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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르의 거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으로 치넨 미키토의 소설을 읽었다.
유명한 이름에 비해 지금까지 기회가 되지 않아 읽지 못했다.
집을 뒤지면 한두 권 정도 그의 소설이 있을 텐데 말이다.
의학 미스터리가 주종목인 작가인데 작가의 첫 호러 미스터리를 먼저 읽었다.
결과만 먼저 말하면 대단해 재밌었고, 끝까지 몰입했다.
솔직히 뒤의 얼마 정도는 천천히 읽고 싶었는데 멈출 수 없었다.
토속 신화와 생물학적 지식과 호러 등을 뒤섞었는데 굉장히 매력적이다.
왜 수많은 독자들이 그의 이름에 환호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홋카이도 국립공원 근처 숲속에서 대행 리조트 공사가 진행된다.
이 마을 사람들은 그 숲 속을 황천의 숲이라고 부르면서 들어가기를 꺼린다.
황천의 숲은 훗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이 출입하기를 겁내는 땅이다.
어릴 때부터 이 마을 아이들은 결코 들어가서는 안 되는 성역이자 위험한 장소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전설보다 현재가 중요하다.
공사 현장을 찾아간 야마기와는 현장 전체가 불이 꺼진 것을 본다.
현장 직원들을 탓하려고 하는 순간 발견한 그것은 전설이 사실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가 그것에 의해 죽게 된다.
전형적인 공포 소설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다.
옛날 옛적 하루라는 아름다운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가난 때문에 황천의 숲 근처 마을의 며느리로 팔려간다.
실제 그녀는 며느리가 아니라 황천신의 제물로 팔려온 것이다.
촌장이 주는 술에 취한 그녀가 깨어난 곳은 황천국이다.
황천신은 요모쓰이쿠사가 죽인 사냥감만 먹는다.
이 하루와 황천신에 대한 이야기는 중간에 다시 삽입되고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전설과 현재 황천의 숲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연결되어 있다.
기존의 전설과 살인 사건을 연결한 일본식 괴담 소설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실제 괴물이 등장하고, 인간과 괴물의 싸움이 벌어진다.
아카네는 주인공이자 7년 전 가족들이 갑자기 사라진 이력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외과의사이고, 육상을 해서 체력도 좋다.
리조트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언니의 약혼자였던 형사 오코노기를 통해 알게 된다.
친구인 법의관을 통해 사법 부검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상한 거미를 발견한다.
부검에 참석한 형사들은 불곰의 살인 가능성을 듣고 바로 사라졌다.
경찰은 이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살인을 불곰의 습격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엽우회를 통해 이 불곰을 잡으려고 한다.
첫 번째 경찰의 오판은 황천의 숲에 살고 있는 괴물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이다.
불곰이 얼마 무서운 동물인지 알려주는 대목은 사냥꾼 가지의 말로 잘 드러난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존재는 아직 사람들이 모른다.
불곰 사냥꾼 가지와 함께 들어간 숲속에서 피투성이 맨발의 소녀를 발견한다.
이 소녀가 저지르는 괴이한 행동, 비상식적인 힘과 반응들.
수술로 소녀의 뱃속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려고 한다.
마취약도 잘 듣지 않는 소녀, 위험한 수술, 기이한 종양.
이 종양의 모양도, 내용도 수상한데 뭔가 살아 있는 느낌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그 괴물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진다.
그리고 이 놀라운 정보를 아카네와 법의관은 경찰에 숨긴다.
숨겨진 정보, 전승되어 온 황천신의 전설, 아카네 가족의 실종 사건.
후반부는 황천의 숲에서 이 괴물들과 싸우고, 싸우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가장 섬뜩한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숨겨두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진범이 밝혀지려는 직전에 진범을 깨닫는다.
서늘함과 잔혹함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멋지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