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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상상력 공장 - 우주, 그리고 생명과 문명의 미래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1월
평점 :
처음 만난 저자다. 출간된 책도 이제 겨우 3권이다.
대중적인 물리학 서적을 쓴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인 것 같다.
2년 전 <우주를 만지다>란 책이 나왔었다. 상당히 평이 좋다.
과학 에세이가 이렇게 많은 서평이 달리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특히 책 소개에서 물리학을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고 한 부분은 나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고, 과학에 대한 공부 의지가 많이 사라졌기에 더 끌렸다.
태초에서 시작해 태종으로 마무리한다.
그 사이를 채우는 소재들은 존재, 우주, 생명, 정신, 문명 등이다.
태종이란 단어를 보면서 머릿속에는 오래 전 읽었던 <삼체> 시리즈가 떠올랐다.
우주와 외계문명, 생존과 거대한 과학을 아주 화려하게 풀어낸 시리즈였다.
세부적인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거대한 흐름은 항상 머릿속에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제 그 이미지 사이를 채워줄 몇 가지 논리와 이론 등을 조금 알게 되었다.
최초의 시작은 빅뱅이다. 빅뱅이란 단어를 보면 늘 머릿속은 아이돌 밴드 ‘빅뱅’이 먼저 떠오른다.
그 이미지를 지우고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는 우주를 떠올리면 그 속도를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얼마나 천천히 돌려야 그 속도의 일부이나마 재현할 수 있을까 상상한다.
저자가 말하는 속도는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이론적인 숫자는 어지간한 이성의 한계도 넘는다. 그 숫자를 계산해낸 과학자는 과연 그 속도를 체감할까?
양자론에 따른 플랑크 시간과 공간이 10¯⁴³초와 10⁻³⁵미터다. 찰라의 찰라의 찰라 시간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설명은 다시 나를 영화 속으로 끌고 들아갔다. <인터스텔라>와 다른 SF 영화들이다.
너무나도 강력한 중력에 의해 주인공이 경험하는 시간과 외부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
사실 나의 상상력이 자주 막히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중력과 시간의 관계 말이다.
물리학이 발달하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고, 이론이 정립되면서 우주를 아주 미세하게 더 알게 되었다.
‘급팽창’ 이란 단어를 어딘가에서 본 듯한데 이번에 좀더 배웠다.
‘존재’에서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다루었는데 인식의 영역을 조금 더 확장하게 되었다.
다중우주 이론은 최근 선택에 의한 분기와 우주의 탄생이란 부분이 엔트로피와 엮이면서 복잡해졌다.
‘생명’의 장에서 지구의 탄생과 인류가 지구의 우세종이 된 것이 얼마나 우연인지 알게 된다.
인류세로 불리는 현재를 대멸종과 엮어 간결하게 풀어 설명한 부분도 좋았다.
덕분에 여섯번 째 대멸종에 관심이 생겼다. 나의 생존 시기와는 관계없을 테지만.
유전자에 대한 설명도 조금 어려웠지만 유익했다.
이것을 진화와 이어서 설명할 때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핵심이라고 배운다.
진화의 무기로 시간을 꼽았는데 인간의 생명이 겨우 100년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창조론의 비과학성을 꼬집고, 외계인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상당히 재밌다.
과학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하나를 알게 되면 모르는 것이 두 개 늘어난다고 했을 때 공감했다.
한 작가를 알게 되고, 그 작가를 통해 다른 작가를 알게 되면서 읽어야 하는 작가가 늘어났었다.
이런 경험이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새로운 지식도 많이 배웠고, 기존의 지식도 재정립했다.
몰론 여전히 모르는 것은 모르고, 나의 갇힌 사고가 이론의 이해를 방해한다.
자신의 전공 분야를 바탕으로 과학을 우직하고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설명한다.
단숨에 모든 것을 읽기에는 조금 버겁지만 차분하게 읽는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가독성과 재미를 만난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제목대로 우주는 우리 상상력의 공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