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외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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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올해 12회를 맞이한 단편 수상작품집이다.

개인적으로 늘 이 수상작품집이 나오면 눈길이 간다.

대부분의 단편들이 장르문학을 담고 있고, 예상한 것 이상의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대부분 낯선 작가란 것이다.

이 낯선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재밌다.

이 재미가 계속 이 수상작품집을 계속 읽게 하고, 기다리게 한다.

재밌게 읽다 보면, 혹은 읽고 난 후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만난다.

이 가능성은 장르 문학의 확장이자 발전이다.


지다정의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는 공포물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강남 중심가 재개발을 바라는 단독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서늘하다.

이 서늘함은 매일 특정한 시간이 들리는 돈까스 망치 소리가 아닌 인간의 탐욕이다.

처음에는 매일 들리는 소리가 공포를 자아내지만 그 실체는 쉽게 퇴치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싼 임차료에 넓은 집에서 사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다르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실 거주 기간, 그 목적을 위한 싼 가격의 임차료.

화려하게 치장된 아파트 인테리어 덕분에 소득이 늘어난 주인공 영서.

성공에 대한 질투, 그 이면에 깔린 선망, 어느 순간 뒤틀리는 욕망 등이 폭주한다.


최홍준의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유명한 소설의 제목 패러디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했지만 코로나 19처럼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해진 시대다.

좀비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구역에 격리시킨 채 놓아둔다.

냉동인간을 연구하던 한 연구가가 죽지 않는 좀비를 통해 생명 연장을 꿈꾼다.

좀비를 다시 인간으로 돌릴 수 있다면 수많은 의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연구가 노인들을 좀비로 만드는 기회로 변한다.

좀비 인간화 의학이 개발되면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헛된 기대와 함께.

삶이 점점 더 양극화되고 힘들어지는 가족들에게 이것은 좋은 핑계다.

이 핑계가 나중에 그들의 삶을 짓누르는 엄청난 무거움으로 다가오지만 말이다.


김지나의 <청소의 신>은 배상민 소설가의 해설이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두 남녀. 하지만 지위는 다르다.

화자는 모텔의 주인이고, 종수는 모텔의 청소와 기타 잡무를 담당한다.

종수가 ‘나’를 누나라고 부르는 것이 불만이지만 그는 너무 일을 잘한다.

코로나 19로 오히려 수입이 더 늘어났지만 문제는 손님의 질이 문제다.

부랑자들을 격리시키기 위해 모텔에 손님으로 들이지만 문제도 늘어난다.

실제 일은 종수에게 맡겨 두고 돈을 벌면서 서로 다른 계급이란 생각을 한다.

실제 일 할 사람이 사라진 다음에 부부는 이 모델을 운영할 마음이 사라진다.

스스로 양심적인 고용주라는 말 속에 담긴 그들의 진짜 모습은 우리 주변에도 자주 볼 수 있다.


이건해의 <장어는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가>는 인간의 호기심 중 하나다.

아직 양식이 되지 않는 생물 중 하나가 장어다.

인류의 과학 기술은 아직 심해 깊은 곳까지 들어갈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상력은 그 심해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심해 평균 8,000미터를 넘는 곳을 탐사하는 것이 어떤 과학 기술로 가능한지는 생략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장어의 생태와 산란을 보기 위해 심해 드론으로 장어 떼를 따라 가는 것이다.

심해에서 드론을 운전하는 것은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고, 장 박사는 마지막에 어떤 것을 본 후 죽는다.

드론의 영상을 통해 가장 깊은 바다 속 해구에서 보게 되는 것을 무엇일까?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길 두려워하는 인물과 진실을 보려는 인물의 대립은 생각할 거리다.


이하서의 <톡>은 인류가 모두 바다에 잠긴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 중 일부는 잠수정을 탄 채 살아간다.

감염된 인간들은 수중류가 되어 물속에서 살아간다.

아직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했던 사람들은 누군가를 잠수정 밖으로 내보내 탐사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삶의 의지와 욕망이 그들이 그렇게 혐오했던 수중류의 삶을 부러워한다.

점점 부스러지고, 망가지고 있는 잠수정의 상황 때문이다.

이기적인 욕망은 참담한 사건으로 이어지고, 인간성은 점점 사라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간성을 지키려는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진한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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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빌려드립니다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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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무대가 되는 춘하시는 춘천과 많이 닮아 있다.

서울 토박이 연재가 전 재산을 털어 산 호숫가 앞 2층 펜션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한다.

이름을 소풍으로 지었는데 홍보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전단지를 붙이러 갔다가 유아차를 끌고 나온 혜진을 처음 만난다.

한 달은 무료라고 홍보하고, 퀼트를 하는 아이 엄마들이 모인다.

네 명의 초보 엄마들이 퀼트 모임을 하면서 작은 사회의 모습을 재현한다.

이 모습을 보는 연재의 눈에는 뒷담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공간을 공짜로 빌린 이들이 커피를 주문하고, 서비스로 준 빵에 돈을 지급한다.

감격스러운 첫 매출이자 소풍의 작은 시작이다.


두 아들을 둔 엄마가 왜 홀로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났을까?

카페도 아닌 복합문화공간을 연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런 호기심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풀려나온다.

그리고 스스로 찾아와 알바를 요청한 현의 등장으로 소풍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사업하는 연재에게 현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소풍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날 김밥과 사이다라는 명찰도 만들어온다.

현의 아이디어와 홍보가 소풍의 매출을 높이고, 공간 활용도 더 많고 다양해진다.

현이 기획한 행사가 열리는 날 현은 연락도 받지 않고 잠적한다.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알바생의 일탈이지만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현의 사연은 학창 시절 사귄 여자 친구 희수의 자살에서 비롯한 조울증이다.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는데 희수의 자살에 대한 비난 때문에 생긴 마음의 병이다.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비난한다.

현에 대한 비난을 보면서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린 시절, 아니 불과 몇 년 전에도 나의 입은 이런 말들을 전달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성보다 감정, 사실보다는 소문에 더 마음이 빼앗겼다.

한 학생의 자살, 이 자살로 인한 현의 조울증은 선생님의 삶도 뒤흔들었다.

이후 이런 사연들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하나씩 드러난다.


현의 노력과 소풍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현학적인 음악을 작곡하는 수찬, 목수로 일하면서 연재를 짝사랑하는 강훈.

현과 남매처럼 행동하는 요가 강사 제하, 처음 소풍을 찾아온 혜진 등.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읽는 재미를 주고, 연재의 속마음이 현실의 우리를 일깨운다.

현과 함께하면서 생기는 사건이나 일 등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연재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현실에 더 충실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녀가 왜 복합문화공간을 열었는지 알려주면서 소풍의 의미가 드러난다.

현실적인 문제 속에서 작은 연대와 위로 등은 자신들 속에 뭉쳐 있던 아픔을 토해내게 한다.

자기만의 욕심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친구들 덕분이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힐링 소설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힐링보다는 아픔을, 이해를, 연대를 다루고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선입견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관계를 맺는 두려움에 한 발도 내딛지 못하다가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면서 변한다.

이 변화는 이웃들의 위로와 작은 치유로 이어진다.

그냥 훑어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선택과 행동은 쉬운 것이 아니다.

불륜을 두고 벌어지는 서로 다른 입장은 또 어떤가!

괜찮아 너라서 괜찮아.”는 자신과 이웃들에 대한 주문이자 위로의 주문이다.

읽다 보면 울컥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독자마다 다른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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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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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이다.

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동안 읽었던 작가의 소설 몇 편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가장 먼저 읽었던 <뉴욕 3부작>은 전철에서 읽기 시작했었다.

내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뭔가에 홀린 듯 계속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후 그의 소설들을 한 권씩 사서 모으고, 읽었는데 어느 순간 손에서 내려 놓았다.

그의 소설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다른 소설가들에게 더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소설을 사서 쌓아두거나 목록은 계속 업데이트했다.

이 마지막 작품을 읽으면서 쌓아둔 책 한두 권을 끄집어 내었다.


나이가 들고, 몸이 늙어간다는 것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날의 날렵함과 강한 체력, 긴 집중력 등은 어느 순간 과거의 영광스러운 기억일 뿐이다.

이 소설의 앞부분은 아내 사후 홀로 늙은 바움가트너의 무력한 하루를 다룬다.

누이에게 전화하는 것을 깜박하고, 계량기 검침원을 지하로 안내하다 다리를 다친다.

검침원의 친절한 모습,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신과 아내의 과거와 과거의 기록 등으로 흘러간다.

앞부분의 무력함은 청춘의 활력과 상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아내의 어린 시절 이야기, 사랑과 상실, 그녀의 글쓰기 등이 먼저 나온다.

그녀의 첫 이야기도 그녀가 쓴 글을 통해 알려지는데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 소녀가 남자들을 이기면서 얻게 된 성공과 그 후의 실패 등이 재밌게 나온다.


10년 아내를 사고로 잃은 노교수 바움가트너.

아내를 잃은 상실의 고통은 환지통을 앓는 듯하다.

평생 홀로 살 것 같았는데 주변 여자들을 쉼 없이 바꾸었다.

그러다 한 여성을 사랑해 결혼까지 생각하는데 그녀가 관계의 진전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상황들을 파편적으로 보여주고, 기억은 더 먼 과거로 흘러간다.

그의 부모에 대한 추억과 기억들, 그때와는 다른 감상과 이해들.

아버지가 그에게 전달하지 못한 편지, 아버지가 바라던 삶.

자신이 잘못 이해하고 있던 어머니의 삶과 깊고 진한 어머니에 대한 사랑.

나이가 들어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할머니들의 말이 떠오른다.


아내가 신생 출판사에서 편집과 번역일을 하면서 쓴 시와 글들.

바움가트너는 아내의 시를 선별해 한 권의 시집으로 만들었다.

교수인 자신도 몇 권의 책을 아내의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마지막 작품도 준비 중이고, 이 책에 대한 부분은 마지막에 나온다.

아내에 대한 추억과 기억들은 젊은 날의 진한 사랑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아내의 첫 시집은 느리지만 꾸준한 판매고를 올린다.

마지막 장으로 넘어가면서 아내에 대해 논문을 쓰겠다는 학생아 나타난다.

자신이 알던 교수의 추천, 그 학생의 열정이 바움가트너를 움직인다.

첫 장면 이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이때 알 수 있다.

표시되지 않았던 시간의 흐름은 노년에 얼마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지를 알려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초반에 약간 흐름을 잃었다.

이 흐름을 되찾은 것은 아내의 글이었고, 현실의 무거움은 무겁게 다가왔다.

그의 회상과 쓴 글이 나오면서 움츠렸던 생각과 마음의 문이 열렸다.

아내 안나는 첫사랑을 군대 훈련 중 허망한 사고로 잃고 하루 동안 오열했다.

이후 어떤 삶을 살다 바움가트너를 만났는지 알려주지 않지만 젊음의 회복은 빠르다.

하지만 이 상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님은 남겨진 글로 확인 가능하다.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만나고 맺은 수많은 관계들.

아내 잃은 상실과 살면서 맺은 관계들 속에 떠오른 기억의 편린들.

이 기억들은 나의 기억 속 단편들과 이어지고, 나의 부족함과 오만함을 떠올렸다.

나이가 들면서 몸은 말라가지만 기억의 가지들은 점점 더 풍성해진다.

바움가트너의 마지막 모험이란 단어가 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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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우체부 배달희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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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용기, 힘들지만 짧은 한 발이 지닌 힘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벽을 무너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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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우체부 배달희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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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권이다.

이 시리즈의 작가 몇 명이 눈에 익지만 거의 읽은 적이 없다.

한때 열심히 찾아 읽던 팀 보울러가 보이지만 그때는 이 시리즈 이전이다.

한동안 특정 장르만 열심히 읽다 보니 청소년문학은 뒤로 밀렸다.

최근 몇 편의 소설을 통해 다시 읽고 있지만 관심 분야는 아니다.

이 소설도 처음에는 선택을 주저했다.

너무 뻔한 설정인 듯하고, 낯선 작가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청소년 문학을 재밌게 읽었고, 청소년문학상 수상작가란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읽으면서 그렇게 뻔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이야기와 진심들이 살짝 마음을 흔들었다.


열네 살 달희는 소극적인 성격 탓에 할 말을 삼키고 산다.

이런 달희에서 저승차사가 찾아와 저승 우체부가 되어주길 바란다.

근래 저승에 일이 많아 심판을 제때 받지 못하는 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죽은 자의 마지막 편지를 대신 전해주는 업무를 해줄 사람으로 배달희를 선택한 것이다.

저승차사는 달희가 전 세계에서 이 일을 할 유일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운다.

달희는 이것마저도 제때 거절하지 못하고 매일 밤 특별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저승으로 넘어온다.

그리고 심판을 받지 않고 주저하는 사람들, 남겨둔 가족 등에게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 등을 듣는다.

이런 간단한 장면들을 보면서 오래된 농담 몇 가지가 떠올랐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죽게 된다면 남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전할까 하고.


이야기는 달희의 주변에서 시작한다.

학교 친구였던 하은이, 동네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세희 언니 등이다.

한때 친했던 하은이에게 먼저 연락하지 못하고 주변만 맴돈다.

학교에서도 최고 인싸인 지우를 부러워할 뿐 말조차 붙이지 못한다.

세희 언니가 안내견 하루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다.

하루가 개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한 피자가게 주인에게 한마디로 못한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과 함께 어디든지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한다.

달희가 저승에 가서 우체통을 들여다보지만 아직 그 누구도 편지를 쓰지 않았다.

그러다 주민센터 직원이 편지 쓸 망자에게 데리고 간다. 안내견 하루다.

이 소설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하루가 인간의 말이나 글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발자국을 찍은 편지, 이 편지를 통해 알게 된 사연들.


저승 우체부는 꿈속에서 사자의 편지를 전달한다.

이 편지는 망자가 지정한 사람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

세희 언니의 집도 직접 찾아갔고, 다른 편지들도 마찬가지다.

꿈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인 장면들의 연속이고, 수신자들은 망자의 후회를 받아들인다.

아니 망자만의 후회가 아니다. 수신자들의 후회도 같이 풀어낸다.

감정은 일방적으로 흐르는 듯하지만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달희의 배달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녀의 일을 도와주는 사자도 나타난다.

그녀의 일을 돕는 것은 저승의 재판 과정을 빠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돌출행동을 하고, 상황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후회를 다루면서 배달희의 성장을 그려낸다.

좀더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너무 쉽게 포기한 꿈을, 다른 사람의 눈치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 것을.

이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지만 반성을 통해 그 행동을 개선할 수 있다.

달희의 성장을 다른 사람들의 편지 배달을 통해 이루는데 그것을 조금씩 쌓아간다.

편지 한 통 한 통, 사연 하나 하나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던 표현의 벽을 깨트린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핑계 속에 할 수 있고, 해야 할 것을 미루고 있는지 말한다.

작은 용기, 힘들지만 짧은 한 발이 지닌 힘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벽을 무너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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