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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나혜원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3월
평점 :
처음 만나는 작가이고, 첫 출간작이다.
억제된 욕망을 분출하여 해소한다는 부분과 소개된 몇 가지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간단한 단편들 소개글이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이 자극성은 읽는 내내 그대로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단적으로 표출한다.
이 극단적인 상황들이 살인, 자해, 자살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경우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한 경우도 많다.
6편의 단편, 6명의 주인공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무거운 마음은 다시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안도하게 한다.
<변호할 권리>는 존속 살인 피의자의 이야기다.
피의자 이영주는 자신이 엄마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풀어낸다.
부모의 이혼과 아빠와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
아빠의 죽음이 엄마와 함께 살게 하면서 생긴 수많은 학대와 폭력 이야기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자극적인 부분은 마지막 대목인데 일본 호러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상흔>도 역시 방치된 아이가 살아오는 동안 겪은 고통을 풀어낸다.
이 아이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그룹홈에서 만난 수연 언니였다.
그런데 이 언니가 친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살한다.
트라우마를 안고 있던 그녀에게 다가온 한 남자의 속된 욕망.
이 욕망이 만들어낸 뒤틀린 관계와 왜곡된 욕망의 표출은 섬뜩하고 잔혹하다.
표제작 <해마>는 화자가 아닌 그가 제주도에서 만난 여자의 이야기가 서늘하다.
아버지 월급이 적다고 어린 딸을 버리고 떠나고, 아버지가 죽은 후 돌아온 엄마.
생계 때문에 어릴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버지와 형편없는 삶의 질.
돌아온 엄마가 보여준 욕심과 폭력 등은 독자로 하여금 불편하게 한다.
이전 단편과 다른 부분은 화자가 이 상황을 마주하고 자신의 삶을 바꾼 것이다.
<마리모>는 가장 분량이 많고, 성폭력과 그 피해자의 마음을 함축해서 보여준다.
신입생 때부터 남친이었던 선배에게 일방적인 성폭력을 당한다.
하지만 자신은 이것을 성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이런 자신의 모습과 겹쳐지는 장면을 부모의 관계에서 본다.
성폭력 피해자의 쌍둥이 오빠와 사귀지만 그 선배의 폭력은 그녀의 삶을 더욱 뒤튼다.
이 뒤틀린 삶의 피해자 여성은 자신이 키우던 마리모와 새우의 삶을 따라간다.
<아귀 마을>도 참혹한 자살 장면을 담고 있다.
이 자살은 두 번 있는데 첫 번째는 화자의 어머니이고, 다른 한 명은 옆집 여자다.
옆집 여자가 떨어져 죽은 모습에서 잊고 있던 엄마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아버지의 불륜, 이혼 요구, 아들과 함께한 자살 시도 등의 이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자신의 뒤틀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예상 외의 만남이 만들어낸 희극.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기괴한 행위 속에서 그렇게 찾던 얼굴을 발견한다.
<해방>은 작가였던 아버지와 부자의 딸이었던 엄마의 불행한 결혼의 비극을 다룬다.
돈으로 남편을 얻지만 그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연한 하룻밤으로 생긴 아들, 이 아들의 출생일에 죽은 아버지.
그의 작품이 문학사에 수작으로 남고, 아들은 국어교사가 되어 이 작품을 설명한다.
그 소설 속에 담긴 사연의 가족의 비극이자 알려주고 싶지 않는 비밀이다.
하지만 비극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비극을 털어내는 마지막 장면은 작은 희망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