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의 우주
더그 존스턴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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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번역된 sf판타지 작가다.

영화 〈ET〉의 훈훈함과 테드 창 소설의 지적 탐험이 결합된 것 같다는 평이 있다.

읽으면서는 사실 이런 평가를 의식하지 못했다.

다 읽은 지금 돌아보니 약간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외계 생명체를 구하고, 달아나고,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은 <ET>와 닮은 부분이 있다.

테드 창을 말한 것은 이 외계 생명체가 보여주는 신비하고 놀라운 모습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이런 감상은 개인적이고, 나와 다른 느낌을 받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가독성 부분에서는 모두 좋다는 것에 동의할 것 같다.


네 명의 화자가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16세 혼혈 고아 소년 레녹스, 남편의 정신적 학대에서 달아나려는 임산부 에이바.

암으로 딸은 잃고 자신도 뇌종양에 걸린 헤더, 이들의 사연을 뒤쫓는 기자 이완.

순서대로 한 명씩 자신의 상황을 먼저 풀어내면서 시작한다.

레녹스는 같은 학년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하다 기이한 섬광 때문에 쓰러진다.

에이바는 몰래 달아나다 역시 섬광 때문에 차가 도로를 이탈하고 기절한다.

시한부 삶에 절망하며 자살하려던 헤더도 이 섬광 때문에 쓰러진다.

많은 사람들이 뇌졸중에 걸렸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었다.

하지만 레녹스, 에이바, 헤더 등은 별문제 없이 깨어났다.

전문의 입장에서는 기이한 일이지만 이들이 퇴원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입원한 에이바의 남편 마이클이 찾아온다.

에이바는 한때 레녹스가 다닌 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리고 에이바는 휴대폰 메모장에 자신을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남편의 정신적 학대에서 달아나기를 실패한 에이바.

이제 더 큰 압박과 협박이 그녀의 삶을 지배할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메모를 보고 레녹스가 달려왔다.

자살에 실패한 헤더는 아프고 힘든 미래 때문에 절망감만 커진다.

이완은 성광과 뇌졸중에 대한 정보를 병원 간호사에게 얻는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레녹스를 비롯한 세 명에 대한 것이다.


현실의 삶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세 사람.

기이한 섬광을 보고 뇌졸중에 걸린 후 재빨리 일어난 세 사람.

바닷가에서 발견된 거대한 문어에 대한 뉴스.

그 문어를 찾아가야 한다는 느낌을 받은 세 사람.

그리고 이 문어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바닷가로 간 이완.

문어에게 샌디란 이름을 주고, 이 문어를 옮기는 것을 막는 레녹스.

죽은 것 같은 문어가 보여주는 기이하고 놀라운 반응.

서로 다른 상황과 현실 속에 힘을 합치는 레녹스, 에이바, 헤더.

이들은 샌디를 구하고, 이 샌디를 쫓는 정부 요원과 에이바의 남편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 과정에 신비하고 예상하지 못한 일과 힘겨운 추격전이 벌어진다.


작가는 네 명의 시점을 나누고 빠르게 장면을 전환한다.

이 때문에 속도감과 다른 시점을 볼 수 있게 된다.

간결하면서 명확한 문장들은 가독성을 높이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샌디의 존재와 그 신비한 능력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 예상 가능한 장면과 더불어 샌디의 세계관은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SF 판타지에서 다루었던 능력이고 세계관이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이 경험하고 느끼는 부분들은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특히 에이바가 느끼는 남편의 정신적 학대와 출산 관련 부분은 더 그렇다.

예상 외로 꼽는다면 샌디를 쫓는 정부요원이 보여주는 무자비한 모습이다.

이완에게 총을 쏘고, 고문을 하는 모습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의문은 이 다음 이야기가 나올까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의문에 많은 부분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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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연재 매드앤미러 6
이종호.홍지운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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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작가들이 펼치는 낯익지만 재밌는 변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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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연재 매드앤미러 6
이종호.홍지운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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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드앤미러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낯익은 두 작가가 이번 시리즈에 참가했다.

이 두 작가는 자신들의 장르를 공통 한 줄에 맞게 풀어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의 과거가 웹툰이 되어 연재되고 있다.”는 문장이다.

이종호는 이 문장은 한 편의 공포 소설로 풀어내었다.

홍지운은 이계물을 비틀어 새로운 판타지 소설로 해석했다.

요즘 개인적 취향은 홍지운이 더 맞다.

아마 최근에 읽고, 보고하는 웹소설이나 웹툰이 판타지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종호의 소설은 오랜만이다.

한때 이종호의 공포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었다.

열심히 모으고, 읽고 했는데 어느 순간 딱 끊어졌다.

출간도 어느 순간 중지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절판된 책들이 더 많아 보인다.

<스며드는 것들>은 오랜만에 나온 소설이고, 빙의에 대한 것이다.

빙의를 다룬 소설들이 많이 나와 그렇게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만 웹툰 연재와 연재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 편의 성공이 다음 연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그리고 이 사실이 두 사람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준다.


우진은 <붕괴>란 웹툰으로 나름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후속작은 플랫폼 담당자의 시선을 끄는데 실패했다.

사랑하는 수희와 결혼을 앞둔 그, 연재를 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그리고 그가 살고 잇는 빌라의 4층은 기이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다.

다른 작품 연재가 거절된 날 옆방의 여자가 그를 아는 척한다.

대학 동창 수희인데 공모전에 내려고 하는데 마우스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희의 시나리오 제목이 ‘빙의’인데 그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탐욕은 이 시나리오를 빼앗게 하고, 수희는 자살한다.

이때부터 그의 새로운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지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조금 뻔한 듯한 전개에 변주가 생기면서 서늘함이 조금씩 짙어진다.

마지막 반전은 낯익은 설정이지만 그 과정들이 재밌다.


홍지운의 <이계전기 연재 중단을 요청합니다>는 가볍고 경쾌하다.

홍지운의 다른 소설들은 모두 단편만 읽었는데 장편도 관심이 생겼다.

흔한 이세계 진입물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세계에서 돌아온 영웅 등이 현재로 넘어와 새로운 미션을 맞이하는 것과 다른 이야기다.

다른 세계의 능력을 일부만 가지고 오는 것과 달리 태양은 완전히 가져왔다.

하지만 이 능력을 현실의 한국에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택배 상하자 알바나 치킨집 배달을 하면서 그 능력을 사용한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이계에서 겪었던 모험을 다룬 웹툰이 연재 중이다.

실제 있었던 사건인데 그의 외모를 이상하게 못나게 그렸다.

누가, 왜 이 이야기를 아는 것일까? 그리고 왜 실제보다 못생기게 그렸을까?


웹툰 작가 사인회에서 그가 본 것은 그가 퇴치한 마왕이다.

마왕이 지구에 온 것은 용사인 그를 찾기 위해서다.

고등학생이 이세계에서 영웅이 되어 마왕을 물리쳤지만 지식 수준은 고등학생 수준이다.

이 사실의 지적과 웹툰의 연재, 밈의 탄생과 유행. 그리고 악플.

현실적인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마법 능력을 사용하는 둘의 갈등도 일어난다.

경쾌하게 풀어내는 과정에 웹툰과 만화에 대한 가치관이 흘러나온다.

그 속에 조금씩 풀려나오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단순히 재미만을 생각하면서 소비하는 웹툰이 얼마나 치열한 시장인지도 알려준다.

그리고 마왕의 목적과 마왕의 어시스턴트가 된 용사의 티격태격은 재밌게 풀린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전까지 읽었던 몇 편의 이세계물이 머릿속에 떠돌았다.

#텍스티 #매드앤미러 #스며드는것들 #이계전기연재중단을요청합니다 #익명연재 #이종호 #홍지운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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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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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작가의 자전적 작품이다.

소설 이전에 먼저 연극으로 발표되었고, 시리즈 6부작은 모두 책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구스타프 그린트겐스상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런 이력과 함께 시선을 끈 것은 정신병원이 집이었던 소년의 이야기란 것이다.

정신병원이 집이란 단어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아이의 병력이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섣부른 착각은 책소개를 자세히 읽지 않은 탓이다.

주인공 요아힘은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 원장의 막내아들이다.

환자라고 생각한 착각은 읽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이 정신병원은 천오백 명이 수용된 거대한 병원이다.

병원장인 아버지와 가정주부 엄마와 두 형과 함께 사택에서 살고 있다.

밤이면 병원에서 수많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환자 중 일부가 병원 내부에서 돌아다니고, 몇 명은 집에 초대받기도 한다.

처음 이 병원에 온 사람에게는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이 가족과 근무자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이 낯익은 풍경 중 일부가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비 오는 날 주지사가 방문했을 때 생긴 에피소드다.

어떻게 보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태연했던 그 장면.

그리고 짧게 나온 후일담은 권위가 만들어낸 후광과 은퇴 후의 삶이다.


요아힘이 학교 가는 길에 시체를 발견했다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아이가 하는 말을 선생은 믿지 않고, 반 친구들은 궁금해한다.

건조했던 사실 전달은 어느 순간 부풀려지는데 현실적인 발전 과정이다.

실제 요아힘이 본 것이 시체가 맞을까? 이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가족과 병원과 환자들 이야기로 넘어간다.

어린 시절 소년에게 거대하고 행복했던 그 공간들.

몇몇 즐겁고 추억 가득한 에피소드는 정신병원의 모습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이 낯선 풍경의 일상이 주는 재미는 신선하고 즐겁다.

물론 요아힘이 쉽게 만나는 환자들의 증상이 그렇게 위중한 것은 아니었다.


병원의 환자들을 앞세워 기이한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는다.

자신의 가족을 재밌고, 눈물 나고, 안타깝고, 아프게 그려낸다.

그 과정에 소년의 성장과 가족의 다른 모습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병원장인 아버지가 마흔 살 생일을 맞이해 선언한 금연과 다어어트와 운동.

운동은 뚱뚱한 몸 때문에 발목에 문제가 생겨 중단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책으로 모든 것을 배우고, 아는 척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가 터키 여행을 한 후 나눈 대화에서 이 부분이 잘 나타난다.

요즘의 인터넷 여행을 한 사람들과 많이 닮아 있지만 더 자세하다.


아버지는 말만한다면 어머니는 집안 일들을 몸으로 한다.

별장을 산 후 그 집을 정리정돈한 사람은 엄마다.

“어머니는 뼈 빠지게 일했다.”는 문장은 이 집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가정을 돌보고 일만 하는 것 같은 엄마가 폭발한 순간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면서 작가가 풀어내지 않은 이야기들이 더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이어진 몇 개의 이야기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알게 되는 어른의 세계다.

그리고 이 가족의 아픈 역사와 분열과 슬픔이 흘러나온다.

앞의 유쾌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를 현실의 삶이 채운다.

이 현실 속에 그가 느낀 수많은 감정들은 왜곡된 부분이 많았다.

어른이 된 그가 본 과거는 달랐지만 그 지난 날들은 행복했던 추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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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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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책> 개정판이다.

4원소 리커버 에디션으로 속지가 네 가지 색이다.

개인적으로 이 바탕색 때문에 읽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노안이 오면서 작은 글자와 색이 섞인 글자를 잘 읽지 못한다.

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작가의 소설을 압축한 듯한 느낌은 좋다.

후반으로 가면서 이전에 읽었던 베르나르의 소설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많이 읽고, 많이 기억한다면 더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순간적으로 멈춰 생각할 거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형식과 다르게 진행된다.

처음에는 서사시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떠올랐다.

짧은 단문의 연속, 시의 느낌, 책이 인도하는 여행.

이제는 조금 무감각해졌지만 책은 언제나 가장 좋은 여행의 동반자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나를 이끌고 간 것도 책들이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세계와 사실을 알려주었던 책.

지금도 책은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해주고, 새로운 정보를 끝없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단순한 정보와 사실을 알려주는 내용이 아니다.

책의 독자를 ‘그대’라고 부르면서 내면과 무한한 역사의 시간 속으로 데리고 간다.


책을 읽는 그대는 명상과 호흡과 상상을 통해 여행을 떠난다.

신천옹으로 변해 하늘을 비상하고, 다양한 삶의 현장을 돌아본다.

현실의 다양한 모습만 보는 것에 멈추지 않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기억>의 장면 일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더 거슬러 올라갔을 때는 <신>의 장면 중 몇 개가 생각났다.

계통나무에 대한 것은 그의 소설 초기부터 계속 다루었던 것이지 않은가.

이렇게 상상력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뻗어간다.

그리고 중간 중간 내 삶의 순간들이 떠오르고, 교차하고, 뒤섞인다.

가볍게 다가갈 수 있지만 그 글들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떠올릴 것이다.

가끔 아무 쪽이나 펼쳐 잠깐 들여다보는 것도 짧은 여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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