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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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시즈코상>의 개정판이다.

출판사도 바뀌었고, 번역자도 바뀌었다.

사노 요코가 암 선고를 받은 후 잡지에 연재한 것을 모아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의 첫 한국 번역판은 2010년 4월에 나왔고, 작가는 동년 11월에 별세했다.

사노 요코의 책들을 몇 년 전부터 읽었지만 자주 이 사실을 까먹는다.

출간된 목록을 검색하다 보면 내가 읽은 책들은 대부분 사후 출간된 것들이다.

이번 이 에세이를 통해 이 작가의 다른 에세이에 더 관심이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더 읽고 싶은 데 그 이유는 너무나도 솔직한 고백 때문이다.


네 살 즈음 요코가 엄마의 손을 잡았는데 엄마가 혀를 차면서 손을 뿌리쳤다.

이 경험이 두 번 다시 엄마 손을 잡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녀와 엄마 시즈코 상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도쿄대 출신 아버지, 2차 대전 당시 중국에서 유복하게 살았던 시절 이야기.

패망과 함께 귀국하면서 경험했던 일들과 오빠와 남동생의 죽음.

오빠가 죽었을 때 망연자실한 엄마의 모습과 다른 남동생이 죽었을 때 대비되는 모습.

일곱 명을 낳았지만 네 명만 살아 남았는데 장녀가 사노 요코다.

그녀가 엄마 밑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가 <오싱>과 비교한 부분이다.

<오싱>의 주인공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엄마의 폭언과 폭행은 그녀가 자라는 동안 멈추지 않는다.

시골에 살 때 물통을 채우는 일을 게을리하면 바로 구타로 이어진다.

귀환 후 풍족하지 못한 살림에도 엄마의 근검 절약하는 모습과 깔끔함은 집을 안정적이게 한다.

엄마의 뛰어난 요리 실력은 몇 십년이 지난 후에도 친구들이 말할 정도다.

하지만 사노 요코와 그 여동생들은 집이 한 번도 그리운 적이 없는 삶을 살았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그 삶이 더욱 깊숙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세 딸은 각자 다른 성격과 행동으로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본다.

각자의 삶 때문에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는데 이때 그녀들의 눈치는 요코의 아들보다 못하다.

아니 어쩌면 딸들이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와 저녁에 싸우지만 속궁합이 좋았을 것이란 작가의 생각.

일곱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녀가 가장 정을 둔 오빠의 죽음과 진솔한 속내.

자라면서, 성인이 된 후에도 그녀에게 엄마는 불편하고 용서할 수 없는 존재다.

이런 엄마이지만 아버지 사후에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네 명을 모두 대학에 보낸다.

지금보다 더 대학가기가 어려운 시절임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괴롭혀왔다.

이것이 해소되는 계기가 엄마의 치매라는 것은 재밌는 대목이다.

자기 집에서 며느리에게 쫓겨난 엄마, 자업자득이란 생각까지 한 작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 튀어나온 “미안해요”란 표현과 “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란 엄마의 말.

그러다 갑자가 누군가에게 용서받았다고 느끼고, 온 세상이 다른 모습으로 온화해졌다고 느낀다.

이때부터 그녀가 치매에 걸린 엄마를 찾아가는 것이 편해졌다고 한다.


읽다 보면 내내 시즈코상에 대한 험담으로 가득하다.

좋은 이야기도 나오지만 결국은 허세와 거짓으로 가득한 장면들만 기억에 남는다.

작가가 경험한 일들과 엄마와 엮인 이야기들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자매들이 어떻게 엄마를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들은 성격에 따라 갈린다.

유명 작가인 요코가 엄마의 비싼 요양원 비용을 내고 말하는 대목은 너무 인상적이다.

엄마를 돈으로 버렸다는 그 말은 너무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런 그녀도 이미 환갑을 지났고, 치매에 걸린 엄마에게 이 말은 한다.

늙은 부모님과 젊지만 늙은 자식의 모습은 이제 결코 낯설지 않다.

부제인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는 극적 화해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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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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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은 낯설다.

출간된 책은 생각보다 많지만 번역은 두 권만 보인다.

부제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에 끌렸다.

외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언어는 하나의 장벽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 판매 부족으로 번역되지 않을 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업무상 이메일이나 해외 여행에서도 이 어려움은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저자는 무작정 프랑스 유학을 떠나 이십 년 이상 그곳에서 살고 있다.

오해와 실수로 점철된 이야기는 공감할 부분이 많고 재밌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삶이 잘 녹아 있다.


외국어는 어렵다. 쉬운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단순히 단어와 말을 알아듣고 할 수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말에 담긴 문화적 의미와 상황도 알아야만 한다.

방송에 나오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실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실수를 통해 그들의 한국어 실력이 좋아지는 것과 같이 저자도 그렇게 발전했다.

프랑스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그에게 의존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그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언어의 문제만은 아니고 일상에서도 자주 만나는 상황이다.

당연히 애정사에서도 만나게 되고, 작은 다툼의 원인이 된다.


편지에 형식적으로 쓰는 문구에 감동하는 장면은 왠지 과한 것 같다.

재밌게 표현하기 위한 것일 테지만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표현들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식적인 문구를 싫어하지만 업무상 필요에 의해 사용한다.

유학생들의 삶속에서 가끔 듣게 되는 체류연장 서류를 둘러싼 이야기는 읽다 보면 화가 난다.

프랑스의 행정이 얼마나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이고, 엉망인지는 너무 많이 들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의 나라에서 아직도 귀족이 있다는 사실에, 아니 높인다는 것에 놀란다.

프랑스 귀족 이야기는 소설 등에서 만나지만 이렇게 인맥 등으로 엮여 있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마지막에 프랑스의 극우세력이 점점 강해진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섬뜩하다.

또 어떤 큰 변화가 가까운 시기 안에 생길지 알 수 없다.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언어도 모르는 곳에 대학 1학년이 왔다.

대단한 열정이고, 무모한 일이면서 엄청난 용기다.

이 무모함과 용기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서 조금씩 깎여 나간다.

안으로 움츠러드는 대신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씩 배우면서 점점 좋아진다.

서툰 언어 때문에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는 독자들에게 재미와 공감을 준다.

언어에 담긴 문화 때문에 생긴 일들과 그 말의 진의 때문에 감동하는 부분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그녀의 주치의 선생이다. 너무 환상적인 의사다.

“우리는 서로가 늙어가는 것을 지켜보았군요”라는 마지막 진료 때 한 말은 너무 멋진 표현이다.

이 말을 멋지게 사용할 곳이 너무 많아 나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외국에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살면서 겪은 일들과 솔직한 감상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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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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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시리즈 작가다.

이 시리즈 한 권 읽고 시리즈 다른 책 읽어야지 생각한 것도 몇 년이 지났다.

작가 이름으로 검색하니 재밌게 읽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보인다.

이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현재 이런 작가들이 너무 많아 읽어야 할 책들이 점점 쌓여간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어느 순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소설의 제목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스피노자 때문이다.

스피노자 철학을 한 번 공부하고 싶은데 솔직히 제대로 공부할 자신은 없다.

가끔 이런 철학자들의 철학을 간단하게 요약한 내용들만 계속 들여다본다.

이런 공부는 휘발성이 너무 강해 금방 잊게 된다.

뭐 소설 내용에 대한 기억도 휘발성이 강한 것을 생각하면 마찬가지이지만.


현역 내과의사가 쓴 의료 소설이다 보니 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전문 용어도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인공 마치 데쓰로는 교토 하라다 병원에서 일하는 내과의사다.

몇 명의 전문의가 근무하는 작은 종합병원인데 주로 말기 환자들이 오는 곳이다.

데쓰로는 대학병원에서 의국장을 맡았고, 내시경 기술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의사다.

여동생이 죽으면서 남긴 조카를 돌보기 위해 마치는 대학병원을 그만 두었다.

그의 이 탁월한 기술은 그의 선배 부교수 하나가키가 애제자를 보내 배우게 할 정도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부교수가 그의 도움을 받아 힘든 수술을 하고 싶어한다.

그가 대학병원에 있었다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모두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동네 종합병원의 능력을 숨긴 사람 좋은 내과의사다.


대학병원이었다면 교수들의 권력투쟁, 음모 등이 난무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네병원은 종합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말기병의 환자들을 돌본다.

암 말기 환자들이 병실이나 집에서 의사의 왕진과 간호사의 도움으로 진료받는다.

병실에서 죽음을 기다릴 수 있지만 그들은 집에서 임종을 조용히 기다린다.

임종을 기다린다고 해서 무력하게 늘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들은 환자들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면서 힘들게 돌본다.

이 힘겨운 가족 돌봄에 대해 울음을 토해내는 장면은 너무 현실적이라 울컥한다.

언제 어떻게 환자가 죽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결코 절망과 우울에 빠져 있지 않다.

이것은 이 환자들을 대하는 데쓰로의 행동과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나 신입 의사가 볼 때는 너무한 것 같게 보이기도 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현실의 의료 세계는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물론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반 의료의 현실은 제대로 반영된 것 같다.

한국도 말기 암 환자를 왕진하는 시스템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런 의사는 부럽다.

말기 암 환자에게 힘내라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대신 고른 ‘서두르지 말라’는 말은 더더욱.

의료보험의 혜택을 거부하는 환자를 대하는 그의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환자의 선택을 위험보다 먼저 생각한 듯한데 그가 남긴 유언은 진한 여운을 준다.

그리고 능력을 숨긴 그가 이 능력을 잘 발휘하는 장면들을 몇 곳에서 보여준다.

이 능력 때문에 미나미가 그를 다시 보고, 그의 신중한 모습에 존경을 표한다.

만약 이 소설도 시리즈로 발전한다면 데쓰로와 미나미의 로맨스로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데쓰로와 스피노자를 같이 놓은 제목 때문에 철학적인 내용을 생각할 수 있다.

실제 철학적인 문제를 던지고 고민하는 모습도 나온다.

수많은 환자의 죽음을 마주한 의사가 겪은 고통도 나오지 않는가.

누군가의 죽음으로 자신의 인생관이 바뀌는 순간도 일어난다.

대학병원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동네병원의 모습은 미나미의 시야를 넓혀준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의사에 대한 신뢰가 조금 더 높아지게 된다.

환자를 완치시키는 병원과 의사가 아닌 좀더 편안한 임종을 준비하는 의사의 모습이다.

사실 이런 모습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오랜 세월 병을 앓다 죽은 환자와 그를 돌본 가족에게 던진 한 마디 “고생하셨습니다.”

단순히 생색내기가 아닌 진심이 담긴 이 말이 환자가 남긴 “고맙습니다”와 같이 진한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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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 호러 × 제주 로컬은 재미있다
빗물 외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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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7명이 제주를 배경으로 호러 단편 앤솔러지를 만들었다.

이 일곱 명 중 몇 명은 익숙하고, 몇 명은 처음 만났다.

개인적으로 제주도를 최근 일년에 한두 번 갔는데 낯선 이야기들이 나와 반가웠다.

그냥 무심하게 본 유적지에 담긴 슬픔과 비극은 다시 그곳을 가보고 싶게 한다.

그리고 이 앤솔러지에서 다루는 역사의 비극들은 너무나도 익숙한 사건들이다.

시대순으로 따지면 이재수의 난, 일제강점기, 제주4.3사건 등이다.

물론 이런 역사적 비극 대신 전래 전설과 신화를 변주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 바닥에는 제주도가 역사 속에서 겪었던 수많은 수탈과 억압이 깔려 있다.


책 속에 제주도 지도와 함께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지역이 표시되어 있다.

무심코 쳐다보다 제주도 동쪽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왜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을까? 관광지는 동쪽이 더 유명한데.

그리고 이 지역들은 내가 알게 모르게 모두 지나가거나 방문한 곳이다.

전건우의 <곶>의 무대인 신례리 숲 터널은 낯선 곳이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도로 중 하나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몰랐다.

지금은 5.16도로숲터널로 유명한데 개발과정을 호러물로 바꾸었다.

곶과 그슨새를 연결해 단순하고 잔혹한 호러물이 되었는데 재밌다.

홍정기의 <등대지기>는 이어도를 다른 섬으로 만들어 이야기한다.

이어도를 수중암초라고 단정한 것에 상상력을 덧붙였는데 이 부분은 좋다.

하지만 갇힌 공간에서 2년 보내기와 공포의 연결은 조금 약한 것 같다.


빗물의 <말해줍서>는 애월읍 빌레못 동굴과 제주 4.3을 엮었다.

제주도를 여러 번 가면서도 한 번도 4.3평화공원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뭍에서 자란 주인공은 4.3사건의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이 경험 속에 뭍에서 겪은 일들이 교차하면서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보여준다.

뛰어난 가독성과 문제 의식은 탁월하지만 갑자스러운 전환과 결말에는 의문이 있다.

이작의 <청년 영매 – 모슬포의 적산가옥>은 제목에서 일제강점기가 떠오른다.

모슬포에 몇 번 갔지만 적산가옥이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이 항구와 비행장이 엮인 시대의 비극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제주 전래신화와 원귀 등을 엮어 빙의로 풀어내는 마지막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박소해의 <구름 위에서 내려온 것>의 무대는 송악산 해안 동굴 진지다.

송악산에 갔을 때 잠깐 둘러봤는데 그렇게 인상적인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단편을 읽으면서 제주 곳곳에서 본 일제의 진지 등이 같이 떠올랐다.

군산오름의 몇 개나 되는 좁은 진지들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제 말기의 폭력과 억압 속에서 한 마을 사람들이 겪은 고통이 잘 드러난다.

이 소설 속에서 이재수의 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단편과 다른 내용이다.

사마란의 <라하밈>이 바로 이재수의 난과 연결되어 있다.

성당의 신부님과 구마행위를 엮고, 낯익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 단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사람의 몸에 갇힌 악마에 대한 것이다.

신부의 구마행위가 퇴마가 아닌 갇힌 것을 풀어준다는 것이 인신의 반전이었다.

이 설정을 보면서 <곶>의 무리한 공사가 그슨새를 풀어주는 것이란 설명과 연결되었다.


다양한 글쓰기를 한 듯한 WATERS의 <너의 서 있는 사람들>은 차귀도가 배경이다.

검색하면 무인도로 나오고, 유람선 등의 관광과 낚시로 가는 것 같다.

작가는 여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한 집성촌이 거주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불륜 전문 탐정이 의뢰받은 시댁이 데리고 간 아이 찾기로 넘어간다.

탐정과 조수가 찾아간 차귀도는 우리가 아는 그 차귀도가 아니다.

이상한 해무와 사건들과 납치된 아이의 존재는 마지막 장면에 연결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에 나온 섬 사람의 대사다.

이 부분은 홍정기의 <등대지기>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일곱 단편은 독자적이면서도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

언젠가 제주 동쪽을 무대로 한 단편도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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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율의 인연 - 얼굴이 최고의 스펙
이시다 가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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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회사를 망치기 위해 얼굴만 보고 신입 사원을 뽑는다는 말에 혹했다.

황금비율이란 단어를 보고 미남 미녀를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이 황금비율은 미남 미녀보다 단정한 얼굴에 더 가깝다.

주인공 오노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생긴다.

아직 회사간 이직이 그렇게 쉽지 않았던 시절임을 생각한다면 더욱 더.

그리고 부서 이동의 이유를 생각하면 최고의 복수 방법일 수도 있다.


오노는 회사의 핵심 부서인 프로세스부로 입사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주모자가 되어 인사부로 발령이 났다.

이 과정에 회사 K엔지니어링의 남녀 성별 구조 등이 같이 드러난다.

화학을 좋아하던 그녀가 인사부로 발령이 나서 할 일은 신입직원을 뽑는 것이다.

이때부터 오노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사람보다 떠날 사람을 찾는다.

이직하는 직원들의 능력이 더 좋다는 전제조건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리고 그런 직원들의 얼굴을 보니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오노는 자신이 황금비율이라고 칭하는 외모를 가진 지원자를 뽑는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황금비율의 가진 지원자를 판별하는 능력이 더 발달했다.


한 회사에 오랫동안 있다 보면 능력 있는 직원이 먼저 떠나는 것을 많이 본다.

이것이 절대적인 규칙은 아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다. 물론 나 포함이다.

오노는 단기전으로 이 회사를 망하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심한 녀석들로 세대 교체를 하면서 서서히 회사를 침몰하게 하려고 한다.

이런 인사의 배경에는 회사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스펙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큰 작용을 했다.

실제 이력서를 보면 학교를 제외하면 다른 스펙들은 비슷비슷하다.

자기소개서도 몇 가지 차이를 빼면 다들 비슷한 내용들이다.

이러니 그녀가 선택한 신입사원들에 대한 특별한 반대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뽑는 부서와 교육하고 관리하는 부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퇴직율이 올라가면 시대 핑계를 대면 그냥 넘어간다.


처음 소설에서 기대한 것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다.

얼굴 보고 뽑은 인물이 예상 외로 너무 일을 잘 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생기는 사건들을 예상했는데 신입사원 채용방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녀가 황금비율의 외모를 뽑았다면 이전 담당자들 역시 조금 황당한 근거로 신입을 뽑았다.

남녀의 비율을 맞춘다거나 여자의 집이 회사와 가깝다거나 등이다.

오노가 프로세스부서에서 쫓겨난 것도 남녀 차별의 여파라는 것을 보여준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지만 오노는 이 회사를 망치고 싶다.

그 일념으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황금비율의 얼굴을 뽑았다.

그녀가 뽑은 직원들이 일을 잘할수록 그들은 그녀를 더 인정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회사를 휘청거리게 할 신입사원 채용이 생긴다.

이 일이 과연 회사의 미래에 어떤 작용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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