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제국 1 - 울부짖는 아우성 탑 카니발 문고 9
마이클 콜먼 지음, 김난령 옮김, 송수정 외 그림 / 높이나는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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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딸아이의 적극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주인공 벤자민 번갯불의 모험은 쉴새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위험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벤자민의 용기와 지혜가 통쾌하게 진행된다.
동물 중에 유일하게 생각하고 말할 줄 아는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며 살아오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주체인 듯, 자연의 주인인 듯 자연의 모든 것을 우리 마음대로 파괴하고 사용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은 생명체인다. 만약 자연이 반기를 든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자연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물론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상상 속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인간의 무질서한 횡포에 대항한 곰이 세상을 지배한 [곰의 제국]에서처럼 말이다.

벤자민은 주인인 해거드 부인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탈출을 감행한다. 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샙’이라 불리우며 애완샙 혹은 집지킴샙 등으로 이용되는데 벤자민은 집지킴샙으로 발목에 족쇄를 찬 채 굶주름과 폭행을 견디면 살아왔다. 예전에 아버지 덩컨과 어머니 앨리시어와 살았던 과수원을 그리워하던 벤자민은 인간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어느 누구도 인간들에게 족쇄를 채우거나 명령하지 않는 ’하이드 파크’로 가려한다. 한편 이웃 굴에서 애완샙으로 살던 코밀리아는 따분한 생활을 견디지 못해 벤자민의 탈출에 동참한다. 

벤자민과 코밀리아는 검사곰의 눈을 피해 인간들(열차끌이샙)이 끄는 미끄럼열차를 타고 도망가는 중 딕테이텀 경감에게 발각되어 ’샙의 교육,훈련,배치를 위한 전초기지’에 갖히게 된다. 그곳은 곰을 위한 의약품 등을 만드는 곳으로 인간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는 곳이였다. 벤자민은 그곳에서 만난 모범샙 십이번을 통해서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하이드 파크가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곳임을 알고, 갇혀있는 모든 샙들과 탈출을 하기로 결심한다.

다른 샙들이 도망치는 것을 돕던 벤자민은 탈출하지 못한 채, 딕테이텀 경감에게 잡혀 인간소세지를 만드는 분쇄기에 담겨질 위기에 처하지만, 아빠와 엄마에게 잘못을 지었던 십이번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을 하게 되고, 코밀리아와 ’하이드 파크’를 찾아 떠나는 또다른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사람은 자연에게 무자비한 존재이다. 동물들의 박제 뿐만 아니라 곰의 융담을 얻기위한 대학살도 일어났다. 만약 곰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면 인간은 그와 상응하는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벤자민과 코밀리아의 모험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는 험난한 여행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유’를 찾아 끝없는 모험을 감행한다. 힘든 여정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은 긴장감 넘치는 내용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감동으로 전해진다.

곰이 세상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상상이 자연재해로 피해를 보고 있는 지금 우리 현실과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끔찍한 상상이 아닐 것이다. 자연은 그렇게 인간의 무책임한 파괴에 대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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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자원 쓰레기 테마 사이언스 7
한미경 지음, 배정식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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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방귀 뀌는 하늘공원]이라는 동화책을 읽었다. 환경실천연합회 추천도서로 지정된 이 동화책은 환경 교육의 절실함을 느끼고 환경 문제에 대해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동화책이였다. [쓸모있는 자원 쓰레기]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떠올리게 된 것은 이 책이 난지도 쓰레기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환경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여러가지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환경 문제는 우리에게 큰 숙제로 남아있으며, 그 중의 하나는 넘쳐나는 쓰레기에 대한 해결방안일 것이다.
이런 환경문제는 국가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하다. 그 해결방안은 [쓰레기]에 대해서 알아감으로써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했던 여러가지 방법을 이야기함으로써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담았다. 우리의 현실을 직접 담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환경 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업 개발로 인해 공장과 아파트가 생겨나면서 쓰레기 운반이 편리하고 도로에 가까웠던 난지도는 예쁜 섬에서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해버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쓰레기가 큰 문제가 될거라는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난지도는 15년 만에 1백여m나 쌓이게 되었고, 뒤늦게 난지도를 ’친환경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난지도가 공원으로 바뀌면서 철새들이 날아들었지만 15년이나 쌓아둔 쓰레기를 1m정도의 흙으로 덮었다고 해서 해결된 것은 아닌 듯 하다.
메탄가스와 더러운 쓰레기 구정물 그리고 썩지 않는 수많은 쓰레기가 땅 속에서 어떤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이 중단되면서 1992년 김포 수도권 매립지에 쓰레기를 묻기 시작했다. 난지도의 악순환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위생 매립을 위해 소독한 쓰레기를 부은 뒤, 그 위에 바로 흙을 덮었으며, 환경을 생각하여 공원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쓰레기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는 에너지로 이용하였다.

이렇게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해결하였으나 한정되어 있는 땅에서 쓰레기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땅의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면서 바다 역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면 2005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만 바다에서 버린 쓰레기는 1천만t이나 된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바다 수호 산타클로스 운동’으로 바다 밑에 있는 쓰레기를 꺼내려 노력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고 쓰레기를 처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쓰레기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할때, 쓰레기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재활용 센타를 만든 천정곤씨로 전국에 버려진 가전가구제품을 가져다 고쳐서 판매를 시작하였다. 쓰레기를 또다른 변모인 것이다.
파리애벌레와 지렁이를 통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으로 만드는 방법 또한 이색적이다.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중이다. 하지만 가장 훌륭한 방법은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다. 쓰레기 종량제 실시로 쓰레기 양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발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통해서 아이들은 환경에 대한 심각성이 더 쉽게 와 닿았으리라 생각된다. 무심결에 버린 쓰레기 하나지만, 너도나도 버린 쓰레기는 난지도라는 거대한 쓰레기 산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도 할래!]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환경 교육은 시급한 문제인 듯 하다.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쓸모있는 자원 쓰레기]는 환경 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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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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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테두리를 우리나라의 색동한복처럼 꾸민 것으로 보아 십장생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놓은 그림책이려니 생각했습니다. 표지 안쪽에도 우리나라의 전통 문양으로 꾸며놓은 것을 보아하니, 옛것을 알려주려는 의도일거라는 짐작이 맞을 듯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을 조금 뛰어넘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단순히 십장생에 대해 알려주려는 지식 그림책이 아닌, 삶과 죽음에 대하여 그리고 할아버지와의 끈끈한 정에 대해서 함께 논하고 있는 그림책이였습니다. 

할아버지와 손녀는 엄마인 저도 범접할 수 없는 사랑이 있습니다. 어느 가정이나 마찬가지일겝니다. 책 속에서는 표현했듯이 둘도 없는 단짝이라는 말이 정답인 듯 합니다. 언제나 함께였던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떠났습니다. 방에는 할아버지가 누워 있던 이부자리와 할머니의 반짇고리만이 남겨져 있네요. 할머니는 빨간 주머니에 학을 수놓았습니다.
주머니에서 푸드덕 빠져나오는 학과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드릴 십장생을 모으기 위해서 떠납니다.

"오래 살거나 변하지 않는 열 가지를 십장생이라고 부르는데, 옛날 사람들은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 안 물건에 십장생 무늬를 만들어 넣곤 했어."

해, 소나무, 학, 사슴, 바위, 불로초, 거북, 물, 산, 구름을 주머니에 담은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선물 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손가락을 베이고 무릎이 까졌을 때처럼 마음도 그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할아버지의 눈을 닮은 아이는 비록 십장생이 할아버지를 살리지 못했지만, 자신의 눈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십장생 무늬를 새겼던 우리 조상들은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가졌을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십장생’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려는 것보다는 십장생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가족을 생각했던 조상들의 마음을 보여주려는 듯 합니다. 
더불어 아직은 ’죽음’이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 슬픔을 이겨내는 법 또한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십장생은 삶과 죽음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사진출처: ’십장생을 찾아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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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리리후 휘리리후 웅진 우리그림책 2
한태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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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앉기 시작한 아기들이 책을 보겠다고 집어들면 여지없이 거꾸로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기들이 책을 똑바로 볼 수 있도록 바로 잡아준다. 책은 늘 똑바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그런 고정관념 속에 사로잡혀있고, 책을 거꾸로 들고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는다.
’9’를 거꾸로 돌리면 ’6’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바로 보여지는 그림을 거꾸로 돌려 봤을때 색다른 느낌을 주는 그림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휘리리후 휘리리후] 바로 보고, 거꾸로 보는 그림책이라는 문구에 책을 거꾸로 돌렸는데 제목은 여전히 [휘리리후 휘리리후]였다. 왜 [후리리휘]가 될거라는 엉뚱한 상상을 했을까? 표지부터 즐거운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꽃병과 코끼리의 놀라운 반전이 즐거운 표지 그림보다 더 놀라운 그림들이 책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카드 놀이를 하다가 없어진 카드를 사기위해서 집을 나선 주인공이 시장으로 가는 길과 시장에서 여러가지 물건을 보면서 즐거워하다가 마법사 아저씨를 만나 ’휘리리후’라고 외치자 원하던 카드를 찾게 된다.

"나를 거꾸로 돌려 보렴." 카드가 말했어.

카드를 돌리듯 책을 돌리면서 아이는 거꾸로 축제를 구경하게 된다. 책을 거꾸로 돌리면서 지금껏 쭉 넘겨왔던 페이지를 다시 한장씩 되돌려 넘긴다.
조금전 보았던 그림들은 새로운 그림으로 재탄생 되어진다.

지금껏 보아왔던 그림책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상상을 보여준다. 우리는 왜 ’바로’ 봐야한다는 선입견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있었던 걸까? 세상은 ’바로’가 아닌 ’거꾸로’ 혹은 ’옆으로’ 빗겨 봤을 때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바로’ 보이는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면 우리는 ’하나’밖에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외국작가의 그림책이라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이였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고정관념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법과 상상력을 키워주고 싶었던 듯 싶다. 바로 볼때와 거꾸로 봤을 때 그림은 (혹은 세상은...) 더 새롭게 다가온다.

 

ㄴ 친구 동글이네 앞을 지나는데,                                         ㄴ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야. 서둘러." 카드가 말했어.

 

ㄴ시장에 가려면 숲길을 지나야 해. 시장에는 가지가지                   ㄴ거꾸로나라 음악대의 연주는 정말 멋져. 
물건들이 많으니까 카드도 있을거야.                                                       가끔 북이 박자를 놓쳤지만....

   

ㄴ 그리고 찻주전자도 있어.                                                                   ㄴ 서커스에서 코끼리는 공을 굴리고,

(사진출처: ’휘리리후 휘리리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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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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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가족]이라는 단어는 내게 점점 따뜻하고 포근하게 다가온다. 어렸을 때는 아니, 결혼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가족이 주는 의미는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의미는 더욱 진하게 물들어간다. 쭈글쭈글 주름이 가득한 아빠, 이제 어엿한 가장이 된 남동생 그리고 내 곁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편과 내게 웃음을 주는 아이들은 [가족]이 무엇인가를 알려주었다. 나도 그들에게 딸, 누나, 아내와 엄마로서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줄 거라는 자만을 가져보았다.
[너는 모른다]를 읽으면서 나는 문득 불안감에 휩싸인다.
나는 내 가족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가? 그들의 마음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나는 모른다....

정이현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해보았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드라마로 방영되었지만 그마저도 접해보지 못했다. 발자국 하나 없이 수북히 내린 눈길을 내가 처음 걸어가는 것처럼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그녀의 글을 이전에 읽었다면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미리 짐작하고 서투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나, 책을 읽는동안 내가 가지는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드러내고 싶지 않는 가족의 문제를 꺼내고 들추어보게끔 부추겼기 때문이다. 곪기전에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라주어야 한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2008년 2월 24일 일요일 오전 아홉시, 가족의 차가운 아침 풍경이 그려진다. 먼가 일이 터질 듯한 긴장감이 도는 식탁 풍경에는 이미 가족들은 서로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엇갈려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을 상대로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 김상호, 화교 출신의 새엄마 진옥영, 아버지와 새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 유지, 김상호의 아들 김혜성과 사춘기의 반항을 고수하며 혼자 살고 있는 큰 딸 김은성...이들은 서로 가족이지만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학 교과서에서 본 듯한 교집합처럼 그들은 ’가족구성원’이라는 교집합 안에서만 속해있다. 유지가 실종되면서 그 교집합조차 부서질 듯한 상황으로 곤두박질한다. 

경찰에 신고를 하는 대신 탐정을 고용하는 아버지, 딸을 잃고 식음을 전폐하면서도 탐정 고용에 묵묵이 순응하는 새엄마, 그리고 먼가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는 혜성과 은성은 유지의 행방불명보다는 ’너는 모른다’로 치부되었던 일들이 밝혀지는 것이 더욱 두렵다. 탐정고용으로 아무도 몰랐던 일들이 하나둘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책 분위기는 어두움으로 짙게 드리워진다. 탐정은 범인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지에 목적을 두고 가족들의 치부를 찾기에 급급하다. 
사회의 추악한 일면을 보는 듯한 이들 가족의 모습 속에 교집합은 사방에 금이 가 손만 대면 깨질듯 아슬아슬하다.

[가족]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있다.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방화로 표출하는 혜성과 장기매매로 불법 수출을 하는 아버지와 옛애인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가진 새엄마 그리고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반항을 다수의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풀려는 은성은 비록 작은 교집합으로 힘들게 연결된 이들이지만 가족이였다. 가족은 어려울때 단단해지는 결속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비록 이들은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를 놓치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은 희망을 엿보게 한다.

결국 유지의 실종은 신고가 있었다면 금방 해결될 문제인 것처럼 결말지어졌다. 유지를 찾기위함보다는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까 걱정스러웠던 아버지와 새엄마의 이기적인 발상은 결국 유지를 곤경에 빠뜨린 꼴이 된 것이다. 
아이의 실종으로 눈물지으면 하루빨리 아이가 돌아오길 바라는 부모의 모습 대신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치졸하면서도 나약하게 보인다. 그러나 아이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부조리 속에 뛰어든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

[너는 모른다]는 가족간의 관심과 소통의 부재가 가지고 온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듯 하다. 아니 요즘 사회는 이보다 더한 최악의 상황이 보도된다. 부모를 살인하고, 자식을 죽이는 처참한 가족의 모습으로 몸서리치게 하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난다. 그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었던 아픔과 외로움과 상처를 보지 못 했을 것이고, 몰랐을 것이다.
그런 안타까움을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런 비참한 상황이 악순환 되지 않지않도록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이야기는 시체 한구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으로 시작되었었다. 어쩌면 그 시체의 모습은 가족들간의 암울한 진실이 밝혀지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가 싶다.
과연 실종된 유지를 유괴한 것은 누구인가? 라는 추리가 성립되게끔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들의 비밀을 쫓아 범인을 추리해가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어 간다. 두꺼운 페이지가 순식간에 읽혀졌던 것은 이야기 속에서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눈물 콧물 쏙 빼면서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내용들과 달리 인간의 추악한 면을 들추어내면서 추리를 통해 색다르게 전달하고 있는 [가족]의 의미는 보다 찐하게 전달되어진다.

나는 내 가족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외로움 등을 얼마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의 상처를 나는 얼마나 보듬어주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그 속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그들의 발톱 끝에 닿을 수 있도록 혜성이 그랬듯이 나 역시도 손가락을 내밀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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