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연금술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2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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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많지 않은 분량에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맞다. 분량도 많지 않고 가볍게 읽었다. 하지만 그 가볍게 읽은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짧은 글들에 깊은 의미나 생각을 담아냈을 경우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때로는 읽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생각에 잠기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의미를 찾게 된다. 그리고 가슴속으로 하나씩 그 의미가 파고들고 강한 여운을 남긴다.  

 

 서문 역할을 하는 ‘세 가지 진실’을 제외하고 모두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가 있다. 각각의 분량이 다르다. 한 쪽으로 끝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짧은 단편소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읽으면서 순간 섬뜩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의미를 찾기 위해 고민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은 정확한 의미를 파악 못해 이리저리 궁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작가가 이야기 속에 실어내는 의미에 손바닥을 딱 치기도 한다. 물론 살짝 미소를 지을 때도 있다.  

 

 첫 이야기 <찾는 자>부터 생각에 잠기게 한다. ‘찾는 자’로 불리던 남자가 묘지에 쓰여 있는 짧은 기간에 가슴 아파할 때 그 기간의 진실을 알려주는 순간 삶 속의 행복함을 다시 생각한다. 현명한 왕이 되는 과정 속에 느끼는 공포와 평온함을 다룬 <두려운 적>을 지나 <후안 신피에르나스>에 오면 마지막 대사에 섬뜩함을 느끼고, 소통부재의 상황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두렵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 숨겨진 집착을 벗어나 가볍게 고개를 돌리면 평안한 해결책이 보이는 <깨달음>, <이야기 속 이야기>는 대화 속에 그 의미를 담아내고, <탐욕>에선 자기기만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 수 있다.  

 <오로지 사랑만을 위하여>와 <너>는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삶 속에서 우리가 지고 가는 무거움과 힘겨움이 느껴지는 <장애물>을 지나 최악의 상황에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의 결실을 말하는 <아이들만 있었다>을 만나고 현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찰나>를 생각한다. 우물들의 경쟁과 은유를 통해 내면의 가치를 새롭게 보여주고, <주정뱅이의 논리>에서 웃음을 짓는다. <사소한 자전적 이야기>에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린 한 남자를 통해 주체성과 정체성을 생각하고, 분노의 옷자락 뒤에 숨은 슬픔을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편지 속에 자신의 복잡한 감정과 현실을 드러내고, <꿈>을 통해 환상을 보여주고, <전사>의 예상하지 못한 신전 이야기는 바람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현대인이 시계의 노예가 된 상황을 <반란>으로 표현하고, 각 개인의 영혼 속에 숨겨진 가능성을 노래하고, 한 남자의 부고를 통해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면서 <숲 속 어느 곳>에 있었던 전설과 이야기를 통해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이야기들을 생각해본다. 읽을 당시 느꼈던 감정이 살아나기도 하고, 잘 몰랐던 의미가 조금씩 윤곽이 잡히기도 한다. 사랑, 꿈, 명상, 행복 등을 노래하는 이 짧은 글 속에서 예전에 알았지만 잊고 있던 감정과 감성을 일깨우고, 다시 생각한다. 삭막해지고 삶이 공허해질 때 이런 책 한 권은 삶을 돌아보고 잔잔한 기쁨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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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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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7일 동안 남자 고등학교 기숙사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네 소년들의 가슴속에 담겨있던 아픔과 그리움과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연말을 앞두고 기숙사에 남은 그 소년들의 이유와 청춘을 보게 된다. 비록 나이는 많지 않지만 그 추억 속에 남아있는 기억들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 아픔을 친구들과 보낸 며칠에 담아내는 작가의 필력에 역시 라는 생각을 한다.  

 네버랜드. 이 단어를 생각하면 피터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아이들의 땅. 이 소설 속 소년들도 어쩌면 그런 곳을 꿈꾸는지 모른다. 아니 빨리 성장하길 바랄 것이다. 어린 시절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에 짓눌려 있는 그들이기에 그 시기를 잊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길 과연 원하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어른이 되어,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는 모습에 그들이 반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나 어린 시절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나쁜 기억에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소년들의 기억은 좀 심하다. 아버지의 정부에게 유괴 당하거나, 자신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자살하거나, 아버지의 본부인에게 강간을 당하곤 한 것이다. 어느 순간 잊고 있던 그 기억이 떠오르며 자신을 괴롭힐 때 그 사실을 털어놓고 투정부리고 나서 약간의 평온을 얻는다. 나만 힘든 경험을 한 것이 아니라는 연대감인지도 모르겠다. 여기 이 소설에 나오는 소년들은 그 어렵고 힘든 시기를 뚫고 올바르게 커왔지 않은가! 물론 어느 정도 삐뚤어질거야! 하는 마음이 깔려있기는 하겠지만 그 며칠 동안 함께한 시간 때문인지 많은 부분을 털어내지 않았을까 한다.  

 작가 후기를 읽다보니 재미있는 말이 나온다. 학교도 아이도 싫어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온다 리쿠의 소설 중 학교와 아이를 배경으로 한 것이 더 재미있다. 아마 현실적이지 못하고 그 시기의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청춘. 남자 기숙사 경험을 가진 사람의 경험담이 아름답지 못하다하여 참조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에 감수성 가득한 판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 가끔은 현실을 벗어나 힘겹게 지나온 시기의 아름다운 포장에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너무 심하거나 너무 비현실적이라면 물론 거부감이 생기기는 하겠지만.  

 얼마 전 읽은 <유지니아>의 묘한 분위기와 혼란스러운 느낌을 생각하면서 이 소설도 그런 경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깔끔하게 잘라낸 장면 전환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쉽게 읽힌다. 그녀의 강점이 잘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아쉬움도 있다.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 얕은 곳에 머물러 생각의 여지를 좁혀놓은 것이다. 대립과 갈등보다 이야기와 아픈 과거와 현재의 즐거움에 더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기는 더 좋았다. 초반에 벌어진 하나의 사건이나 아이들의 숨겨진 비밀을 두고 미스터리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역시 청춘소설로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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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과 옌
판위 지음, 이정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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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소녀와 한 여인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뛰어난 실력으로 월반을 하여 일찍 대학에 입학한 소녀 밍에게 우연히 다가온 여인 밍의 만남과 그리움을 담고 있다. 단순하게 두 여자의 사랑과 우정으로 읽을 수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현실과 시대의 풍경은 그 단순함을 뛰어넘었다.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진 밍의 감정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욕망이 잘 나타나 있다.  

 

 밍의 회상으로 시작하여 그리움으로 마무리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런 부분은 나의 감성과 남자라는 이유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지만 그 시대와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점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한다. 예전 읽었던 중국 소설에서 본 중국의 풍경이 이 소설에선 잘 나타나지 않는데 그것은 아마도 다른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쓴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이 다루어진 시기가 90년대임을 생각하면 이제 막 변화의 물결이 중국을 뒤덮으려 시기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밍의 시점으로 이야기한다. 회상이란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월반을 할 정도로 똑똑하지만 아직 여인으로 성숙하지 못한 밍에게 마오 옌의 등장은 충격이다. 아름다운 옌과 그녀를 둘러싼 사건과 소문은 시골에서 공부만 한 밍에게 때로는 역겹고 어리둥절하고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옌과 친해지고 그녀의 삶 속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 그 혼란은 더 복잡해지고, 그녀에 대한 밍의 감정은 더욱 성숙해진다.   

 

 밍과 옌의 만남을 보면 야릇한 분위기를 많이 풍긴다. 동성애의 기운을 살짝 깔아두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과 우정은 이런 것이 아니다. 소수민족 묘족인 옌이 자신이 살던 곳으로 떠나 당시 광동성 최고 도시인 선전에 안착하려는 욕망을 가진 것은 당연하다. 그녀뿐만 아니라 대학생 모두가 그런 희망을 가지고 학교에 다녔기 때문이다. 책 후반에 이 도시에 거주하기 위해 남자를 찬 여장와 이런 그녀를 찌른 남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그 열망과 감정의 깊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삶을 바라보던 두 여자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이 가지지 못한 감정과 동경을 드러내준다.  

 

 밍과 옌이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면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다른 재미를 준다. 여자 기숙사로 찾아와 방송으로 방문을 알리는 모습이나 숲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나 성에 대한 무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에선 불과 십수년 전 중국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빠르게 바뀌었는지 알게 된다. 그것은 뒷부분에 동성애자를 보는 시각이 바뀐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기에서 소설을 읽으면서 예감했던 하나가 사실로 밝혀져 살짝 웃음을 짓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밍에게 작가의 모습이 어느 정도 투사된 것인지 궁금했다. 어느 정도 그녀의 경험이 다루어 있는지와 그녀가 읽은 책들의 목록과 재미가 있었다는 부분에선 부럽기도 했다. 나 자신이 읽으면서 간혹 재미를 느끼기는 했지만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소녀가 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과거 나의 성장을 되짚어본다. 그 시절은 분명 지금과 달랐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부모 세대로 동일하게 겪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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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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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엄청 두꺼운 책이다. 아주 힘들게 읽었다. 어렵거나 지루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1800쪽이 넘는 분량 때문이다. 단숨에 읽기엔 너무나도 분량이 많다. 하지만 끊임없이 사람을 잡아당기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약속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며칠 전에 끝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게 때문에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도 없었다. 가끔 전철에서 이 책을 들고 읽다보면 재미에 빠져 무게를 잃기도 하지만 지하철 문을 나서는 순간 팔에 경련이 온다. 그래도 다시 손에 든다.  

 

 워런 버핏. 사실 잘 모른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누군지 보여줄 때 그의 이름을 알았다. 증권투자가라는 것과 얼마 전 엄청난 금액을 기부했다는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다. 하나 더 꼽는다면 그가 한 말 때문에 주가가 엄청나게 폭등했다는 것도 있다. 이 정보 때문에 사실 버핏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엄청난 재산을 기부한 사실보다 나쁘게 언론에서 흘러나온 정보가 그의 이미지를 흐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무지가 언론에서 나오고 확대 생산된 정보를 믿게 만들었다.  

 

 1800쪽이 넘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서평을 쓴다는 것은 나의 능력 밖이다. 너무나도 많은 정보가 역사가 담겨 있어 단숨에 파악되지 않는다. 증권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가 걸어온 길을 연대순으로 보여주는데 읽다보면 그의 철학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돈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삶을 보면서 나와 다른 그의 삶이 결코 부럽지는 않지만 평생을 걸쳐 모은 재산을 기부하거나 검소한 삶을 사는 모습에선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집중력과 열정이다. 그리고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고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나 한탕주의를 노리지 않는 평정심에선 놀랍기 그지없다.   

 

 그의 업적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는 역시 ‘사람들이 어째서 자기 눈앞에 뻔히 보이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1권 276쪽)는 대목이다. 초창기에 그레이엄의 안전마진을 배우고, 이를 실무에서 적용하는 부문에서 시작된 그의 성공이 단순히 운이 좋았다거나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라는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시장의 흐름과 변화에 순응하면서 결코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단기 목표가 아닌 장기 목표를 가지고 투자한다. 그가 나 같이 주식에 무식한 사람도 투자의 기본으로 알고 있는 것을 철저하게 지키고, 매일 신문과 정보지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정보를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IT버블의 위험을 피하고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이어나가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의 삶에서 돈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내인 수지다. 주식시장의 제왕이었던 그가 전적으로 의지하고 기대었던 그녀와의 결혼이 결코 평범한 모습은 아니었다. 자신이 정열을 바친 돈에 대한 사랑을 조금만 쪼개어 아내를 비롯한 가족에게 주었다면 많은 부분에서 다른 삶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각자 다른 사람들과 살면서도 이혼을 하지 않은 것이나 버핏의 거대한 부를 자선과 기부를 통해 다른 삶을 산 수지를 보면서 이 두 사람의 결합이 각자에게 최선의 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수지의 행적과 금욕적인 부분이 있는 버핏의 삶에서 기부와 자선 행위의 중요성을 다시 배운다. 특히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급식표를 나누어 주면 끊임없이 의존 관계가 되풀이될 뿐인데 이렇게 할 필요가 있냐고 하면서 자신의 자식들에게 평생 먹고 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비판하는 부분에선 순간 뜨끔하였고 부자들의 이런 말 뒤에 숨겨진 본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부의 대물림이 그가 말한 ‘난소 로또’와 연관되면 그들이 부자로 살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하게 노력하지 않거나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또한 부자들이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하나의 변명에 불과하다.  

 

 수많은 에피소드가 나오고, 기록적인 인수와 실적이 나오지만 역시 인상적인 것은 평범한 이야기들에 있다. 젊었을 때 재무 관련 조언을 최고로 잘 했을 때는 듣지 않던 사람들이 부자가 된 지금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도 그 속에서 위대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에선 우리가 얼마나 명성과 권위에 눈과 귀를 가리고 사는 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워런 버핏이 이룬 거대한 부와 업적들이 단순히 그만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가 일에 몰두하게 뒤에서 받쳐준 수지와 그에게 평생의 철학이 된 안전마진을 가르쳐준 그레이엄이나 그의 수제자들이자 친한 친구들과 새롭게 증권시장을 보는데 도움을 준 찰리 멍거와 그를 믿고 초기에 자산을 맡긴 투자가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그가 있은 것이다. 열정과 집중력과 더불어 하나의 철학을 갈고 닦으면서 최선을 다해 최상의 길을 찾아온 그의 행적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느끼고,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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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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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이렇게 11문자가 이 소설의 제목이자 단서다. 원작의 제목도 11문자 살인인 것을 보면 번역에도 신경을 쓴 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다. 1987년 작품이다. 최근 작품들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다. 자신만의 특징을 아직 살려내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군살 없고 간결한 진행은 보이지만 깊이가 느껴지지 않아 약간 아쉽다.  

 

 한 남자가 죽었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예감이 현실로 바뀌고 또 다른 한 사람이 죽는다. 처음 죽은 남자가 이 소설의 탐정 역할을 하는 여성 추리작가의 남자 애인이고, 다음에 죽은 인물이 그와 함께 일했던 여성 편집자다. 그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왜 그들은 죽어야 했을까? 이 사건을 뒤쫓다 만나게 되는 사건이 있으니 1년 전 요트 여행을 함께 갔다는 점이다. 그 여행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한 남자 다케모토 유키히로가 죽었다. 근데 이상한 것은 그가 수영을 잘한다는 점이다. 그 사고의 뒷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그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 중 나머지는 어떻게 될까?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알게 모르게 한 작가의 작품에서 다른 작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 흔적들을 희미하게 느끼게 된다. 이 소설도 그런 흔적들이 곳곳에 보이면서 비교적 쉽게 범인을 찾아내었다. 너무 단순하고 쉽게 드러나는 단서들이 범인을 지적하는데 편하게 만들었다. 동기도 범인도 쉽게 알았지만 그 사고에 대한 사실은 독자가 알 수 없다. 그것만은 작가의 전유물이니 마지막까지 숨겨져 있다. 헌데 그 마지막까지 숨겨둔 내막이 개운하지 못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처럼 빠르게 잘 읽힌다. 대단히 많은 작품을 쏟아내는 작가인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보지 못한 작품이 많다. 본 작품들도 들쑥날쑥한데 계속 그의 소설에 눈길이 가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이 게이고 팬인 모양이다. 아직 많은 작품도, 그의 대표작도 읽지 않아(나오키 상 수상작은 제외) 기대치가 남아있지만 최근에 본 몇 작품은 조금 힘이 빠지게 한다.   

 

 추리소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과연 살의라는 설정이 연쇄살인으로 이어질 정도라면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그 속에 담긴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과 악의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푼돈 때문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현실도 있지만 대부분 우발적인 상황임을 생각하면 그 준비와 실행은 어떤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책을 읽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흔적도 조금 보여 잠시 향수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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