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두를 파괴할 힘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7월
평점 :
2022년 출간작이다.
서점에 자주 갈 때 표지를 보고 관심을 뒀었다.
생각보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이란 사실에 조금 놀랐다.
얼마 전 <테세우스 패러독스>를 읽고 이 작품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장편들은 모두 읽은 것 같다.
앤솔로지나 단편들을 제외하면 사실 몇 권 되지 않는다.
그의 소설들은 세계관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도 그런 지 궁금하다.
<그날, 그곳에서>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건이 다루어졌는데 이 부분 때문에 궁금해졌다.
마블이나 D.C에서 서로 다른 주인공둘이 한 팀으로 뭉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제목을 보고 내용이 상당히 궁금했던 것이 기억난다.
모두를 파괴할 힘이 무엇일까? 하고.
특별한 정보 없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혼란을 먼저 겪었다.
달, 수면 캡슐, 초능력 등이 나오면서 다음 설명이 필요했다.
기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 데비안트다.
그 능력에 따라 텔레파스, 키넨시스, 점퍼, 보이안트 등으로 분류된다.
주인공 신화경은 텔레파스인 데 정신 감응 능력이 탁월하다.
특별한 훈련을 받으면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서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 능력을 이런 사소한 것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억이 삭제된 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만났을 때는 아주 유용하다.
달의 우주선 속 수면 캡슐에서 깨어난 데비안트들.
모두 기억의 일부가 삭제되었고, 각자의 능력도 모두 다르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 사라진 기억 등이 장애가 되어 도망치는데 방해가 된다.
기억을 되찾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중에 과거로 넘어온다.
이 과거 속 장면은 혁민이들이라고 불리는 신화경과 그 친구들의 여행기다.
한국에서 시작해 기차를 타고 프랑스 파리로 가는 여행이다.
PD 한 명과 네 명의 데비안트 들이 청춘을 발산하면서 자신들의 영상을 찍고 올린다.
솔직히 말해 이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지 않았다.
3년 전의 영상과 그 날들의 기억들.
평범했던 아이들의 여행은 조금씩 구독자 수를 늘려간다.
그러다 갑자기 급작스럽게 늘어나고, 현재 12억이 넘는다.
그냥 평범한 데비안트 여행인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작가는 평범한 브이로그 속에 단서를 하나씩 풀어놓는다.
익명과 가면으로 자신을 가렸던 아이들, 데비안트에 대한 차별 문제.
특히 이 데비안트 차별은 그 어떤 차별보다 심하고, 문제가 많다.
하지만 그들의 관리되지 않는 능력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공포스럽다.
의도적으로 이 공포는 많이 다루지 않고, 차별을 부각시켜 문제를 극대화한다.
물론 데비안트 능력자의 대부분은 대단한 능력이 아니다.
아주 대단한 능력자들이 가끔 있는데 이들을 슈퍼 데비안트라고 부른다.
점퍼 중에는 비행기를 들고 상대방 상공으로 점프하는 슈퍼 데비안트도 있다.
마이클 피터슨인데 그도 달에서 신화경과 함께 깨어난다.
슈퍼 데비안트의 능력은 너무나도 강력해 국경을 무너트리는 힘까지 보여준다.
이들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들이 모이는 것을 막는다.
실제 데비안트들도 총에 맞으면 죽는다. 불사가 아니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은 이 소설의 핵심이자 말하고자 하는 바다.
차별 철폐를 비롯한 수많은 요구 조건은 역사 속 수많은 인종, 노동 문제 등과 엮여 있다.
이들을 묶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신화경에게 그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한다.
이런 장면과 상황들이 곳곳에 드러나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강력한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지만 사람들의 악의 앞에는 너무 무력하다.
능력과 별개로 그들이 인간임을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 소녀시대의 노래를 다시 만난 것도 사실 의외였다.
“힘내(Way to go)”, “다시 만난 세계” 같은 곡을 보면서 탄핵의 순간이 떠올랐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지만 다른 의견으로 갈라지는 혁민이들.
이들의 갈등과 이 갈등을 부추키는 외부 세력의 음모.
갑자기 맡게 된 중책에 자신의 모든 능력을 갈아 넣는 신화경.
이런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관리하는 정체 불명의 PD.
정해진 결과와 그 과정을 보면서 프랑스 혁명 같은 것들도 떠올랐다.
후기에서 발견한 반가운 이름을 그가 바라보는 곳이 나와 닮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쿠키를 보면서 ‘모두를 파괴할 힘’이 어떻게 움직일지 더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