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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2023년 콩쿠르상, 프낙 소설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데뷔작 <나의 여왕>을 찾아보니 이 소설과 달리 분량이 많지 않다.
언제 시간 내어 쉽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책은 600여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이고,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룬다.
그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한 귀족 가문과 엮이고, 그의 피에타 석상과 교차한다.
그 귀족가문은 오르시니 가문이고, 막내딸 비올라와의 우정은 그를 성장시킨다.
그가 만든 피에타 석상은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바티칸이 이 피에타 석상을 수도원 지하에 가둘 수밖에 없는 이유도 같이 나온다.
천재 석공예가 미모 비탈리아니는 왜소증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난쟁이라고 부르고, 이렇게 불리면 발끈한다.
하지만 이것은 나중의 일이고, 처음 이탈리아에 왔을 때 이 사실이 드러난다.
아버지가 전쟁 때문에 죽고, 어머니는 그를 이탈리아로 보내 석공이 되게 한 것이다.
삼촌이라고 부르는 치오는 능력은 없지만 작은 마을에서 일거리를 계속 가져왔다.
그러다 오르시니 가문에 일하러 갔다가 떨어지면서 다른 방에 들어가게 된다.
이 방의 주인이 바로 그와 평생 운명의 대상인 비올라다.
실제는 이전에 묘지에서 유령으로 착각한 소녀였다.
이 만남은 두 사람의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비올라는 귀족의 딸이지만 어머니가 책 한 권도 못 보게 한다.
그녀는 아버지 서재에서 책을 몰래 가지고 나와 읽으면서 지식을 쌓았다.
그녀의 첫째 오빠는 전쟁에 나가면서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
남은 두 명의 오빠는 서로 다른 삶을 선택하지만 한 가지는 똑같다.
그것은 자신들의 가문을 최우선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이야기가 진행되고, 선택의 순간이 오면 더욱 분명해진다.
비올라는 서재의 책을 가져다 미모에게 전하고, 읽게 한다.
이 독서가 미모의 지식을 살 찌우고, 조각의 예술성을 더 높인다.
원근법을 이야기하는 피렌체의 에피소드 하나가 이것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미모의 탁월한 실력은 어릴 때 그가 한 작업에서도 바로 드러난다.
치오가 제작하다 중단한 것을 완성했는데 이것을 본 치오의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알코올 중독자인 치오는 일을 가져오지만 제대로 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그의 공방에서 별항이라고 불리는 비토리오가 미모의 친구가 된다.
이 시기에 비올라도 함께하면서 그녀가 바라는 바를 시도하려고 한다.
그것은 하늘을 날고 싶다는 그녀의 꿈이지만 작은 비극의 원인이 된다.
미모는 비올라의 생일 선물로 가문의 문장이자 소문의 하나인 곰을 조각한다.
이 조각은 대단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그의 재능을 귀족 등에게 각인시킨다.
하지만 이 일은 미모로 하여금 피에트라달바에서 떠나게 만든다.
피렌체 공방에서 석공예가로 일할 줄 알았는데 단순히 돌 쪼개는 일을 한다.
이 시기의 그는 도시 빈민의 삶을 체험하고, 현실에 대해 조금식 알게 된다.
그의 탁월한 능력을 공방주 메티가 알아챘다고 해도 이해관계 등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다.
메티의 작은 호의가 약간의 돈을 벌게 하고, 작은 희망을 품게 한다.
비올라가 시험 비행 중 추락하면서 생긴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질투한 사람들의 폭력은 그를 떠나게 한다.
서커스단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하지만 이곳은 그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겪으면서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면서 살아갈 뿐이다.
이때 그를 찾아온 프란체스코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을 한다.
치오가 공방을 그에게 넘겼다고 하면서 피에트라달바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이후 그의 재능은 대단한 성공으로 이어지고, 삶이 완전히 바뀐다.
미모의 이야기 중간 중간에 그가 만든 피에타 석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왜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수도원의 지하에 숨겨둘 수밖에 없는지 말하면서.
이 석상을 본 사람들이 보여준 이상한 반응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이 석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고 해석하지만 전설만 더해질 뿐이다.
미켈란젤로와 같은 이름으로 지어졌지만 미모로 불리길 바란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이 현재의 이야기는 짧지만 언제, 어떻게 그 석상을 조각하게 되었는지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긴긴 세월의 회상 끝에 드러난 사실은 읽는 내내 예상한 것과 너무 달랐다.
그가 들려준 진실은 오랫동안 고민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이탈리아 근현대사 부분이다.
통일된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압도된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정부 아래에서 승승장구하는 스테파노.
교황청에서 추기경까지 올라가는 프란체스코와 그의 행동들.
귀족가문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순간의 냉혹함.
미모의 삶과 비올라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들과 역사의 한 장면이 빚어내는 이야기들
성공한 예술가가 가지게 되는 힘과 그가 보여준 뒤끝들.
잘 짜인 구성과 두 남녀가 엮인 삶은 책을 덮은 후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섬세한 묘사와 묵직한 이야기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고, 반전은 머릿속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