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클래식
박준용 지음 / 마고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끌려 책을 신청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600페이지에 이르는 만만찮은 두께를 자랑한다
일단 분량에 질려 며칠 동안 떠들어 보지도 않고 책상에 고이 모셔 놨다가 반납일에 닥쳐 할 수 없이 첫 장을 펼쳤다
생각보다는 술술 읽어졌다
음악이나 미술을 소개하는 책들이 다 그렇듯,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해석보다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치중해서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워낙 방대한 분량에 수많은 음악가와 연주 단체들을 소개하는지라 완독하려면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다

이 책의 미덕을 들자면 바흐와 헨델로 시작하는 바로크 음악부터 20세기 현대 음악까지 서양 음악의 전 역사를 훑고 있고, 서양음악의 탄생지인 유럽부터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지역의 공연 현황을 비교적 소상히 알려 준다는 데 있다
즉 이 책 한 권이면 어디 가서 아는 체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과 공연 소개에 열심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또 단점이 되기도 한다
덜 알려진 작품이나 오케스트라 등을 소개하는 건 좋은데 저자의 욕심이 워낙 크다 보니, 생전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이 수십장에 걸쳐 나오면 곧 흥미를 잃게 된다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곧 지루해질 것 같고, 오히려 음악에 조예가 있는 사람, 특히 각국의 교향악단이나 협주단 등에 관심있는 사람이 읽으면 훨씬 재밌을 것 같다
불행히도 나는 완전 초보자이기 때문에 꽤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서양 음악의 역사를 서술하고 2부에서는 각국의 음악 공연 단체들을 소개한다
바흐와 헨델을 비롯해 모짜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등의 유명한 음악가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지라 재밌게 읽었지만, 스트라빈스키나 쇤베르크 같은 현대 음악가들은 아무래도 흥미도가 떨어졌고, 2부에 등장하는 수많은 연주단체들을 읽을 때는 솔직히 지루했다
일단 각 단체들의 연주를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들은 클래식은 음반을 통한 것이 고작이라) 모두 다 비슷하게만 느껴졌다
집에 있는 클래식 음반들은 누구 작품인지 구별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누가 연주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했다
다만 카라얀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그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 하모닉 얘기가 나올 때는 반가웠다
아빠가 객석을 몇 년간 정기구독 한 적이 있어서 지휘자와 연주자들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주빈 메타, 번스타인, 제임스 골웨이 등등 한 번쯤은 읽어 본 적 있는 사람들이 쭉 나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독서도 마찬가지지만 음악 역시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관심을 갖고 함께 듣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가수 신화가 히트친 노래 중에 내가 무척 즐겨 듣는 멜로디가 있었다
귀에 꽂히는 게 무척 인상적이고 대중 가요답지 않게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에서 따온 리듬이라고 한다
클래식이라면 지루하고 따분한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부터 클래식도 관심만 가지면 대중 가요처럼 쉽게 들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또 언젠가 라디오에서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피아노곡이 흘러 나와 가슴이 뭉클한 적이 있었는데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라는 걸 알았다
얼마 전에는 비발디의 사계를 전곡 다 들었는데 흔히 알고 있는 부분 말고도 주옥 같이 아름다운 선율이 많은 걸 알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왜 비발디의 사계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곡인지 알게 됐다
결국 어렵다는 선입견이 클래식에 대한 접근을 막는 것이다

지금은 "클래식 100선"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파는 음반들을 듣고 있는데, 귀가 좀 트이면 누가 연주했는지에 관심을 갖고 찾아서 듣고 싶다
클래식에 관한 책을 읽는 것도 관심을 유발시키는 좋은 방법 같다
특히 줄거리가 있는 오페라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책이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책도 책이지만 직접 공연장 가서 듣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지방에 있기 때문에 유명 공연을 들을 기회가 적지만 꼭 유명한 단체가 아니라 해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의외로 많은 연주들이 공연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에도 무명 연주자나 작곡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데 결국 음악이란 생활의 작은 기쁨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영화 보러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공연을 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오늘부터는 지방 신문을 들고 문화면을 열심히 살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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