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 삶과 문학, 읽고 쓰기에 관한 네 번의 강의
제임스 우드 지음, 노지양 옮김, 신형철 해제 / 아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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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정확하게 말하면 문학 평론가다.

‘현존하는 최고의 비평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평론에 별 관심이 없는 나에게 이런 수식은 별 의미 없다.

하지만 ‘삶과 문학, 읽고 쓰기에 관한 네 번의 강의’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늘 책을 읽고, 짧은 글을 쓰는 나의 생활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이 오래 유지되지 않으면서 책읽기도, 글쓰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나를 반성하고, 좀더 집중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선택했다.


이 책은 각각 다른 강연을 위해 쓴 글을 정리해서 내놓은 것이다.

비평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자전적 요소도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잘 읽히고, 흥미로운 대목도 많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글쓰기와 문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

가장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체호프의 단편 <입맞춤>에 대한 평론이다.

실수로 입맞춤한 병사의 상상과 그것을 말로 표현할 때의 간극을 멋지게 그려내었다.

아마 소설로 내가 읽었다면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 부분이다.

그리고 오래 전 기억이 살짝 나면서 나도 모르게 공감했다.

우리 삶에서 이런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아니면 모르고 지나갔나?


어린 시절 자신에게 가장 강한 영향력을 끼친 책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글을 읽으면서 내 경우를 생각해봤는데 쉽게 떠오르는 책이 없다.

수없이 읽은 책들 속에 분명히 있을 텐데 기억의 굴 속으로 들어가기 싫었다.

‘칙칙한 황토색 표지’를 가진 이 책을 가판대에서 샀고, 그는 다시 리뷰한다.

이름을 아는 작가들도 있지만 모르는, 검색에 나오지 않는 작가도 있다.

그 책에 실린 평가에 공감하는 그의 글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어린 시절의 행복을 다시 재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책의 제목은 <소설과 소설가들: 소설의 세계에 대한 안내서>다.

한 권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다른 기억으로 넘어간다.

이 연쇄작용은 나의 책읽기와 책탑과도 관련있다.

갑자기 <장정일의 독서일기> 시리즈가 생각난다. 


매일 광고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욕하지만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책 광고를 보면 책이 사고 싶어 안달이 난다.

현실적으로 이 모든 책을 소장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의 평을 많이 참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책과 좁아지는 공간은 항상 고민이다.

늘 유명작가가 추천한 책을 볼 때 “뭔 추천이 이렇게 많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후 고개를 끄덕인 경우가 많다.

물론 나의 취향이나 경험과 맞지 않아 다 읽고 “아닌데”라고 생각한 경우도 있다.

특히 평론가들이 극찬한 경우 그 난해함에 헤매다 중단한 경우도 상당하다.

하지만 나의 인식 능력이 확장되고,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면 바뀔 것이다.

작가 자신도 힘들게 읽었다는 소설이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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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천사 같은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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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묘사가 섬세하고 현실적이다. 반전은 내가 버린 가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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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천사 같은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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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 40번째 소설이다.

이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지만 다른 책 표지나 제목은 익숙하다.

캘리포니아 황야의 신흥종교 공동체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관심이 생겼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광신도와 공동체 내부의 비리와 부패 이야기였다.

하지만 작가는 광신도가 아닌 신자인 축복 자매의 의뢰를 수사하는 것으로 풀어낸다.

그 과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탐정물의 그것과 닮아 있다.

그냥 가벼운 조사라고 생각했던 일이 다른 음모와 비밀을 동반한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의 풍경과 삶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리고 도박 중독자인 퀸의 날카롭고 뛰어난 탐정 실력을 볼 수 있다.


퀸은 도박장에서 돈을 모두 잃고 히치하이킹을 한다.

이 차가 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차주가 내려준 곳은 신흥종교 공동체가 있는 입구 근처였다.

걸어서 가기는 어렵고 힘들어 이 공동체의 문을 두드린다.

다행히 이 단체는 그를 내치지 않고 받아주고, 먹을 것과 잠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를 맞아준 인물은 축복 남매로 불리는 중년의 여성이다.

축복 남매는 그가 탐정이란 것을 알고, 그에게 사건 하나를 의뢰한다.

공동체에서는 자기 재산을 가질 수 없는 데 아들이 매년 보낸 돈 120불을 가지고 있다.

이 금액이 현재 어느 정도 금액인지 알 수 없지만 사건을 수뢰하기엔 충분하다.

그 의뢰는 패트릭 오고먼이란 찾아 근황을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패트릭 오고먼은 누굴까? 축복 자매와는 어떤 관계일까?

도박 빚을 진 친구를 찾아 차를 빌린 후 패트릭 오고먼이 사는 치코테로 간다.

가장 먼저 그는 공중전화에서 오고먼의 집 전화번호를 찾는다.

이 시절에 전화번호부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전화를 걸었는데 5년 전 그가 죽었다는 답변과 함께 전화가 끊긴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만 전하면 되지만 그는 이 사건을 조금 더 파고든다.

신문사에 찾아가서 이 사건과 오고먼의 아내 마사가 겪은 고통애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비 오는 날 밖으로 나간 남편, 자동차 사고, 나가는 걸 말리지 않았다는 원망까지.

그리고 이 사건과 함께 이 도시에서 문제가 되었던 횡령 사건 이야기도 듣는다.

아무 상관없는 것 같은 두 사건이 왠지 모르게 퀸의 촉을 건드린다.


작가는 천천히 두 곳의 풍경과 삶을 보여주면서 조금씩 의문을 던진다.

왜 축복 자매는 오고먼을 찾아보라고 한 것일까?

은행돈을 훔친 사건과 그 가족은 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과정들을 읽으면서 머릿속은 수많은 가정을 세우고 무너트린다.

하나의 의문이 생기면 그 의문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의문이 생기고, 이 의문의 연속은 조금씩 하나로 합쳐진다.

그 길 위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심리는 혼란스럽고 사실적이다.

서로 다른 생각, 숨겨져 있는 비밀, 교단에 대한 헌신, 인간의 본성 등.

액션이 있거나 천재 탐정은 등장하지 않지만 끈기있는 탐정 퀸의 추리는 현실적이다.

그냥 지나가도 되지만 그 의문을 파고들어 사실에 점점 다가간다.

수많은 가설 중 하나였던 마지막 장면의 반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립탐정 #심리미스터리 #마거릿밀러 #축복자매 #얼마나천사같은가 #엘릭시르 #박현주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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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지현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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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중 한 권이다.

지난 번에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었다.

이 중단편들을 읽으면서 고전의 재미를 다시 새롭게 느꼈다.

피츠제럴드의 경우 단편선은 처음인데 왠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 익숙함은 하루키의 소설이나 그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와 연관 있을 것이다.

하루키의 분위기와 닮은 것 같다는 느낌은 받았는데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곱 편의 단편 중 이전에 읽었던 단편은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뿐이다.

이 단편은 워낙 유명하고 이전에 리뷰를 쓴 적이 있어 이번에는 읽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살짝 궁금하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은 비행기를 타기 전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를 다룬다.

도널드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만난다.

이미 결혼한 낸시, 잠깐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둘의 키스, 그런데 낸시의 착각이 있었다.

같은 이름, 다른 성, 기억의 혼란과 일탈을 바라는 마음이 잘 뒤섞여 있다.

<겨울 꿈>은 ‘위대한 개츠비’의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왔다.

캐디였던 덱스터가 성공한 후 사귀게 된 주디 존스.

주디의 변덕과 욕심은 덱스터를 힘들게 하고, 그는 떠난다.

그리고 나중에 듣게 되는 주디에 관한 이야기는 그에게 충격을 준다.

사랑의 그림자는 너무 강렬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덱스터의 반응과 감정 표현에 씁쓸함이 강하게 묻어있다.


<분별 있는 일>에서 조지는 사랑하는 존퀼을 위해 현재 자신을 일을 그만둔다.

그녀와 결혼해서 함께 살 행복한 꿈을 꾸고 달려간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힘들 것이 뻔한 그와의 결혼을 주저한다.

그는 떠나고 1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후 성공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다시 만난 그녀, 이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같은 것이 아니다.

<버니스, 단발로 자르다>는 버니스가 단발로 자르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자 친척인 마저리는 모든 남성의 관심 대상이다.

그에 비해 버니스는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남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마저리의 조언대로 했을 때 피어나는 관심은 순간 그녀를 우쭐하고 반짝이게 한다.

하지만 마저리의 작은 질시에 이것은 너무 쉽게 무너진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곱씹는다.


<얼음 궁전>은 미국 남북의 문화와 인식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샐리 캐럴 하퍼는 북부의 남성 해리와 약혼을 한다.

같은 동네의 친구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해리와 사랑에 빠졌다.

북부에 있는 해리의 집에 갔는데 이때는 추운 겨울이다.

추운 날씨와 해리가 남부에 대해 가지는 편견 등이 그녀를 불편하고 불안하게 한다.

<컷글라스 그릇>은 빛나고 아름다웠던 여성의 몰락을 그린다.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 남성, 이 사실을 안 남편.

남편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순간과 그 사랑이 떠나는 순간을 그린다.

중년으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몸의 변화와 식어가는 열정.

그녀의 집 가운데 있는 거대한 컷글라스 그릇과 사건.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산산조각나는 유리와 그 소리가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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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배급회사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7
호시 신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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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7권이다.

새롭게 출간된 책으로 치면 3번째다.

이전에 읽지 않은 책들은 언젠가 읽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구판으로 가지고 있는 책들도 있어 둘을 비교하면 재밌을 것 같다.

이 이전에 읽었던 <마이 국가>를 읽은 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반복된 느낌이 들어서인지 전작 같은 강렬함은 조금 떨어진다.

아마 반전을 예상하고, 그 예상이 맞는 경우가 더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전작보다 재미가 살짝 덜 하다는 의미지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기억의 왜곡으로 전작보다 더 적은 단편이 실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복신>은 조금 읽기 시작하면서 예상한 그대로 진행되었다.

예상한 그대로를 뛰어넘는 마지막 한 방이 웃게 만들었다.

<애프터서비스>는 우리가 기업에 항상 당하는 순환고리를 잘 보여준다.

만약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일이다.

<어떤 전쟁>은 그냥 평온하게 읽다가 마지막 몇 줄에 놀랐다.

<선물을 들고>는 긴 시간이 흐른 후 어쩌면 우리가 마주할 미래일지 모른다.

<지도>도 마지막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부정확한 정보와 실수의 반복이 주는 재미가 있다.

<무서운 사태>는 정말 날카롭게 사회의 현실을 비꼰다.

부패와 비리가 당연한 현실인 세계에서 공정은 누군가의 불안을 초래한다.


<성냥>은 신목이 성냥이 되어 벌어지는 일인데 <지도>를 살짝 비틀었다.

<요정배급회사>는 읽으면서 점점 다가오는 종말의 기운을 느꼈다.

쓴 말보다 달콤한 말에 휘둘리는 현상을 극단적으로 그려내었다.

이 요정들을 보면서 <버튼 행성에서 온 선물>에서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다.

<보물선>은 인간의 욕심 중 하나인 불로불사를 바라는데 그 대가가 재밌다.

<하나 연구소>는 왜 우리가 돈의 매력에 빠졌는지 잘 보여준다.

<은색 봄베>는 만약 이 숨결로 그 능력을 이어받을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도주>는 인간의 양심과 불안을 뒤섞고 비틀었는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현대의 무인판매점의 우주 버전을 보여주는 것이 <훌륭한 행성>이다.


<기분 보장 보험>은 현대인이 많이 든 보험을 황당하게 현실화시켰다.

자신들이 받은 보험 혜택과 그들이 낸 돈의 관계를 재밌게 비틀었다.

자신이 더 많은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점점 더 보험료를 더 내는 현실을.

<책임자>는 읽으면서 개발 괴담이 떠올랐지만 그런 무거운 내용은 아니다.

<유품>은 한때 유행했던 괴담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봄의 우화>도 서로 다른 생각에서 비롯한 실수 혹은 잘못된 선택 이야기다.

<호화로운 생활>도 <복신>과 <성냥> 등을 떠올리게 한다.

적은 노력으로 화려한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황당한 요구인지.

<구인난>도 <훌륭한 행성>의 일부를 연결해서 풀어낼 수 있다.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재밌게 풀어내었다.


여기서 말한 단편을 제외하고도 재밌는 단편들이 더 있다.

35편의 단편이 주는 재미는 읽을 당시의 기분이나 경험과도 관계 있다.

이제는 너무 낯익을 설정이라 아쉬운 단편도 있지만 시대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천천히 빌드업하면서 마지막에 반전의 묘미를 여전히 잘 살리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곳곳에서 노력없이, 대가없이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을 비틀고 비평한다.

마케팅과 욕심에 휘둘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수십 년 전 소설이지만 우리의 현재와 많이 닮아 놀라는 부분도 있다.

단순히 짧고 재밌고 반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비판도 담고 있다.

책이 잘 읽히지 않을 때 꺼내 조금씩 읽으면 책태기 넘기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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