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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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에 나온 작가의 소설과 다른 방식이다.

    판타지나 SF의 요소는 거의 배제된 상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개인과 집단을 대표하는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 두 여성이 현대 세계사의 무대 속에서 맹활약을 한다.

    재밌는 점은 이 두 여성이 역사의 뒷무대에서 사건, 사고, 테러 등을 계획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둘을 부각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 둘의 대결을 체스란 게임을 이용해 공간을 점점 확장한다.

    과한 부분이 있지만 현대사를 배우면서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전 소설에 비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부분이 많이 줄었다.


    모니카와 니콜. 둘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계다.

    모니카는 미국에서 편모 아래에서 자랐고, 니콜은 호주에서 편부 아래에서 자랐다.

    모니카는 극단적인 엘리트주의자이고, 사람들이 자신과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니콜은 사회주의를 외치는 부자 아버지의 영향으로 집단의 힘을 믿고 혼자 있기를 두려워한다.

    이 둘이 각각 자신의 동네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을 조금씩 실험한다

    빼어난 외모에 뛰어난 성적을 가진 모니카는 자신이 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평범한 외모이지만 집단에 집착하는 니콜은 한가지 실험으로 많은 양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각각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둘은 하나의 게임에 빠진다. 바로 체스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체스 실력을 보유한 둘은 세기의 체스 대결이 펼쳐진 곳에서 처음 만난다.

    이 대결 이후 둘은 운명적으로 엮이고 꼬이고 서로를 죽이려고 노력한다.


    체스 플레이 방식도 둘은 다르다.

    니콜은 병사들을 움직여 상대를 압박하고, 모니카는 퀸 등을 이용해 승부한다.

    서로 다른 둘이 처음 만났을 때 그 승리는 모니카가 경험하지 못한 방식 때문에 니콜이 승리한다.

    이때 발작적으로 벌어진 모니카의 행동은 앞으로 둘 사이에 벌어진 운명적 대결을 암시한다.

    이후 둘의 대결은 역사의 사건과 테러 현장에서 계속 이어진다.

    불운과 악연의 고리는 계속 이어지고, 음모와 액션이 쉬지 않고 펼쳐진다.

    엘리트주의 내세운 모니카는 영국 M15를 거쳐, CIA로 간다.

    집단주의자 니콜은 IRA에서 처음 대외 활동을 한 후 KGB로 가게 된다.

    숙명적인 두 라이벌의 대결은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현장에서 재밌게 이어진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과장된 역할 속 역사적 사실들에 있다.


    작가의 체스 사랑은 다른 소설에서도 자주 나오는 것이다.

    체스 게임에 세계관을 대입해서 설명하는 부분은 재밌다.

    이런 설명은 이전에 바둑에서도 자주 봤지만 현재 바둑은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높이기 위한 표현 방식은 실제 게임을 하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물론 나의 실력이 너무 낮아 이런 표현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스는 바둑보다 훨씬 전에 컴퓨터 앞에 무릎을 꿇은 게임이다.

    체스와 비슷한 게임으로 장기가 있는데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둘을 띄우기 위해 체스판, 우매한 사람들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일정 부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한 부분은 아쉽다.

    뛰어난 개인의 힘과 집단의 힘이라고 하지만 과정 속에는 두 천재만 부각된다.

    실제 이들의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하는 사람들은 민중들이다.

    뛰어난 가독성은 변함없고,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해석한 부분은 흥미롭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독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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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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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나온 작가의 소설과 다른 방식이다.

판타지나 SF의 요소는 거의 배제된 상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개인과 집단을 대표하는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 두 여성이 현대 세계사의 무대 속에서 맹활약을 한다.

재밌는 점은 이 두 여성이 역사의 뒷무대에서 사건, 사고, 테러 등을 계획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둘을 부각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 둘의 대결을 체스란 게임을 이용해 공간을 점점 확장한다.

과한 부분이 있지만 현대사를 배우면서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전 소설에 비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부분이 많이 줄었다.


모니카와 니콜. 둘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계다.

모니카는 미국에서 편모 아래에서 자랐고, 니콜은 호주에서 편부 아래에서 자랐다.

모니카는 극단적인 엘리트주의자이고, 사람들이 자신과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니콜은 사회주의를 외치는 부자 아버지의 영향으로 집단의 힘을 믿고 혼자 있기를 두려워한다.

이 둘이 각각 자신의 동네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을 조금씩 실험한다

빼어난 외모에 뛰어난 성적을 가진 모니카는 자신이 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평범한 외모이지만 집단에 집착하는 니콜은 한가지 실험으로 많은 양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각각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둘은 하나의 게임에 빠진다. 바로 체스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체스 실력을 보유한 둘은 세기의 체스 대결이 펼쳐진 곳에서 처음 만난다.

이 대결 이후 둘은 운명적으로 엮이고 꼬이고 서로를 죽이려고 노력한다.


체스 플레이 방식도 둘은 다르다.

니콜은 병사들을 움직여 상대를 압박하고, 모니카는 퀸 등을 이용해 승부한다.

서로 다른 둘이 처음 만났을 때 그 승리는 모니카가 경험하지 못한 방식 때문에 니콜이 승리한다.

이때 발작적으로 벌어진 모니카의 행동은 앞으로 둘 사이에 벌어진 운명적 대결을 암시한다.

이후 둘의 대결은 역사의 사건과 테러 현장에서 계속 이어진다.

불운과 악연의 고리는 계속 이어지고, 음모와 액션이 쉬지 않고 펼쳐진다.

엘리트주의 내세운 모니카는 영국 M15를 거쳐, CIA로 간다.

집단주의자 니콜은 IRA에서 처음 대외 활동을 한 후 KGB로 가게 된다.

숙명적인 두 라이벌의 대결은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현장에서 재밌게 이어진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과장된 역할 속 역사적 사실들에 있다.


작가의 체스 사랑은 다른 소설에서도 자주 나오는 것이다.

체스 게임에 세계관을 대입해서 설명하는 부분은 재밌다.

이런 설명은 이전에 바둑에서도 자주 봤지만 현재 바둑은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높이기 위한 표현 방식은 실제 게임을 하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물론 나의 실력이 너무 낮아 이런 표현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스는 바둑보다 훨씬 전에 컴퓨터 앞에 무릎을 꿇은 게임이다.

체스와 비슷한 게임으로 장기가 있는데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둘을 띄우기 위해 체스판, 우매한 사람들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일정 부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한 부분은 아쉽다.

뛰어난 개인의 힘과 집단의 힘이라고 하지만 과정 속에는 두 천재만 부각된다.

실제 이들의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하는 사람들은 민중들이다.

뛰어난 가독성은 변함없고,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해석한 부분은 흥미롭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독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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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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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독서 모임이란 제목에 끌렸다.

독서 모임에 나가지는 않지만 책과 관련된 이야기는 좋아한다.

제목의 첫 이미지는 독서 모임에 모인 사람들의 책 이야기와 개인적 사연의 결합이었다.

기대한 책에 대한 풍부한 내용과 대화는 부족했다.

대신 스웨덴의 아름다운 작은 도시 유셰르에 있었던 사건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그것은 30여 년 전 이 마을에서 수수께끼처럼 실종된 여동생 매들린의 흔적 찾기다.

어느 날 갑자기 동생에게 선물한 목걸이가 오면서 언니 퍼트리샤는 다시 이 마을을 찾아온다.

처음 실종되었을 때 정확한 원인을 몰랐는데 이 목걸이가 희망을 품게 했다.

퍼트리샤가 이 마을에 오면서 매들린이 사라지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들이 현재 이야기와 교차한다.

그리고 이 작은 마을의 호텔에 모인 노부인들의 이야기가 같이 펼쳐진다.


매들린의 실종 사건이 다양한 가능성의 길을 열어놓았다.

자유교회에 수련하기 위해 온 그녀의 일상은 행복함으로 가득했다.

좋은 룸메이트와 훌륭한 목사님의 존재와 아름다운 풍경은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했다.

그녀가 언니와 조카를 두고 떠나왔을 때 느낀 불안감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이런 그녀의 일상에 조금씩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실종에 대한 단서를 흘린다.

만약 장르가 추리소설이었다면 조금 빤한 전개로 나아갔을 테지만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 자신이 끌리는 남자의 등장, 충만하고 밝은 미래.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 작은 의문으로 큰 파문을 만들어낸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는 다음 문제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들이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퍼트리샤는 아들들이 집을 떠나 먼 곳에서 살고 있다.

홀로 농장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데 가족의 자산이기 때문에 팔지 않고 있다.

동생 매들린의 실종 사건은 그녀의 삶에 큰 충격이었고, 평생 잊지 못하는 사건이다.

목걸이가 왔을 때 긴 시간 동안의 휴가를 내고 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낯선 모나의 호텔에 머물면서 과거의 흔적을 좇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

호텔 주인 모나, 한때 인기 여배우였던 마리안네, 남편 사별 후 힘들어 하는 도리스 등이다.

여기에 모나의 딸 에리카가 휴가 겸 엄마를 돕기 위해 손녀 리나와 함께 와 있다.

에리카는 남편과의 사이가 최근에 그렇게 좋지 않다. 창을 닦은 지도 오래되었다.

이런 불안감은 어릴 때 잠깐 사귀었던 요리스의 등장으로 그녀를 더 흔든다.

아주 풍성한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작가는 잔가지를 상당히 많이 쳐낸다.


노년의 여성들이 홀로 된 후 펼치는 우정과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눈길이 간다.

그들의 삶 속에 그 시대의 풍경과 현재의 변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홀로 된 도리스를 틴더에 가입시키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 새로운 도전, 실망스러운 만남 등이 이어진다.

이런 도리스의 삶에 변화를 주는데 도움을 주는 인물은 마리안네다.

그녀의 경험이, 친구에 대한 애정이, 현재의 만남이 그녀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런 변화는 그녀와 친구들 모두에게 해당한다.

이 변화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솔솔하고,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 하나는 마리앤네가 사회를 본 퀴즈 게임을 생략한 것이다.

성황리에 끝난 이 게임이 괜히 더 궁금한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 장면들은 과거의 사건과 연결해 사람들 사이의 연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한 재미와 훈훈한 관계와 미스터리의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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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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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과 몇 년 전에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2013년에 처음 나왔다.

사 놓고 묵혀 둔 지도 몇 년이 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고,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읽는 순서가 바뀌면서 점점 뒤로 밀린 책이다.

책을 볼 때마다 읽어야지 하는 수많은 책 중 한 권이었다.

이번에 읽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얇기 때문이다.

요즘 두툼한 책은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이 달린다.

예전에는 얇은 책을 돈 주고 사면 아까웠는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기억력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다행히 이 소설의 주인공까지 갈 정도는 아직 아니다.


김영하의 소설은 오랜만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나온 <작별인사>를 제외하면 <검은 꽃> 이후 처음이다.

초기 장편들을 읽고 반해 그의 소설을 열심히 모은 적이 있다.

이후는 다른 작가들처럼 책장에 고이 모셔둔 채 읽어야지 생각만 했다.

늘 그렇듯이 쌓여가는 책들은 마음의 부담이 된다.

그렇게 읽고 싶어해 샀는데, 구했는데 쌓아만 두다니…

요즘 이런 책들을 한 권씩 꺼내 읽고 있다. 물론 아주 더디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용된 문장이나 철학자들을 보면서 괜한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치매에 걸린 주인공처럼 이 욕심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사라진다.

기록을 하면 알겠지만 어느 곳에 기록했는지 모르는 순간도 있다.


자신을 연쇄살인마로 말하는 치매 환자 김병수.

소설은 그의 시점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과 기억의 편린을 쫓는 구성.

치매에 걸린 살인자가 기록하는 기록, 점점 더 잊게 되는 기억들.

가까운 과거부터 잊게 되는 치매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들.

적고 녹음하면서 이 치매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노력들.

과거 그의 살인과 추억 등이 교차하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어느 순간 살인을 멈춘 그의 삶, 자신은 교통사고가 원인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 날 자동차 충동 사고를 겪고 자신과 닮은 살인자를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이전에 이 마을에 잔인하게 살해된 여성들의 시체가 있었다.


읽으면서 치매에 걸린 살인자의 절박한 몸부림에 눈길이 계속 간다.

자신의 딸 은희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 은희의 엄마를 죽인 과거.

구타당하는 엄마와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죽여야 했던 과거.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이런 살인들을 잠시 눈감아 주었다.

작가가 영리하게 한국사의 불행한 장면들을 집어넣은 것이다.

살인하면서 느끼는 그 긴장감을 잊지 않고 계속 사람을 죽였던 그.

멈춘 후 삶에 대한 평가는 그 자신의 글로 충분히 표현되었다.

자주 잊게 되는 일들, 길을 방황하는 자신, 일반적인 치매 증상.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장면을 마주한다.

그의 독백과 사실과의 관계를 의심하게 한다.

마지막 장면을 모두 읽고 앞으로 가서 첫 장을 읽지만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어디까지 사실일까? 모든 이야기가 거짓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그에게만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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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매드앤미러 2
구한나리.신진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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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판 브랜드다. 이미 몇 권 나와 있다.

매드앤미러 프로젝트인데 같은 한 줄, 다른 두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통 한 줄은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진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이다.

이 책의 제목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알려주는 문장이다.

실제 이 책에 담긴 두 편의 중편 소설은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다.

책 정보를 제대로 보지 않았을 때는 두 소설 중 한 편의 제목일 줄 알았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이런 기획보다 두 명의 작가 때문이다.

처음 만났지만 장르 소설 쪽에서 자주 이름을 본 작가 구한나리.

오래 전 소설 <무녀굴>을 재밌게 읽었고 한 동안 잊고 있었던 작가 신진오.


구한나리의 중편 제목은 <삼인상>이다.

작가는 가상의 나라와 공간을 만들어 조금 느리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신국과 월국의 경계에 있고 산 등으로 둘러 쌓여 있는 산골 마을 묏맡골.

이 마을에는 아주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삼인상이다.

혼상은 안 되고, 둘 이상 밥을 먹을 때는 반드시 상을 차리되 삼인상 그릇을 올려야 한다.

첫 장면이 이 마을의 제사 장면인데 아주 치밀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화자가 마음을 두고 있는 당골의 셋째 딸 현이 보인다.

이 마을의 제사를 주관하는 당골은 결혼하면 딸 만 놓고 남편은 후임 당골이 태어나면 죽는다.

이 사실 때문에 현을 마음에 두고 있던 마을의 다른 남자들이 현과의 결혼을 포기한다.


화자의 어머니는 우연히 이 마을에 들어와 목숨을 부지하고 아들을 낳았다.

이 아들이 바로 화자인데 그는 현을 마음에 두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현과의 결혼을 바라지 않는데 그녀가 죽으면서 현과 결혼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 이런 기이한 문화 등이 아니라 이 율법이 무너지는 과정 속에 나온다.

자신들에게 생긴 불행은 외지인 탓으로 돌리고, 약자에게 폭력을 가한다.

평화로운 마을에서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모두 바뀐다.

암시와 예언이 뒤섞여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결말에 도달해서야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인간들의 탐욕, 비열한 행위, 나약한 마음과 예상하지 못한 장면은 읽는 재미를 준다.


신진오의 소설 제목은 <매미가 울 때>다. 역시 제목만으로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내와 여행을 가던 중 화자 ‘나’는 차량 전복 사고를 당한다.

다친 아내를 데리고 화자는 앰뷸런스를 부르려고 하는데 휴대전화가 먹통이다.

짙은 회색빛 안개로 가득한 도로를 걸으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길에는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몸에 버섯이 피어난 괴물이 덮친다.

겨우 도망쳐 도착한 절에 그들 이외의 사람들이 몰려 있다.

이들 모두 갑자기 이 세계에 들어왔고,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 절에 머무는 스님은 그가 도착할 것을 알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했다.

스님은 이 공간을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파락’이라고 한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이 파락을 통과해 이승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함께 움직인다.

각각의 사연이 있는 듯하지만 작가는 꽁꽁 숨긴 채 이야기를 풀어간다.

스님이 말한 곳으로 가는 도중에 마주하는 위험, 아슬아슬한 탈출.

목적지에 도착해서 펼쳐지는 진짜 이야기들. 생각하지 못한 설정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하나씩 풀려나오는 이야기가 너무 무겁다.

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지, 기억을 되찾아야만 타락을 벗어날 있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들을 이어주는 사연은 묵직하고, 예상하지 못한 인연으로 묶여 있다.

이 인연의 고리를 풀어내는 과정은 불가의 해탈과 닮아 있다.

매미가 소재인 것은 이들이 파락을 벗어나는 것과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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