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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강을 무대로 일곱 명의 작가가 모였다.
이 앤솔러지에서 낯선 작가는 딱 한 명 있다. 바로 임지형이다.
그 외 여섯 명의 작가들은 너무나도 낯익고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이런 작가들이 모인 앤솔러지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실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들려주는 한강 이야기에 푹 빠졌다.
판타지, 미스터리, 아동 폭력, 호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품고 있다.
작가마다 다른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장소도 다르다.
자신에게 낯익은 장소가 나온다면 잠깐이나마 그곳을 떠올려보는 재미도 있다.
이런 작가들과 다양한 장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장강명의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은 판타지다.
연작이나 장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작가가 그럴지 모르겠다.
밤섬에 인어들이 살고, 인어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설정이다.
밤섬 밑 한강에서 인어와 청어들이 전쟁을 하고, 이것을 인간 술사가 도와준다.
단단한 문장과 다른 것과 이어지는 듯한 이야기는 다른 소설을 찾아보게 한다.
정해연의 <한강이 보이는 집>은 마지막 반전이 아쉽다.
코인으로 부자가 된 남편, 술에 취해 돌아온 다음 날 아내가 죽은 것을 발견한다.
자신의 옷에 묻은 피, 밤에 싸웠던 기억, 자신이 죽인 것 같다.
시체를 유기하려고 하는 데 아내의 오빠가 온다. 그런데 시체가 없다.
CCTV에 남편 이후에 들어온 사람은 두 명, 아버지와 사촌 여동생이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다른 사실들이 드러난다.
작가가 시선을 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그 시선에 경찰도 넘어갔다.
<한강을 달리는 여자>의 임지형은 동화 작가다.
검색하니 많은 동화책을 이미 낸 적이 있다.
화자도 동화 작가로 설정했는데 욕망에 이끌린 실수와 현실을 담담하게 풀어내었다.
한강을 달리다가 발견한 한 소녀. 그 소녀가 귀신인가 생각하는데 아니다.
마지막에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좋다.
차무진의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은 제목대로 판타지다.
한강변 카페 사장은 직원과 성관계를 하고, 손님이 없어 망하기 일보직전이다.
그런데 한강에서 인면어를 보고, 온몸이 젖은 여성이 카페 손님으로 온 다음 대박이 터진다.
그리고 카페 밖에서 한 노숙자가 주변을 걸어다닌다. 왠지 수상하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마무리이지만 거침없는 말과 표현이 매력적이다.
박산호의 <달려라, 강태풍!>은 화자가 시바견 강태풍이다.
엄마가 돌아오지 않아 굶주리면서 또 버림받은 것 아닌가 걱정한다.
엄마와 산책하다 발견한 뼈 조각은 예상한 것이었다.
개의 시선으로 상황을 풀어내면서 사건의 진실에 점점 다가간다.
엄마를 찾고, 구하려는 태풍의 노력과 장면 하나하나가 재밌다.
조영주의 <폭염>은 모호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정단식 감독이 쓴 시나리오가 옛날 영화와 비슷하다는 유명 감독 차유진의 회신.
차유진 감독의 초청으로 폭염 속에 산꼭대기 집에 올라오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차로 왔다.
이후 사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뒤섞이면서 사실이 모호해진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 이야기 전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정명섭의 <해모수의 의뢰>는 가까운 미래인 2034년을 배경으로 한다.
인공지능 해모수가 한강 여객잠수함 아리온호를 시범 운행한다.
승객의 숫자는 모두 열 명, 한 명 한 명 선택된 인물들이다.
두 개의 사건과 유람선 안에 설치된 폭발물. 한정된 시간인 2시간 30분.
너무 짧은 이야기 속에 사건들을 욱여넣으면서 긴장감이 많이 반감되었다.
트렌드와 따라가고, 가독성도 좋지만 설정과 후반부가 너무 약하다.
이 일곱 편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장강명, 차무진, 박산호의 단편들이다.
장강명의 소설은 연작이나 장편을, 박산호도 연작을 기대한다.
새롭게 만난 임지형에게는 이 같은 장르를 더 내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