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귀
문화류씨 지음 / 북오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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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귀는 개인적으로 낯선 이름이다.

책을 다 읽은 후 작가 후기에서 창귀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더 알고 싶어 창귀를 검색하니 놀랍게도 노래 제목도 있다.

창귀의 두 가지 뜻 중에서 작가는 당연히 첫 번째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혼을 의미한다.

이 혼들은 호랑이가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는데 이것이 한 가문의 비극과 이어져 있다.

이런 내용을 모른 채 읽다 보니 왜 죽은 이들이 앞잡이로 변한 것인지 잘 몰랐다.

왠지 모르게 어색한 설정과 서늘한 공포가 어우러져 있는데 상당히 몰입도가 높다.

왜 그렇게 한 집안 사람들에게 집착하는지 알려줄 때 고개를 끄덕인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곡동은 가상의 마을이다.

이 마을을 오랫동안 지켜온 선녀란 존재가 있어 큰 위험을 피해왔다.

선녀는 류씨 가문이 비극의 원흉이라고 말한다.

류씨 가문의 장남 류덕현은 많은 선행을 베푸는 인물이다.

그럼 다른 사람일까? 그러다 류덕현의 장남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이가 실종된 사건은 몸통은 사라지고 머리만 남은 채 발견된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첫 대목에서 일어나는데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경찰은 사건을 수사하지만 쉽게 범인을 단정할 수 없다.

이때는 1971년이고, 아직 경찰은 필요에 의해 범인을 조작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류덕현의 동생 덕삼네 아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라진 아이는 죽은 사촌 형이 불러서 나갔다고 한다.

죽은 귀신이 불렀다고 하는데 이것이 창귀란 것을 이때는 몰랐다.

아들의 죽음과 친일했던 아버지의 유산이 형에게 더 갔을 것이란 의심이 자란다.

형님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한 저택에서 머물면서 살게 해주는 돈이 거기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환자들이 죽은 아이들을 먹고 건강해졌다고 생각한다.

흔들린 이성과 탐욕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게 한다.

이 연속적인 괴이한 살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류덕현은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경찰은 엉뚱한 사람만 범인으로 확정한 채 다른 살인으로 이어진다.

이제 이야기는 90년대로 넘어와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용일은 엄마가 집을 떠나고, 술에 절어 사는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살았다.

그런 어느 날 아버지가 엄마의 소식을 들었다고 하면서 용일을 끌고 나간다.

택시를 타고 간 곳은 산 속이고,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절벽 끝에 선 아버지를 밀어 죽일까 하는 욕망이 가슴 한 곳에서 피어오른다.

이 살인을 실행하기 전 나타난 스님이 엄마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함께 걸어가는 스님을 발걸음이 너무나도 가볍다.

용일은 힘들게 쫓아가는데 아버지는 용일에게 도망치라고 말한다.

엄마를 만나는 것을 방해하려는 듯해 더 열심히 스님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창귀들을 만나고, 그들이 바라는 바를 외친다.

청강 류씨 가문 사람 백 명을 먹으면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들이 마지막 두 명이라고 하는데 무시무시한 일이다.


용일과 아버지는 창귀들과 싸우지만 수많은 창귀를 이길 수는 없다.

이때 복면을 쓴 사람이 나타나 이들을 도와주지만 중과부적이다

용일만 살아 달아나는데 이 인물의 정체가 의외의 인물이다.

그리고 수련과 의심의 연속이 이어지고, 인간의 연약한 마음은 또 문제를 일으킨다.

공포 소설의 공식 속에 인간들의 탐욕과 속성을 집어넣었다.

과거의 악연을 현재와 엮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약간 어색한 부분이 있다.

좀더 분량을 늘이고, 사연을 강화했다면 더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 같다.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욕심에 사로잡힌 모습에 집중”했다 부분에서는 고개들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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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들남 공포 이야기
괴들남(김성덕) 지음 / 북오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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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코비엣TV의 <당신이 찾던 무서운 이야기>를 읽었다.

이번 책도 비슷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괴들남이 유튜버 채널 이름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개인적으로 공포 유튜브는 보지 않기에 전혀 모르는 이름이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괴들남을 검색하면 이미 나온 책들이 보인다.

가끔 이렇게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를 만나면 반갑고, 시야가 확장된다.

기본적으로 애청자들이 보낸 제보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미공개와 독자 제보 스토리로 나누었다.

괴들남 구독자라면 미공개 사연이 주는 재미가 상당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독자 제보 사연들이다 보니 비슷한 전개다.

독자의 신상 소개와 자신이 겪은 괴담을 먼저 풀어낸다.

귀신 등을 만난 독자는 무속이나 종교인의 힘을 빌려 귀신에서 벗어난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딘가에서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 어딘가에서 보거나 듣거나 내가 경험한 듯한 느낌 때문이다.

제보 사연들도 오랜 공포 소설 독서 때문인지 그렇게 서늘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첫 사연인 <괴기스런 마을>의 경우는 비약이 심하다.

<수상한 가죽책>의 경우는 제목에서 그 가족의 정체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몇 편의 경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라 놀랐다.


<고시텔 무료 식사>와 <마트 무경력 직원>이 대표적이다.

<고시텔 무료 식사>와 비슷한 이야기도 있는데 바로 <배달 리뷰 이벤트>다.

이 두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제사 음식이란 것이다.

제사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생긴 괴이한 일들은 살짝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단순한 제사 음식이라면 생각보다 주변에서 자주 얻어먹었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사연을 더 보강했다면 더 서늘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트 무경력 직원>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제보자가 뽑은 직원의 능력을 생각하면 이 직원의 다양한 활약도 가능할 것 같다.

실화라는 제보는 이 직원을 만난 다른 사람의 제보도 가능할 것 같다.

아니면 능력 좋은 소설가가 이 직원의 능력을 부각한 소설도 가능할 것 같다.


읽다 보면 낯익은 사연이란 생각이 들지만 가끔 서늘하게 다가온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내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경험 때문이다.

실체가 없는데 괜히 헛것을 본 듯한 기분을 예전에 자주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무서운 영화나 소설 등을 읽고 난 뒤는 더 심했다.

어쩌면 수많은 독자의 제보 같은 경험을 했는데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보한 독자들 같은 심한 경험을 하지 않아 기억에서 삭제된 것인지 모른다.

이전에도 이런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사연이 너무 많아 공포감이 약해졌다.

좀더 세밀하게 사연을 풀어내었다면 더 무섭지 않았을까?

<결혼식에 찾아온 남자>의 신입사원은 다른 의미로 서늘했는데 유튜브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이렇게 소설로 만나다 보니 실제 유튜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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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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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천재 sf 작가와 일본 서점 대상 후보작이란 말에 혹했다.

읽기 전에 이 연작 소설집을 sf단편집 정도로 생각했다.

최근 sf 소설의 경우 제목만으로 sf 소설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런데 첫 단편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혼란이 생겼다.

자신이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구직과 연결해서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이것과 이어지는 또 다른 소설은 <수상 에세이>다.

자신의 소설 창작 방법과 신용 카드 도용을 재밌게 엮었다.

<수상 에세이>를 읽으면서 한국인들도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원하는 카드사 담당을 힘들게 연결하는 장면 때문이다.


<3월 10일>은 2011년 3월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친구들과 스키를 타러 가기로 했는데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취소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전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3월 10일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 기억을 되찾는 과정을 풀어내는데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서로의 기억이 뒤틀리고, 왜곡된 채로 이어진다.

현대 기계와 하나의 단서가 잊었던 기억을 되살리는데 나는 왜 마들렌 생각이 더 날까?

어쩌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아직 시작도 못한 나의 행동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소설가의 본보기>는 점성술사와 엮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내를 꼬시기 위해 소설가 오가와를 이용한 친구.

이 친구의 아내가 유명 점성술사의 예언에 따라 회사를 그만 두고 소설가가 되려고 한다.

이것을 막기 위해 친구와 소설가는 녹음기로 상담을 녹음한다.

점쟁이들이 이용한다는 콜드리딩을 하나씩 파헤치는 장면은 상당히 논리적이다.

하지만 능력 있는 점성술사는 교묘한 방식으로 이것을 피한다.

결국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에 쓸 목적으로 이 상담에 참여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둘의 공감과 공명, 이런 의견보다 더 앞선 의지에 대한 지적이다.


표제작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는 폰지 사기 이야기다.

소설가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아가는 그에게 친구가 메시지를 보낸다.

학창 시절 그를 좋아하게 된 순간의 에피소드도 간단하게 나온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동창회에서 듣게 되는 그의 현황 이야기다.

상당한 자산을 굴리는 투자가가 되었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듯하다.

인스타에 팔로우도 많고, 유료 블로그를 통해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려준 금융권 친구도, 화자도 이 친구에게 투자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리고 화자는 이 친구에 대한 검색을 미친 듯이 하기 시작한다.

결국 드러나는 사실과 화자의 상상력이 결합된 마지막 장면은 여운을 남긴다.


<가짜>에서도 이전에 나온 친구들이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친구들의 고등학교 일화를 만화로 그리는 만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냥 평범한 만화가라면 이야기가 되지 않겠지만 파헤칠수록 수상한 점이 많다.

처음에는 친구가 알려준 가짜 롤렉스 시계 이야기인데 그에게는 낯선 분야다.

가짜 시계를 구분하는 법을 배운 후 다시 만났을 때는 다른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가짜 시계를 차고 있었던 일들에 대한 만화를 그렸는데 뭔가 수상하다.

이 만화가에 대한 안티도 상당히 많은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긴다.

화자가 이 만화가를 만나 한 이야기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바뀌어 나온 것이다.

이 이야기 중 미스터리에 대한 부분은 공감할 부분이 많다.

이 작가의 단편이 기대한 sf 소설은 아니지만 구성과 전개 등이 굉장히 흥미롭다.

출간된 작품이 몇 편 되지 않는데 언제 시간내어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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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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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원제는 주인공이 늦은 밤 찾아가는 ‘키친 상야등’이다.

생각한 것과 다른 방식의 구성과 전개인데 상당히 좋다.

<심야식당>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저녁 9시에서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이 곳은 힘든 주인공이 찾아가는 식당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 미모사는 자신이 원해서 점장이 된 것이 아니다.

점장이란 갑옷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데 아직 서툴고 힘들다.

그녀가 이 식당까지 오게 된 데는 사는 곳에서 화재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 집 주인이 깨워주지 않았다면 어떤 사고가 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사고로 그녀는 쉴 곳이 사라져 한때 회사 기숙사였던 곳으로 옮겼다.

이곳에서 그녀는 잠시 새로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늦은 밤 누구라도 오고 싶은 곳이 키친 상야등이다.

창고 관리인 가네다 씨가 알려준 곳에 와서 처음 맛본 음식은 그녀의 피로를 녹여준다.

프랑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곳을 막차 놓친 직장인들이 주로 찾아온다.

손님들 중 일부는 프랑스 요리 이름을 말해도 자신들이 아는 이름으로 주문한다.

늦은 밤 이곳에서 술과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다시 회사로 출근한다.

맛있는 음식은 피곤한 몸을 녹여주고, 걱정을 풀어준다.

원하지 않는 점장이 되어 패밀리 레스토랑을 힘들게 운영하는 미모사의 쉼터가 된다.

하지만 결코 싸지 않은 듯한 음식은 얇은 지갑의 미모사에게 자주 오기 힘든 곳이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키친 상야등을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곳에 자주 오고, 셰프와 점원과 친해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대화와 키친 상야등을 통해 미모사도 조금씩 성장한다.


미모사의 성장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천천히 자신이 느끼고 본 것을 매장에 조금씩 적용시킨다.

키친 상야등이 손님에게 주는 편안함과 서비스 방법도 그녀를 일깨운다.

매출이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이지만 정규직은 단 둘밖에 없는 지점이다.

아르바이트에 절대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고, 비용 등도 신경써야한다.

부엌에 있는 연상의 직원이 부담스러워 제대로 말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시선은 좁아지고, 다른 사람 탓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손님들의 태도도 상당히 문제 많다.

점장이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하대하는 일이 생긴다.

점장의 갑옷이 그녀를 지켜주지만 그 무게를 점점 그녀의 삶을 짓누른다.

이 갑옷을 벗고 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대처하는 점장으로 그녀는 성장한다.


식당을 무대로 한 이야기이다 보니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이 나온다.

읽다 보면 맛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아 아쉽지만 미모사의 반응에 나도 입맛을 다신다.

프렌치 비스트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춘 식당이다 보니 낯선 부분도 많다.

개인적으로 셰프 케이가 한 손님을 위해 매일 만드는 스프를 맛보고 싶다.

예전에 뷔페에 가면 가장 먼저 스프를 떠와 맛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는 맛인 어린 양고기 요리는 읽으면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음식과 사연이 섞이고, 이 음식에 위안을 얻은 사람들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소설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억지로 위로를 주려는 장면이나 대사가 없다는 것이다.

힘든 사람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이 식당의 반전은 새벽 일찍 오는 손님들을 위한 예상하지 못한 음식들이다.

후속편들도 나왔다고 하니 빨리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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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식탁
설재인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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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설재인의 소설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하니 아니다.

겨우 몇 권 정도 읽었고,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많이 보인다.

작년의 경우에는 한 권도 읽지 않았다.

그 사이에 출간된 책들은 몇 권이나 된다.

이전 소설을 재밌게 읽어 기억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데 많이 놓쳤다.

이번에 나온 책을 보고 반가웠고, 운 좋게 기회가 되어 읽었다.

독특한 구조의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다.

재밌는 부분은 레스토랑 주인에게만 들리는 미미의 존재다.

미미를 외부의 무엇인가로 봐야 할지, 아니면 나의 또 다른 자아로 봐야 할지


책 앞에 뱅상 식탁의 내부 구조도가 나온다.

평소처럼 힐끗 보고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유심히 쳐다봤다.

한 테이블에는 두 명만 앉을 수 있고, 나란히 앉아야 한다.

네 개의 테이블은 격리되어 있고, 다른 테이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주방에서 주인은 이 대화를 모두 들을 수 있다.

혼자 요리하고, 서빙하고, 운영하는데 100% 예약제다.

들어온 손님은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독특한 컨셉 때문에 이 식당은 예약하기 상당히 힘들고 인기도 있다.

음식 맛은 전문 요리사 출신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왜 이런 이상한 구조와 설정을 한 것일까?

그런데 이 구조가 실제 작가가 스무 살에 가봤던 레스토랑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각 테이블마다 두 명씩, 모두 여덟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불륜인 듯한 장년 커플, 모녀, 비슷한 외모의 여성 둘, 젊은 여성 둘.

간단한 나의 인상을 먼저 풀어내고, 각 테이블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속내를 숨기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격리된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하나씩 흘러나오는 각 테이블마다의 사연은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하다.

이 거짓을 벗겨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식당 주인이 쏜 총 소리다.

각 테이블마다 단 한 명만 살려주고, 선택은 각 테이블에서 해야 한다.

시간은 10분, 이제 각 테이블은 서로 살기 위해 위선을 벗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 또한 거짓과 꼼수, 폭력 등이 엮여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연출한 식당 주인은 복권 당첨으로 이 식당을 차렸다.

복권 당첨과 식당의 컨셉은 그에게만 들리는 미미라는 존재가 알려줬다.

짧게 나온 그의 과거사는 음침함 때문에 학폭 등의 폭력에서 빗겨나 있었다.

그의 군 에피소드 하나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외롭게 살아온 그에게 미미는 유일한 친구이자 동반자다.

이 계획도 미미가 요청한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사람을 총으로 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이런 허점을 파고 드는 손님도 나오고, 미미 대신 또 다른 존재도 나타난다.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혼란은 가중된다.

이런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인강의 악한 마음과 간사함, 위선은 아주 직설적이다.


이 네 쌍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관계와 속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교장으로 은퇴한 교사는 같은 소설 수업의 여성을 유혹한다.

닮지 않은 모녀의 억압적인 관계는 다른 탈출구를 생각한다.

학창 시절 갑을 관계가 자식들로 넘어오면 그 위치가 바뀐다.

직장의 선후배 사이는 학력과 업무 등이 엮이면서 뒤틀린 관계가 드러난다.

작은 지방 소도시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한두 다리만 건너면 알 수 있다.

이런 관계들이 극한 상황에서 각자의 본성과 속내를 드러내게 한다.

누군가는 억눌렸던 폭력을, 누군가는 폭언을, 거짓말을 토해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또 한 번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조금 더 이야기를 확장해서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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