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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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클래식 7권이다.

세 편의 단편이 묶여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는 작품은 당연히 표제작 <변신>이다.

이 단편을 읽어야지 늘 생각만 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읽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도입부와 설정만 알고 있었지 그 내용은 몰랐다.

해설을 읽으니 이 세 편이 ‘아들’이란 제목으로 묶여 출간될 뻔했다고 한다.

다른 출판사의 카프카 단편선에 비해 분량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보에 고개를 끄덕인다.

난해한 소설들이지만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이 단편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아마도 학창 시절에 카프카의 장편을 읽었을 것이다.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으로 끝까지 읽었는데 이해는 거의 하지 못했다.

고전에 대한 허세와 욕망에서 비롯한 독서가 큰 소득 없이 끝났다.

이 기억은 이후 카프카란 이름이 나올 때마다 다시 읽어야지 하고 생각만 했다.

다른 출판사의 단편집을 사 놓고도 계속 묵혀둔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다.

약간의 강제가 없다면 바로 읽지 않을 소설들인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오랜 시간 여기저기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읽은 것 같을 때도 있다.

다행이라면 <변신>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기억하는 단편이라 혼란은 없었다.

다른 판본보다 더 현대적인 느낌으로 번역해 옛날 소설의 느낌이 사라져 조금 아쉬웠다.


<화부>는 완성하지 못한 소설이라고 한다.

여객선 3등칸을 타고 미국으로 넘어온 카를.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배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한다.

그러다 만난 화부, 그를 보고 선원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화부의 불만을 듣다가 1,2등 승객들만 다니던 곳에서 있는 한 선실에 도착한다.

이 선실 안에서 화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본다.

이 논쟁보다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조금은 갑작스러운 카를의 개인사다.

어느 순간 이 개인사가 앞에서 벌어졌던 논쟁을 잊게 한다.

왜 미완성이라고 했는지 이해하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선고>는 솔직히 말해 마지막 장면을 오독했었다.

해설을 보고 다시 그 장면을 읽으면서 왜 놓쳤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프카의 자전적 색채가 짙다고 했는데 어떤 대목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연인을 친구에게 소개하는 편지와 아버지의 반발은 혼란을 불러왔다.

화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하는 아버지, 아버지의 독설.

자신의 선의와 의도가 왜곡되고 오해받는 상황에서 괴로워하는 화자.

마지막 선택이 충동적으로 펼쳐지는데 이 부분이 이해하기 어렵다.

중간에 내가 놓친 대목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겠다.


<변신>은 너무나도 유명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늦잠을 잤다는 사실에 놀라고, 벌레로 변한 모습에 또 놀란다.

영업사원으로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던 그의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회사에서 출근하지 않은 그를 찾아오고, 그는 벌레로 변신한 몸으로 출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몸을 보고 상사는 도망치고, 가족들도 그를 멀리한다.

그레고르란 사실을 알고 가족은 그를 방에 가둔 채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한다.

집안의 유일한 소득원이었던 그가 일을 못하면서 순간 생계가 힘들어진다.

벌레로 변한 그가 머문 방을 매일 찾아오는 것은 여동생이다.

시간이 더 흘러가면서 가족들은 자신들만의 일을 찾아서 한다.

이 일상의 변화를 방 안에서 그레고르는 듣고 잠깐 나와 보면서 알게 된다.

이 변화 속에 일하지 않고 혐오감을 불러오는 그레고르는 이제 귀찮은 존재가 된다.

돈을 벌던 존재가 혐오의 존재가 되면서 생기는 상황의 전환과 일상의 변화.

벌레 대신 돈을 벌지 못하는 환자로 전락한 가장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왠지 씁쓸하고, 너무 현실적이라 여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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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헤드 대드
성하성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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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다고 생각했는데 첫 작품이다.

대단한 속도감으로 끝까지 몰고 가는 필력이 대단하다.

SF, 스릴러, 액션이 가미되었는데 복수를 엔진으로 끝까지 달려간다.

뇌를 스캔해서 칩에 담고, 몸은 의체로 만들어 이론적으로 영생도 가능한 시대다.

2057년이란 가까운 미래에 이런 기술이 가능한지는 의문이지만 그냥 지나가자.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탐욕은 상황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뇌가 파괴되지 않으면 뇌를 스캔해 시냅스칩을 탑재한 의체로 다시 살릴 수 있다.

이런 현실은 죽음을 마주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생각도 바꾼다.

하지만 범죄는 이런 현실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파고들어 삶을 뒤흔든다.

한 번의 접대, 그때 본 한 소년, 정의로운 선택이 복수의 불을 당긴다.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사람은 두 명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 명이지만 한 명은 다른 사람에 기생한 의식이다.

이 의식이 바로 천재 살인마이자 연쇄살인범인 두억시니다.

이 두억시니를 잡으러 경찰특수기동대와 함께 위험한 연희는 온서특별시에 들어갔다.

연희가 그곳에서 본 것은 남편의 모습을 한 두억시니였다.

현은 전쟁 무기 개발에 참여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팀장이다.

그가 군 장성의 요청에 의해 회사 접대 자리에 참석한다.

불편하고, 성향에도 맞지 않은 자리고, 잠깐 나온 밖에서 낯익은 소년의 모습을 발견한다.

딸의 친구이자 죽은 후 뇌가 파괴되어 되살리지 못한 아이였다.

거짓된 정보, 살린 아이를 성 노리개로 이용하려는 더러운 욕망이 엮인다.


세상의 혼탁함과 부조리는 보고 그냥 덮으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어느 순간에 나에게 다가올지 알 수 없다.

이기적으로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면 그 순간은 넘어갈 수 있다.

실제 현은 조금은 쉬운 길을 가는 대신 가족의 동의를 얻어 힘든 길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한 가족의 파멸로 이어졌고, 그 과정은 참혹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다른 의체로 다시 태어난 현.

죽으려는 시도조차 특별한 몸은 쉽게 막는다.

그는 복수를 바라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도마뱀의 꼬리를 찾는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가 살인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잠든 그가 깨어나 자신의 시냅스칩에 든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양심이 조직의 욕망에 너무 쉽게 무너지는 세상.

특별한 의체를 얻었지만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방법을 모르는 현.

이 전투용 의체를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두억시니다.

이 둘은 한 몸에서 서로의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

현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해킹과 전쟁 무기 쪽으로.

두억시니는 주저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뇌의 정보를 뽑아내는 쪽으로.

현의 주저와 양심은 어느 순간 복수심에 먹혀버린다.

이런 현을 잡을 수 있는 인물은 특수기동대의 연희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연희에게는 정보가 부족하다.

얻은 정보는 내용이 부족하고, 속도마저 느린 경우가 많다.


적의 꼬리를 잡고 몸통을 잡으려는 시도는 쉽지 않다.

현의 의체가 혼자만의 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드러난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은 다른 사람이 판 함정으로 빠지게 한다.

알면서도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새로운 전술 무기의 등장.

전투신은 박진감 넘치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서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강렬한 액션과 미래 무기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그리고 이 잔혹한 현실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서 가족을 말할 때 놀란다.

가해자들이 그 참혹한 행동을 한 이유도 가족 때문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명이 탐욕과 엮이고, 두억시니의 음모는 나중에 드러난다.

세계수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SF적으로 해석한 장면은 또 다른 재미다.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다리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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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도시, 서울
방서현 지음 / 문이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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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제목이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서울을 버린다니 대단하다. 그런데 왜 버릴까?

누구는 이 도시에 살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부러워하는데.

산언덕에서 시작해 숲속 호수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은 한때 유행했던 수저론이다.

흙수저보다 더 낮은 똥수저를 등장시킨 것도 재밌다.

혹시 똥수저보다 더 낮은 수저는 무엇일까? 잠시 머리를 굴러본다.


의도적인지, 아니면 내가 이름을 찾지 못한 것일까?

화자인 똥수저 주인공은 이름으로 한 번도 불리지 않는다.

단순히 목차만 보면 주인공의 신분 상승을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저론의 벽은 높고 두꺼워 쉽게 넘어갈 수 없다.

다만 그 수저들의 생활을 살짝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똥수저 동네에서 흙수저 동네로 이사를 가지만 신분까지 상승한 것은 아니다.

이 이사도 살던 집에 불탄 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살게 된 곳이다.

지층의 방 하나짜리 집. 그래도 이전 집보다 좋다고 아이는 생각한다.

현실 속 집은 벌레와 곰팡이로 가득하다.

복지가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지만 과연 그 의도가 순수했는지 의문이다.


처음 이 집에 이사왔을 때 같은 건물에 살던 사람들은 그곳을 지하 창고라고 불렀다.

벌레 많고 곰팡이가 가득하지만 똥수저 동네보다 낫다고 아이는 생각한다.

동수저로 넘어가야 할 텐데 은수저 동네 이야기로 바로 넘어간다.

대단지 아파트 단지가 바로 은수저 동네다.

금수저 동네는 최고급 빌라촌인데 이곳의 풍경도 보여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이런 동네로 이사 가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아이는 초등학생이고. 힘든 현실을 그대로 경험한다.

이 수저 동네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배운 것을 그대로 실현한다.

이 차별에 깊이를 더하는 존재로 초등학교 교사를 내세웠다.

그 담임이 내 준 숙제는 이 현실을 비틀어 보여준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화자,

할머니와 함께 폐지를 주워 그나마 목숨을 유지한다.

아이들은 화자를 쓰레기라고 부르고 비아냥거리고 무시한다.

이 행동의 뒤에는 그들 부모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어른의 존재와 행동이 왜 중요한 지는 윤우 엄마의 말과 행동에서 잘 드러난다.

마지막 금수저 동네 이야기를 다룰 때 그들의 삶은 나도 쉽게 공감할 수 없다.

온몸에 비싼 물건을 휘두르지만 이들의 추악한 심성은 너무 쉽게 드러난다.

밖에 보여주는 그들의 삶과 현실은 그 괴리가 대단하다.

현실의 파편들이 소설 곳곳에서 조용히 빛을 반사한다.


할머니는 화자를 손녀 아들이라고 소개한다.

이 소개 이면에는 어떻게 이 아이를 키우게 되었는지 살짝 알려준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엄마를 그리워하는 화자.

이 화자의 의문에 답하는 어른들의 대답은 허망하기만 하다.

가장 낮은 곳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과거는 또 어떤가.

처참하고, 안타깝고, 힘겹고, 어려운 삶이다.

하지만 할머니와 아이는 포기한 채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는다.

이들에게 조금씩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고 다른 의도를 의심한 내 모습이 부끄럽다.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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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하·화도편 - 춤 하나로 세상의 보물이 된 남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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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생각보다 하권이 빨리 나왔다.

상권에서 의문을 품었던 것들 대부분이 해소되었다.

키쿠오가 어떻게 국보가 되는지 보여준다.

그 과정에 슌스케와 키쿠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멋지게 보여준다.

최고의 여장 가부키 배우 만키쿠와 함께 하면서 성장하는 슌스케.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신파 쪽으로 나아가야 했던 키쿠오.

두 가부키 배우가 가까운 거리의 극장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이 결과 두 배우는 상을 받게 되고, 자신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하지만 삶이 늘 그렇게 평탄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신파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키쿠오.

하지만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은 세계적인 여성 소프라노 가수와의 협연이다.

서양과 동양의 두 예술이 만났고, 키쿠오는 여장 배우의 요염함을 극대화한다.

이 협업은 큰 성공을 이루었고, 공연은 매진으로 이어진다.

이런 성공에 문제가 된 것은 그를 돌봐 준 야쿠자 삼촌의 잔치 무대다.

이미 경찰이 급습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의리를 지킨 것이다.

이 사건은 그가 다시 신파에 출연하는 것을 막는다.

힘들게 성공했는데 과거의 인연이 앞길을 가로 막았다.


정통 가부키 계에서 최고의 여자 배우로 활약하면서 이름을 더 높인 슌스케.

그의 삶에도 병의 징후를 무시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일을 마주한다.

무대에서 생긴 문제, 가족력, 발의 괴사. 다리 절단.

한쪽 다리만 절단하면 된다고 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연기가 쉽지 않다.

무대로 복귀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 집착, 의지와 열정은 광기처럼 다가온다.

열정적인 노력과 연습으로 무대에 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비극은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서 쉼 없이 일어난다.

이 비극은 키쿠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정신세계 한 곳이 무너진다.


작가는 이 두 명배우의 활약으로 가부키가 성장했다고 말한다.

이 성장의 두 날개 중 하나가 꺾일 때 그 부담감은 한 사람에게 가중된다.

키쿠오는 슌스케의 아들도 제자로 받아들여 키워야 한다.

그리고 키쿠오의 손녀가 태어나고, 그의 삶은 더 풍성해진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 완벽을 넘은 듯한 그의 연기가 무대에서 사고를 불러온다.

이때부터 그의 정신은 현실이 아닌 그 너머를 보는 것 같다.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 제자와 동료들은 위대한 배우의 그늘이 더 필요하다.

읽는 내내 키쿠오의 미모와 요염함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그 매력이 어느 정도일까? 가부키가 더 궁금해진다.


극중에서 키쿠오는 많은 역할을 맡아서 여장 배우로 연기한다.

가부키를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글로 표현된 연기와 무대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히 춤을 넘어 대결 장면까지 나온다고 하니 역동적일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으로 떨어지지만 연기가 더 원숙하고 완벽해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매일 연기만을 생각하는 그의 집착과 열정은 광기와 다름없다.

천 명으로 가득 찬 객석에서 한 관객을 보면서 연기한 그 장면은 완벽을 넘어섰다.

이야기체로 사건과 무대가 풀려나오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가 국보로 지명되었다는 사실과 그를 만나러 온 토쿠지의 등장에서 왠지 울컥했다.

후반부를 읽을 때는 멈출 수 없어 그냥 달렸다.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 속에 한 여장 가부키 배우의 삶이 전율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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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실뱅 테송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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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을 재밌게 읽어 선택했다.

그런데 전작과 달리 랭보의 시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호메로스의 시는 낯익은 이야기이지만 랭보는 너무 낯설다.

오래 전 선배에게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빌렸지만 읽은 기억이 없다.

보들레르의 시집은 한 권 읽은 적이 있지만.

아마 기억에 혼선이 생기면서 착각한 것 같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랭보 역을 한 영화 <토탈 이클립스>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랭보나 그의 시보다 저자 풀어낸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낯선 생애, 낯선 시들은 몰입도를 전보다 떨어트렸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 책은 랭보의 시에 대한 관심을 불러온다.


2021년 초는 유럽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기였다.

아직 다른 대륙에서 비행기로 여행객들이 움직이는 시절은 아니었다.

저자는 “랭보를 읽으면 언젠가는 길 위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는 사물의 움직임이다. 랭보는 쉬지 않고 이동하며 관점을 바꾼다. 그의 시는 발사체다.”라고 정의한다.

도입부에 나온 이 문장이 시선을 끌었지만 아직 랭보에 대한 지식이 없다.

그의 삶을 간단하게 요약한 문장을 읽으면서 삶의 궤적 일부를 알게 된다

그는 방랑하는 어린 학생이, 스스로 저주한 시인이, 뒤뜰의 연인이, 열대지방 여행자가, 작업감독이,

무기 판매상이, 지도제작 탐험가가, 아르덴 지방의 돌풍 같은 아들이, 마르세유의 병든 오빠가 된다.”

천재 시인으로 불리는 그가 이런 수많은 직업을 가졌다니 현실은 무겁다.


랭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피상적인 지식을 가진 나에게 그의 시가 가장 위상을 저자는 알려준다.

그렇게 프랑스 시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시작한다. 파괴하고 재창조하려는 것이다.”

1873년 출간한 <지옥에서 보낸 한 철>에 대한 저자의 평가다.

책 속에 나온 그의 시 몇 편만으로 이런 평가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베를렌은 “경이로운 심리적 자서전”으로 묘사했다고 하는데 어떤 대목 때문일까?

읽고 싶은데 난해하다는 평가에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한국시도 겨우 겨우 읽는 나에게 번역시는 더 어렵다.

최근 읽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도 그랬지 않은가.

랭보가 ‘언어를 학대했다’는 표현에 고개를 갸웃한다.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행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걷기는 시의 최고 경지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연은 습지, 초목, 논, 잡목, 황금 밀밭 등의 소재들이 각인된 서재 같은 것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한 시인이 자신의 에세이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그냥 우리가 무심하게 보고 지나간 것들을 그들은 깊게 관찰해서 시 속에 활용한다.

말을 한 마리 사서 떠나라!”라고 한 것도 랭보의 삶과 이어져 있다.

저자는 많은 논란을 불러온 랭보의 동성애적 요소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의 시와 삶이 그가 다루고자 하는 것이지 이슈가 아니다.

살아서 성공적인 시인의 삶을 누리지 못했지만 죽은 후 그는 불멸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시집은 단 두 권밖에 없다.


랭보의 삶을 연대순으로 다루지 않는다. 아닌가?

천재 소년이 집을 가출했다가 잡혔고, 다시 가출했다.

상으로 받은 책을 팔아 기차 비용을 마련했다고 한다. 대단한 소년이다.

시인으로 성공하고자 했지만 그 성공은 죽은 다음에 이루어졌다.

이 부분은 인상파 화가 고흐와 어느 부분 닮았지만 작품 수는 비교 불가다.

랭보의 불가사의는 불멸의 영예와 과작寡作에 있다.”에 눈길이 간다.

삶의 여정은 위에서 말한 다양한 직업과 많은 여행으로 나타난다.

1891년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골육종암으로 그가 죽었다.

그의 삶을 고통이 시로 발현되었다고 말한다.

아직 시가 낯선 나에게 랭보의 시는 언젠가 도전할 대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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