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하철입니다
김효은 글.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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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뚜벅이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가끔 탑니다,

지하철은 서울로 진학하면서 처음 타봤습니다,

어리버리한 촌년이 서울 친구 뒤를 바짝 쫓아가며 지하철을 탔던 기억이 납니다,

2호선을 반쯤은 돌아서 다니던 등교길

어느날은 3호선으로 갈아타는 코스를 친구따라 쫄래쫄래 가보기도 하고

이대입구역의 에스컬레이터에서 지레 멀미가 났던 기억도 있고

충무로의 에스컬레이트는 어디를 타야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나 한참을 망설였는데 알고 보니 같은 방향이라는 거...

막차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교문에서 뛰어오던 기억

시끄러운 나이트에서도 시계는 열심히 봤던 기억

한때는 땅속으로만 다니는게 너무 지겨워서 돌아가더라도 버스를 타야지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부끄러움도 없이 몸이 밀착되는 경험도 지하철에서 처음이었고

대학이 밀집한 지역을 지나면서 척척 내리는 학생들이 부럽기도 했네요

서울대랑 한참 멀리 있는 주제에 서울대역이라는데 사기당한 기분도 들었고

잠실사는 친구네 간다고 성내역에 내렸다가 강바람에 놀라기도 했었지요

시청앞 지하철역만 지나면 동물원의 노래가 기억나 혼자 맬랑코리해지다가

출퇴근길 늘 내리던 을지로 입구역의 지하상가들은 늘 신기했었고

평화시장간다고 동대문 운동장에서 내려서 한참을 돌아가던 기억

유난히 간격이 긴 압구정에서 신사 신사에서 잠원

월미도까지도 지하철이 되는구나 신기해하며 탔던 길고도 긴 여행길

복잡한 용산역에서 어느방향으로 타야할지 가늠이 가지 않아 서너대는 그냥 보냈던 막막한 날도 있었는데

참 처음오로 변태를 본것도 지하철안에서였군요

이젠 지하철 타는 건 누워서 떡먹기가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면 언제부턴가 정면을 보지 않습니다,

앞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것도 어색하고

이젠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도 힘들어져서 그냥 눈을 깔고 있거나 감고 있는 게 편하더군요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사실 지하철에서 앉아 갈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독서환경입니다,

적당히 흔들리고 적당히 소란스럽고 적당히 개인적인 공간

함께 있으나 혼자인 공간

다른 할 게 없으니 책읽기 딱 좋은 공간입니다,

앞에 누가 있던 상관한 적도 없네요

한 때는 눈치가 빤해서 누가 어디서 일어날지 감으로 잘 찍었었는데

이젠 누군가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무척 미안해집니다,

나 무지 멀리가요~~~

잘 찍었다고 내 앞에 섰을 텐데 꽝이야요

 

그림책은 별 거 없는데  울컥한데가 있네요

지하철이 주인공이고 지하철을 타는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올해 나는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다닐 테지요

그림책 한 페이지에 슬그머니 내 이야기도 집어 넣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같은 이웃을 찾아 보려고 지하철에서 고개를 조금 덜 숙여야 겠다는 마음도 먹습니다

올해도

지하철을 타고 달리는 모두가 조금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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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0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울에 왔을 때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봤어요. 제가 사는 대구에도 지하철 3호선까지 있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해서 지하철을 타본 적이 거의 없어요. 사실 지하철 좌석보다는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볼 수 있는 버스 좌석이 편해요. ^^

푸른희망 2017-01-06 11:49   좋아요 0 | URL
서울로 진학하면서 첨 배운게 지하철 타는 법이었어요 지금은 왠만한 광역시에는 다 있는 지하철시지만 닟선 땅에서 낯선 지하철
그래서 지금도 지하철을 기다리면 막막하고 외로워진답니다~
 
책 씻는 날 학고재 대대손손 5
이영서 글, 전미화 그림 / 학고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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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다,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인거 같다고 했다,

친구들이랑 말도 잘 하지 않고 혼자 있고 표정도 밝지 않다고 했다,

걱정해주는 마음은 고마웠다,

그러나 너무 필요이상 간섭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한편으로는 왜 내 아이만 이렇게 티가 나는지 짜증이 났고 왜 내 문제도 아닌 것에 이렇게 죄스러워야 하고 불편해야하는지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생겼다,

 

지금 사춘기라서 그렇다고 믿기로 했다,

흔히 중 2병이라는 것이 일년 이년 정도 먼저 올 수 도 있다, 물론  늦게 올 수도 있다고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냥 아이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섬세해서 스스로가 아마 가장 힘들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게 아닌데.. 이런 건 아닐지도 몰라,, 라고 가장 크게 느끼고 깨닫지만 그래도 타고난 성정 때문에 늘 혼자 갈등하고 힘든 건 나보다도 아이일 거라고 믿기로 했다,

모른 척 하기로 했다,

무시하는게 아니라 모두가 널 걱정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니가 문제가 있어보인대 라는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너는 그냥 조금 다른 것 뿐일거야

사람은 저마다의 리듬을 가지고 있는거야

누군가는 느리고 우아한 왈츠의 리듬이고 누군가는 격정적인 탱고 리듬일테고 또 누군가는 느리고 한스러운 살풀이 리듬을 가지고 있겠지

니가 가진 리듬은 낯설어서 불편할지 몰라.. 예전에 어떤 음악가가 만든 곡이 너무 낯설고 불편해서 모두 악담을 퍼붓고 음악도 아니라고 했는데 그게 지금은 대단한 작품으로 평가받지

물론 니가 나중에 대단한 작품이 될거라고 부담주는게 아니라

누구의 리듬이든 다른거지 틀린건 아닐거라는 거지

누군가에겐 한없이 신나고 자유로운 락도 누군가에겐 그냥 소음이니까

가끔 너무 다정하고 남의 말을 공감해주고 조곤조곤 이야기해줄 때는 얼마나 이쁜데

너의 시간은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속도로 흐르고 가끔 다른 곳으로 돌아 흘러가는 거라고 믿어주기로 했다,

물론 아이가 이유을 모르게 짜증을 내고 도무지 내 상식으로는 알 수 없는 일들로 토라지고 삐질때는 나도 뚜껑이 열리지만.. 모두가 같은 상식을 가진것은 아니고 모두에게 당연한 건 셍각보다 적다고 믿기로 했다,

적당히 모른 척하고 다시 헤헤거리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받아주고

이쁜말만 해주려고 노력하고 (정말 노력하고) 그냥 니가 별난 건 아니라고 여기려고 했다,

그래서 조금씩 괜찮아지고 편해지는 걸 느낀다,

또 언제 뚜껑 열리게 하거나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져서 토라지고 예민해질 수 있지만

지금 예쁠 때 감사하기로 했다,

 

아이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모범생같다 는 말이라고 했다,

그냥 외모에서 행동에서 믿음직하고 성실한 인상을 주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성실하고 착하다,

늘 안타까운게 요령이 없고 딱 노력한 만큼만 결과가 나와서 아쉬웠다,

누구는 쉽게 무언가를 얻기도 하고 운이 좋아 잘 피해가는 일들도 있는데

(심지어 엄마인 나도 그런 경험을 수없이 했는데)

아이는 딱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을 뿐... 인것처럼 보였다,

엉덩이가 무겁고  이해는 좋아도 암기가 나빠서 오래오래 앉아 있어야 하고

시험때는 남들이 하는 톡도 문자도 더 끊어야 겨우 진도를 맞출 수 있어서

누가 봐도 늘 공부하는 아이처럼 보이고 늘 모범생처럼 보이고 늘 우등생처럼 보일거다,

그런데 아이는 그런게 정말 싫다고 했다,

그 말의 이면엔 공부밖에 모르고 공부에 동동거리는 삔따라는 의미도 있다고

가끔 친구들이 대놓고 넌 모범생 같애 니가 공부를 젤 열심히 하는 거 같아 (젤 잘하는게 아니라)

그런 말을 툭툭 던지면 그게 바늘 처럼 콕콕 찌른다고 했다,

그게 나쁜게 아니라고 얼마나 좋으냐는 말은 이미 의미가 없다,

공부벌레같고 요령없고 고지식한 것

그리고 특징없고 희미하게 착하기만 한거

그건 싫다고 단호하게 말 했다,

느리고 큰 키가 흐느적거리고 조금은 나른해 보이는 분위기가 싫다고....

그게 니가 가진 가장 큰 달란트일지도 모르는데...

아이는 자기가 가진 것보다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한다,

날라리처럼 보이는데 의외로 성적이 잘 나오네

놀기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뭐 그런 팔방미인을 꿈꾸고 있는 걸까?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렇게 다른 걸 쫒다가 내가 가진 장점을 그냥 버릴까 걱정스럽다,

 

 

김득신은 조선중기에 살았던 문인이다,시인이다,

어려서부터 너무나 어리석고 둔해서 남들보다 천자문도 늦게 떼고 환갑을 앞두고 급제해서 벼슬에 나아갔다, 그러나 김득신은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남들보다 아둔하고 느리니까 그만큼 더 많이 더 오래 하며 된다고 믿었다,

만번 이상 같은 책을 읽고 또 읽고

그렇게 읽어도 돌아서면 기억나지 않는 경험을 하는 동안

김득신이라고 허망하지 않았을까?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다 떼려치고 말지 싶게 화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했던 모양이다,

만번이 아니면 만 한번 만두번 ....

 

그림책은 그 김득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남들보다 늦다고 말이 많은 친척들

친구들은 벌써 책을 다 외우고 떼서 책씻기를 하는데 그는 아직 천자문이다,

그의 글 읽는 소리를 들은 그의 하인마저 줄줄 외고 있는 걸 단지 그 혼자 못 외웠다,

그 부모라고 포기 하고싶지 않았을까

아이에게 미련하다고 한소리 하고 닥달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아이가 계속 미련하게 하고 있다면 역시 그의 부모처럼 그렇게 기다릴 수 밖에 없을까

이 길이 아닌가벼.. 하며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아이의 손목을 끌고 다니고 싶지 않았을까

스스로 바보같다고 눈물을 흘리는 몽담이(김득신의 어릴적 이름)에게 아버지는 태몽을 이야기해준다

"너는 학문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칠 게야

  아비는  한 번도 그걸 의심해 본 적이 없어"

 

아비의 믿음에 몽담이는 말한다

 

" 만번을 읽겠습니다.

  깨칠 때 까지 읽고 또 읽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몽담이도 책씻기를 하는 날을 맞는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잘 가고 있다는 증거다,

훈장 선생님은 몽담에게  없을 無 를 써 준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장이란 뜻일까 하고 울음이 터질것 같은 순간 훈장 선생님이 말씀 하신다

" 오늘 몽담이의 책을 보니 난 비로소 부지런 할 근 (勤)자의 의미를 알겠구나

  배움은 그 시작도 마침도 모두 부지런 함이다

  몽담이는 그것을 잘 아는구나 난 몽담이에게 더 당부할 것이 없다"

 

그림책 내내 우울했던 몽담이의 얼굴은 無를 받아들고 비로소 환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책씻기  즐거운 시간들

 

몽담이는 다른이와 다른 시간의 흐름을 살고 조금 느리게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멈춘건 아니었다,

모두가 안달할 때 아버지와 훈장님이 그걸 알아 주었다,

몽담이가 아무리 엉덩이가 무거운들 모두가 믿어주고 기다리지 않았다면 훗날 김득신이 될 수 있었을까

사람은 저마다 다른 시간의 흐름을 살고 있을 거고 조금씩 다른 방향을 가고 있을 것이다,

그게 비슷해보이기도 하고 좋아보이는 것 납득이 가는 게 분명 있겠지만

세상엔 좀 이상해 보이고 고쳐주고 싶고 아닌거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조금 기다려주고 그러려니 하면 그것도 그냥 비슷하고 납득할 수 있는 게 되지 않을까

억지를 부리고 싶다,

성실한게 참 미덕인 세상이 있었는데

이젠 모든게 빨라지고 모든게 반짝거리는 창의력의 문제이고 모든게 타고난 운이나 능력이고

왠만한 노력은 누구나 한다고 노력의 가치는 이제 헐값이 되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아이는 고민하고 또 상처받고 그러다 좋아지기도 하며 자라는 중이다,

책을 읽어 주지 않아도 김득신도 되었다고 그를 걱정하는 척 혀를 차는 숙부도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필요한 거 같다,

이렇게 바라봐 주라고 기다려 보라고 ...

그러다 아니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가끔 뚜껑 열리고 조급해지는 나에게 몽담이는 수줍고 나른하지만  자신있게 웃고 있다,

그냥 기다려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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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19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가 풍요로워질수록 인내심의 가치는 점점 희미해집니다. 급격히 빨라지는 사회 변화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게 되니까 일을 빨리 끝내야 직성이 풀립니다. 천성적으로 행동이 느리거나 신중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은 괴롭습니다. 나태한 성격으로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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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은 언제나 교실 뒷편에 걸린다,

언제나 그렇다,

그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

난 어떻게 그리면 내 그림이 뽑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진 나는 화가가 될 운명인가보다

그래서 화실에 가서 진짜 화가에게 그림을 배우기로 했다,

 

그렇게 명원화실을 만났다,

 

그 곳은 어둡고 조용했다

화가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바가지를 꽃병을  해바라기를 수도꼭지를 포도를 연필로 그릴 뿐

화가는  간간히 다가와 내 그림을 보고 갈 뿐이다,

이건 잘 그리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뭘까 그사물이 내 속에 들어온다는 걸 느꼈다,

바가지 하나에도 세상이 들어있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이해할것도 같았다

이제 교실뒤에 그림이 걸리고 말고의 일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걸리지만,,,

테레빈 냄새가 나는 화가의 어두운 작업실은 매혹적이다,

그 안에서 그림책을 넘겨보며 나는 화가를 꿈꾸기 시작한다,

 

겨울 화가가 보내준 그림카드

점점이 모여  하늘이 되고 강물이 되고 언덕이 되는 그림

그 그림을 들여다 보는 순간 내 마음속이 빵 하고 터졌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마음 목이 따끔따끔해지고 가슴이 막 아프고 가운데 배가 저릿한 느낌

그림이 그렇게 내개 들어왔다.

 

그러나 순간의 사고로 화실은 사라지고 나는 더 이상 화실에 가지 않지만

이제 내 그림이 교실 뒤에 붙지도 않지만

나는 괜찮다,

가끔 앞산에 가서 그림을 그린다,

그럼 되었다,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는다,

이런 설레임을 두근거림을 내가 가진 적이 언제였던가?

뭔가가 되고 싶다는 것 그것이 말이나 글이 아니라 내 마음으로 쑥 들어오게 되던 열망을 느낀 적이 언제였을까?

 

아이가 무엇인가 욕구를 가지는 순간 감정을 가지게 되는 순간

수욱 자란다,

정말 원하는 건 말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아도 내 안에 조용히 고여서 찰랑거린다,

화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그렇게

바가지 안에서 세상을 발견하고

교실 뒤에 붙여지지 않은 그림이라도 소중하다고 생각할 줄 알게 되는 것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

그리고 무언가 마음을 치는 것을 느껴보는 것

그런 모양으로 아이에게 다가온다,

그게 무언지 설명할 길은 없지만 충만하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고 싶고 그걸 자소서에 써야하기에 발을 동동 구르다보면

자꾸 자꾸 마음이 비어가는데

그냥 그렇게 바라보고 다가가고 경험하면서 마음이 자박자박 차오르게 기다려야하는데

참 시간이 없다, 할 일도 많고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원하는 건 누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내게 다가오는것이라는 걸 그림들이 짧은 글들이 보여준다,

가만히 내 갈망을 감정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내게도 나만의 명훤화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곳 화가처럼 가만히 바라봐주고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좀 더 욕심을 부려서 내 아이들에게도 자기만의 명원화실이 있었으면,,, 하고 뜬금없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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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08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가 렘브란트의 그림을 패러디했군요. ^^

푸른희망 2016-03-08 20:5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전 이 책만 봤는데 꽤 유명한 그림책 작가더군요
 
우주 비행사 동주 별숲 가족 동화 1
김소연 지음, 이경하 그림 / 별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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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깜깜한 우주와 같다.

그 어둠 어딘가 빛이 있다고 믿고 우주 비행선을 타고 먼 여행을 떠나는 소년 동주..

 

이 책은 그 아이 동주의 이야기다,

동주는 아버지 엄마가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조손가정의 아이다,

늙고 술을 마시는 할머니는 퍠지를 주워 삶을 이어가고 동주는 학교를 안 나간지 꽤 되었다,

할머니는 술을 마시고 화가 치밀면 주기적으로 동주를 때는 것같다,

동주는 그런 할머니를 묵묵히 견디며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힌채 웅숭하게 걸어간다,

 

동주에게 지역아동센타의 미술치료사 민선생님이 다가온다,

학교는 안나가더라도 미술치료를 받으러 오라고 권하고 동주에게 관심을 보인다,

머뭇거리며 센타로 와서 그림을 그리는 동주는 조금씩 자기의 마음을 보여주고 웃음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동주의 환경이 바뀌는 것이 아니었고 민선생님과  센타에서는 차라리 동주를 보육원에 보내어서  공교육을 받게 하고자 일을 진행시킨다,

할머니의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며 방치되었다고 믿었던 동주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동주는 누구도 돌아봐 주지 않고 무기력한 아이였다,

이 아이가 존재하는지 모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절실함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동주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걸 일찌기 알아버렸다,

미술치료사 민선생을 만나고 그림을 그리고 센타에서 생활을 하면서 또다른 세상을 본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내 마음을 만져주는 경험은 환상적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서툴고 낯설고 어렵지만 싫지는 않다,

그래서 동주는 스스로 센타를 열심히 오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다

그러나 그 일상은 이어지지 않는다

동주를 위해  어른들은 동주와 할머니를 뗴어놓기로 한다,

학교를 가야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동주에게 할머니는 때리고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어른들은 몰랐다,

엄마도 아빠도 버리고 간 동주를 그래도 버리지 않고 거둬주고 먹여주고 함께 살아준 할머니다

할머니 마저 자기를 버린다는 것이 동주에게 가장 큰 두려움이다,

그러나 현실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버린 동주다

할머니는 늙었고 힘들고 무능하다

어쩌면 내가 버거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동주는 이제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치면서 세상에서 살아갈 방법을 터득한다,

합법적이지 않고 질서를 지키는 일은 아니지만 살아야 하는 방식이고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 아이에게 어른은 해 줄 것이 없다,

대신 살아줄 수 있는 삶이란 없다,

내 삶을 살아내기도 허덕거리는 어른들이다,

누구라도 자기삶은 자기가 살아야 한다,

동주는 그걸 알아버렸다,

자랐다는 것 성장했다는 것은 때로는 서글프다.

 

그럼에도 동주는 잘 해낼 거라 믿는다,

동주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아보고 따뜻함을 받아 본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아마 그렇게 누군가에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은 많이 어리고 어깨가 갸냘픈 소년이라기 보다 아이지만

그래도 그 아이가 떠날 그 어두운 우주 어딘가에 반짝이는 별이 있다고 믿어본다,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믿어주는 것밖에 없어서 이다,

 

표지의 말간 아이의 표정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아이는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는데

나는 그걸 제대로 못받아내고 있을까봐 그 눈에서 내 눈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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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버지니아 울프 산하작은아이들 40
쿄 맥클레어 글,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노경실 옮김 / 산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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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언니 바네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왔다고 한다

우울증에 걸린 버지니아를 옆에서 보살피고 위로했던 바네사의 이야기

 

나는 이 책을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으로 읽는다,

내 아이 하나는 무던한 사춘기를 겪었다,

다 지나고 보니 무탈했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한 순간 순간 살얼음같고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무능한 내모습을 마주하면서 절망하고 그저 이 시간이 흘러가주기를 눈감고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시간도 있었다,

그게 지속된게 아니라 어느 순간 순간 터져주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그리고 한 아이는 막 이 문턱에 섰다,

어쩌면 제 언니보다 조금 더 지독하게 하겠다는 예감이 들어 불안하다

그러면서 어떤 예감이 - 아무리 우울한 예감이라도- 든다는 건 그래도 견딜만하겠구나 싶기도 하다

 

어느 순간 사랑스럽던 내 동생이 늑대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내 아이가 낯선 누군가가 되어버린다,

답은 없다,

알지만 해주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알면서도 내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있고 알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이성이 먼저 켜지는 경우도 있고 도무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 그저 지켜보고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것말고는 답이 없다

답은 정해져 있다,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걸 풀어가는 해답을 통과하는 것이 힘들다,

사실 책을 읽으며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앞 부분에서 금방 화사한 색채감을 드러내는 중반 이후가 조금 억지라는 생각도 한다,

현실은 쉽지 않다고,,,

이렇게 세상에 빛을 넣기까지 바네사는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 노력이 고작 한 페이지뿐이라는게 화가 난다,

단 한 페이지로 바네사는 버지니아의 마음을 돌리고 풀어준다니,,, 이런 된장스러운 일이,,,

 

말은 쉬운데 누군가에게 귀 기울이고 기다려주는 일은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일이다,

나를 잠시 퍼스 시켜두고 타인에게 몰입해야하는 시간이다,

지루하고  저리고 더딘 시간이다,

에민해진 아이는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집중하지 않는 순간을 귀신처럼 캐치해낸다,

내게 관심도 없지?

금방 화살은 날아온다,

그래서 자꾸 관심을 켜두려고 예비 베터리까지 꺼내 들지만 그동안 일단 멈춤 된 나 자신은 점점 굳어져 가고 시들어간다,

내가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랑 이야기하나 싶은 .....

그래도 상대가 , 아이가 다시 예쁜 버지니아로 돌아오면 모든게 덮히고 잊히지만

그 날이 영영 오지 않을거 같은 불안감도 늘 함게 한다,

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것 투성이지만

지나기 전 그 안에서는 그게 전부고 고통이고 별천지다,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힘

그걸 기들 수 있는 건  결국 나를 채워서 단단하게 해 두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단단하고 강한 바네사로 살아갈것

그것이 버지니아처럼 약해지는 누군가를 함께 지탱하는 일이다.

기다려 주는 것 함께 있어주는 것

내가 무능하고 무능하게 여겨저서 더 힘들지 않게

누군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그럼 언젠가 버지니아도 바네사를 기다려 줄 때가 오지 안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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