱀붙이의 구출 대작전]-연못 생태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생태 과학 그림책

도마뱀붙이의 구출 대작전 ㅣ 옹달샘 생태과학동화
마쓰오카 다쓰히데 지음, 김정화 옮김, 주희영 감수 / 다림 / 2018년 3월

다림에서 출간된《도마뱀붙이의 구출 대작전》은 제22회 일본 그림책상을 수상한 책으로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연못 생태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생태 과학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모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파충류와 양서류의 차이, 연못 생태계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생태 과학 그림책을 다양하게 많이 접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그림책을 통해 처음으로 '영원'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됐어요. 도바뱀, 도마뱀붙이, 도룡뇽, 영원은 서로 비슷하지만 아주 다르다고 하네요. 도마뱀붙이와 영원의 신나는 모험으로 그 다름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답니다. 그 신나는 모험 속으로 추울발~!!!

물방개, 장구예비, 왕잠자리 유충, 생이, 게아재비, 물자라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연못에 매끄러운 피부에 긴 꼬리로 유영하고 있는 친구가 있네요. 도마뱀일까요? 앗! 그런데 수상한 녀석이 나타났어요. 물고기와 달리 폐로 숨을 쉬는 이 친구는 숨을 쉬려다가 수상한 녀석에게 잡혀 어항 속에 담겨지고 말았네요. 그때 비슷하게 생긴 친구가 어항으로 다가옵니다. 자신을 '도마뱀붙이'라고 소개한 이 친구는 손발에 털이 있어서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물 속에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요. 그러자 어항에 잡혀온 친구가 자신을 '영원'이라고 소개합니다. 영원은 헤엄을 잘 치지만 물 밖에선 살지 못 한다며 자신이 살던 연못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요. 도마뱀붙이는 영원을 도와주기로 합니다. 영원을 등에 태우고 고양이를 피해 장난감 상자까지 단숨에 날아갔지요.

그리고는 장난감 상자 안에 헬리콥터를 타고 탈출에 성공합니다. 물속에 살아서 도시 풍경을 보지 못했던 영원에게는 헬리콥터를 타고 날면서 보는 풍경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올빼미의 공격을 받고 물 속에 빠지게 되네요. 어쩌나요? 도마뱀붙이는 수영을 못한대요!! 하지만 다행이도 옴개구리의 도움으로 이파리 위로 피할 수 있었답니다. 연못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도마뱀붙이는 야행성이라 눈이 부셔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다행이 영원이 이파리로 멋진 선글라스를 만들어줬네요. 영원과 도마뱀붙이는 옴개구리가 가져온 탐험 보트를 타고 모두가 열심히 살아가는 연못을 신나게 여행했어요.

도마뱀붙이와 영원을 따라 독자들도 연못 속에 사는 신비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영원과 도마뱀붙이지만 서로 사는 법과 특징이 달라요. 이 그림책에서는 아이들이 같은 듯 다른 점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세밀화된 삽화가 생생한 느낌을 더하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할 법한 그림책인 거 같아요. 연못 속 세상 구경에 아이들도 신나는 모험이 될 듯 합니다.

(이미지출처: '도마뱀붙이의 구출 대작전' 본문에서 발췌)

[극한견주 2]-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극한견주 2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지금 가장 핫한 반려동물 웹툰《극한견주 2》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여탕보고서》의 저자와 사모예드 솜이입니다. 저는 아직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대형견을 키워보고 싶은 바람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간혹 동네에서 시베리안 허스키를 마주치게 되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더라구요. 그 중에 특히 저는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고 싶은데 작고 앙증맞은 종류도 좋지만, 대형견에는 특히 눈이 가곤 했지요. 헌데 《극한견주 1》을 읽고 조금은(?) 조심스러워지네요. 과연 내가 키울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서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솜이의 매력에는 자꾸만 빠지게 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제 아들도 마찬가지네요. 1권을 마르고 닳도록 읽더니 2권도 마르고 닳기 직전이랍니다. 이 책을 읽으면 남녀노소 누구라도솜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겝니다.

2권은 1권보다 더 강력한 솜이를 만날 수 있어요. 2권에는 미운 5개월 개춘기 시절의 솜이를 담아내고 있거든요. 그런 솜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저자의 눈물겨운 육아도 웃음을 자아내고 있답니다. 솜이가 2살이 되기 전까지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았던 솜이와 저자. 마당에서 벌레를 잡는 솜이와 벌레를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저자의 이야기와 여름이 되면 벌레 때문에 겪게 되는 에피소드도 재미있네요. 개껌을 묻는 솜이의 이야기는 어떻구요? 천재인지 바보인지 모를 솜이의 에피소드가 더욱 솜이를 사랑스럽게 합니다.

솜이의 이갈이 때문에 개껌과 인형을 만들게 되고, 말썽을 피워 테라스에 쫓겨나게 되는 솜이가 안타까워하는 견주의 이야기 속에서 저자가 솜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아무리 솜이를 말썽쟁이로 그려놓았어도 사랑이 느껴지네요. 솜이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너무도 행복해집니다. 일러스트에서 솜이가 치명적인 귀여움을 자랑한다면 실제 모습에서는 멋짐+잘생김도 함께 가지고 있는 매력덩어리입니다.  2권에서는 저자의 매력까지도 느껴지니 확실히 1권보다 더 치명적인 이야기인 거 같아요. 앞으로 더욱 솜이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듯 합니다 ^^

《극한견주》는 이처럼 대형견을 키우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대형견의 로망을 산산조각 내주겠다고 선포를 했지만,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대형견이 가진 사랑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정말 팔불출 견주가 아닐 수 없네요. 덩치는 크지만 의외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솜이, 솜이에게 푹 빠진 견주의 일상, 그 유쾌함이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이미지출처: '극한견주 2' 본문,표지에서 발췌)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진심’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ㅣ 라임 청소년 문학 31
세이노 아쓰코 지음, 김윤수 옮김 / 라임 / 2018년 2월

부모입장에서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그건 정말 너무도 놀랄만한 일이다. 도대체 어떤 사유로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일까?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것인가? 부모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과 놀람으로 앞이 캄캄해질 듯 하다. 책제목을 본 후 학교에 가고싶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얼른 책을 읽어보려다가 문득 책 제목에 의구심이 들었다. 왜 책 제목이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가 아닌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일까?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가 주인공이라면 '오지'가 아닌 '가지'가 맞을 듯 싶은데 말이다. 책 제목만 봤을 뿐인데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은 중학교 1학년 후미카이다. 후미카는 독후감을 솔직하게 쓰는 걸 어려워한다. 진짜 마음을 담아 쓰면 절대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므로. 결국 후미카는 이번에도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거짓말을 썼다. 이런건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후미카는 글짓기를 하면서 거짓말을 쓰는 건 어질러진 방을 청소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잘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조례 시간에 며칠 전부터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 오바야시를 위해 같은 반 친구들이 편지를 쓰기로 했지만 후미카는 자신이 쓴 글이 너무도 뻔한 거짓말같이 여겨져 쓸 수가 없었다.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후미카는 다른 때처럼 글짓기를 하기로 한다. 그렇게 반 아이들이 쓴 편지를 가지고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오바야시 집에 찾아가지만 오바야시를 만날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후미카의 친구 우미가 머리끈을 잊어버려 우미와 함께 오바야시 집 근처에 다시 가게 된 후미카는 우연히 오바야시에게 쓴 친구들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보게되고, 글짓기로 쓴 자신의 편지가 부끄러운 마음에 '언젠가 제대로 된 편지를 쓸게'라는 편지를 대신 남겨두기로 한다.

그러자 오히려 이 편지에 오바야시는 후미카에 대해 궁금해하고 오바야시와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나카타니를 통해 후미카에게 이메일 주소를 건넨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후미카는 오바야시에게 메일을 쓰지 못한다. 그러면서 후미카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오바야시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의 빈자리에 앉아 그가 바라봤을 풍경과 생각들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되면서 나와 다른 이들의 생각을 이해해나간다.

책 속에는 오바야시가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는지, 오바야시의 생각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처음 책 제목을 통해 기대했던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아이의 마음, 입장같은 건 알 수 없다. 하지만 후미카를 통해 진심과 소통에 대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의례적으로 내뱉는 말이나 인사를 건네곤 한다. 요즘 자주 쓰이는 영혼이 없다는 말처럼. 청소년 문학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통, 진심이라는 주제이지만 이 책은 참 예쁘게 쓰여졌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자리에 앉아 그 사람의 시선과 생각이 무엇인가를 떠올리는 후미카를 통해 독자는 진심과 소통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비로소 깨닫게 되리라. 진심이 담긴 마음은 언제가 상대방의 마음에 닿게 된다는 것을 후미카와 오바야시의 소통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후미카는 왜 그 의자에 계속 앉아 있을까?

난 더 이상 앉고 싶지 않게 된 그 의자에…….

그 의자에 앉아서 어떤 생각을 할까?

언젠가 그 애에게 물어보고 싶어. (본문 130,131p)

[꼴값]-꼴값이라니? 꿈값 하는 중이야!

꼴값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8
정연철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2월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아니꼬운 행동을 할 때, 꼴값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리 좋지 않은 단어가 책 제목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꼴값' 대신 '꿈값'이라고 말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사실 요즘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성공'은 '성적'과 같은 단어로 읽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초등학생 때는 이것저것 하고 싶고 종류도 다양한 꿈이 많다. 그 많은 꿈을 어떻게 다 이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그러다 중학생이 되면서 아이들은 성적에 매달려야 하고, 그 많았던 꿈들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가가 주된 꿈(?)이 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주인공인 창대는 모두가 원하는 꿈이 아닌 자신만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바람직한 인물이다.

공부가 성공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꿈을 전폭 지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반면 아이들은 자신의 꿈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재능이 아닌 성적 위주의 교육이 아이들의 꿈을 뺏고 있다. 나의 두 아이도 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것마저도 갈팡질팡이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생인 창대는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가 명확하다. 그러나 창대의 아빠는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창대의 꿈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인문고 진학, 4년제 대학 입학, ROTC 지원, 장교 입대라는 자신이 그려놓은 청사진을 강요한다.

어른들도 우리 같은 시절을 겪었으면서 왜 이해를 못해 주는지 모르겠다. 인생 선배로서 어린 양들을 안전한 길로만 인도하고 싶게지. 하지만 그건 인기 많은 인생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차이고 깨지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곤두박질치고, 그렇게 굴곡 많은 것이 진짜 인생이라고 본다, 난. 나중에 후회하는 건 그다음 문제인 거다. (본문 30p)

창대는 불알친구(?)인 장미의 엄마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알바를 시작하지만 곧 누나에게 들키게 되고 집안은 한바탕 난리가 난다. 해병대 출신인 아빠의 군기에 창대는 아무말 못하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헤어스타일을 포기하는 건 인생을 포기하는 거라 생각하는 창대는 당연히 학교에서도 눈엣가시다. 창대의 꿈은 그렇게 가족과 학교에서 짓밟히고 있었다. 그런 창대를 위로하는 건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군인이 되고자 하는 장미 뿐. 창대는 자신의 꿈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장교가 되길 바라는 아빠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창대는 아빠에게 헤어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말하게 되고 아빠의 폭력을 감당해야 했다. 이 일로 창대는 가출을 하게 되지만 그 시간은 창대에게 꿈을 더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된다.

누구나 가쁜 숨을 고르며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저 길 잃은 사람들도 지금 그런 때를 보내고 있는 거다. 기죽을 필요도 우울해 할 필요도 없다. (본문 167p)

성적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업을 갖고, 돈을 잘 버는 것이 성공이라는 것도 옛말이다. 누구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이 하고 싶어할 권리가 있으며, 부모는 그런 아이를 지지해줄 의무가 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부모가 원하는 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창대는 이 중요한 사실을 부모들에게 명확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세상의 모든 창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꿈을 강요하지 않는 교육이 절실하다. 그 꿈을 지지해주는 부모 또한 절실하다.

갈등도 방황도 했고 고통도 있었지만 꿈이라는 열차의 궤도에서 탈선한 적은 없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안개가 아닌 비바람이나 눈보라 혹은 태풍이 몰아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다. 플스트의 시처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꿋꿋이 걸어갈 거다. (본문 17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