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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때 옌롄커의 소설이 줄지어 출간된 적이 있다.
아마 영화로 만들어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개정판이 나왔을 때였을 것이다.
검색하면 그 이전에도 몇 권의 책이 나왔지만 그렇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가 작가의 이름을 알렸고, 꾸준히 나온 책들이 그 이름을 기억하게 했다.
많은 작품들은 아니지만 그 중 몇 권은 기회가 되어 사게 되었다.
그 중에서 읽었던 소설이 <인민의 위해 복무하라>였다.
노골적이고 자극적이었지만 묵직한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다.
솔직히 말해 자주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최근 무거운 소설에 대해 선호도가 떨어지다 보니 두툼하거나 무거운 책은 피한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책은 이전 중단편 모음집에서 표제작만 뽑아내었다.
당연히 큰 부담은 없었고, 좀 더 집중하면서 셴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태고 이래 최악의 가뭄이 발생한 중국의 어느 시골 마을.
가뭄을 피해 마을 사람들이 서쪽으로 떠날 때 셴 노인은 집으로 돌아온다.
그의 곁에는 마을 사람들이 제물로 바쳤다가 눈이 먼 개 한 마리가 있을 뿐이다.
장님이라고 부르는 눈 먼 개와 셴 노인은 이 척박한 땅에서 옥수수 한 대를 키우려고 한다.
셴 노인은 오줌을 눠도 옥수수가 심어진 곳에 눈다.
당연히 자신들의 분뇨도 아낌없이 옥수수에 준다.
옥수수에 줄 물은 마을의 우물에서 길러 주지만 언제 이 물이 마를지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이 과정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은 예상하지 못한 재미와 긴 여운을 남긴다.
옥수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노인과 개가 우선 살아야 한다.
생존에 필수적이 두 가지 요소인 물과 음식.
아직 우물의 물은 마르지 않았고, 음식은 기존의 옥수수로 떼운다.
하지만 셴 노인이 가진 옥수수는 얼마 없다.
다른 사람들이 심은 밭에서 씨앗을 캐고, 다른 집들을 뒤적인다.
밭에서 캘 수 있는 옥수수는 얼마나 되겠는가? 놓친 것도 적지 않다.
이웃이 떠난 집들은 열쇠로 잠겨 있어 처음에는 주저한다.
이 주저는 배고픔에 무너지고, 옥수수를 키우면 배로 갑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집을 뒤져도 숨겨놓은 곡식이 보이지 않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쥐들이 파헤쳐 먹는 곡식 더미를 발견한다.
노인과 장님이는 쥐들을 쫓아내고 마을 사람들이 숨겨놓은 곡식을 찾는다.
이때 장님이의 활약으로 쥐들이 파헤친 굴을 쉽게 찾는다.
이 곡식들을 제대로 모와 둔다면 한동안 곡식 걱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쥐들의 숫자와 반격도 만만찮아서 원하는 것만큼 모으지 못한다.
힘들게 모은 것도 수많은 쥐들이 달려들어 무수시 사라졌다.
이 장면을 보고 머릿속은 왜 쥐를 먹을 생각을 하지 않을까? 였다.
아직 곡식이 있다 보니 쥐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 생각을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배고픔은 이 거부감 대신 단백질로 쥐를 생각하고 열심히 잡는다.
이때는 이미 많은 쥐들이 마을을 떠난 뒤라서 충분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하고 압도적인 장면은 늑대와 대치 장면이다.
물을 찾아 떠난 노인이 계속 사이에 자리잡은 샘터를 발견한다.
물을 길어 집으로 오는데 늑대 무리가 그 앞을 지키고 있다.
배고픈 것은 늑대도 마찬가지고, 둘은 서로 대치한 채 빈 틈을 노린다.
작은 방심만으로 늑대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노인은 놀라운 체력과 집중력을 보여준다.
이 대결 장면은 두 고수가 서로의 빈틈을 찾으면서 대치하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보여주는 셴 노인의 정신력과 굶주린 늑대들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그 긴장감과 긴박감은 잠시 숨을 멈추고, 그 상황에 몰입하게 했다.
그렇지만 이 무서운 순간이 지났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옥수수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한 노인과 눈 먼 개의 지극정성.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면 살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노인도 장님이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쳐 옥수수 한 그루를 살리려고 한다.
물로, 비료도 필요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인이 먼 거리를 걸어가야 물을 길러 올 수 있지만 못 먹어 체력이 되지 않는다.
먹지 못하니 나오는 것도 없고, 강렬한 태양이 옥수수가 언제 말라 죽을 지 모른다.
이런 순간에 노인의 머릿속을 오가는 현실적인 해결책.
아니면 비가 내려 가뭄을 해소하는 것밖에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셴 노인의 노력과 정성이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 보여줄 때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