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카프카 대표 단편선 클래식 보물창고 8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작품들을 만나다보면 이제서야 읽고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게되는 경우가 많다. 변신이라는 제목하의 프란츠 카프카라는 친숙한 작가의 이름을 접하면서 또한번 그런한 경험을 하게되었다. 변신외 3부로 나누어 실려있던 그의 단편작품들을 만나며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모든것들을 이해했다 말할수는 없지만 생활에밀려 잊고살아가는 나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라는듯 현대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심오한 메시지를 찾아가게된다.

 

 

시끄러운 시계의 알람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면 또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있음을 인지하게되는것이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새가 지저귀고 아름다운 음악이 연상되는 평화로운 아침이기보단 이렇게 고단한 아침의 풍경속에 삶에 찌들어가고 시간과의 다툼을 벌이고 있는 풍경에 우리들의 모습이 잘 투영되어있기 때문이다.

 

4시에 맞추어놓은 알람을 지나 7시를 향해가는 시계를 보며 걱정스럽게 아침을 맞이한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된다. 하지만 벌레로 변해버렸다는 사실보다 지각을 한 사유를 만들어 내는것이 더 큰 걱정거리이기만하다. 5년전에 있었던 사업실패로 무기력해진 아버지와, 천식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않은 어머니, 마냥 예쁘고 철없는 소녀로 남아있는 귀여운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든든한 오빠이며 아들로의 삶이 전부였던 그에게 새벽출근은 숙명과도 같은것이었다.

 

분명 내 인생이건만 나를 위한 삶이 아닌 그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으로 늦잠을 잔 이유보단 그 시간까지 왜 방에 있느냐는 질책이 날아드는 가운데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동생이 마냥 고맙기만하다. 하지만 징그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몇달의 시간을 보내면서 철저하게 소외되가는 모습에서 인간이 경험하게되는 불안감과 상실감이 아주 적나라하게 다가온다.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본 첫날 해고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쏟살같이 달아난 하녀와 문을 열라고 그렇게 소리쳐대던 지배인이 도망치듯 뛰쳐나간것과 달리 그의 존재를 인정해주던 가족들은 그를 끝까지 지켜주지않을까 기대했건만 그건 나와 그레고르의 착각이었나 보다. 카프카는 자신을 이해해준다 희망을 가지게했던 여동생의 모습을 통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모습으로 현대인들을 그리고 있었다.

 

또한 바다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의 왕 포세이돈,문지기에게 저지당한채 법으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있는 사람들의 모습등에서 소외당하고 부조리한 실체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있었다. 분명 소설을 만났건만 작가들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그들의 작품속에 자신들의 인생이 담겨있다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허구속의 이야기가 아닌 카프카라는 작가의 실체를 해부한듯하다.

 

읽을수록 묘한 매력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이야기속에서 인간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찾을수가 있었다.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라고 누군가로 부터 위안을 받고싶은 소설속의 인물들은 바로 나였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남자가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이별이 너무도 아픕니다. 마음껏 사랑할수 없었고 마음껏 표현할수도 없었으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싶었건만 그러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시간들은 절절한 아픔이 되고 있었습니다.

 

경찰관 소방관 청소부등 많은 다수를위해 음지해서 묵묵히 자신을 희생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 사람들이 선택했기에 그 희생마저도 말없이 감수해야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보내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을 하게됩니다. 임무수행중 사고로 숨진 사람들을 매스컴속에서 간간히 접하며 아주 잠깐 슬퍼하고 애도하는것으로 나의 몫은 다했단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속에 이렇게 절절한 아픔과 못다이룬 사랑에 대한 한이 담겨져있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이책의 작가 박영광님은 현직 경찰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누구도 인정해주지않는 사람들의 삶이 생생하게 전해져옵니다. 어느 한순간 자신이 왜 죽어야하는지조차 모른채 자신조차 자신의 죽음을 미쳐 인지하지못하는 사이 그렇게 맞이한 죽음으로 가족들과 이별을 하고있는 한 경찰관의 이야기는 책을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은 이런거다  이별은 너무도 아픈거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잃어버린 아빠가 그리웠던 어린시절로 거슬로 올라가 시작합니다. 자신의 분신인 아들을 30살의 어린 아내옆에 두고 떠난 아빠 그 아빠를 찾기 위해 떠난 종착역은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위해 한나절 사이에 다섯번이나 엄마가 드나들었던 그 경찰서 였습니다. 그후 30여년의 시간이 지나 미아가 되었던 그 소년은 경찰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가 있고,그리고 한눈에 반해버린 그 남자의 첫사랑 수경씨는 아내가 되었고, 산고의 힘든 시간에도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했던 그날밤 태어난 아들 지운이와 태어나는 순간 곁에 있어주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한 귀여운 둘째 수진이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바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 특히나 생계의 부담을 온전히 다 짊어지고 가는 아빠들은 더 바쁠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경찰로서 의무를 다하고 경쟁에 치이며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이야기속에 생생히 살아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이틀밖에 집에들어가지못하고 24시간 대기해야만 하며 아이들과 편하게 놀이공원 한번 가지못했던 아빠 동생 수진이의 발표회는 꼭 가마 손을 걸고 약속하고 그나마도 미덥지 못해 자신의 우산마저 아빠에게 안겼거만 그날 아빠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인사 한마디 없이 떠나버린 아빠는 온 가족에게 인정할수 없는 이별이었습니다. 이미 죽었다는것을 알면서도 밀리는 차에 온전히 앉아 기다리지 못하고 맨발로 뛸만큼 남편의 죽음을 인정할수 없었으며 아빠가 오지않을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교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운이에게도 이별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시작된 이별은 경찰동료요 친구였던 우성이를 지나고 아내 수경이를 거쳐 자신과 함깨 평생을 걸어온 어머니에게 갔다 지운이와 수진이에게 머물른후 안녕을 말합니다. 이책을 통해 가족들의 진한 사랑을 마음껏 느낄수 있었으며 마음껏 눈물흘렸습니다. 지금 이순간 가족이 곁에 있어 너무도 행복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 평생 잊지 못할 몽골의 초원과 하늘,그리고 사람 이야기
강제욱 외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봄과 이른 여름까지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적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단일 민족이라는 자부심으로 지켜온 5천년의 역사엔 수많은 왜세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켜왔다는 뿌듯함이 존재하면서도 다른 민족 다른나라와 잘 섞이지 못하는 민족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듯 구한말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그것이며 현대인들의 마음속엔 국적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지게되는 거리감입니다. 이러한 민족적 감정을 해소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한 사람들이 한팀이 되어 서로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중 한팀이 몽골사람이었습니다.

 

이름이 생소하고 우리말이 어눌했던 그녀로부터 몽골의 문화와 풍습을 접하며 아 몽고란 나라가 있었는데 라는 과거의 고려시대 대몽항쟁으로만 각인되어있던 몽골을 21c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속으로 끄집어 냈었답니다.

 

몽골을 세단어로 표현한다면 칭기즈칸,게르, 유목이 아닐까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연과 동물과 함께하며 조용한 삶을 살아낸 몽골인들에게 13c 칭기즈칸의 위대한 영토정벌의 영광은 동서를 하나로 묶어주고 문화를 교류하게만든 세계사적 의미와 더불어 지금까지 꺼지지않는 몽골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었으며 국토의 대부분인 초지인 그들에게 유목과 게르는 삶의 전부였습니다.

 

몽골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6명의 작가에 비친 몽골의 풍경은 순수함과 욕심이 없는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고단한 삶속에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찾아가는 행복은 욕심을 쫓아 마음의 안정을 찾지못한 사람들로 하여금 삶이란 이런것이라는 가르침을 주고있는듯합니다.

 

13c 칭기즈칸의 등장과 함께 불쑥 세계속에 모습을 드러낸 몽골은 영광의 시간도 잠시 청나라와 러시아의 연속 지배를 받게되고 세계로 두번째의 공산국가가 되고

오랜 식민지 생활을 하게되지만 유목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정치적 이념 또한 비켜가고 있는듯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정치적 이념또한 비켜갈만큼 평화롭고 순박한 그들에게 자본주의의 거센 폭풍은 또다른 희생을 강요하고 있네요. 그리고 칭기즈칸을 자신의 역사로 만들어버린 중국의 역사왜곡 앞에서 그들은 무슨생각을 하고있을까?  고구려왜곡에 울분하는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걸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초원위로 불어오는 경제개혁의 폭풍은 풍부한 지하자원의 개발이란 이름하에 이방인을 받아들여 수천년동안 슬기롭게 그 땅을 지켜온 유목민들의 삶의 근원인 목초지를 내놓으라하고 혹독한 겨울 한파는 그들의 재산인 가축들을 한순간에 앗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메라에 잡힌 그들의 모습 어디에서도 고단한 삶에 대한 두려움이나 원망의 흔적은 찾아보기가 힘이듭니다. 금방 게르안에 들여놓은 식수가 얼어버릴만큼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그들이었지만 지금 행복하십니까 라는 물음에 80%에 달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답한다 하니 몽골인 모두가 그들이 믿고 있다는 종교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여름이면 온 대지가 꽃으로 뒤덮고 겨울이면 하얀 설경에 싸여버리는 몽골 그 평화로운 영토를 말을 타고 달렸을 칭기즈칸을 떠올리는 사람들, 자신들과 함께 살아가는 가축이 있고 고단한 몸 뉘일 게르에 의지한채 욕심없이 살아가는 그네들의 모습에서 편안함을 배우고 삶의 안식을 찾게됩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8-04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빼앗긴 내일 - 1차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
즐라타 필리포빅 지음, 멜라니 첼린저 엮음, 정미영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전쟁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둘 이상의 서로 대립하는 국가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간에 군사력을 비롯한 각종 수단을 사용해서 상대의 의지를 강제하려고 하는 행위 또는 그 상태라 하고 평화는 인간집단 상호간에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조그마한 나라로 그마저도 집어삼키려는 북쪽과 대륙의 발판을 다지려는 바다건너 섬나라에 이르기까지  5000년의 시간동안 무수히 많은 침략을 당한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역사속에서도 영토를 둘러싼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국경의 정립이 미비하고 인류의 문명이 발전해가는 과정의 일부분이었던 전쟁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담보로한 희생으로 일구어진것이었으며 근대이후 사라져버릴것만 같았던 그것은 또다른 욕심과 분쟁으로 새로운 양상의 전쟁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20c 최고의 불운으로 기억되는 세계1차대전과 2차대전을 비롯하여 냉전시대의 부산물이었던 이념대립과 문화 종교의 첨예한 대립으로 그 아픔은 지금까지도 죽 이어지고 있었다.

 

전쟁은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을 수반한다. 하물며 아직 어리고 연약하기만 한 아이들에겐 전쟁의 상처는 깊을수밖에 없었다.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로 종전이 아닌 휴전인 우리나라는 표면적으로 아직 전쟁이 진행중인 나라중 하나이다. 하지만 식민지의 아픔과 6.25전쟁의 격랑기를 지낸 우리네 부모님들과 달리 직접 전쟁을 치르지 않은 우리들과 우리아이들은 전쟁의 고통을 모른채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를 망각한채 살아가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사라예보에서 암살된 1914년 여름 그것을 기화로 세계1차세계대전이 발발하고 2차대전과 베트남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이어 가장 최근의 이라크전쟁까지 우리 현대사속에서 발발한 전쟁을 직접 겪고 바라본 8명의 아이들의 생생함이 가득했던 일기를 통해 바라본 현대의 전쟁사에는 내일을 빼앗긴 어린 아이들의 절절한 절규가 가득했다.

 

굶주린 배를 쥐어잡고 내일을 기약할수 없는 공포가 조여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그들에겐 내일은 평화가 올것이라는 한줄기 희망만이 삶을 지탱해지는 버팀목이었다. 절반이 넘는 유대인들이 무고하게 죽어가고 아시아 전체를 전쟁의 공포에 밀어넣었던 일본의 영토 야욕의 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인류의 역사에 더이상의 전쟁은 없을것이라는 안도감도 잠시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냉전시대는 또다른 전쟁을 부르게 된다.

 

베트남 전쟁이 그것이었고 강대국의 정책에 휩쓸리며 하나의 영토 2개의 민족이 존립 영원한 분쟁거리로 남겨진 이슬라엘 팔레스타인 영토분쟁이 그것이었다.  피아노 레슨을 받고, 테니스를 배우고,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여느 아이들처럼 바쁘고 활기찬 나날을 보내던 열한 살 즐라타가 맞이한 전쟁에서도 12살의 평범한 독일소년 피테쿠르가 겪은 전쟁에서도 어떠한 이유로도 그것을 미화할만한 요인을 찾아볼수 없는 것이 전쟁이었다. 또한 마룻바닥을 사이에 두고 자신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독일인 장교를 머리에 이고 2년의 시간을 보낸 유대인 17명의 삶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못할 극도의 긴장된 시간이었음을 일기 곳곳에서 만날수 있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극한상황속에서도 창이 수용소에 수용된 실라의 눈에 비친 그곳사람들은 굶주림과 싸우고 질병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픈 사람을 돌보고, 음악회를 여는 모습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말해주고 있었고 잃어버린 나라의 국민인 팔레스타인으로 살아가는 메리의 노래는 희망을 잃지않으려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있기도 하다. 수많은 아이들을 고통으로 내모는 전쟁의 상처를 지금도 세계의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수 있는 이 현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하는걸까 가슴이 참으로 먹먹해오고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수 없는 전쟁이라는 무력항쟁이 사라진 평화로운 세상이 빨리 정착되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에서 온 전화 바우솔 작은 어린이 9
홍종의 지음, 심상정 그림 / 바우솔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첨단문명은 생활의 편리를 떠나 이제 인간의 생활을 통제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정성이 가득한 손글씨보다는 인쇄글씨에 친숙해가고 모든행동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올가미로 전락해버린 핸드폰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인간들의 관계마저도 너무 계산적으로 흘러가고 있는듯 정겨운 모습을 많이 잃어가고 있지 않나싶습니다. 

 

난다는 오늘도 바이올린 가방을 둘러메고 학원앞에 서있습니다. 왜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엄마의 성화에 떠밀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매일 똑같은 일정으로 학원순례를 하는 요즘아이들의 고단함이 그대로 배어나옵니다. 1년전 난다의 생각같은것은 무시한채 마치 둘만의 문제인냥 일말의 배려도 없이 이혼한 엄마 아빠는 여전히 난다의 마음을 헤아릴 생각조차 하지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잘지내지. 오늘은 어떤 좋은일이 있었을까 ? 라는 다정한 말대신 숙제 다했니? 학원갈시간이다. 여태 학원 안가고 있으면 어떻하니등 전화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는 따스함보다는 욕심과 의무감이 가득한채 한마디 한마디에 난다의 숨통을 조여오기만 합니다.

 

그렇게 난다의 생활을 통제하던 수단이었던 엄마의 휴대폰이 분실된날 난다는 행복한 일탈을 실천합니다. 거리를 구경하고 작은공원을 산책하며 가슴한켠 짓누르는 두려움을 애써 감춘체 엄마로부터 해방된 기분을 즐기고 있었던것입니다. 그순간 잃어버렸다던 엄마의 핸드폰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 그건 바로 숲에서 살고있는 아기 꽃뱀 꽃분이었습니다.

 

아주 앳된 목소리의 " 으응 나는 꽃분이라고 해 " 목에 패랭이꽃처럼 예쁜 꽃목걸이를 걸고있으며 비늘은 햇빛을 받으면 초록빛으로 빛이나며 아주 날씬하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꽃뱀의 전화는 외롭고 쓸쓸함에 가듭한 난다의 마음에 한줄기 빛을 찾아주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엄마가 그리웠고 자신이 부를때마다 달려와주는 엄마를 찾고 싶었던 난다 " 피곤해, 숙제했어, 아침은 간단하게 먹자 "등과 같이 메마르고 형식적인 아침이 아닌 슾속에서 전해주는 아름답고 희망이 가득한 아침의 소리를 찾고 싶어하는 난다는 꽃뱀에게서 자신만의 엄마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꽃뱀의 엄마인 나무와 풀 하늘과 바람 그리고 별과달을 엄마삼아 읽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고 이름에 어울리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난다를 보며 비로소 안도하게 됩니다. 1004번 버스를 쫓아 힘차게 달려가는 난다의 희망찬 모습을 통해 난 나의 아이들의 마음을  얼만큼 헤아리고 있는걸까 진지한 물음을 던지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