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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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에세이다.

황석희란 이름은 나에게 낯설다.

근래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기에 이 이름은 더욱 낯설다.

하지만 그가 번역한 영화 제목들은 보지 않아도 익숙한 것들이다.

오역은 번역가의 숙명 같은 것이라 완전히 피할 수 없다.

한때 한 영화 번역가의 번역에 대한 짤이 인터넷을 도배한 적이 있다.

저자는 영화, 드라마 등의 번역에 대한 오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오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 두 부분이 상당히 재밌다.

익숙한 이야기도 있지만 다른 시선에서 본 글들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미드 게시판은 개인이나 팀 번역으로 수많은 자막이 올라왔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드라마 등이 수입되기 전이라 이들의 자막을 최고의 선물이었다.

채널이 늘어나면서 갑자기 미드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야 했다.

이 자막 등에 대한 소송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본 것 같은데 확인이 필요하다.

일부 드라마의 경우 불법 자막을 그대로 넣은 것이 있다는 말도 있었다.

소문과 현실의 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되었다.

이 정리 과정 속에 자리잡은 번역가 중 한 명이 황석희 번역가인 듯하다.

그의 말을 빌리면 초창기는 다큐멘터리 전문이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괜히 채널 돌리다 잠깐 본 다큐멘터리들이 떠올랐다.


번역자이다 보니 번역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많이 풀어낸다.

정역, 의역, 오역 등에 대한 글들은 나의 취향과 달리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잘 표현해준다.

대표적인 것으로 <파친코>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번역 이야기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 문장을 그는 원작자 등과 의논한다.

이 의논을 통해 그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원작자가 동의한 최고의 정역인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잘 된 번역이라도 오역이 없을 수 없다고 말한다.

비율을 정해 놓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 중 두 가지 언어를 잘 하는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는 아주 인상적이다.

꼼꼼하게 따지면 어색하지만 얼핏 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하는 한국말을 우리가 찰떡 같이 이해하는 것과 같다.

오래 전 선배가 번역투 문장이라고 했던 것을 한참 뒤에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할 때 이 부분은 늘 눈에 거슬렸다.

체 게바라가 했다고 알려진 문장에 대한 그의 탐구는 재밌다.

인터넷 밈이나 쇼츠로 알려진 문장 중 상당수가 정보 오류가 있음을 파고든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업들을 좋아하는데 번역가는 더 깊숙하게 들어간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판치는 웹에서 이런 작업들은 깨진 정신력을 일깨운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상황을 잘못 해석한다.

아이 이야기를 할 때면 이 오역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야기는 진영 논리에 의해 의도적으로 오역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이런 글을 읽다 보면 팩트 체크의 필요성을 점점 더 많이 느낀다.

자신의 번역을 오역으로 몬 유튜브 렉카 이야기는 최근 사건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를 섞어 혐오 장사를 하는 사이버 렉카.

거의 이런 것을 보지 않지만 잘 모를 때 이런 자극적인 정보에 혹한 적이 적지 않다.

아랫집에서 사 온 성심당 빵과 다정한 사람들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

화려하지도 겉멋을 부리지 않는 일상과 번역 이야기는 잔잔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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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 -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 북다 청소년 문학 3
장아결 외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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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25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이다.

최근 청소년 소설 몇 권을 재밌게 읽어서 선택했다.

북다 청소년 문학 시리즈는 현재 이 책 포함 세 권 나왔다.

앞의 두 권 중 한 권은 테니스를 소재로 한 장편 소설이다.

시간이 되면 앞의 두 권도 읽고 싶은데 마음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수상작품집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이가 들고, 아이가 자라면서 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 <을씨년이 우리 반 반장입니다>는 책 속 단편의 제목이 아니다.

최혜영의 <을씨년이 대관절 뽑히는 이야기>를 재밌게 비튼 것 같다.


다섯 작가 중 이름이 그나마 익숙한 작가가 장아결이다.

찾아보니 읽지 않았지만 낯익은 표지와 제목인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를 썼다.

<믿을 만한 어른>은 중3 경채를 내세워 믿을 만한 어른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이런 어른을 찾는 이유는 부모님이 헐값에 판 감정가 3억 원의 금불상을 되찾기 위해서다.

이 금불상을 붕어빵을 사려고 기다리다 들어간 곳에서 발견한다.

3억 원이란 감정가를 알기에 사려고 했지만 상점 주인은 미성년자에게 팔지 않는다.

어른과 함께 와 사라고 하는데 이것은 나중에 생길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하고 같이 사고 싶지만 부모님은 한탕주의에 빠져 있다.

가보를 되찾고, 3억 원을 받기 위한 경채의 노력과 좌절이 하나씩 나온다.

현실적인 문제와 조언이 먼저 나오고, 그 불상을 되찾으려는 열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금불상이 진짜일까? 과연 믿을 만한 어른을 찾을까? 하는 호기심이 끝까지 유지된다.


조웅연의 <너만 빼고 완벽한 우리 반>은 풋풋한 재미로 가득하다.

거짓과 오해가 겹치고, 짝사랑의 감정이 풋풋하게 그려져 있다.

반 최고 인기인 장혜원과 이상하게 엮이고, 꼬인 관계지만 친한 척한다.

한때 짝사랑했던 한지웅이 전학 오는데 그가 장혜원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

장혜원과 사귀는 것을 방해하려는 나, 거짓 때문에 생기는 관계의 균열.

소문의 진짜 사실을 알고 오해를 해결하기 위해 솔직한 진심을 말한다.

한지웅이 보여준 행동의 이면에 담긴 사실은 살짝 웃게 한다.

갑자기 든 생각은 이 단편 장편으로 만들면 어떨까 한다.


천가연의 <세 번쩨 눈을 뜰 때>은 SF 요소를 가져온 성장소설이다.

외계에서 온 삼목인이 지구에 살면서 생기는 차별과 혐오의 감정을 다룬다.

외계에서 지구로 올 정도면 엄청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을 텐데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인간과 다른 모습이라고 하지만 눈이 하나 더 있을 뿐이다.

초기 정착 과정에 지구인들에 의해 삼목인들은 많이 살해당했다.

이 공포와 혐오는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온과 금성이 시선이 교차하면서 진행하는데 이들의 이야기 속에 현실을 담고 있다.

삼목인 대신 외국인 노동자나 성소수자를 넣으면 현재 한국의 모습이다.

청소년 소설의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최혜영의 <을씨년이 대관절 뽑히는 이야기>는 유쾌하고 재밌다.

요즘 아이들의 낮은 문해력과 조금씩 피어나는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었다.

을씨년과 대관절이란 단어를 사용해 찰 지게 욕하는 국어 무능력자 소희.

문법이 틀리면 얼굴이 붉어지는 국어 능력자 준호.

서로의 감정을 모른 채, 속인 채 둘은 국어 공부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관계 하나가 밝혀진다.

이 반전과 소희의 매력이 예상하지 끝까지 유쾌하다.

이 아이들이 등장하는 연작소설도 재밌을 것 같은데 과연 더 나올까?


강지윤의 <다정의 온도>는 같은 이름과 친 엄마의 부재를 엮었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린다는 노다정.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하지만 속은 무심한 유다정.

이 둘은 이름이 같고, 친 엄마가 부재한 것도 같다.

하지만 이름 이외에 이런 사실은 중반 이후에 드러난다.

이 둘은 학교 앞 단맛의 떡볶이집에서 만나면서 상황이 꼬인다.

노다정은 언제나 생일이 되면 동생과 함께 생일을 자축한다.

아빠는 생일이 되면 돈을 줄 뿐 단 한 번도 다정의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앞에 풀어두고, 갑자기 사라진 떡볶이집 주인 아줌마 실종 사건을 조사한다.

노다정과 유다정, 이 둘이 의심스러운 주변 사람들을 찾아 흔적을 쫓는다.

오해와 노다정의 능력이 엮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진다.

같은 이름이 주는 혼란, 뒤섞인 관계와 바람 등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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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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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집 책장에 동생이 사놓은 것은 읽었던 것이 처음이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이 책이 얼마나 유명하고 대단한 책인지 몰랐다.

당연히 그냥 재밌게 읽었던 기억만 난다.

그 후 이 책에 대한 호평과 극찬을 보면서도 솔직히 그렇게 공감하지 못했다.

아마 책 속 재판 장면이 그 당시 읽던 법정 스릴러보다 덜 자극적이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이 재판의 이미지 때문에 다른 부분의 재미를 놓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흘러 다시 읽은 지금 다양한 재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도 재미가 더해진 이유다.


1930년대 미국은 대공항의 여파 속에 있었다.

<분노의 포도>를 읽으면 이 당시 모습을 아주 잘 볼 수 있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의 한 작은 읍 메이콤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아직 인종차별이 당연한 듯 시대였고, 남부는 더 심한 곳이었다.

흑인들만 따로 떨어져 살아야 했고, 인종적 편견이 가득했다.

백인 여성 강간으로 기소된 흑인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공교육이 시행되는 중인 것 같다.

이 공교육 시행으로 인한 초기 혼란은 이야기 앞부분에 잘 나온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스카우트에게 선생님이 한 말에 그대로 드러난다.

아빠가 가르치는 방법을 모르니 더 이상 가르치지 마시라는 말이다.

황당한 말과 체벌 등은 그 시대의 한 면은 잘 보여준다.


스카우트는 오빠 잼과 함께 노는데 여름이면 딜이 와서 같이 논다.

어린 이 세 명의 아이들이 노는 장면들을 보면 <톰 소여의 모험>이 떠오른다.

자신들만의 놀이 방식을 개발해서 재밌게 논다.

이 마을 아이들 사이에는 스카웃 앞집인 부 래들리 집에 대한 괴담이 있다.

그 집 근처만 가도 아이들은 공포에 질리고, 문을 두드릴 생각조차 못한다.

무섭지만 허세를 가진 잼은 용기를 내어 문 앞까지 갔다가 급하게 돌아온다.

스카웃은 이런 오빠를 놀리지만 그녀와 딜 또한 무서워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집 앞 나무 속에서 껌과 고장난 시계 등이 나온다.

누가 이 물건들을 그 속에 놓아 두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무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구멍은 시멘트로 메꾸어진다.


스카웃이 화자로 등장해 3년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초반은 젬 오빠 등과 재밌게 놀고 모험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이 마을 사람들의 상황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아버지 애티커스가 이 남매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도 조금씩 드러난다.

광견병 사건이 터졌을 때 아버지가 얼마나 뛰어난 명사수였는지 알지만 그뿐이다.

아버지는 인종적 편견이 없고, 아이들이 선입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50대인 아버지는 아내가 죽은 후 홀로 살면서 흑인 캘퍼니아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키운다.

바쁜 아버지 때문에 흑인 교회에 간 장면은 다시 이 시대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높은 문맹률, 생존을 위한 흑인 공동체의 모습, 백인에 대한 배척과 두려움 등.


한 편의 법정 스릴러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 장면이 톰 로빈스의 재판이다.

이전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 있던 장면인데 세부적인 상황이 기억과 달랐다.

법정은 흑인과 백인의 방청 구간이 나누어져 있다.

스카웃 등은 1층 백인 자리가 없어 2층 흑인 구역으로 가서 방청한다.

딸이 흑인 톰에게 강간 폭행당했다고 유얼 가족들이 신고했다.

보안관이 딸이 폭행당한 후의 장면을 봤고, 톰을 체포했다.

이 사건에 대한 법정 공방은 아무리 나쁘게 봐도 톰의 무죄가 확실하다.

아버지가 변론한 내용들은 톰의 무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게 한다.

하지만 백인 배심원들은 톰의 유죄를 선고한다.

이 장면은 이후 법정 스릴러에서 다른 방법으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1930년대 대공황과 인종 차별 속에서 한 소녀의 성장을 그려내었다.

아직 그 시대의 가치관 등이 집안에 그대로 드러난다.

말괄량이 소녀인 그녀의 행동과 말은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진 루이자의 울음 장면들이 이번에는 쏙쏙 눈에 들어온다.

인종 차별이라는 벽 앞에서 좌절하는 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 애티커스.

아버지가 보여준 냉철함과 피곤함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나타난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 이 과정 속에 있는 우리란 주장은 가슴에 새겨둬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원칙적인 모습과 낙관적인 태도는 왠지 불안하다.

마지막에 스카웃이 부의 집 현관에 서서 역지사지를 깨닫는다.

한 소녀가 일을 깨고 나오는 순간이자 독자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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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 안전가옥 오리지널 42
배예람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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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42권이다.

작가의 장편 소설은 처음 읽는다.

단편은 앤솔로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솔직히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록을 찾아보니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는 글만 보인다.

한국 장르문학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한국형 괴물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전래 동화를 이렇게까지 괴물로 변주하는 것에 놀랐고 감탄했다.

이런 변주는 이야기의 영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다음 후속작을 생각하는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는 괴물과 관련된 특별한 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이 손은 타고 난 것이고, 각자의 능력은 모두 다르다.

구 팀장 같은 사람은 괴물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효령 같은 사람은 내부에서 괴물을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지운은 힘이 센 데 그 힘이 큰 파괴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주인공 보늬는 이런 손 대신 눈을 가지고 태어났다.

외할머니이자 협회 회장인 귀순과 엄마가 가진 손 대신에 말이다.

이 눈은 귀신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능력자들이 모인 곳은 다른 협회다.

대귀협이란 곳인데 내용만 보면 수입은 이쪽이 더 좋은 것 같다.


보늬의 첫 파견은 구 팀장과 함께였다.

시민들에게 씨름을 요청하는 도깨비를 잡는 것이다.

둘의 협업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왠지 모르게 구 팀장의 손이 작용하지 않는다.

보늬는 이 도깨비가 불쌍해 그냥 보내주고 팀장의 구박을 받는다.

손을 가지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면서 사직서를 작성한다.

그러다 협회 안에 돌아다니는 귀신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눈을 가진 보늬가 귀신 찾기를 하는데 다른 귀신들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구 팀장을 발견한다. 가짜다.

도플갱어 같은 존재인데 여기에서는 옹고집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전래 동화 속에서 알던 옹고집과 다른 존재에 대한 설명이 붙는다.


옹고집을 해결하는데 지운이 큰 도움을 주었다.

둘은 임시 파견팀을 이루면서 새로운 괴물을 잡으러 나간다.

당연히 이번 이야기에서도 전래 동화가 변주된다.

이런 변주는 괴물의 외양이나 능력과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전래 동화 속 이야기를 현대의 상황과 연결한 것이다.

토끼와 자라 이야기에서는 간이 그대로 나오지만 그 뒷이야기는 다른 것이다.

이런 변주와 괴물 이야기가 결합해서 판타지 액션 스릴러로 발전한다.

여기에 다양한 모습을 가진 괴물을 사랑하는 보늬를 내세워 흥미를 자아낸다.

괴물과 사람의 생명 중 어디에 무게를 더 둘 것인가? 하는 고민도.


웹 판타지 소설 같은 파괴력이나 통쾌함은 없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세계를 그려낸다.

괴물협회 대신 실뜨기협회로 이름을 감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괴물이 연쇄살인을 저지르지만 대외적으로 다르게 알려야 한다.

여우 누이 편은 이것을 가장 극대화시킨 것이다.

이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월야괴담은 팀장 이상 등급만 확인 가능하다.

월야괴담은 전래동화와 현실의 간극을 설명해준다.

이 기발한 변주는 이미 다른 곳에서도 이루어진 것이지만 여전히 재밌다.

하나의 이야기가 꼭 하나의 변주만 일으키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이미 나온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한 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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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책 인문학 세계 고전
사사키 다케시 외 83명 지음, 윤철규 옮김 / 이다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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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지식 세계고전>의 개정판이다.

2004년 초판이 나왔고, 이번에 서양 고전 인문학 버전으로 재출간했다.

이전 판본이 9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전체 5장으로 재분류했다.

실제로는 역사와 종교의 장은 이전에 두 장으로 나왔던 것을 하나로 합쳤다.

사라진 장들은 여성론, 교육, 카운터컬처 등의 장이다.

이 장들마저 포함되었다면 책은 훨씬 두툼했을 것이다.

이번 책이 576쪽인데 이전 책은 732쪽이다.

혹시 이번에 빠진 장들에 관심이 있다면 절판된 책을 찾아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들도 제대로 소화 못한 것을 생각하면 글쎄!


개정판에서 다루는 다섯 장은 정치, 경제, 법 사상, 철학과 사상, 역사와 종교 등이다.

목차를 보면서 이전에 읽었거나 읽다 중단했거나 읽으려고 사 놓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읽었던 책들은 기억을 되살리면서 그 당시 이해하지 못한 내용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전체적인 이해라기 보다 개념에 대한 이해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목록을 다시 보면서 읽지 않는 책들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고전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그 시절에 읽지 못한 것을 지금 읽기는 더 힘들다.

하지만 일본 학자들이 책 내용을 요약한 것을 보면서 이해를 돕는다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몇몇 책은 부족함이 있어 보이지만 대부분은 그 자체로 많은 이해를 돕는다.

책 속에도 나왔지만 방대한 저작을 몇 쪽으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책 제목과 저자들은 낯익다.

하지만 몇몇 작가들과 책 제목은 낯설다.

일본의 제목과 한국의 제목이 다른 것도 있지만 기억하지 못한 것도 있다.

한때 한국의 사회과학 책들이 일본의 중역이었음을 생각하면 약간 의외다.

그리고 한때는 금서 목록 1위였던 자본론과 레닌의 책들이 목록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현대 정치와 경제 부분에서 마르크스를 빼고 이야기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읽으면서 <자본론>을 요약하거나 간략하게 설명했던 책들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전공 때문에 낯익은 이름들과 책 제목은 괜히 반가웠다.

하지만 희미해진 기억과 바뀐 이론들은 새로운 공부를 말한다.


살면서 어렵고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은 적이 몇 번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칸트의 책들인데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끝까지 읽었다.

철학을 알고 싶어, 너무나도 유명해서, 읽으면 알 줄 알고 읽었던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책들이라 읽어야지 생각하고 사 놓은 책들은 또 어떤가.

처음에는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현실은 영원히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이 요약본을 읽으면서 그 책의 핵심 내용 일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혹시 그 책을 읽을 기회가 된다면 이 요약본을 본 후 조금은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의 매력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런 핵심 요약이다.

책 속 몇 문장들은 지식을 새롭게 하거나 확장시켜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힘들지만 매일 조금씩 읽는다면 다르다.

좀더 집중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책만 읽어도 된다.

철학의 개념을 잡거나 정치 사상의 흐름도 조금씩 파악할 수 있다.

오래 전 서양철학사에 대해 읽으면서 현대 철학에서 주춤한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갔다.

경제학의 주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핵심은 배운다.

마지막 장에 오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이 서구의 사상과 종료란 것이 명확하다.

십자군에 대한 지식 하나는 뒤틀리고 있던 편견을 바로잡아주었다.

서양 고전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 한 권은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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