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의 오토바이오그래피
양수련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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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59년에서 2025년 서울로 타임슬립한 인공지능 나노봇 이야기다.

이 나노봇의 이름은 라온제나이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시대에 떨어졌다.

자신이 개발된 시대가 아닌 과거와 정보 부족.

2025년과 어울리지 않는 차의 외양은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도로에서 어떻게 할지 몰라 하는 첫 장면은 타임슬립의 재밌는 변주다.

그리고 카봇 형태의 제나가 처음으로 태운 손님은 산파다.

홀로 병원에 가야 하는 산모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린다.

하지만 그 도중에 아이를 낳고, 탯줄을 끊는 것은 아기의 엄마다.

제나가 한 것은 태워주고, 병원까지 데리고 간 것까지.

여기서 제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제나는 손님을 태우고 시공간을 넘어갈 수 있다.

다만 갈 수 있는 미래 시간은 자신이 탄생한 2059년까지다.

손님들을 태우고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각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다양하게 풀려나온다.

십대 소녀에서부터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인생의 한 순간에 자신들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본다.

무리하게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개입하지 않고 지켜본다.

이 거리감이 개인의 경험과 연결될 때 좀더 강한 몰입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이어지는 부분도 많다.


제나는 탑승한 손님들이 가장 바라는 시간대로 간다.

물론 단순히 택시로 알고 막 대하는 손님들도 있다.

이들은 이야기의 대상이 아니고 우리의 현실을 살짝 보여주는 역할이다.

이 타임루프의 재밌는 지점은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모를 때는 그냥 가만히 멈추고, 자신이 알 때까지 기다린다.

대표적인 것인 치매 노인 귀일의 사연이다. 

비가 오면 요양원을 벗어나 어딘가로 가는 귀일.

귀일이 가고 싶은 시간대를 알 수 없어 헤매는 제나.

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고 반복해서 그와 함께한다.

그렇게 알게 되는 한 노인의 회한과 후회로 가득한 삶과 가족의 해체.

자신이 바란 것이 아니지만 작은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해 생긴 비극.


운전수가 없는 차를 타는데 사람들이 두려워하자 제나는 변신한다.

아름다운 여성형으로 변신해 시명을 반하게 한다.

고장난 자전거를 간단하게 고치는 것은 힘든 일도 아니다.

이 시명과 다시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노봇에 빠진 인간과 인간의 제1능력이 궁금한 제나.

이 둘이 만나 함께하는 시간과 엇갈린 감정은 소소한 재미다.

인간의 한 시기를 방문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의미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 깨달음을 지속하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몇몇 대목에서 약간 작위적인 느낌도 있지만 순식간에 지나간다.

개인적으로 개발자 G의 정체가 궁금한데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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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유어 달링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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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순 스릴러다

현재에서 시작해 과거로 흘러간다.

한때 사랑했던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죽이는 아내.

이 두 부부가 공유하고 있는 살인의 기억.

죄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고 있던 남편.

자신들의 살인으로 행복한 삶을 산다고 생각한 아내.

25년의 결혼 생활과 그 사이에 숨겨져 있던 부부의 비밀.

둘의 첫 키스가 있던 곳에서 아내는 남편을 죽인다.

과연 결말이 드러난 스릴러가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단순히 순서만 꺼꾸로 한 것은 아닐까? 결코 아니다.


시간 속에 마모되는 순수한 감정들.

부유하고 안정적인 삶을 조금씩 좀 먹는 둘만의 비밀.

그런데 이 둘만의 비밀을 제외하고 또 다른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교묘하게 구성하고, 조금씩 드러나는 이 부부의 은밀한 삶.

이 과정에 하나씩 드러나는 범인과 범행 수법.

혹시나 했던 것들이 역시나로 끝나는 상황의 연속.

이 사이에 등장하는 과거의 추억 영화와 범죄 실패 분석.

왜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남편을 죽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과 또 다른 살인들.

그 결말이 완벽했다고 생각하고 달리다 마지막에 맞이한 반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고, 중간에 나온 영화들이 다시 떠오른다.


톰과 웬디 부부는 결혼한 지 25년이 되었다.

둘은 같은 생일을 가지고 있고, 톰에게 웬디는 첫 키스의 대상이다.

이 첫 키스가 이루어진 곳이 중학생 수학여행 가서 <엑소시스트>에서 신부가 죽은 계단이다.

조지타운의 명소가 된 계단에 대해 엇갈리는 두 사람의 기억.

자신들의 과거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남편을 죽이려고 계획한 웬디.

실제 첫 장에서 아내는 남편을 밀어 살인하고, 사고로 신고한다.

그리고 가까운 과거로 가서 이 부부의 과거 행적을 두 사람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살인의 죄책감은 톰이 점점 더 술에 의존하게 하는데 그 이유를 밝히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볼 때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부부의 문제 분석이기도 하다.


다른 시간 역순 스릴러와 달리 각 장면 전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충분히 그 당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작은 단서를 깔아둔다.

그때 이 부부가 서로에 대해 가지는 마음과 사랑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웬디가 생각하고 실천했던 살인이 다르게 다가온다.

처음에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둘이 공유했던 살인의 비밀이 끝도 아니다.

그 이전에 있었던 공모와 이벤트처럼 숨겨 놓은 일들은 또 다른 놀람이자 재미다.

이 중첩적인 이야기의 구조와 가장 순수했던 시간으로의 역행.

마지막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앞을 돌아보게 한다.

더불어 각자가 숨긴 비밀이 둘이 서로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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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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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었다.

제목만 보고 괴담 이야기란 생각만 했지 커피와 연결하지는 못했다.

하나의 괴담이나 목차의 여섯 괴담 정도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런 나의 추측은 읽기 시작하자마자 금방 사라졌다.

커피 괴담은 네 명의 중년 남자가 카페를 순례하며 각자 알고 있는 괴담을 들려주는 모임이다.

이 설정만 놓고 보면 하나의 꼭지에 한 편의 괴담이 나와야 하지만 아니다.

일본의 여섯 지역을 돌고, 그 지역의 여러 카페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괴담을 말할 뿐이다.

어떤 이야기는 괴담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것도 있다.

실제 괴담도 그렇게 길지 않아 뭐지? 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조금씩 이 모임에 빠져든다.

 

처음 커피 괴담이 시작한 곳은 교토다.

일본의 천년 고도. 낯익은 지명과 관광지들.

얼마 전에 읽었던 소설들의 흔적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처음은 세 명으로 시작한 이 모임을 다음부터 네 명으로 늘어난다.

레코드 회사 프로듀서 다몬, 음악가 오노에, 다른 친구 미즈시마.

나중에 참석하는 친구는 검사인 구로다다.

단순하게 카페를 돌면서 괴담을 나누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일회성 모임일수도 있지만 계속 이어지고, 서늘한 장면들도 몇 번 나온다.

무더위 속에 시작한 이 모임은 커피만 마시겠다는 의도가 처음부터 무너진다.

카페만 돌고 커피만 마신다면 커피 중독자인 나도 어렵다.

 

“커피 괴담에 잘 오셨습니다.’로 괴담의 문을 연다.

하지만 이 말이 이야기의 첫 시작점은 아니다.

이미 친구들은 교토, 고베, 도쿄, 오사카 등에서 만나 걷고 있다.

한 지역만 도는 것도, 한 카페만 가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왠지 모르게 작가가 실제 갔다는 그 카페들이 궁금해진다.

후기를 보면 이미 사라진 곳도 있다고 한다.

커피만 마시고, 카페만 돌겠다는 의도는 초기에 무너졌고, 시원한 맥주와 디저트도 먹는다.

그냥 단순한 친목 모임 정도인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분위기가 살짝 바뀐다.

검사 구로다가 고민하는 사건의 해결 단초를 제공하고, 도플갱어도 만난다.

괴담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괴담을 다룬 소설이다 보니 짧게 괴담들이 나온다.

서늘한 느낌을 주는 괴담도 있지만 흔한 이야기도 있다.

자신들이 경험한 일들에 대한 것들 중 황당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황당함도 살짝 받아들이면 재미난 이야기가 된다.

한 여름 깊은 밤 사람들이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나눌 때 그 느낌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 속에 한 번씩 무서운 괴담이 공기를 얼린다.

이런 부분에서 가장 예민한 인물은 다몬인데 다른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나의 저질 기억력으로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목은 기억하고 있는 데 <달의 뒷면>과 <불연속 세계> 등에 나왔다고 한다.

<불연속 세계>이 소개글을 읽다 보니 이 모임의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모양이다.

 

괴담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있을지도 모르고, 믿느냐 안 믿느냐가 아니라, 모르니까 좋다고 생각하고”

이 문장을 보면서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란 말에 눈길이 간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가 자신의 안전을 확인시켜준다는 말처럼.

한 괴담으로 깊은 곳까지 파고들지는 않지만 소소한 괴담들이 주는 재미가 있다.

버려도 늘 찾아오는 우산이나 다몬이 보게 되는 이상한 현상 등도 마찬가지다.

무서운 괴담과 다른 의미의 괴담들도 적지 않게 나와 흥미롭다.

일상의 틈새를 파고 들고, 괴이한 현상을 말하는 이야기들이 주는 재미가 미스터리와 엮인다.

커피 한 잔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으면 또 다른 재미와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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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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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아픔 속에 감정을 따뜻하게 만지고, 곤마마는 예쁘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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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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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연작소설이다.

프롤로그를 볼 때 한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약간 어두운 분위기라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첫 이야기가 끝난 뒤 이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무거운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이 유쾌함의 중심에는 키 2미터가 넘는 게이 곤마마가 있다.

큰 키, 거대한 근육, 야한 농담 등으로 무장하고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그의 큰 키와 말과 행동은 약간 만화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게 재미의 한 요소다.

그리고 여섯 명의 헬스 클럽 사람들이 가진 고민과 아픔은 우리의 것이다.


만년 대리 혼다 소이치는 40대 가장이다.

여고생 딸은 이제 아빠를 멀리하고, 엄마와 TV에 나온 멋진 몸매의 남성을 즐겁게 본다.

회사에서는 일 못하는 만년 대리, 집에서는 살찐 아저씨.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헬스클럽 전단지와 광고 하나.

늘어나고 불어난 살들을 관리하기 위해 사브 헬스클럽에 등록한다.

트레이너를 통해 이름에 대한 오해를 풀고, 근육을 만들려고 한다.

이때 그 앞에 나타난 크고 거대한 근육의 남자 곤마마.

그의 도움으로 근육 운동을 하는 데 자신도 모르게 웃는다.

이래서 생긴 별명이 게라짱. 너무나도 평범했던 그의 인생 첫 별명이다.

살은 빠지고, 자신감도 생기고, 헬스 포즈로 가족의 웃음을 얻는다.


이어지는 인물들도 모두 사브 헬스클럽에서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다.

인기 만화가이고, 섹시 미녀인 이노우에 미레.

불성실하게 헬스클럽에 오지만 착한 고등학생 구니미 슌스케.

늘 웃는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치과의사 카이 료이치.

70을 앞두고 야한 농담과 중국제 정력제를 먹는 소기업 사장 쓰에쓰구 쇼자부로.

곤마마로 불리면서 작은 스낵바 히바리를 운영하는 곤다 데쓰오.

이들은 한 공간에서 운동하지만 각자의 고민과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 고민과 아픔은 혼자 안고 가지 않고, 히바리에서 털어놓고 해결의 단초를 얻는다.

해결의 단초를 얻는다고 해도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사자다.

각자가 각자의 경험과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과정들이 제각각이지만 공감할 부분이 많다.


헬스장과 함께 중요한 장소가 되는 곳이 곤마마가 운영하는 바 히바리다.

이곳에는 여고생 같은 미소녀가 칵테일을 만든다.

그녀의 정체는 마지막 장에 가서 밝혀지지만 이름은 카오리다.

히바리가 상담의 장소가 되고, 곤마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맞는 칵테일을 만드는 것은 카오리다.

이 부분도 만화 같은 설정이지만 칵테일의 의미는 다양하다.

칵테일 문외한인 내가 그 의미가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재밌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적인 것은 곤마마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

자신이 한 멋진 말을 잊고 현실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의 현재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이 작가는 따뜻하게 감정을 어루만진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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