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영국 책방 도감 -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영국 로컬 서점 해부도
시미즈 레이나 지음, 이정미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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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영국 로컬 서점 해부도’란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는 동네 주민에게 사랑받는 영국 대표 책방들을 다룬다.

런던의 지역 서점 열두 곳과 영국 각지의 일곱 서점이다.

다양한 개성과 아름다운 모양으로 영국인 등에게 사랑받는 서점들이다.

책구성은 서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외관 사진을 먼저 보여준다.

다음으로 그 서점을 해부도처럼 그린 일러스트가 나타난다.

이 도면에는 장르, 책 위치, 계산대, 바 등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각 위치의 사진들이 같이 실려 있어 실물 느낌도 알 수 있다.

이 사이에 서점의 창립과 운영 방식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이 나온다.

마지막에 이 서점들의 주인이나 직원들의 간략한 소개로 마무리한다.


이 서점들의 내부 진열과 다루고 있는 책들을 보면서 나의 취향도 같이 발견한다.

화려한 모습의 서점보다 많은 장르소설이 있고, 잠시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배 위에 있는 ‘워드 온 더 워터’ 같은 서점을 볼 때는 습기가 먼저 떠오른다.

습기를 머금은 책들이 얼마나 상할까? 하고 괜한 걱정을 한다.

이것은 세계유산 식물원에 있는 서점 ‘큐 가든스 빅토리아 플라자 숍’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천장까지 책이 쌓인 오래된 서점 ‘오픈 북’을 볼 때는 왠지 모르게 친숙함을 느낀다.

매일 쌓여가는 책 때문에 늘 불만을 토로하는 아내의 눈초리도.

이 서점들을 보면 회사 주변 대형서점의 단조로움과 비교된다.


정말 시간과 여유가 되면 이 책에 나오는 서점들을 한 번씩 방문하고 싶다.

오래 전 파리의 헌책방에서 느낀 그 감성이 다시 떠올랐다.

‘바터북스’처럼 거대한 서점에서 커피와 식사를 하면서 책을 고르는 즐거움도 누리고 싶다.

물론 이 서점을 보다 비가 새면 어떻게 될까 하는 괜한 걱정을 한 것은 비밀이 아니다.

수천 권, 수만 권의 장서를 갖춘 서점도 있지만 몇 백 권 정도만 있는 서점도 있다.

각 서점이 추구하는 바는 다양하지만 지역민과 밀착되어 있다는 부분은 눈길이 간다.

한국의 독립서점이나 작은 동네서점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서점들 대부분의 공통점 중 하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진열과 책들이다.

한국 대형서점에서 잘 보기 힘든 구조와 진열이다.


영국에서는 최근 서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서점이 늘어나고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만해도 책을 대부분 인터넷서점에서 주문한다.

가끔 아이와 함께 갈 경우 서점에서 사는 경우는 있지만.

그럼에도 서점은 늘 둘러보고 싶고, 가서 신간 코너에서 새로운 책을 확인한다.

이때마다 책 욕심을 불끈 솟아오르는데 늘 자제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책방을 가게 된다면 어떨까? 참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서점들처럼 지역민들과 밀착된 서점이라면 온라인 구입이 줄지 않을까?

이전처럼 서점도, 헌책방도 잘 가지 않는 나에게 책방에 대한 열정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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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죽어야 하는 X
정명섭 지음 / 빚은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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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나오는 X는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대놓고 욕을 쓸 수 없어 X라고 표기한 것이다.

사실 끝까지 읽고 나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을 붙이고 싶다.

왜 매일 죽어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죽음이 매일 반복되는 순간에는 그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반복되는 죽음 속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한 번 죽을 때마다 오른쪽 팔뚝에 새겨진 별이 하나씩 사라진다.

프롤로그의 죽음이 첫 번째고, 이 죽음은 계속된다.


학원 범죄 타임루프물이란 소개가 붙어 있다.

주인공 동현은 자신의 과거 기억을 잃었고, 매일 밤 죽는다.

이 기억상실증을 알기 전 자신이 누군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전혀 모른다.

잠에서 깨자마자 달려나가 아침 기합부터 받아야 한다.

나쁜 쪽으로 과거 기억을 불러오는 선착순.

힘겨운 선착순이 끝난 후 식사, 수업시간은 이곳의 정보를 제공한다.

오윤성 편집장의 강의 내용에는 이 학교에 있는 아이들의 잘못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동현은 자신의 범죄 사실을 듣길 바라지만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

동현은 반복되는 죽음 속에서 자신을 죽이는 범인을 찾고자 한다.


작가는 오윤성의 입을 빌려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죄값은 언제 다 치러지는가? 갱생이 가능한가? 기억나지 않는 죄도 벌할 수 있는가?

가장 먼저 기억을 상실한 동현의 입장으로 본다면 기억나지 않는 죄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 갱생과 죄값으로 넘어가야 한다.

갱생은 결코 쉽지 않고, 죄값을 다 치르는 것은 더욱 힘들다.

이 질문을 던져 놓고 동떨어진 공간 속에서 청소년들은 어쩔 수 없이 머문다.

그들이 도망가지 않는 것은 갱생과는 상관없다.

단순히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그리고 매일 밤 동현은 알 수 없는 인물에 의해 살해된다.


처음 동현의 과거를 모를 때 약간의 동정으로 그의 과거에 관심이 있었다.

이 동정심은 그의 과거가 점점 밝혀지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그의 과거가 밝혀지는 만큼 그를 죽이는 3명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다.

그 세 사람에 대한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는 과정은 죽음을 통한 정보 획득밖에 없다.

한 번의 죽음과 정보 하나, 여기에 점점 강해지는 살인 방법.

죽음이 반복될수록 누적되는 고통과 사라지는 별의 갯수.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설정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부분을 더 깊게 파고들지 않고 간단하게 다룬다.

더 많은 분량과 더 많은 이야기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든 의문 하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고통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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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유해성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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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온 신작이고, 오랜만에 읽은 작가의 소설이다.

이전 소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지금 그때 작가에 대한 열정이 살아났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명탐정’을 내세웠다.

그런데 명탐정의 유해성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뭐지? 명탐정이 어떤 유해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읽기 시작하자 현재의 명탐정이 아니 과거의 명탐정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한때 명탐정 4대천왕이라고 불렸던 인물 중 고코타이 가제와 그 조수에 대한 것이다.

실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인물은 그때 조수였던, 지금은 나이 오십인 나루미야다.

중년의 명탐정 콤비가 자신들이 해결했던 사건들을 다시 돌아본다.


명탐정의 시대가 사라진 후 나루미야는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와 카페를 물려받아 일하다 현재의 열세 살 연하 남편을 만났다.

평범한 중년의 일상, 연하 남편의 바람도 알고 있다.

이때 한 유튜버가 〈명탐정의 유해성을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린다.

그리고 나루미야의 명탐정 가제가 카페에 손님인 척 온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가제와 와서 서로 놀라는 장면이 시작이다.

가제는 새로운 손님인 것처럼 하지만 나루미야는 바로 알아챈다.

그가 온 이유도 바로 그 유튜브 방송 때문이다.

한때 인기인이었던 그를 카페 손님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유튜브가 쏘아올린 해시태그 #명탐정의유해성.

명탐정의 시대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고, 의문의 대상이다.

과연 이 명탐정들의 추리에 문제 또는 피해자는 없었는지?

대중은 새로운 관심사에 빠지고, 이것이 또 다른 이슈가 된다.

가제의 집 앞에 모인 수많은 유튜버와 호기심을 품은 사람들.

나루미야는 가제가 풀어낸 사건 여섯 편을 소설로 개작했다.

반면 가제는 노래 가사를 썼는데 이것이 오히려 책보다 수입이 좋다.

이 차이가 만들어낸 두 사람의 현재 경제 사정도 재밌는 대목이다.

그리고 가제가 자신들이 해결한 사건 현장에 다시 가자고 한다.


함께 떠나는 장면을 남편의 불륜녀가 보고 SNS에 올린다.

나루미야에게 이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가제와 나루미야는 연인이 아니고,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다.

나루미야는 자신이 쓴 소설 여섯 권을 챙겨 그 사건들을 다시 복기한다.

이때부터 시간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그들이 어떻게 명탐정 콤비가 되었는지 보여준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두 사람이 시대의 조류에 올라탄 것이다.

명탐정 4대천왕이 된 것도 그들이 바란 것은 아니다.

선의와 우연이 겹치고, 방송이 요구했던 것을 단순히 따라갔을 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 그들이 누린 수많은 혜택은 생략되어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쉽게 우리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스타들이 떠올랐다.


명탐정 가제와 그의 조사 나루미야.

여섯 권의 소설과 영화 및 드라마 제작.

홍수처럼 쏟아지는 방송을 생각하면 이십 년의 세월은 너무 길다.

가제가 마지막으로 은퇴하게 된 계기는 기계와의 추리대결 패배다.

이것은 후반부의 또 다른 재미를 전해주는 것이니 여기서 생략.

둘은 과거 현장을 둘러보고,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을 환대하는 사람도 있고,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과정에 명탐정의 활약 뒤에 가려져 있던 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런 후일담 변주는 예상 외의 재미를 주고,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시대 명탐정의 역할과 현재 유튜버의 행동을 비교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고, 몇몇 에피소드는 추억을 불러왔다.

작가들은 명탐정을 만들고, 자신의 명탐정 이외 다른 명탐정은 가볍게 다룬다.

많은 탐정들이 등장해서 대결하다 죽는 소설이나 추리 만화도 있다

이 소설에서도 4대천왕 중 한 명이 추리대결 중에 죽지 않는가

명탐정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따라가면 경찰이나 다른 사법기관의 실수와 이어진다.

그런데 왜 특정 사람만 부정하는 영상을 만드는 것일까?

명탐정의 완벽함에 대한 기대, 아니면 단순한 조회수 목적?

가제 등이 처음 보였던 순수한 의도가 과거 사건 여행으로 잘 드러난다.

하지만 소속사가 생기고, 유행을 따르면서 그들의 순수성은 점점 퇴색된다.

여기에 또 하나 다루지 않은 것은 나루미야의 능력에 대한 것이다.

첵 중간중간 혹은 곳곳에 조수의 뛰어난 능력이 나타난다.

일곱 개의 사건과 다양한 시선 등은 곱씹을 부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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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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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낯선 작가인데 생각보다 번역본이 많다.

2020년 이전에 출간된 책들은 모두 절판되었다.

이번 책에 나온 단편들이 상당히 매력 있어 검색했다.

개인으로인 문체는 취향을 조금 타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재밌다.

화려하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일상을 풀어내기 때문이다.

사소한 인간관계가 힘든 사람들이라면 더 공감할 부분이 많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과 만남과 거짓말 등은 일상의 진을 빼는 일이다.

이런 일상의 사소하지만 피곤한 일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읽으면서 나의 과거와 현재를 살짝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11편의 단편이 모두 다른 화자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 직장을 무대로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멋대로 추측한 탓이다.

첫 단편 <세 번째 고약한 짓>을 읽을 때 두 사람의 미래 관계를 상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풀기 위해 쓸 데 없는 것에 시간과 정신을 쓴다.

엄마의 그릇을 깨트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장면은 왠지 낯익다.

<생일날>은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와 솔직함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

<레스피로>는 일상 속에 가라앉아 있던 꿈의 재발견 과정이 천천히 드러난다.

서로를 도와 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살짝 부럽기도 하다.


<거짓말 컨시어지>는 연작인데 거짓말의 선한 부분을 잘 보여준다.

거짓말을 잘 하기 위해 잘 기억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조카의 동아리 탈퇴를 도와준 것이 연쇄 작업으로 이어진다.

조카의 동아리 탈퇴나 부장의 조카딸 동아리 고문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특이하다.

읽으면서 단 두 편뿐이란 사실에 아쉬웠고, 작가도 더 쓰는 것이 힘든 것 같다고 느꼈다.

<지나가는 장소에 앉아서>는 지하철역이 휴식 공간이란 설명으로 시작한다.

일상에 지친 자신, 오랫동안 축구를 했던 아들의 축구 중단 이야기.

아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알려는 노력과 지켜보고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회사의 심령사진>은 제목 그대로 회사 사진에 알 수 없는 중년 여성이 보인다.

단순히 사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녹취하는 파일에 음성까지 담겨 있다.

이 여성의 정체가 밝혀진 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식사의 맥락>은 개인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다시 훑어보면서 먹고 싶었던 음식이 마감하거나 식당이 문 닫았던 일이 생각났다.

<추가 나눔의 전말>은 외할아버지가 남긴 168자루의 초록색 볼펜 처분기다.

이 볼펜을 처리하는 과정에 만나는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훈훈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만들고 팔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추억에 살짝 빠진다.


<술집에 이천 번이나 가고 난 뒤에>는 정년퇴직을 앞둔 상사의 회식 장소 찾기다.

그 과정에 드러나는 상사의 새로운 모습과 직장의 불편한 인간 관계들.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고, 우리의 사내 분위기와 비교하게 된다.

선입견과 몰랐던 사실 등이 차분하게 스며든다.

<방과 후 시간의 그녀>는 초등학생이 주인공이다.

넓이를 공부하는 곳에서 만난 두 소녀. 그러나 다른 학년.

무리에 끼지 못하는 소녀가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에 저절로 응원을 하게 된다.

초반에 살짝 적응을 못했는데 어쩌면 앞에 나온 직장인들은 이미 이 과정을 겪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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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의 우주
더그 존스턴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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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번역된 sf판타지 작가다.

영화 〈ET〉의 훈훈함과 테드 창 소설의 지적 탐험이 결합된 것 같다는 평이 있다.

읽으면서는 사실 이런 평가를 의식하지 못했다.

다 읽은 지금 돌아보니 약간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외계 생명체를 구하고, 달아나고,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은 <ET>와 닮은 부분이 있다.

테드 창을 말한 것은 이 외계 생명체가 보여주는 신비하고 놀라운 모습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이런 감상은 개인적이고, 나와 다른 느낌을 받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가독성 부분에서는 모두 좋다는 것에 동의할 것 같다.


네 명의 화자가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16세 혼혈 고아 소년 레녹스, 남편의 정신적 학대에서 달아나려는 임산부 에이바.

암으로 딸은 잃고 자신도 뇌종양에 걸린 헤더, 이들의 사연을 뒤쫓는 기자 이완.

순서대로 한 명씩 자신의 상황을 먼저 풀어내면서 시작한다.

레녹스는 같은 학년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하다 기이한 섬광 때문에 쓰러진다.

에이바는 몰래 달아나다 역시 섬광 때문에 차가 도로를 이탈하고 기절한다.

시한부 삶에 절망하며 자살하려던 헤더도 이 섬광 때문에 쓰러진다.

많은 사람들이 뇌졸중에 걸렸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었다.

하지만 레녹스, 에이바, 헤더 등은 별문제 없이 깨어났다.

전문의 입장에서는 기이한 일이지만 이들이 퇴원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입원한 에이바의 남편 마이클이 찾아온다.

에이바는 한때 레녹스가 다닌 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리고 에이바는 휴대폰 메모장에 자신을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남편의 정신적 학대에서 달아나기를 실패한 에이바.

이제 더 큰 압박과 협박이 그녀의 삶을 지배할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메모를 보고 레녹스가 달려왔다.

자살에 실패한 헤더는 아프고 힘든 미래 때문에 절망감만 커진다.

이완은 성광과 뇌졸중에 대한 정보를 병원 간호사에게 얻는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레녹스를 비롯한 세 명에 대한 것이다.


현실의 삶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세 사람.

기이한 섬광을 보고 뇌졸중에 걸린 후 재빨리 일어난 세 사람.

바닷가에서 발견된 거대한 문어에 대한 뉴스.

그 문어를 찾아가야 한다는 느낌을 받은 세 사람.

그리고 이 문어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바닷가로 간 이완.

문어에게 샌디란 이름을 주고, 이 문어를 옮기는 것을 막는 레녹스.

죽은 것 같은 문어가 보여주는 기이하고 놀라운 반응.

서로 다른 상황과 현실 속에 힘을 합치는 레녹스, 에이바, 헤더.

이들은 샌디를 구하고, 이 샌디를 쫓는 정부 요원과 에이바의 남편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 과정에 신비하고 예상하지 못한 일과 힘겨운 추격전이 벌어진다.


작가는 네 명의 시점을 나누고 빠르게 장면을 전환한다.

이 때문에 속도감과 다른 시점을 볼 수 있게 된다.

간결하면서 명확한 문장들은 가독성을 높이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샌디의 존재와 그 신비한 능력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 예상 가능한 장면과 더불어 샌디의 세계관은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SF 판타지에서 다루었던 능력이고 세계관이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이 경험하고 느끼는 부분들은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특히 에이바가 느끼는 남편의 정신적 학대와 출산 관련 부분은 더 그렇다.

예상 외로 꼽는다면 샌디를 쫓는 정부요원이 보여주는 무자비한 모습이다.

이완에게 총을 쏘고, 고문을 하는 모습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의문은 이 다음 이야기가 나올까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의문에 많은 부분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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