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모른 척해 줘 라임 청소년 문학 17
A. S. 킹 지음, 전경화 옮김 / 라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청소년 소설', 커커스 리뷰 선정 '십대를 위한 최고의 책' 선정, 마이클 L. 프란츠 아너 상 수상에 빛나는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 열일곱 번째 이야기 <<제발 모른 척해 줘>>는 2010년에 미국에서 처음 발표되자마자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제발 모른 척해 달라는 책 제목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심리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흔히 나의 잘못, 나의 실수에 대해 모른 척해 주기를 바라거나 혹은 반대로 이웃의 아픔, 슬픔, 폭력 등에 대해 알면서도 모른 척 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책 제목만 읽었을 뿐인데 참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모른 척'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참 많은 부분에서 모른 척해 왔던 것은 아니었던가. 이 소설은 어떤 이야기일까?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추천하는 책'으로도 뽑힐 만큼 청소년들의 큰 지지를 받은 이 책, 상당히 궁금하다.

 

한 소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음모와 배신, 그리고 진실 찾기!

자신의 이익 앞에서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만나다! (표지 中)

 

이야기는 단짝 친구였던 찰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베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베라의 아빠는 지난 일요일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지 묻지만 베라는 아는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대답과 달리, 베라는 아는 게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직은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베라가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 이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가며 수록되어 진행된다. 베라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그녀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추리해나가면 될 듯 싶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진실을 쫓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베라와 찰리의 환경은 그리 평범하지 못하다. 찰리는 가정 폭력이라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이웃에 사는 베라의 부모님은 그냥 '모른 척해'라고만 말하고 있다. 한편 베라의 엄마는 베라가 열두 살 나던 해에 다른 남자가 눈이 맞아 네바다 주의 라스베이거스로 달아났다. 베라의 엄마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했으며, 베라를 열일곱 살 때 낳았는데, 아빠는 베라가 그런 엄마와 같은 운명을 살게 될까봐 베라를 지나치게 간섭한다. 찰리는 죽었지만 베라는 찰리를 쉽게 잊지 못한다. 찰리는 문제아 아이들과 어울렸고 자신과 찰리 사이를 인간질하려고 지어낸 제니의 거짓말에 속아 베라를 배신했기에 찰리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만큼 원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죽은 찰리를 원망하는 베라 앞에 수많은 찰리가 베라의 주변을 맴돌았고 진실을 밝혀 달라며 압박하고 있지만, 베라는 말하기가 힘들다. 진실을 요구하는 찰리, 밝히지 못하는 진실, 무책임한 엄마와 같은 운명을 살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아빠의 간섭에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부녀관계 등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베라의 심리가 잘 묘사되고 있는데, 이 밖에도 찰리와 제니 등을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한 심리를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아빠는 늘 "모른 척해."라고 말했고, 엄마는 즐겨 앉는 의자에서 괜스레 조바심만 냈다.

"누군가한테 전화해서 아줌마를 도와주라고 하면 안 돼요?"라고 내가 말하면 엄마는 "아줌만 도움바독 싶어 하지 않으실 거야."라고 말했고, 아빠는 "아줌마가 알아서 할 문제야.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베라."라고 대꾸했다. (본문 32p) 

 

<<제발 모른 척해 줘>>는 부모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힘겹게 나아가는 모습이나 사랑과 우정 사이의 경계에 놓인 감정을 보여 주기도 한다. 물론 찰리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에 대한 진실 찾기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속에는 죽음, 빈곤, 가정 폭력, 알코올 중독, 운명의 대물림 등의 어두운 소재들을 담아내고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려는 청소년들의 사투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베라는 찰리의 메모가 담긴 상자를 발견하고 그동안 모른 척 해왔던 진실을 밝기 위해 용기를 낸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진실 앞에서 모른 척해 왔던 일들이 많았을 게다. 이웃에 대해서, 부모의 책임에 대해서, 그리고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서.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왔던 진실 앞에서 이제는 나 스스로 당당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모른 척하지 않는다면, 멈추게 할 수 있는 일이 생겨날 것이다.

 

"제가 그 일을 멈추게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본문 250p)

 

(이미지출처: '제발 모른 척해 줘'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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