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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22년 9월
평점 :
<달리는 조사관>의 후속작이다. 7년 만에 나왔다. 드라마만 따지면 3년 만이다.
이번 이야기를 읽기 전 급하게 <달리는 조사관>을 읽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당연히 이번 이야기도 기대되었다. 그런데 이번 연작은 이전 연작과 조금 달랐다.
늘어난 분량에 비해 일단 편수가 한 편 줄었고, 이야기가 <끝까지 구하는 승냥이>에 대부분 집중되었다.
새로운 캐릭터가 한 명 등장했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가볍게 큰 웃음을 준 사라졌다.
혹시 조사관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감사변태 변신재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전작에서도 사회 문제에 기본 시선을 둔 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첫 단편 <프롬 제네바>는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끌고 와 잘 녹여내었다.
윤서와 지훈이 제네바 국제인권대회에서 마주한 한국 대기업의 인권 침해 요소와 그 대응을 보여준다.
대기업들이 늘 내세우는 법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말 속에는 반성보다 회피의 의미가 더 크다.
이 회피와 변명이 개인에게 이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굉장히 씁쓸하다.
<버릴 수 없는 여자>는 조현병 환자를 피해자로 설정해서 시각을 뒤바꾼다.
경찰이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피해자가 평소에 한 행동을 생각하면 반쯤 공감한다.
이런 실수가 일어나면 안 되지만 안타깝게도 실수가 누군가의 생명과 연결될 때 더 큰 문제가 된다.
조현병 환자가 약도 제대로 먹지 않고, 일상에서 살아갈 때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는 지도 보여준다.
반쯤 공감한 부분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비극은 언제나 잠깐 실수하는 곳에서 발생한다.
<감사변태 변신재>는 정말 변태 같은 감사 이야기다.
창의적으로 어떻게 직원들을 엿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읽으면서 감탄했다.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누리기 위한 그의 작업과 열정은 어떤 대목에서는 웃음을 자아낸다.
그의 지나친 열정에 열 받은 수많은 직원들의 합심이 빚어내는 마지막은 솔직히 조금 통쾌하다.
그리고 이편과 이전 편에서 최철수가 보낸 편지가 나오면서 마지막 이야기의 바탕을 깔아준다.
<끝까지 구하는 승냥이>만 장편으로 만들어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용과 분량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일어났던 종교 단체의 무리한 집회와 사이비 종교를 살짝 비틀고, 연쇄살인범 최철수의 마지막 희생자 이하선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배홍태를 중심에 놓고, 윤서를 비롯한 달숙과 지훈 등이 협력해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인권위의 한계와 사건을 해결하려는 욕망이 충돌하고, 숨겨져 있던 사실들이 하나씩 물위로 떠오른다.
누군가 탁월한 추리력으로 사건을 일순간에 해결했다기 보다 열정과 노력으로 풀어낸 느낌이 더 강하다.
물론 이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했던 것은 상상력으로 비워져 있던 공간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전 편부터 계속 티격태격했던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삭힌다.
홍태의 감정이 폭주할 때 달숙이 잘 바쳐주면서 문제를 더 키우지 않는다.
자신의 돈을 써가면서 최철수의 단서를 받으려고 하고, 열정적으로 메신저를 찾아간다.
발로 뛰고, 현실을 조사하고, 상상력으로 빈 곳을 채운다.
읽으면서 ‘혹시’ 했던 부분이 ‘역시’로 돌아서고, 예상하지 못한 장면도 연출한다.
내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드라마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작가의 후기를 보면 후속작의 가능성이 아주 낮은데 그래도 이런 캐럭터들을 그냥 보내긴 너무 아깝다.
아직 한국의 인권 사각 지대가 많은 만큼 이들을 다시 등장시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환기시켜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빨리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