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윌 파인드 유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오랜만에 할렌 코벤의 소설을 읽었다.

그 동안 계속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는 몰랐다.

내가 너무 무심했고, 한동안 이 작가의 소설에 대한 갈증은 없을 듯하다.

이번 소설도 이전에 읽었던 책들처럼 뛰어난 가독성과 재미를 준다.

그리고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일반인을 주인공을 내세웠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할렌 코벤 소설 주인공 대부분이 그렇다.

아직 읽지 않은 작품 속에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반인이라고 하지만 그의 피지컬은 보통 사람 이상이다.


데이비드 버로스는 5년 전 세 살짜리 아들을 죽인 혐의로 종신형을 받았다.

아내 셰릴과 불화가 있었고, 아들을 죽인 밤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아들 매슈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채 발견되었다.

데이비드는 전혀 이 날 밤에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면서 감형을 노려볼 수도 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감옥에 들어온 후 그는 그 어떤 면회도 받지 않았고, 삶의 의지도 잃은 상태다.

그런데 5년만에 면회 신청이 와서 나가게 된다.

매년 면회 금지 신청서를 제출해야 되는데 그 사실을 몰랐기에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했다.

처제 레이철이 그에게 놀라운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한 가족의 놀이공원 사진에 한 소년의 옆모습이 우연히 찍혔는데 매슈다.

이때부터 데이비드의 생각과 행동은 큰 변화가 생긴다.


이 교도소의 소상은 아버지의 절친이자 데이비드의 대부다.

그에게 자신이 본 사진을 말하면서 교도소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아주 무례하고 위험한 요청이지만 이 속에는 그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교도소에는 많은 살인자들이 같이 갇혀 있다.

그 중 한 명이 그를 폭행하다 오히려 역습 당한 후 살인을 저지르려고 한다.

전형적인 감옥물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다 데이비드를 죽이려는 시도가 생기고, 운좋게 그 상황을 피한다.

당연히 그 상황은 거짓으로 증언되고, 교도소장은 데이비드와 홀로 이야기하길 바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탈옥물로 변하는데 상당히 허술한 계획이다.

교도소장이 인질이 되어 교도소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그냥 무사히 교도소 밖으로 나간다면 너무 심심해서인지 위기 상황을 만든다.

우연과 의지가 결합해 교도소 밖으로 나가지만 바로 경찰이 따라붙는다.

총을 든 탈옥수와 교도소장 인질, 경찰은 쉽게 다음 행동으로 나갈 수 없다.

그리고 이미 교도소 밖에는 처제 레이철이 전화를 받고 대기하는 중이다.

이때부터 데이비드의 탈옥과 FBI 요원의 추적이 이어진다.

이 FBI 요원 맥스와 세라는 아주 뛰어난 실력으로 이 부실한 탈옥 계획을 하나씩 처부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주인공은 간발의 차이로 위기를 벗어난다.

이 탈옥 과정은 그에게 가장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도 만난다.

이 증인을 통해 다음으로 가야 할 곳을 알게 되고, 진실에 한 발씩 다가간다.

이후 그의 옆에는 처제 레이철이 있고, 그녀가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작가는 단순히 탈옥수의 아들 찾기에 멈추지 않고 다른 등장인물의 과거도 같이 다룬다.

레치철이 신입생 시절 당한 성폭행, 이것을 언론에 발표하려고 둔 무리수

성폭행 가해자는 승승장구해서 학교의 학장까지 지내고 있는 현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어떻게 발휘하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현실에서 열정과 의지만 가지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데이비드.

그리고 곳곳에서 드러나는 부정과 증거 조작 등은 어디까지 사실인지 궁금하다.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반전에 반전이 펼쳐지고, 액션도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에 오면 작가가 깔아둔 설정들이 장면의 개연성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 모든 것에 내가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은 멈출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속의 입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오랜만에 읽은 작가의 소설이다.

읽기 전에 놀랐던 것은 ‘미스터리·호러 단편선’이란 부제다.

내가 알던 작가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전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쓴 미스터리와 호러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첫 단편을 읽고 마지막 장에 이르면서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읽는 동안 잊고 있던 것이 한순간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 느낌은 다른 단편들로 이어지면서 처음 같은 재미를 주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엮이고 꼬인 이야기와 관계들 속에서 나 자신이 허우적거렸기 때문이다.

그 단편들은 연작이었고, 읽으면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단편들이 먼저 잡지 등에 발표된 것과 달리 이 연작들은 이번에 처음 발표했다.


먼저 발표된 작품들은 <자작나무 숲>, <빈집>, <소송>, <그해 여름의 수기> 등 네 편이다.

<자작나무 숲>은 호더 할머니의 손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전에 본 방송 이미지와 연결되었다.

작가가 이야기 속에 깔아둔 설정은 무심코 지나다 마지막 장에 이르면 놀란다.

나의 선입견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생긴 착각이다.

<빈집>은 중년의 아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낯설게 다가왔다.

왠지 모르게 엇갈리는 둘의 관계,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상상력을 부풀린다.

<소송>은 제목 탓인지 카프카의 소설이 계속 머릿속에 따라다녔다.

소송 내용이 무엇인지 나오지 않고, 자신의 삶을 말하다 마지막에 끔찍한 사건 하나가 튀어나온다.

이 사건이 사실이었는지, 아니면 그의 상상이었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지만 전자에 무게를 둔다.

<그해 여름의 수기>에서 수기는 사람 이름이다.

수기가 겪은 그해 여름 이야기와 현재의 삶이 뒤섞이는데 중간에 낀 하나의 장면이 눈길을 끈다.

자고 있는 수기를 내려다보고 다가온 명기의 모습.

떨어지는 두 사람과 이미지의 혼란은 쉽게 머릿속에서 섞여 풀려나오지 않는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제목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가 기대한 방식의 이야기 전개와 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작소설이란 것을 몰랐기에 자꾸 동장하는 탐정 안찬기와 흰옷 입은 여자가 의문을 던진다.

역시 반복해서 등장하는 호텔 캘리포니아도 의혹으로 가득하기는 마찬가지다.

호텔 캘리포니아가 망한 후 생긴 캘리포니아 모텔은 또 다른 이야기의 무대가 된다.

작가의 딸이 빠져 죽은 저수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작품의 인용 등이 엮인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 역할은 전직 형사 출신 안찬기다.

탐정 안찬기는 나중에 캘리포니아 모텔에서 발생한 사건에 또 등장한다.

이런 그의 등장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명탐정의 모습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처럼 모든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다.


연작이다 보니 화자는 다른 사람으로 넘어간다.

이 이야기에 나온 사람들은 사람에 따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장면을 마주한다.

문을 열지 말라고 했을 때 경험하는 것이 다른 것도 흥미롭다.

몰카로 본 것과 현실의 사건 사이의 괴리는 해석이 나오지만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호텔리어 아버지가 죽은 딸이 마지막으로 방문한 도시의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일한다.

그런데 죽은 딸은 누굴까? 흰옷 입은 여자일까? 진주일까?

진주라면 시간의 순서가 맞지 않다. 내가 놓친 것들이 너무 많다.

자살로 판명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흰옷 입은 여자는 누굴까?

<섬>에서 말하는 안찬기의 죽음은 진짜일까?

형사가 방문한 하인도가 만들어낸 환상은 아닐까?

전직 형사 안찬기가 등장하는 장편이 있다고 하니 한 번 관심을 둬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돌
정구복 외 지음 / 북오션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 명의 작가가 다른 시각으로 아이돌의 세계를 그려낸 앤솔로지다.

현재 어린 소년 소녀들이 가장 바라는 희망 직업이 아이돌이다.

실제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도 힘들지만 연습생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주변에 연습생 심사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기획사 연습생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데뷔하는 것도 아니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쳐 데뷔조에 뽑혀도 다시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본 연습생 데뷔조의 마지막 선발 무대는 대단했다.

이 단편들을 읽는 내내 내가 알고 듣고 보고한 것들이 엮여 돌아갔다.


정구복의 <지우의 봄>은 갑자기 떠난 친구 봄이 다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지우와 봄은 함께 춤을 추면서 댄서를 꿈꾸며 우정을 나누던 친구였다.

봄의 엄마가 재혼해 홍콩으로 갑자기 떠나면서 지우의 삶은 엉망이 되었다.

다시 나타난 봄은 지우와 관계를 복원하려고 하지만 지우는 봄을 밀어낸다.

이런 둘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시 가까워진다.

그 사이사이에 지우 아버지에게 생긴 사고 등의 가정사도 흘러나온다.

아이돌로 나타난 봄, 그런 봄을 지켜보는 지우.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작가가 의도적인 언어유희로 서로 다른 둘의 미래를 그렸다.


천지윤의 <별이 되는 그날까지>는 쌍둥이 형제의 아이돌 도전기다.

시호와 태호는 방송을 보다가 아이돌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춤과 노래를 가르쳐주는 곳에 등록해 열심히 연습하다 방송국 아이돌 대회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쌍둥이란 것을 내세워 트윈스라 부르면서 열심히 노력해 2등까지 한다.

그리고 대형 기획사 연습생이 되면서 아이돌 데뷔를 꿈꾼다.

작가는 이야기 진행 단계마다 장을 나누고 작은 제목을 붙였다.

시호는 탁월한 춤과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고, 태호는 조금 느리지만 열심히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성적은 차이가 나고, 어느 순간 둘의 선택이 갈라진다.

이 소설의 재미난 부분은 바로 이 선택과 열정이다.


최하나의 <스위치>는 현역 아이돌 한여름이 전학오면서 시작한다.

윤서가 다니는 학교는 입시 명문 고등학교로 아이돌이 올만한 곳이 아니다.

여름은 시험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연예인 포스는 곳곳에서 풍긴다.

당연히 다른 반 아이들은 현역 아이돌을 보려고 난리도 아니다.

현역 아이돌은 이 모든 시선과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여름이 윤서와 하나의 사건으로 가까워진다.

윤서의 집안 사정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었다.

여름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윤서는 어느새 친구가 된다.

그리고 하나의 동영상이 둘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유이립의 <아이돌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꼬아 놓았다.

이름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것을 일부러 힘들게 만들었다.

데뷔조에 뽑힌 서용준을 협박하는 사진 한 장이 문제를 일으킨다.

서용준의 문제는 잘 해도 튀고, 못해도 튄다는 것이다.

아이돌 멤버로 혼자 부각되는 것은 팀워크에 문제가 된다.

미성년자인 자신이 맥주를 마시는 사진이 뿌려지면 타격이 크다.

이 사진을 찍은 범인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복잡한 사내 권력 구조를 보여준다.

자신보다 앞선 데뷔조를 질투하고 경쟁심을 가지고, 헐뜯으려고 한다.

서용준에게는 연습생이 된 후 만든 주문 “나는 아이돌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이 있다.

이 주문을 외우고 힘을 얻는데 이것이 상대방의 반감을 산다.

작가는 꼬고, 비틀고, 장난치면서 혼란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결론으로 이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 라면소설 3
김영리 지음 / 뜨인돌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면소설 시리즈 제3권이다. 앞의 두 권은 아직 읽지 않았다.

아담한 사이즈와 적은 분량은 단숨에 일게 한다.

이 작가의 책은 검색 결과 확인하니 처음 읽었다.

제목을 본 적이 있거나 관심을 둔 책들이 보인다.

사실 이 책들 때문에 이 소설을 선택했다.

으스스한 은총이 의미하는 바가 궁금하기도 했다.

주인공 하늬는 평범한 여중생이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워 거의 10만을 가진 패션 인플루언스다.

그녀의 두 언니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중이다.

하늬의 삶은 어느 순간 10만 팔로워가 목적이다.

그녀의 삶은 온통 인스타에 올릴 패션에 집중되어 있다.


모든 삶이 그날 올린 옷 사진 한 장에 몰려 있다.

친구 다현과의 대화도 제대로 되지 않아 거의 절교 직전까지 간다.

집에는 입지 않는 옷들로 가득하고, 주기적으로 버린다.

입을 수 있지만 입지 않음으로 의류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처음 하늬는 환경문제를 포스팅했지만 상대방의 악플 때문에 접었다.

방송에서 본 100만 팔로워의 인터뷰에 필이 꽃혔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10만 팔로워 이야기가 하늬의 1차 목표다.

다현과 놀기로 한 날도 패션 이야기만 하다 문제가 터졌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자신의 뒤로 옷들이 펄럭거린다.


잘 모르는 옷들이 자신의 뒤에서 펄럭이고,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이 옷들로 변검처럼 재빠르게 옷을 갈아 입는 것이 가능하다.

그녀가 바라던 첫 번째 목표가 달성되던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온다.

하지만 이 상황이 그녀의 기대처럼 환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다현과의 톡 대화가 더 행복하다.

그리고 그녀 뒤로 나타난 옷들이 자신의 옷장에 있던 옷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쩝쩝거리는 소리는 염소가 그 옷을 먹는 소리다.

실제 해외에 사람 옷을 먹는 염소가 있다고 한다. 사실 확인은 아직이다.

여기에 유령 같은 한 소녀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이 소녀의 정체와 옷 먹는 염소가 으스스한 은총이다.

이 소녀가 죽게 된 사건에 대해서는 얼마 전 TV 예능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우리의 삼풍백화점 사건 같은 사건의 피해자 소녀다.

위험 상황에서도 안전보다 생산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 피해가 커진 사건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인간들의 1회성에 가까운 의류 소비가 한몫했다.

저렴한 옷들을 대량 생산해야 하는 시스템에서 인간은 소모품이 된다.

쉽게 사고 버려지는 옷들은 지구에 거대한 문제를 불러온다.

하늬는 이 소녀가 귀천하기를 바라고, 이것을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유쾌하고 기이한 이야기가 갑자기 무거워지면서 독자의 시선을 돌리게 한다.

좀더 많은 분량 속에 이야기를 녹여내고 풀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캐드펠 수사 시리즈 6권이다.

현재까지 읽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가장 강렬한 액션을 보여준다.

캐드펠의 추리 능력보다 그 시대의 문제점들이 더 부각되어 있다.

물론 캐드펠의 능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의사로서의 능력과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 능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을 뒤집어 진실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누군가가 닌자라고 표현한 올리비아의 능력은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이브를 구하기 위해 잠입하고 적을 물리치는 능력은 현대 특수부대원 에이스 같다.


1139년 겨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전쟁은 계속 이어진다.

이 전란의 시기에 도적떼들이 곳곳에서 약탈을 한다.

치안이 안정적인 슈루즈베리는 많은 피난민들이 모이는 곳이다.

지치고 약탈을 벗어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런 평화로움은 행정 장관 길버트 프레스코트와 보좌관 휴 베링어의 안전한 통치도 한몫했다.

혼란스럽지만 평온한 일상에 하나의 소식이 들려온다.

황후 편에 있던 귀족의 남매가 슈루즈베리로 오던 중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남매의 외숙은 자신이 직접 조카들을 찾고 싶다고 하지만 왕은 거부한다.

현재 싸우고 있는 황후의 기사가 자신의 구역을 다니면서 얻게 될 정보도 막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아이들과 함께 오던 수사가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두 명의 귀족 남매는 곧 열여덟이 되는 누나 에르미나와 열세 살 남동생 이브다.

이들과 함께 겨울 산을 넘은 수사와 수녀가 있는데 엘리어스 수사가 큰 부상을 입었다.

캐드펠은 이 엘리어스 수사를 돌보기 위해 다른 수도원으로 간다.

거의 죽기 직전의 상황에 빠진 환자를 돌보는데 그의 경험이 하나씩 나온다.

힐라리아 수녀는 바로 제목의 여인이자 살인 사건의 중심에 놓여 있다.

캐드펠이 다른 곳에 숨어 있던 이브를 데리고 오다가 그녀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다.

그는 처음에 그녀를 에르미나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얼음 밖으로 그녀를 꺼내고, 이브를 통해 힐라리아 수녀란 것을 알게 된다.

도적떼가 산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죽이고 약탈을 하기에 당연히 그들의 짓으로 생각한다.

이 도적 떼는 산 주변의 마을과 집들을 약탈하는데 그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눈보라가 강하게 휘몰아치는 겨울 산에서 도적의 흔적을 찾기는 아주 힘들다.

이브가 잠시 피해 있던 집도 이 도적떼의 공격으로 모든 재산을 잃었다.

치안을 유지해야 하는 휴의 입장에서 이 도적 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한정된 인원과 극도로 나쁜 날씨는 수색을 더 힘들게 한다.

이브를 통해 이 남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독단적인 생각과 엇갈린 행동은 이 남매를 떨어져 있게 한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표현은 거칠다. 흔한 일이다.

도적떼가 저지른 약탈 행위의 결과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단서도 하나씩 얻는다.

그리고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재밌는 점은 이 상황에서 발휘된 작은 기지가 만들어낸 좋은 결과다.


작가는 혼란스러운 전란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잘 엮었다.

서로 갈라진 귀족들의 전쟁과 그 전쟁으로 피해 보는 일반 민중들.

혼란을 틈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도적떼들.

최악의 날씨가 빚어낸 작은 행동 하나의 연쇄파급효과.

뛰어난 관찰력과 탁월한 추리 능력이 빚어낸 살인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 파악.

단순히 기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보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탁월한 심리 묘사와 극악의 기후가 엮여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준다.

예상하지 못한 도적떼와의 대결, 전투, 위기상황, 새로운 변수 등장.

마지막 살인 사건 추리가 끝난 후 이방인 올리비아의 대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보여준다.

남은 시리즈 동안 과연 이 올리비아가 다시 등장할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