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사과해드립니다 ㅣ 새소설 24
고요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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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이후 처음 만난다. 검색하니 작가의 다른 소설들이 생각보다 많이 출간되어 있다. 낯익은 제목들도 많은데 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까? 읽었던 책의 서평을 찾아보니 종로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이번 책을 선택할 때 제목이 큰 역할을 했다. 대신 사과해준다고? 사과 대행 서비스라니 재밌는 발상이다. 사실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진심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야 하고, 그 사과가 받아들여줘야 가능하다. 만약 상대방이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의 고리들이 이어지면서 상상력을 나래를 펼쳤다. 첫 장면부터 강한 인상을 준다. 스타벅스에서 다친 전 남편을 대신해 이혼한 아내에게 사과하는 장면. 남편의 진심보다 아내는 자신의 화에 더 집중하고 대행자를 혹독하게 다룬다. 무릎을 꿇리고, 밀크티를 머리에 붓는 행위를 한 후 사과에 동의한다. 얼마의 비용을 받는다고 하지만 이것만 보면 극한 직업이다. 하지만 사과 대행은 성공했고, 비용은 지불받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왜 서 사장이 이런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 근원에 자리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의 어머니는 집밖에 놓인 옥수수를 밟고 넘어져 돌아가셨다. 누가 그 옥수수를 놓아두었는지 찾고 싶어한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죽어갈 때 그는 웃음 전도사로 사람들을 웃기고 있었다. 도저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기에 강사도 그만두고 조금은 황당한 사업을 한다. 그의 곁에는 쏘냐라는 키르키스스탄 고려인 출신 할머니가 있다. 초반 이 할머니와의 콤비는 황당하지만 유쾌하고 재밌다. 친구를 자신의 차로 치여 죽인 남자를 대신해 친구 할아버지에게 사과를 할 때 잘 드러난다. 어머니가 신세진 신부님의 의뢰가 아니었다면 거절했을 사과 대행이다. 구치소에서 만난 피의자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탄원서만 바란다,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시도는 해보려고 한다. 당연히 유일한 손자를 잃은 할아버지는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없다. 쏘냐 할머니의 섹시 전술도 실패하고, 둘은 사무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서 사장의 어머니와의 세계 여행 환상과 바람이 하나씩 풀려나온다. 이 부분들은 갑작스럽게 나와 읽을 때 집중해서 접근해야 한다. 조금만 집중력을 잃으면 갑작스러운 전환에 놀라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경우를 내가 경험했기에 이 부분이 나오면 더 집중한다. 시간이 나면 ‘세계테마기행’을 보는 서 사장. 이 영상을 참고로 환상의 엄마와 그곳을 여행하는 서 사장. 아직 어머니를 떨쳐내지도 못하면서 그리워하는 그. 손자를 잃은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서 사장을 같이 놓는다. 둘의 슬픔과 상실감, 죽음의 원인 제공자에 대한 강한 용서 거부감 등. 그 사이를 채우는 멋진 조연들의 활약과 황당한 몇 가지 사과 대행.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님에도 풍성한 느낌을 준다. 제3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행동이 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자신이 그 입장이라면 어떨까? 이런 상황을 만들고, 불편한 감정과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우리들은 이 감정과 무게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쉽고 쿨하게 용서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의 결과라기보다 상황을 빨리 덮기 위한 방편이다. 많은 고민과 고통이 지난 이후 사과에 대한 용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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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패리시 부인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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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17년에 나왔던 책인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때 관심을 두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책과 헷갈렸다.

가끔, 아니 자주 관심을 둔 책을 읽은 책으로 착각할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이전 기록을 찾아 확인하는데 기억이 잘못된 경우가 태반이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한 여성의 탐욕이 그래도 다가왔다.

앰버의 내면을 따라가는 1부는 솔직히 뻔한 부분이 있어 강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2부 대프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보고, 상황이 달라졌다.

머릿속은 이전에 본 소설의 설정들이 떠오르면서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작가는 내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앰버는 자신의 성공이 아니라 남편의 부를 얻는 것을 바란다.

그녀는 패리시 부인의 남편 잭슨을 가로채려고 음모를 꾸미고 다가간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 서로의 여동생이 낭포성 섬유증으로 죽었다는 공감대.

빠르게 앰버는 대프니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낭포성 섬유증 환자를 돕기 위한 기부단체에 자신의 자리를 잡으려는 앰버.

이것을 위해서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대프니는 앰버를 자신의 여동생처럼 생각한다.

거짓과 기만, 동정과 공감대를 이용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 모습은 섬짓하다.


1부 후반부로 가면서 머릿속을 강타한 한 가지 가능성.

혹시 이 모든 일들이 대프니의 설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

2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은 절로 들고, 급속히 몰입하게 된다.

결벽증을 보여주었던 모습이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지.

완벽해 보였던 부부의 이면에 어떤 추악함이 존재하는 지.

그리고 가장 신뢰했던 사람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보여주는 반격.

서로가 서로를 속이면서 펼치는 경쟁과 음모의 연속.

한 명은 들어가기 위해, 한 사람은 달아나기 위해서.

처음 생각한 것과 다르지만 대프니의 반격은 빠르고 치밀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그렇게 신선하거나 낯설지는 않다.

이미 많은 소설들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 장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둘을 엮고, 꼬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대단하다.

누구나 응원할 수밖에 없는 대프니의 반격.

신분 상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앰버의 탐욕.

그리고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한 잭슨의 숨겨진 모습.

뛰어난 가독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장면들을 재밌다.

하지만 늘 아쉬운 것은 자신의 성공이 아닌 누군가의 아내를 성공하겠다는 마음이다.

신데렐라의 성공을 바라는 것이 낡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방식이다.


책을 읽다 보면 화려함과 함께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을 마주한다.

거대한 주택과 화려하게 깨끗하게 관리된 집.

그런데 비싼 숙소를 예약해서 갈 때 자신들이 운전해 가는 모습은 낯설다.

좋은 학교에 보내지만 작은 부분에서 학교 측에 밀린다.

돈으로 많은 것을 하지만 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엄청난 소비는 예상을 뛰어넘고,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런 것을 보고 이런 세계를 동경하지 않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세계도 주위의 눈치를 보고, 주변의 압박을 받는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세계 속의 음모는 이래서 재밌다.

모두 읽고 작가의 다른 책을 검색하니 다른 번역본이 없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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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 담긴 세계사 - 나폴리에서 뉴욕과 할리우드까지, 한 조각의 피자가 바꾼 300년의 역사
루카 체사리 지음, 이현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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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피자다.

이 피자의 시작부터 어떤 변화를 거쳐 현재로 왔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을 보면서 한 음식이 현재의 모습으로 어떻게 고정되는지도 알려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피자가 나폴리에서 시작한 것이란 것을 몰랐다.

피자도 파스타처럼 이탈리아 음식으로만 생각했다.

나폴리 피자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단지 그 지역이 유명하다고만 생각한 것이다.

이 무식은 다른 음식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마주하는 나의 현실이다.

그리고 읽는 내내 다양한 형태의 피자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피자란 단어, 지금 같은 조리법의 탄생, 피자 위에 올라가는 재료들.

이것들이 처음부터 확정된 채로 나폴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작가는 자료 조사를 통해 이 피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했는지 파고든다.

길거리에서 만들어져 싸게 팔렸던 피자, 노동자들의 한끼 식사.

피자 가게에서 식사하는 사람들과 그 유명한 마르게리타 피자에 대한 전설.

천천히 조사하고 비교하고 파고드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모든 것이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피자 마르게리타의 전설이 부풀려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시절 피자의 모습과 현재의 피자 마르게리타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일 가능성”이란 부분에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에서 오래 전 피자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미국식 피자였을 것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은 대형 피자 가게들이 큰 가게를 열어 손님을 끌었다.

피자와 더불어 한가득 쌓아 먹던 샐러드와 탄산음료들.

결코 저렴하지 않아 외식용으로 가서 통신사 할인을 받던 그곳.

그런데 이런 피자가 정통이 아니라고 하면서 나타난 이탈리아 피자.

한국의 다양한 토핑들을 생각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것은 한국의 방문한 이탈리아인들이 고구마 피자를 보고 놀라는 쇼츠에서도 잘 드러난다.

책 속에서는 토핑으로 파인애플이 올라간 하와이안 피자가 나오지만.

하나의 음식이 유행하면 그 지역의 식재료와 어우러져 다양한 변주가 생길 수밖에 없다.


피자가 세계화되는 데는 미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이민 간 나폴리 사람들이 만들기 시작했던 그 음식.

아직 이때만 해도 현재 우리가 나폴리 피자라고 규정하는 것과 모습이 달랐다.

피자가 어떤 다양한 변화의 역사를 가졌는지 생각하면 놀라운 차이다.

이것이 현재는 나폴리 피자 STG 인증 제도와 맞물려 완전히 고정되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나폴리 피자가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축하와 반발심이 동시에 생긴다.

반발심은 그 과정에 있었을 로비와 고정된 형식이 주는 문제들 때문이다.

나폴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덕부터 재료와 조리 방식까지 완전히 따라야 한다.

실제 이것이 진짜 나폴리 피자의 역사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닮았을까?


사실 나폴리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피자를 맛있게 먹는다.

이 책을 읽기 전 나처럼 피자가 나폴리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대부분 모를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피자 소비자에게 나폴리란 단어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 근처 뉴욕 피자를 판다는 곳은 늘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다.

동네 있는 있는 수많은 배달 피자는 나폴리란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순수주의자들과 달리 사람들은 피자가 지닌 유연성을 사랑하고 즐긴다.

잘 시켜먹는 피자는 아니지만 지금도 고구마 피자가 앞에 있으면 맛있게 먹는다.

“피자는 자유 그 자체를 상징”한다는 말이 조금 과장된 듯하다.

하지만 ‘포용과 혼종을 상징’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동안, 글을 쓰는 동안 머릿속은 다양한 피자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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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책 인문학 중국고전 ㅣ 1일 1책 인문학
다케우치 미노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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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지식 중국고전>의 개정판이다.

절대지식 시리즈가 1일 1책 시리즈로 바뀌었다.

단순히 제목만 바뀐 것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삭제된 것이 있다.

<절대지식 중국고전>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책은 4장까지 나온다.

5장 과학과 예술이 완전히 빠진 것이다.

단순히 한 장만 빠진 것이 아니고, 각 장에서도 빠진 부분이 꽤 있다.

이런 사실은 이전에 읽었던 <1일 1책 인문학 세계 고전>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두 책의 목차를 비교하다 보면 각 장에서 빠진 부분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덜 알려졌거나 정보가 부족한 것을 빼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그리고 한 번에 읽지 않고 바뀐 제목처럼 매일 조금씩 읽었다. 


네 장으로 줄였다고 해도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역사와 정치, 사상과 처세, 소설과 희곡, 시와 산문의 네 장이다.

각 장의 목차를 보면 너무나도 낯익은 이름과 책 제목들이 나열된다.

이 제목을 보면서 오랫동안 읽고 보고 즐겼던 소설, 무협, 만화 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제대로 읽은 책을 찾으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요약본을 읽거나 앞부분만 읽은 책, 다른 책을 통해 너무 자부 본 책들만 있다.

어떤 책을 한 번 읽어보자 생각하고 산 후 몇 쪽만 읽고 처박아 두기도 했다.

어떤 책들은 언젠가 읽을 요량으로 사 놓고 그냥 묵혀만 둔다.

누군가의 해석으로 풀어낸 책을 읽은 적이 있지만 기억이 가물거린다.

이런 기억들의 총합에 대한 좋은 답변이자 안내서다.

덕분에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바로잡고, 다시 중국 고전에 대한 열정을 살짝 불태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부분은 1장과 2장이다.

제목만 알고 있던 역사와 정치에 대한 각 책에 대한 해석은 기억을 새롭게 했다.

짧은 설명만 읽었던 <자치통감>이나 <십팔사략>을 좀더 세밀하게 알게 되었다.

이전까지 이 두 책이 역사서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특히 <십팔사략>의 경우 왜인지 모르지만 술책을 다루었다고 생각했다.

고 고우영 작가의 만화 <삼국지>나 <수호전> 등만 읽으면서 그런 종류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고대부터 송나라 때까지의 역대 왕조 흥망 성쇠를 다룬 책이란 것을 이제야 알았다.

춘추란 단어의 의미도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했다.

<사기>는 요약본만 대충 읽었는데 언젠가 시간 내어 도전해보고 싶다.


2장 사상과 처세는 그 유명한 4사5경을 먼저 떠올린다.

늘 앞부분만 읽다가 그만 둔 두 책 <논어>와 <노자>.

<장자>는 유명한 몇 가지 이야기만 익숙하고, 책은 그냥 묵혀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온 두 책은 <순자>와 <묵자>였다.

<순자>가 말하는 교육, 노력, 대비 등은 현대의 이야기와 많이 맞닿아 있다.

특히 <묵자>가 말한 겸애 사상은 현대 철학과 닮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

도둑질과 침략을 비교해서 풀어낸 부분은 현대 이란전에 대한 좋은 답변이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말로 자신의 죄를 가리고, 남탓만 가득한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비자>의 법을 중심에 둔 부분은 유교와 엮어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


3장 소설과 희곡, 4장 시와 산문으로 오면 정말 낯익은 이름들과 제목으로 가득하다.

중국 4대 기서 중 끝까지 읽은 책은 <삼국지연의>의 유일하다.

<서유기>와 <수호전>은 앞부분만 읽었고, <금병매>와 <홍루몽>은 제목만 알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요약을 너무 잘 해줘서 어떤 내용인지, 끝이 어떤지도 알게 되었다.

언제 시간 나면 <홍루몽>에 도전해볼까 했는데 번역된 권수를 보니 의지가 약해진다.

<토지>나 <혼불> 등도 아직 읽지 않은 상태라 더욱 그렇다.

책을 사서 읽다가 어딘가에 두고 잊은 책이 바로 <당시선>이다.

무협이나 중국 소설에 매번 나오는 중국 시들을 생각하고 샀다.

몇 편 읽었지만 나의 감성과 맞지 않고, 왜 대단한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번역의 문제인지, 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 문제인지.

언젠가 이 중국 시들도 나에게 문을 열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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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하는 용서 ㅣ 창비시선 487
여세실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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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87권이다.

시인의 첫 시집이고, 처음 읽는다.

기존의 시집보다 두툼해서 읽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보통 시집을 받으면 대충 한 번 휙휙 넘겨본다.

그런데 이 시집은 그때와 다른 느낌으로 시들이 다가왔다.

어떤 대목은 공감하는 시어들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시는 길을 헤매게 한다.

각 시들에 담긴 다양한 감정과 표현들은 고민하게 한다.

어떻게 그 시와 감정을 받아들여야 할지, 내가 얼마나 오독하고 있는지.


“이름을 바꾸려고 / 명리학 책을 뒤져보다가 알게 되었다/

쓸 만한 이름들은 모두 / 연락처에 있는 이름이었다”(<면역>의 부분)

이 시를 읽으면서 개명보다 작명 생각이 더 많이 났다.

괜찮아 보이는 이름은 모두 이미 있는 이름이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모르게 방귀 뀌고 / 태연하게 지나가는 법 / 아는 것 같았다.”(<별미>의 부분)

어느 날 뱃속에 가스가 가득한 날 나도 모르게 뀌는 방귀.

소리가 나면 아내가 얼마나 구박을 주었던가. 배우고 싶다.

이런 시들은 재밌는 삶의 한 단면을 떠올려주면서 살짝 문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미워하는 사람이 미움받는 사람보다 부지런하잖니”(<묘미>의 부분)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쓸 데 없는 감정의 낭비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내 감정과 섞어 얼마나 미워했던가!

“햇볕이 그늘을 / 쪼개고 있었다”(<채집>의 부분)

이 시어를 읽으면서 한 줄기 빛에 갈라지는 그늘들이 떠올랐다.

얼마나 멋진 표현이자 관찰인가? 

“용서하지 않겠다는 / 다짐이 흘러내려 / 서서히 굳어갈 때에도”(<휴일에 하는 용서>의 부분)

이 시어는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 할 지 계속 고민하게 한다

다짐이 강해진다는 의미인지, 그 다짐이 흘러내린다는 의미인지.

이것은 마지막 행의 “나더러 / 살으라고 / 등짝을 쳐댔다”와 엮였다.


“종이가 글씨를 퉤 뱉어낸다”(<완주>의 부분)

이 시어도 읽으면서 시선의 전환이 주는 재미를 강하게 느꼈다.

“손톱을 하나씩 뽑아내고 있는 달빛 위로 / 깃발이 휘날릴 때 / 사랑한 기억보다 오래 누워 운다”

이 시에서 ‘사랑한 기억보다 오래 누워 운다’에 대한 감정이 확 다가왔다.

그 감정의 깊이와 시간이 주는 것들을 해소하는 걸리는 시간에 대한 함축.

경험한 사람만이 이 문장의 의미가 그대로 전달될 것 같은데 착각일까?

그리고 곳곳에 드러나는 조금 잔혹한 표현들은 나의 오독을 경계하게 한다.

언제 다른 시집을 읽게 되면 이 시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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