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7일 동안 남자 고등학교 기숙사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네 소년들의 가슴속에 담겨있던 아픔과 그리움과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연말을 앞두고 기숙사에 남은 그 소년들의 이유와 청춘을 보게 된다. 비록 나이는 많지 않지만 그 추억 속에 남아있는 기억들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 아픔을 친구들과 보낸 며칠에 담아내는 작가의 필력에 역시 라는 생각을 한다.  

 네버랜드. 이 단어를 생각하면 피터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아이들의 땅. 이 소설 속 소년들도 어쩌면 그런 곳을 꿈꾸는지 모른다. 아니 빨리 성장하길 바랄 것이다. 어린 시절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에 짓눌려 있는 그들이기에 그 시기를 잊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길 과연 원하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어른이 되어,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는 모습에 그들이 반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나 어린 시절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나쁜 기억에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소년들의 기억은 좀 심하다. 아버지의 정부에게 유괴 당하거나, 자신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자살하거나, 아버지의 본부인에게 강간을 당하곤 한 것이다. 어느 순간 잊고 있던 그 기억이 떠오르며 자신을 괴롭힐 때 그 사실을 털어놓고 투정부리고 나서 약간의 평온을 얻는다. 나만 힘든 경험을 한 것이 아니라는 연대감인지도 모르겠다. 여기 이 소설에 나오는 소년들은 그 어렵고 힘든 시기를 뚫고 올바르게 커왔지 않은가! 물론 어느 정도 삐뚤어질거야! 하는 마음이 깔려있기는 하겠지만 그 며칠 동안 함께한 시간 때문인지 많은 부분을 털어내지 않았을까 한다.  

 작가 후기를 읽다보니 재미있는 말이 나온다. 학교도 아이도 싫어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온다 리쿠의 소설 중 학교와 아이를 배경으로 한 것이 더 재미있다. 아마 현실적이지 못하고 그 시기의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청춘. 남자 기숙사 경험을 가진 사람의 경험담이 아름답지 못하다하여 참조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에 감수성 가득한 판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 가끔은 현실을 벗어나 힘겹게 지나온 시기의 아름다운 포장에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너무 심하거나 너무 비현실적이라면 물론 거부감이 생기기는 하겠지만.  

 얼마 전 읽은 <유지니아>의 묘한 분위기와 혼란스러운 느낌을 생각하면서 이 소설도 그런 경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깔끔하게 잘라낸 장면 전환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쉽게 읽힌다. 그녀의 강점이 잘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아쉬움도 있다.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 얕은 곳에 머물러 생각의 여지를 좁혀놓은 것이다. 대립과 갈등보다 이야기와 아픈 과거와 현재의 즐거움에 더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기는 더 좋았다. 초반에 벌어진 하나의 사건이나 아이들의 숨겨진 비밀을 두고 미스터리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역시 청춘소설로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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